fate/클로저스-11화-

버드미사일 2016-02-25 2

 집안에서 조용한 공기가 흐른다. 모두가 앉아서 내가 이야기를 하는 것을 기다린다. 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꽤나 긴 이야기가 될 것이다.


 “어이, 빨리 설명해. 언제까지 시간 끌 꺼야?”


 나타가 더 이상 기다리기 힘든 것인지 이야기를 재촉한다. 나는 입맛을 다시면서 이야기를 정리해본다. 좋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너희가 알아야 할게 있어. 이건 앞으로 이야기 할 것에 중요한 중심이 될 꺼야


 “그게 뭔데?”


 “우선 우리. 정확히는 버서커를 제외한 모든 서번트들은 같은 세대의 사람들이고 평행세계의 존재야


 “평행….세계? 같은 세대?”


 유리는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하긴, 내가 잘 설명을 하지는 못한 것 같기도 하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생각하다가 옆에 있던 슬비가 좀더 쉽게 설명해 준다.


 “평행세계는 있을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가진 세계를 말해. 예를 들어서 유리가 고기를 먹을지 치킨을 먹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을 때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이 고기를 먹고 있는 세계고, 치킨을 먹고 있는 세계는 세이버의 세계라는 거지


 “아하이해가 된다


 적당하면서도 재미있는 설명이다. 이것으로 어느 정도 유리가 이해를 한 듯하다. 나는 마저 설명을 한다.


 “이제 이해를 했으면 마저 설명을 할게. 내가 조사를 해본 바로는 우리 서번트들의 세계와 이곳의 세계는 매우 비슷해. 다른 것이 있다면 우리세계에서 사용하는 힘인 위상력이 이곳에서 사용하고 있는 힘인 마력으로 대체 되었다는 것. 그리고, 차원전쟁이라고 불렀던 싸움들이 모두 성배전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야


 “차원전쟁?”


 나는 우리가 있던 세계에서 있었던 일들을 설명을 했다.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말한다. 옆에 있던 나타나 이리나도 같이 나를 도와서 우리세계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나도 우리세계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했기에 도움을 받은 것이다. 설명의 범위는 내가 이곳에 오기 전까지의 모든 시간들. 중요한 사건 사고들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었다. 우리의 설명을 들은 슬비와 유리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그 꿈은 사실이었나….”


 내 이야기를 듣던 슬비는 생각에 잠긴 상태에서 무언가 집히는 것이 있다는 듯이 무언가 중얼거렸다.


 “?”


 “그게 내가 잠을 자다가 꿈을 꿨거든


 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은 나는 깜짝 놀랐다. 설마 내가 경험했던 일들을 마스터가 그대로 꿈으로 체험을 했었을 줄은 몰랐다.


 “뭐야. 너희는 몰랐어?”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유리는 의아한 표정으로 마스터와 나를 바라본다. 우리는 영문이 모르는 듯한 얼굴로 유리를 보았다.


 “나는 처음에 이리나를 만났을 때 성배전쟁에 대해서 몰랐거든. 그래서 데이비드 신부님한테서 설명을 들었는데 서번트와 마스터는 가끔 서로의 기억을 꿈으로 볼 수가 있다고 하시더라고


 처음 들었다. 서로의 기억을 꿈으로 볼 수 있다니.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나타를 바라본다.


 “그럼 나타도?”


 “…..쓸데없는 기억이었지


 “나타의 마스터는 누군데


 “너희 할망구


 . 마스터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의 교장선생님말이군. 이것도 참 기가 막힌 우연이다.


 “그럼 네 마스터도 알고 있어?”


 “그래. 최대한 안 만나려고 노력했는데 어쩔 수 없더군


 “어째서 안 만나려고 했는데?”


 “이 나타님이 그런 나약한 사람이랑 같이 있어야 한다는 거야? 괜히 그 사람, 쓸데없이 착해 빠져가지고는 싸움 같은 건 하지도 않게 말리 거 아니야. 대단하더군. 령주까지 써가면서 쓸데없는 싸움은 피하라고 하질 않나


 “하하그래. 나라도 그렇게…..잠깐….뭐라고? 령주를 썼다고?”


 나는 한 순간 귀를 의심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나타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 위험하지 않는 이상 싸우지 말라고. 이런 식으로


 나타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려는 듯이 쿠크리를 들고 내 목에 던졌다. 분명 나타는 내 목을 향해서 던졌고 한치의 오차도 없었을 것인데 쿠크리는 내 목 옆으로 지나가 벽에 꽂혔다. 나타는 자신이 던전 쿠크리를 다시 뽑아 가져갔다.


 “내가 싸우려고 하면 이런식으로 절대 피해를 주지 못해. ***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스터에게 말한다.


 “마스터. 나에게 불필요한 저주를 해제해 달라고 령주를 써주지 않겠어?”


 “어째서? 세이버가 저주를 받고 있는 건 아니잖아. 게다가 아직 령주를….설마


 령주를 사용하는 것이 아직 아깝다고 생각했던 마스터였지만 이내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놀란 얼굴을 지었다. 그리고 나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령주가 담긴 손을 앞으로 향했다.


 “령주를 통해 명한다. 세이버. 네 몸에 있는 모든 저주를 해방한다


 령주로 인한 명령 때문인지 내 몸에서 어떤 흐름이 바뀌었다. 흐름이 바뀜에 따라서 몸이 좀더 움직이기 쉬워졌다. 위상력이 회복되는 속도도, 마력이 흘러 들어오는 것들도 느껴진다. 내 몸에 무슨 저주가 있었던 모양이다.


 “좀더 강해진 기분이야


 “설마 소환될 때 무슨 일이 있었나?”


 나는 소환될 때를 생각해본다. 아니다. 그때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나에게 저주를 걸었던 것일까? 데이비드와 만났을 때? 아니다. 그전보다 더 오래 전이다. 그렇다면 내가 소환되었을 때? 아니다. 그보다 좀더…..그렇게 생각했을 때 문뜩 한가지 가능성이 생각났다. 나는 윗옷을 벗었다. 갑자가 옷을 벗느라 주위에서 여러가지 소리를 들었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시간이 없다. 나는 내 가슴 쪽을 확인해 보았다.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던 상처. 무언가 여기에 박혔던 것 같은 상처가 있었다. 나는 저절로 애쉬와 더스트가 생각났다. 그리고 하나의 가능성이 생겨났다. 그들이 던진 창이 내 몸에 박히는 순간에 나는 소환되었던 것이 아닐까라고. 아마 그들은 나를 죽일 생각이 아닌 명목상 죽인 것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나를 죽인 연출을 했고 사실 나를 향해서 던졌던 창은 나에게 저주를 내리는 것이 아닐까? 창이 완전히 내 몸에 박히기 전에 소환되었기 때문에 완전한 저주에 걸리지 않고 소환된 것인가? 아직 정확한 판단을 할 수는 없지만 지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을 이것이 한계인 것 같다.


 “령주가 사용가능하다니


 “그것보다 지금 이것으로 하나가 확실해진 것 같아


 “뭐가?”


 “내 예상이지만 데이비드가 버서커의 마스터일거야


 “데이비드 신부님이?”


 “그 자식이…….”


 “………..”


 데이비드가 버서커의 마스터일 것이라는 예상에 각자 다른 반응을 보인다. 슬비와 유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을, 나타는 분노에 불타는 얼굴을, 이리나는 복잡한 기분이 드는 얼굴을. 나는 한방 먹었다는 얼굴을 한다.


 “어째서?”


 유리가 어째서냐고 물어본다. 나는 한 숨을 쉬고 설명을 해준다.


 “우리는 데이비드에게 령주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들었어. 서번트와 마스터가 제대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그렇다고 들었어. 그런데 령주가 제대로 작용된다? 이건 이상해. 또 데이비드는 우리에게 내가 폭주했을 때 령주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중에 자폭마법을 걸어줬지. 한마디로 나랑 마스터는 완전히 낚였지


 “그런데 그것으로 어떻게 마스터라는 걸 알았어?”


 “버서커의 강함은 상상을 초월해. 그런 서번트의 마력소모량은 어떨 것 같아? 그런 서번트를 가질 수 있다면 아마 엄청난 리스크가 걸리겠지. 데이비드가 우리에게 걸어 주었던 의식을 치루었을 때 데이비드는 거의 탈진에 가까워졌어. 그럼 마스터에게 물어보겠는데 그 의식이 탈진을 발생 시킬 만큼 거대한 의식이었어?”


 내 질문에 마스터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그것은 부정의 의미.


 “아니. 그 의식을 치룰 때 썻던 마력도 우리가 거의 분담했고 데이비드 신부님이 썼던 마력은 얼마 안됐어. 교회의 감시자로 나온 사람이 마술에 전혀 능력이 없는 사람이 아닐 테니 상당한 마력을 가지고 있었을 텐데 그렇게 힘들어하는 걸 보면….”


 우리의 대화에 모든 이들이 이해를 한 듯하다. 그렇다. 데이비드는 우리에게 거짓말을 해왔던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가장 위협적인 요소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자신이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가장 불필요한 요소를 미리 제거하기 위해서 조작한 상황.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


 “그럼 이제 어떡할 거지?”


 그렇게 기분이 나빠져 있을 때 대뜸 나타가 질문을 해왔다.


 “어떤걸?”


 “싸움 말이야. , 너랑 닮은 녀석이랑 싸울 거잖아. 그 녀석이 너를 싸울 수 있게 만들라고는 했지만 넌 혼자서 싸울 수 있게 됐고. 이제 싸울 거 아니야? 그럼 작전이라도 세워야지 무작정 싸울 거야?”


 “나타….너 그렇게 머리가 좋았어?”


 “이 쓰레기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나타님이 그런 것도 모를 줄 알았어?”


 “그렇네. 이제 어떻게 싸울 지가 문제지


 그렇다. 이제 우리는 대충 상황을 정리한 듯하고 이제 그들과 싸워야 한다.


 “그와 싸울 수는 있겠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지


 “뭐지?”


 “……….그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다른 서번트들


 버서커와 싸우기 위해서는 그가 조종하고 있는 서번트들과 싸워야 한다. 모두 의식 없이 행동하고 있지만 버서커는 아마 그들에게 전투의지를 심어줄 것이다. 애초에 내가 알고 있는 그들은 매우 강하다.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럼 분담하는 게 어때? 그쪽의 조종하고 있는 서번트들은 세명. 우리도 세명이잖아?”


 “그거 좋은 생각이군. 그럼 어떻게 분담하지? 우선 트레이너부터


 “내가 꼰대를 상대하지


 트레이너를 상대할 사람을 정하려고 할 때 나타가 재빨리 손을 들며 자신이 상대하겠다고 말한다. 그 의견을 내는 나타의 얼굴은 흥분에 찬 얼굴 같았다.


 “드디어 꼰대와 싸워보겠군


 나타는 전의를 불태우는 듯 하다. 원래 세계에서는 그에게 지기만 해서인지 드디어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럼 레비아는


 “그건 내가 상대할게


 “이라나?”


 “상대가 원거리면 원거리인 내가 훨씬 좋지 않을까?”


 일리가 있는 말이다. 레비아는 작정하면 다가가기가 힘들다. 하지만 같은 원거리공격을 가할 수 있는 이리나라면 가능할 것이다. 그럼 내가 싸워야 할 상대는.


 “잘할 수 있겠나?”


 “?”


 내가 그 상대를 생각하고 있을 때 나타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네가 상대할 상대 말이야. 싸울 수 있겠어?”


 “왜 걱정하는 거지?”


 “..걱정은 무슨! 네가 잘 싸울 수 있는 지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나타는 거짓말에 나와 닮은 것 같다. 거짓말을 못한다는 거라든지. 괜히 사람들 생각하는 게 너무 많다든지. 그런 나타를 보고 있으면 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한번 웃고 그 대답에 답해주었다.


 “물론 싸워야지. 아마 테인이도 조종당하는 건 싫을 테니까


 테인이가 누군가에게 조종당하고 있다면 구해주어**다. 내가 알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구할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그들을 도와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


 이제 어느 정도 진영이 만들어 진 것 같다. 하나는 데이비드 진영. 또 하나는 연합 진영. 우리는 데이비드로부터 생존을 위해서 싸우기로 결성했다….라고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세이버는 그것과는 별개로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인다. 다른 사람들은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지만 그의 꿈을 보고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는 것 같다.


 “그럼 오늘은 모두 이곳에서 자야겠네. 내일 당장 싸워야 할 것 같으니까. 그들이 기다려줄 것 같지도 않고. 나타씨는 교장 선생님을 모시고 오세요. 유리는 부모님께 연락 드리고


 “……..시끄럽겠군


 나타는 매우 귀찮다라는 듯이 머리를 헤집으며 자신의 마스터를 모시러 나간다. 유리는 잠시 밖에서 전화를 하겠다면서 나가고 아쳐는 그런 유리를 지키기 위해서 함께 나갔다. 이 장소에 있는 사람은 이제 세이버와 나 뿐. 왠지 모를 어색한 공기가 흐른다.


 “마스터. 내 기억을 본거 확실해?”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세이버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


 “무슨 꿈이었는데?”


 나는 내가 꾸었던 꿈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세이버는 그 이야기를 듣고는 흠짓하면서 놀란다. 그러고는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내 이야기를 듣는다.


 “왜 그래?”


 “그 꿈에서 나온 일 말이야….그거 내가 지시해서 그런 상황이 된 거야


 “무슨 소리야? 세이버가 지시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니?”


 세이버는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말을 하려고 노력을 한다. 나는 세이버가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려줬다. 아마 세이버 나름대로 마음의 정리를 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내가 말했든 2차 차원전쟁이 일어난 당시에 나는 한 지역을 맡고 있었어. 어린 나이지만 그전에 이루었던 일들 덕분에 총사령관 비슷한 지위에 올라갔었지. 다들 나를 믿고 있었고 나도 그들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서 열심히 싸웠지. 모두 잘되고 있었어. 적들은 쓰러지고 승리의 연속이었지. 내 동료들도, 지역사람들도 열광했어


 그 말을 끝으로 세이버는 입을 다물더니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내가 꿈에서 보았던 일들을 설명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내가 너무 성급했는지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으로 전투를 하러 갔어. 그 지역은 일반인들이 잡혀있는 지역이었지. 다른 곳은 이미 괴멸해 있고 이곳만 처리하면 내가 맡고 있는 구역은 승리가 확정되는 거였지. 하지만 그래서는 안됐어. 적어도 좀더 조사를 했어야 했지. 그 핵심부는 함정이었지. 우리가 그 지역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그 지역을 폭발시켰어. 대부분 죽거나 잔해에 깔리거나 하는 일들이 벌어졌지. 더 참혹한 건 그 속에는 차원종에게 잡혀있던 일반인들이 있었다는 거야


 세이버는 그 광경을 다시 생각하고 있는지 눈물을 흘린다. 고개를 숙이며 다시 이야기를 한다.


 “내가 데리고 간 사람들은 거의 모두 죽어버렸어. 인질들도, 나를 따르던 사람들도, 싸워주던 사람들도 모두 내 지시에 죽었어


 “그건 세이버의 잘못이 아니잖아


 “이곳에 오기 전에 누군가 나에게 마스터랑 같은 말을 했었지 내 잘못이 아니라고


 “……….”


 “내 잘못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잊을 수 없어. 내 명령을 따르던 사람들의 얼굴을. 고통 속에서, 절망 속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던 그 소리가 아직도 귀에 익숙해


 나는 아무 말 없이 그 말들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 상황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꿈에서 본 그 장면. 희망이 있어 보이던 그 장면뿐이기 때문이다.


 “그럼 나중에 동료들과 만났던 그 순간은? 동료들과 같이 나누기로 한 거 아니었어?”


 내가 그를 다그치듯 말하자 세이버는 나를 놀란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렇지만


 “동료들을 믿으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나를 믿어. 여기 있는 모두를 믿어. 세이버는 나를 못 믿어?”


 나는 그에게 나를 못 믿느냐고 물어본다. 지금까지 나는 그를 믿어왔지만 어째서인지 그는 나를 믿어주지 않은 느낌이었다. 아니, 믿는 관계가 아닌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그 느낌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그와 이야기하면서 알 것 같다.


 “혹시 내가 그냥 지켜야만 하는 그런 존재로 밖에 생각하지 않은 거야?”


 내가 그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은 그가 생전에 지키지 못했던 일인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는 일을 여기서 행하고 성배로 다시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 싸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나와 함께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뭔가 배신 당한 것 같은 느낌이다. 세이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인 것 같다.


 “잘 모르겠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는데 내 몸이 말을 듣지 않나 봐. 미안해. 불쾌하게 여겼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세이버는 기분이 우울해진 듯 고개를 숙이며 나에게 사과를 한다. 그는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한다. 믿음직해 보이던 세이버가 이런 식으로 약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어느 의미에서는 신선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지금은 이런 태도를 보여서는 안됐다.


 “미안하다면 지금 당장 그 생각부터 고쳐


 세이버의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 그의 생각은 자세히 알지는 못해도 거의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이대로 싸우게 된다면 그는 자신의 동료였던 사람을 절대로 공격하지 못한다.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의 생각을 고쳐야 한다.


 “어떻게?”


 “나는 네가 지켜야 할 사람이 아니라 같이 싸울 동료라고


 “하지만 나는 너를 지켜야…”


 “알아. 하지만 그런 식으로 싸운다면 너는 반드시 지게 돼. 너의 동료의 손에. 그럼 다른 사람들이 너의 동료와 싸우게 돼. 그런 일을 보고 싶어?”


 “………아니


 “내가 잔인한 소리를 하는 건 알아. 솔직히 나도 너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비슷한 생각을 했을 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다고 나는 물러서지는 않을 꺼야. 절대로


 “마스터…..”


 세이버는 내 이야기를 듣고 슬퍼서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닌 잠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는 듯 생각하는 얼굴로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들고 나에게 진지한 얼굴로 사과를 한다.


 “마스터. 미안했어. 그리고 고마워. 나에게 그런 말들을 해줘서


 “그렇다면 고개를 들고 말해


 세이버는 고개를 들고 웃었다. 마치 모든 것을 정한 듯한 얼굴이었다.


 “데리고 왔다


 서로의 이야기를 마칠 때쯤 나타가 교장선생님을 모시고 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을 모르시는 모양이다. 어지간히 나타가 이야기를 안 해준 모양이다. 교장선생님이 도착하고 유리도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에 꽤나 힘이 빠진 모양인지 축 처진 채로 들어왔다.


 “그럼 이제 준비를 해볼까


 이제 그들과의 싸움을 대비해서 준비를 해야 한다. 어떻게 싸울 것이며,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지. 물론 그전에 교장선생님에게 설명을 해야겠지만.


 ***


 교회 안에서 한 남성이 한 밤중 촛불을 키고 예배당 안에 서서 가만히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도 없는 듯 썰렁한 공기와 정적이 그곳을 지배했다. 남성은 안심한 듯 예배당에 있는 교탁으로 향한다. 교탁에 서서 예배당을 둘러본다. 그러다 교인들이 앉는 의자에 한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남성은 천천히 말을 걸었다.


 “어디 다녀왔나?”


 남성의 말에 앉아 있던 사람은 흥겨운 목소리로 대답한다.


 “아주 재미있는 일을 만들고 왔지. 데이비드. 그렇게 무서운 얼굴을 하지마


 교탁에 서있는 남성은 데이비드였다. 데이비드는 웃는 얼굴로 앉아 있는 사람. 자신의 서번트인 버서커를  바라본다. 웃는 얼굴이었지만 그 속에서는 분노가 있었다.


 “어째서 멋대로 행동했지? 게다가 그런 일들을 벌이다니


 “게임이 이렇게 시시해서 되겠나? 아슬아슬하게 어려워야 할만하지


 데이비드는 그런 버서커의 태도에 한숨을 쉬고 자신이 쓰고 있는 안경을 고쳐 쓰고는 말을 이었다.


 “최대한 위험한 일을 하지 말아주게. 내가 자네를 속박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알겠어. 알겠어. 다음에는 그런 일은 벌이지 않도록 하지


 데이비드의 잔소리에 진저리가 난듯한 버서커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예배당에서 나가기 위해서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는 다시 뒤를 돌아보면서 데이비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마스터


 “뭐지?”


 데이비드가 응답을 하자 버서커는 위엄있는 얼굴로 그에게 위협을 하듯 엄포를 한다.


 “너도 다시는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지마라. 이건 왕으로써의 명령이다


 버서커의 말에 힘이 담겨있듯 데이비드는 소름이 돋았다. 만약 여기서 잘못 대답한다면 자신이 죽을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령주를 사용하면 되겠지만 령주가 발동되기 전에 그가 자신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최대한 조심히 대답한다.


 “나도 조심하도록 하….


 데이비드이 대답에 버서크는 만족을 한듯 문을 닫고 예배당에서 물러섰다. 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데이비드는 다시 안경을 고쳐 쓰며 조심히 내뱉었다.


 “쓸데없이 어린 것이…..”


안녕하세요 버드미사일 입니다. 이번 소설은 조금 길게 쓴 듯한 느낌이 드네요. 어떠신지요? 읽으시는데 불편함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만약 불편한 점이라든지 이해가 가지 않으시는 부분이 있다면 다음소설 때 알려드리거나 수정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4-10-24 22:59:2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