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시간 - 검은 하늘 아래에서

파란트렁크 2016-02-24 0

 
하늘은 여전히 검다.

그날 이후로, 해와 달은 모습을 감추었다. 지금이 밤인지, 아니면 낮인지도 알 수 없는 검은 세상에서 지상의 모든 생명체는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모든 차원종이 자신들의 왕이 태어났다는 것을 느껴 환호하고, 모든 인류는 최악의 적이 탄생했다는 것에 절망하던 그날, 난 다시 혼자가 되었다.

"유니온.."

더러운 유니온의 머리는, 기어이 내 작은 친구들에게까지 마수를 뻗쳤다. 아무리 강한 힘을 가졌어도 그들은 아직 어린 아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지켜내겠다 다짐했지만, 유니온은 예전보다, 내가 어렸던 때보다 더 교활해져 있었다.

발단은 코스튬 데이터 베이스에서 발견된 알 수 없는 코스튬의 도면이었다. 보안 규정 상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는 모두 폐기하는 유니온에서 이례적으로 그 도면을 검은양 팀에게 건냈을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간 것이 내 실수였다.

설계대로 만들어진 코스튬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주변으로 세어 나오는 끈적하고 불쾌한 에너지. 귓가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속삭임.. 모든 것이 너무나 불길했다. 하지만 그 물건에서 느껴지는 힘은 너무나도 매혹적인 것이라, 파괴하자는 내 설득을 아이들은 무시했고, 결국 그 코스튬을 착용하고야 말았다. 난 바보같이 그 순간까지도 저 아이들이라면 괜찮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면의 어둠을 원동력으로 삼아, 끝내 그 영혼마저도 검게 물들여버리는 그 끔찍한 물건은, 아이들에겐 너무나도 버거운 물건이었다.

아이들은 미쳐버렸고, 동시에 나의 세상도 미쳐버렸다.

터지는 검은 힘의 파동 속에서, 내가 어떻게 도망쳤는지도 알 수 없다. 정신을 차리니 난 서울의 외곽 도로변에 쓰러져 있었고, 하늘은 검게 물들어 있었다. ** 듯이 유니온 본부로 달려갔지만, 건물도, 아이들도, 이미 흔적 없이 사라진 후였다.

절망했다.

지키고자 했던 이들을, 또 다시 내 눈 앞에서 잃었다.

그 후로 기억나는 것은 전투, 오직 전투뿐이었다. 검게 물든 하늘이 차원종들을 자극하기라도 했는지 ** 듯이 쏟아져 나오는 적들의 공세에 아무 생각 없이 주먹을 휘두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이상한 소문을 접했다. 차원종을 지휘하는 4체의 인간형 고위 차원종의 이야기를.

검은 연기를 흩뿌리며 차원종들을 부리고, 클로저들을 학살한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순간 직감했다. 아이들이, 아직 살아있다!

그들이 출현했다는 곳은 어디가 됐던 달려갔다. 그들의 익숙한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내 확신은 점점 더 굳어져 갔다. 그리고 계속된 추적 끝에, 드디어 그들을 발견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내가 알고있는 아이들이 아니었다. 미쳐버린 그들은 날 발견하자 마자 내게 무기를 겨눴다.

세상이 무너지는 충격 속에서 모든 희망을 놓으려는 그 순간, 난 보았다. 감정 없는 그들의 무표정한 보랏빛 눈동자 속의, 고통스러워하는, 도와달라 외치는 그들의 영혼을.

미쳐버린 그들을 되돌릴 방법은 알 수 없다. 그런 방법이 있는지 또한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방법이 없어도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있다.

아직도 선명하다. 지난 기억 속, 너희들의 웃는 얼굴이. 변한 게 있다면, 내가 다시 혼자가 되었다는 것뿐이군. 그렇기에, 이 일은 내가 해야만 하겠지. 믿고 의지한 이들이기에. 내가 하지 않으면, 내가 지켜주지 않으면... 너희들은 그 지옥 속에서 벗어날 수 없을 테니까.

"답은 정해져있군."

이게, 어른이라는 거겠지.

바닥에 널린 짐을 추스려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멀리서 검은 구름이 몰려오는 것이 보인다. 내가 있는 곳으로 정확히 움직이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때가 된 것 같다.

"좋아, 가볼까."

다시금 속으로 되뇐다. 잊지 마라.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너희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그 지옥 속에 너희들을 내버려두지 않겠다.

주먹을 꽉 쥐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올려다본 하늘은, 여전히 검었다.


*


크 J의 시간 뒤늦게 봤습니다ㅠㅠㅠㅠㅠ 제저씨 간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이는! 사랑입니다! 으아아!

근데 어째 쓰는 글마다 제저씨 겁나 불행하네요..
지난번에 쓴 글에서는 죽고.. 이번엔 혼자서 1:4.. 미안해요 제저씨.. 이게 내 애정 표현이야..

마지막 부분은 J의 시간 나레이션 참고했습니다!
일종의 오마주.. 아니 표ㅈ....
그냥 오마주라고 해주세요..


이번에도 요약
1. 레압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여러분 버리세요
2. 근데 난 이미 나타 풀셋 맞췄잖아
3. 내가 클창이라니.. 자살하자..
4. 무리가 제일이다. 건강하지 마라.
2024-10-24 22:59:2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