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생전
Vurtune 2016-02-12 5
클생은 강남에 살았다. G타워 밑 동네로 곧장 가면 블마가 있고, 그 위로 해묵은 은행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잇다. 클생의 집 사립문은 은행나무를 향해 있고 언제나 열려 있었다. 집이라야 두어 칸 되는 초가집으로 비바람에 거의 다 쓰러져가는 오막살이였다. 클생은 집에 비바람이 새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나 서클챗만을 좋아했으므로 가난하기 짝이 없었다. 그 아내가 플게탄광질을 해서 겨우 입에 풀칠을 했다.
어느 날, 클생의 아내는 템고픈 것을 참다못해 눈물을 흘리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당신은 한평생 폭큐도 하러 가지 않으면서 어쩌자고 서클챗만 한단 말입니까?”
그러나 클생은 태연자약, 껄걸 웃었다.
“내 아직 실력이 서툴러서 그렇다네.”
“그렇다면 pvp유저 노릇도 못 한단 말입니까.?”
“pvp는 평소에 배우지 못했으니 어쩌오?”
“그렇다면 하다못해 블마에 장사질 이라도 해야지요.”
“장사를 하려 해도 밑천이 없으니 어쩌오?”
아내는 드디어 역정을 냈다.
“당신은 밤낮없이 서클챗을 읽더니, 그래 ‘어쩌오’ 하는 것만 배웠수? 폭큐도 못 한다, 탄광도 못한다, 그럼
자게구걸 은 어떻수?”
클생은 이 말에 서클챗을 덮고는 벌떡 일어섰다.
“애석한 일이로다. 내 1년을 작정하고 서클챗을하려 했더니 이제 겨우 7개월이로구나.”
그 길로 클생은 문밖으로 나섰다. 그러나 장안 거리에 아는 사람이 있을 턱이 없었다. 그는 플게 거리를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러면서 길가는 사람은 붙들고 물었다.
“클저에서 제일 가는 부자가 누구요?”
그 사람은 서버에서 제일가는 갑부라면 변씨라고 일러주었다. 클생은 그 집을 찾아갔다. 주인을 만나 길게 읍한 후에 단도직입적으로 잘라 말했다.
“내 계정이 가난하여 장사 밑천이 없소 그려. 무엇을 좀 해보고 싶으니 1억 크레딧만 빌려주시오.”
“그렇게 합시다.”
변씨는 대뜸 승낙하고는 1억 크레딧을 내주었다. 클생은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가지고 가 버렸다. 변씨 집에는 그 자제들과 문객이 많이 모여 있었다. 문밖을 나서는 클생의 템을 보아하니, 이건 영락없는 거지가 아닌가. 만렙이랍시고 세트템을 맞추기는 했지만 재복템이고 , 무기라고는 튜닝도 안되있었다. 다 낡아빠진 쉴드이며, 땟국이 줄줄 흐르는 기본코스튬, 거기다가 허연 콧물까지 훌쩍거리는 품이 거지 중에도 상거지였다. 이런 자에게 1억을 선뜻 내주다니.
“어른께서 아시는 분입니까?”
“모르는 사람일세.”
놀라 묻는 말에 대답도 태연했다.
“하루아침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1억을 내버리시다니, 더구나 그 이름 친추도 하지 않으시고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변씨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이건 그대들이 알 바가 아닐세. 무릇 돈을 빌리러 오는 사람이라면 자기의 생각을 이것저것 길게 늘어놓게 마련이야. 약속은 꼭 지킨다느니, 염려 마라느니 하고 말일세. 그러면서도 얼굴빛은 어딘가 구겨져 보이고 한말을 되뇌곤 하지. 그런데 이 사람은 템이며 코스튬이 모두 떨어지긴 했지만, 우선 말이 짤막하고 사람을 대하는 눈이 아랫사람을 내려다보는 듯하며 조금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네. 물질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벌써 전부터 제 살림에 만족하고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어. 그러니 그가 한번 해보고 싶은 장사라는 것도 적은 일이 아닐 게고, 나 또한 그 사람을 한번 시험해보려는 거야. 게다가 주지 않았으면 모르되, 이미 1억을 내주었으니 구태여 그의 이름 석자를 물어서 무엇하겠나.”
큰 장사꾼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만금을 손쉽게 얻은 클생은 집에도 가지 않고 그 길로 내려가 플게에 거처를 마련했다.
다음날부터 그는 시장에 나가서 차원의 정수,차원의 균열,동기화 인자 따위 재료란 재료를 모두 거두어 샀다. 파는 사람이 부르는 대로 값을 다 주고, 팔지 않는 사람에게는 시세의 배를 주고 샀다. 그리고 사는 대로 한정 없이 창고에 저장해 두었다. 이렇게 되자 오래지 않아서 클저안의 재료란 재료는 모두 바닥이 났다. 유저들이 템을 제작하려고 해도 재료 구경하지 못해 템도 못맞출 형편이었다. 재료 장수 들은 이변에는 클생에게 달려와서 재료를 얻을 형편이 되었고, 저장했던 재료들은 10배 이상으로 호가하였다.
“허어, 겨우 1억으로 서버를 기울게 할 수 있다니 게임의 상태를 알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