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미 울고 있었다.

슬비는 그런 그를 뒤로 한 채로 주술사의 사체를 확인한다.

하지만 녀석은 이미 재가되어 사라진지 오래.

그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고개를 든다.

온몸에는 회색의 콘크리트 분진을 잔뜩 뒤집어 써서 머리는 회색으로 변했으며 눈물 콧물과 섞인 분진으로 얼굴은 거지가 따로 없었다.

그럼에도 그 놀람과 두려움이 가시질 않는다.

“이게..어ㄸ..어떻게..끅끅..된 거에요??”

열심히 울먹이며 말하는 거지꼴의 곧 30살.

참 예쁘기도 하다.

“저는 유니온 소속의 클로저, ‘팀 검은양’ 의 리더 이슬비입니다. 갑작스러우시겠지만 지금 이순간부터 김성현씨의 보호임무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말을 알아들을 것 같으면서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꿈이라면 어서 깨자, 동생이 오기 전에 이 꿈에서 깨야만 한다. 안 그러면 집이 이렇게 박살난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다.

“왜요...?”

누가봐도 이 상황은 웃기다.

폐허가 된 원룸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울먹이고 있는 성인과,

상처하나 없이 서있는 단검을 든 소녀.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성현씨 혹시 저나 클로저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네. 그렇지만 그건 게임이잖아요”

그는 지금 이미 이성이 날아 간지 오래다.

“네, 게임이지만 거기에 나오는 유니온, 클로저, 위상력, 차원종에 관해서는 전부 이해하고 계신가요?”

“네..”

“그럼 그것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김성현씨는 지금 저와 함께 유니온으로 가 주셔야겠습니다.”

“설명 해주세요..”

다짜고짜 가자니, 그리고 유니온 이라니. 설명이 너무 부족했다.

“하... 네 좋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촉박하니 간략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가면서 듣기로 하죠. 일단 차원종 이라는건 이름처럼 다른차원의 존재 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독자적으로 차원을 넘나들 수 있으며 다른 차원을 침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네, 그렇죠..”

“이것이 사실이라면, 세계는 최소한 두 개 이상의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제가 살고있는 세계 또 하나는 차원종이 사는 세계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차원종들이 당신들이 사는 세계를 노리게 되었습니다.”

“게임 인데요..”

“아뇨 사실입니다. 애초에 차원종이 왜 다른차원을 침략하는지, 그리고 위상력이라는 것이 어떻게 생기는 것인지 아시나요?”

“아뇨..”

“위상력 이라는 것은 다른 차원에서 간섭해오는 힘입니다. 우린 그것을 에너지로 받아서 사용하는 것이고요”

“그렇다면..?”

“네, 그렇습니다. 전에 ‘크리자리드 블라스트가’ 그런 이야기를 했었죠, 인간이 위상력을 사용하는 건 차원종의 능력을 훔친 것이라고. 정확히 맞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둘다 다른차원에서 얻어오는 힘을 원동력으로 한다는 것은 동일합니다, 저희들은 당신들에게서 ‘염원’ 같은 정신적 에너지를 받아오지만, 차원종들의 경우는....”

“‘섭취’ 함으로써 위상력을 얻습니다.”

“....그럼 사람을 잡아먹는단 말인가요...?”

“고위급의 차원종의 경우 다른방법으로도 흡수하지만... 하위급으로 갈수록... 그렇.. 습니다.”

“...”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들은 다른 차원에서 넘어오는 정신적 에너지를 받아들여 위상력을 각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수단이 바로..”

“게임 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나비효과란 말 아시나요? 작은 행동이 무언가를 거치면서 큰 결과를 낳는다는 이야기인데. 지금 같은 경우는 당신들이 보내오는 정신적 에너지가 차원을 넘어 오면서 아주 큰 ‘위상력’ 이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당신들은 게임속 세상에 사는건가요??”

이슬비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였다.

“아니요, 그건 아니라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게임은 당신들이 우리의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상상하게 하기위한 수단입니다. 좀더 정확히는 같은 시간 다른공간에 존재하는 ‘패러럴 월드’ 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겠네요. 더 질문하실 것이 있나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그는 말을 마치며 입을 궅게 다물었다.

“왜.. 나죠?”

“말씀드린 것처럼, 이 세계에선 아무리 작은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도 차원을 넘게 되면 큰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당신이 보내오는 에너지는 특출나게 큰 편입니다. 당신은 그럴 의도가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저와 가장 잘 맞기도 하고요.”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른 이후 다시 말을 꺼냈다.

“이 사실은 유니온 뿐만 아니라 차원종들도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아직 저희쪽 세계와는 다르게 차원간 연결이 약하기 때문에 넘어올 수 있는 차원종의 수는 극소수이지만, 이대로 있다간 당신도, 당신의 세계도 위험해지는 것은 시간문제 입니다.”

“오빠!!!!!!!”

소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문 건너편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안에 있는 승용차도 충분히 황당했지만, 그 뒤로 보이는 집안의 꼬라지는 더더욱 말이 아니었다.

“오빠 괜찮아!?!?!”

집안으로 뛰어들어온 동생이 그의 상태를 확인한다.

“오빠, 이게 무슨일이야. 대체 어ᄄᅠᇂ게 된거야! 안다쳤어!?”

“어..나는 괜찮아.. 그보다..”

분홍머리 소녀는 그의 동생에게 인사를 건넨다.

“이슬비입니다. 이 집에 관한 것은 저희 측에서 전부 배상할겁니다.”

“그건 됐고, 이게 무슨일이죠?! 우리 오빠한테 무슨짓을 한거에요!?”

“아냐, 현아야 이분은 날 구하신분이야.”

“그래도 오빠!! 이게 뭐야 당장 병원부터 가자!!”

“집이 수리될동안 여동생분 께서 묵으실 호텔을 구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슬비는 이미 계획에 있었다는 듯 여동생에게 가 귓속말로 무언가를 속닥거렸다. 얼핏 들리는 얘기로는..

‘보상금... 취직... 연봉... 준 공무원... 연금...’

그 순간 그의 눈에는 그의 여동생 현아의 표정 변화가 들어왔다.

마치 만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눈이 ‘$’ 모양으로 변하는 것 같은 착각마져 들 정도였다.

“오빠, 여긴 내가 알아서 정리 할게, 어서 이분 따라갔다와”

“아..아니 난 상처가, 병원부터..”

“밖에 저희측 의료진이 대기중입니다. 어서 가시죠.”

“잠깐!? 내 의견은??? 나 아직 동의 안했어!!”

“이미 여동생분 께서 동의하셨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분홍머리의 소녀는 그의 목덜미를 잡고 질질 끌고가다 시피 걷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거지같던 그의 몰골이 이젠 아예 유기견같이 보일 정도로 애처로운 광경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