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의 약속. 이세하-4화

리프리센트 2016-02-02 2

어제 집 지붕 보수작업을 돕고 그대로 뻗어버려서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기다리는 분이 있으셨다면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기다리는 분이 있으면 좋겠다. 라는 것이 사실 저의 욕망입니다만.

그리고 이번 화를 적고나서 전투 씬은 굉장히 적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둔하기 그지없는 글쟁이입니다.

일단 사죄의 의미로 이어서 한편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드리며, 자 그럼.

눈 갱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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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우리를 만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엄청난 수의 차원 종들을 상대했다. 그럼에도 수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세하야! !"

 

유리가 나를 향해 소리친다. 그러는 유리의 뒤에도 트룹 한 마리가 망치를 들고 있다.

 

유리의 외침에 답해주는 대신, 트룹의 얼굴 가슴 높이 정도로 점프한다. 그 자세 그대로 위상력을 사용해 공기를 찬다.

 

'질주'라 이름 지어진 나의 돌진 기술. 공중에서 직선 이동이라는 중력을 거스르는 움직임을 보이며, 가까워지는 트룹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크어어!"

 

고통스러운 듯한 트룹의 비명 소리를 스쳐지나가면서, 건 블레이드를 들어 올려 화염을 발사한다.

 

머리가 불타오르며 쓰러지는 트룹을 본 뒤, 고개를 돌려 유리를 바라봤다.

 

그 사이 '음속 베기'로 내가 있던 곳의 스캐빈저를 처리한 유리도 나를 바라본다.

 

"세하야. 차원 종들이 너무 많은 데?"

 

"그러게. 만나려는 게 아니라 우리를 피하려는 것 같아."

 

쓰러뜨린 차원종의 수가 유리와 나를 합해 70은 되겠다. 그럼에도 계속 몰려오는 차원종의 숫자가 나를 질리게 한다.

 

그나마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그렇게 강한 차원종이 등장하지 않았단 것이다.

 

힘들게는 하겠지만, 죽이지는 않겠다는 마음이 보여서 그 애들답다고 느꼈다.

 

"함정인 거겠지?"

 

손을 옆으로 휘두르며 총을 쏜 뒤, 깔끔한 발도를 선보인 유리가 주변을 둘러본다. '전탄 발사'의 호쾌한 동작에 차원 종들이 무참히 썰려나간다.

 

"함정 같긴 한데... 유정 누나한테 우선 보고를 해야 되려나."

 

잠깐 동안 고민했지만, 밀려오는 차원 종을 상대하느라 생각을 고쳤다.

 

"차원종이 적은 곳에서 알리자. 유리야."

 

"알았어."

 

이미 5층을 돌파해서 올라왔다. 우리가 지나 온 길은 다시 차원 종에 의해 가로 막혔다.

 

그저 올라가면서 차원종의 수가 적은 곳을 찾아 들어갈 생각 밖에 없었다.

 

6층에 들어섰을 때도 보이는 차원종의 얼굴에 욕지거리가 올라오는 것을 간신히 억누르면서 차원종이 있는 한 가운데로 뛰어든다.

 

건 블레이드를 땅으로 찍어 내리면서 불꽃을 이용해 주변으로 확산 시킨다.

 

'화염 분쇄'. 기술의 이름대로 화염으로 차원 종들을 분쇄하고 나서 이번 층의 차원 종들이 다른 층과 다른 행동을 취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세하야. 여기 차원 종들...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유리도 같은 걸 느낀 것 같다.

 

5층까지의 차원 종들과는 다르게 이번 녀석들은 전투를 겁내는 것처럼 우리 쪽으로 다가오려 하지 않는다.

 

"크르르르..."

 

위협적인 소리를 내면서 가만히 서있는 차원 종들 앞에서 주춤한 사이 차원 종들이 무언가에 겁을 먹은 것처럼 썰물처럼 사라져간다.

 

"하아...드디어 만나줄 마음이 든 건가?"

 

앞에서 느껴지는 강대한 위상력은 그 두 명의 것이 분명하다.

 

"어머? 서유리랑 이세하잖아?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3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아이의 모습 그대로인 채, 더스트가 걸어온다.

 

여전히 미소라기에는 비웃음이 담긴 냉소를 지으면서 즐겁다는 듯한 말투다.

 

더스트는 슬비는 싫어했지만, 나와 유리는 마음에 들어 했으니까.

 

"너희 연락만 없었더라도 더 잘 지낼 수 있었을 거야. 게임하면서..."

 

눈으로 웃으면서 주변을 살펴본다. 더스트가 이곳에서 나타났다는 것은 쌍둥이 동생인 애쉬도 있다는 건데...어떻게 된 일인지 보이지 않는다.

 

아직 탐색 중인 날 대신해서 유리가 더스트에게 애쉬에 대해서 물어봤다.

 

"너만 여기 있는 거야? 애쉬는 어디 있어?"

 

유리의 경계에 더스트가 불만을 가진 얼굴로 볼을 부풀린다.

 

"뭐야? 서유리. 내가 여기 있는 데, 애쉬 밖에 생각에 없다는 거야? 난 싫고 애쉬는 좋다. 이거지?"

 

어린 아이같이 질투를 부리는 더스트에게 유리가 당황한다.

 

"누가 애쉬가 좋대?"

 

"그럼 역시 내가 좋지? 서유리?"

 

완전히 더스트의 페이스에 유리가 말려들고 있다.

 

"난 다른 좋아하는 사람 있거든?"

 

유리야. 그렇게 말려들기만 해서는 여기에 온 의미가 없잖아.

 

내가 어이없어 하면서 바라다보자 유리가 얼굴을 조금 붉히고 시선을 회피한다. 그래. 내 표정으로 더스트의 생각대로 넘어가기만 한 것을 자각했나 보다.

 

"말 돌리지 말고 빨리 애쉬가 어디 갔는지 말해."

 

유리를 대신해서 내가 나서서 더스트를 상대한다.

 

"세하 너도 애쉬만 찾고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안 통하니까 무슨 속셈인지 말하는 게 좋을 거야."

 

한숨이 나올 것 같은 것을 참고서 한 번 더 더스트를 재촉한다.

 

"꺄하하핫. 이세하한테는 안 통하네. 조금은 성장했나 봐?"

 

언제 질투를 부렸냐는 듯이 웃음을 터뜨리는 더스트에게 피곤함을 느꼈다.

 

정말이지 웃다가 짜증냈다가 화냈다가 감정이 그렇게 자주 바뀌는 게 신기하다.

 

"이 쪽은 너희가 불러서 온 거라고...설명 정도는 먼저 해 줬으면 좋겠어."

 

이제야 이야기 할 마음이 들었는지 더스트가 담담한 눈빛을 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이렇게 움직여야 되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애쉬가 꼭 움직여야 된다고 그랬거든."

 

"무슨 소리야?"

 

"너희 측의 사람들과 거래를 했어."

 

우리 측의 사람들? 거래? 갑자기 나온 소리에 사고가 따라가지 못한다.

 

"우리 측의 누구와 거래를 했다는 거야?"

 

"성장한 줄 알았더니...여전하구나? 이세하. 하지만 그것조차도 귀여워."

 

소름이 돋는다.

 

황홀하다는 듯이 홍조를 띄우며 이야기하는 더스트에게 당황해서 나도 얼굴을 붉힌...

 

"이상한 소리하지 마! 더스트. 너 항상 세하한테 이렇게 작업 거는 거야?"

 

유리가 나를 대신해서 화를 내 준다.

 

방금 거로 나도 휘말릴 뻔 했던 것을 벗어났다.

 

"작업이라니? 난 그저 좋아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뿐이야. 내 것으로 만들려면 행동에 나서야지. 넌 아냐? 서유리."

 

"...내 것... 내 것. 세하가...내 것."

 

부끄러운 내용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유리가 얼굴이 아까 전처럼 빨개져서 들리지 않는 작은 소리를 중얼거린다.

 

다시 말문이 막힌 유리를 지원해서 정리가 끝난 생각을 말한다.

 

"우리 측이라면...설마 유니온?"

 

석봉이. 유리. 슬비. 제이 아저씨. 미스틸. 유정 누나. 검은 양 측의 그 누구도 이 아이들과 거래를 받아들일 사람이 없다. 미영인 더스트를 모를 것이고...

 

남는 건 검은 양이 아니라 유니온 측이란 거겠지.

 

내 말에 기분이 나쁜 것을 생각하듯이 눈을 가늘게 뜬 더스트가 퉁명스럽게 내뱉듯이 말한다.

 

"그래. 너희 유니온의 상층부. 거래 내용을 지키기 위해서 애쉬는 나랑 다른 곳에 있어."

 

거래라니 무엇일까. 안 좋은 느낌이 전신을 지배한다.

 

등으로부터 서늘해지는 기분 나쁜 감각.

 

"뭐야. 그 거래 내용이란 건..."

 

"너희 검은 양과 부국장이라는 아줌마의 제거. 이쪽이 받을 건, 칼바크 턱스의 위상 게이트의 강화판이야."

 

"우리와 유정 누나를?"

 

말문이 막힌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차원 종에게 우리와 유정 누나를 팔아먹다니 무엇에 눈이 먼 녀석이지.

 

"그래도 너희는 죽이고 싶지 않아서 너희를 포함한다면 거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지. 결국은 그 아줌마만 제거하면 된 단거야."

 

바깥의 창문으로 나도 모르게 누나와 아저씨가 있는 곳을 바라본다.

 

"유리야!"

 

"...무전이 안 돼."

 

더스트와 애쉬가 통신에 무슨 짓을 한 것이 분명하다.

"...내가 아까 전 싸우고 있을 때, 무전 해봤으면..."

 

자책하는 유리의 어깨를 누른다.

 

"걱정해 봐야 소용없어. 더스트를 이기고 얼른 아저씨를 도우러 가는 거야."

 

"너희들 날 너무 얕보고 있는 것 같은데? 저번처럼 봐줄 거란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 거야. 애쉬의 부탁이니 누나로써 노력해야지."

 

더스트의 몸에서 위상력이 커지는 것이 느껴진다.

 

우리의 상대는 차원 종들의 참모장. 그래도 우리는 유정 누나에게 가야만 한다.

 

"아저씨. 누나. 무사해야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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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은 제이의 시점으로 보는 너와의 약속이 되겠습니다.

시점을 자주 바꾸는 것이 안 좋은 것 같지만... 일단 저지르고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10-24 22:43:5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