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검은양팀의 자기계발

정규곡선 2016-02-01 0

"자기계발?"

느닷없이 떨어진 명령 아닌 명령에 검은양팀은 한편으로는 궁금해하는 표정을, 한편으로는 지겹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네, 유니온에서 클로저 여러분들을 위해 지원하는 복지 혜택의 일부인데, 여러 큰 사건이 겹치면서 자기계발 활동을 안하다 보니 예산이 많이 남았거든요."

관리요원인 김유정은 이제 저 표정에도 익숙해졌다는듯 한숨을 내쉬며 설명했다. 분명 그 한숨에는 '어떻게 자기 혜택도 모르냐' 라는 비아냥도 담겨있었을 것이다.

"그거 꼭 해야돼요?"
"귀찮은데."
"굳이 새 스케줄을 추가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네요."

"... 아무튼 팀원들끼리 상의해서 자기계발은 뭘로 할지 정하시고 결정되면 저 부르세요. 아, 참고로 팀원 전체가 참여 할 수 있는것으로요. 예산이 남았긴 하지만 개인을 일일히 지원하기에는 부족 하더라고요."

김유정은 말을 끝내고는 상대하기 피곤하다는듯 문을 닫고 나갔다.

"뭐, 어쨌든 정하죠. 마침 다 모여있기도 하고."

이세하가 먼저 말을 꺼냈다. 게임기까지 끄고 참여하려는 이세하의 모습을 본 이슬비는 의외라는듯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단지 건전지를 다 쓴것 뿐이라는것 또한 가장 먼저 알아내었다.

"헬스는 어떨까요? 왜 그 역기같은거 있잖아요."
"농담이지? 그렇게 크고 무거운것, 난 들수 없어. 나 부서져버려."

서유리의 제안, 그러나 곧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는 제이에 의해 묵살되었다.

"미스틸은 그림 그리고 싶어요!"
"... 미안, 우리 모두 그쪽엔 관심 없을거야..."

"스포츠는? 테니스 그런거 스릴있고 재밌지 않을까?"
"라켓으로 공을 치는것보단 칼로 차원종을 치는게 아무래도 더 스릴있지..."

"춤, 춤이 좋겠어."
"40대 아저씨와 고등학생 3명에 초등학생... 브레멘 음악대야? 탑쌓긴 좋겠네, 안정적이고."

"망할, 진전이 없잖아."

이후로도 온갖 대화가 오갔고 다도 이야기를 꺼낸 제이가 죽빵을 맞으며 분위기가 좀 진정되는듯 했다.

"후... 일단 우리가 공통적으로 잘하는걸 찾아보자."

서유리가 말했다. 처음으로 그럴듯한 말이 나오자 그 뒤로 수많은 의견이 쏟아졌다.

"차원종 학살!"
"테러리스트 진압!"
"유니온 간부들 이빨털기!"

물론 그중에서 쓸만한 의견따위는 하나도 없었다.

"그러면, 다들 적당히 할줄 아는거는?"

"운동은 개인 레벨이 천차만별이라..."

"음악은 어때?"

"어?"

이슬비의 음악이라는 의견에 모두가 '아! 이거다!' 싶은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난 베이스기타는 하는데...것보다 세하 너는 악기 다루는거 있었어?"
"나? 일렉기타는 좀 할줄 하는데... 헤비메탈에 심취한 엄마한테 배웠거든."

"유리는...?"
"난 악기는 딱히 잘하는게 없고, 보컬?"

"미스틸은 피아노 칠 줄 알아요!"

"아저씨는요?"
"드럼,알파퀸하고 같이 헤비메탈에 심취했거든."
"중학생 나이 아니였나요?"
"중2였어."
"아..."

"그럼, 음악으로 결정 한거죠? 가서 말하고 올게요."

그렇게 검은양 팀은 검은양 밴드라는 팀을 만들었으나 이 팀명이 사용되는 일은 없었다. 차원종에게 모든 힘을 쏟아낸 검은양 탐은 자기계발에서 거짓말처럼 예산을 낭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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