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의 충견-2화-

렘넌트 2016-01-28 0

어?

공중으로 날아가는 알파의 얼굴은 딱 그런 표정이었다.

알파는 피를 흩뿌리면서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더니 철퍽! 하는 소리와 함께 무참히 떨어졌다. 눈에는 벌써 초점이 없었다. 눈에는 의구심이 가득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알파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 한 듯 했다.

이것은 불과 수 초 만에 일어난 일이다.

나 역시 어안이 벙벙했다.

내 눈앞에 있는 것은 A급 차원종 중에서도 서류로만 접했던 ‘말렉’이었다.

방금 알파를 해친 것은 이 거대한 차원종의 우악스런 발톱인 것 같았다. 말렉은 포효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를 질렀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나는 심장이 쿵쾅대는 것을 느꼈다. 그 고동이 점점 심해지더니 머리를 둔탁하게 때리기 시작했다.

말렉이 점점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움직여야 하는 데에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두려움이 벌써 나의 다리를 지배했다.

쉬익.

말렉이 앞발을 휘둘렀다.

시력이 좋지 않은 것인지 무언가 외부의 압력이 있는 건지 말렉의 발톱은 내 이마의 가운데를 찢었다. 내가 조금만 더 앞에 있었다면 두 동강이 날 뻔했다.

피가 흘러내렸다.

두려움이 마침내 이성을 마비시키기 시작했다.

그래, 차라리 죽여라. 죽여서 나를 이 두려움 속에서 해방시켜라. 저기에 널브러져있는 알파처럼 나를 죽이란 말이다.

내 시야에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가 고였다. 세상이 빨갛게 보였다. 저번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이 언제인지 기억하고 있었다. 알파가 치료랍시고 내 눈꺼풀에 소독약을 붙는 바람에 눈은 눈대로 빨갛게 되고 냄새는 냄새대로 지독했던 그 때가.

그 시시한 기억이, 시시한 기억이 나를 움직였다.

말렉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두려움에 의한 고동이 점점 변하더니 내 시야에 쓰러져있는 알파를 보자 두려움이 무엇으로 변하는지 나는 알아챘다.

분노.

내 팀원을 죽인 분노.

주체할 수 없는 분노.

지직, 지직.

내 몸에서 타는 듯 한 소리가 들렸다.

나의 능력을 발휘하는 신호.

나는 그대로 말렉에게 덤벼들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크오오오오오오오오오!!!”

누가 사냥꾼이고 누가 사냥감인지.

누구의 비명이고 누구의 절규인지.

말렉을 공격하는 나 역시 말렉이 내는 짐승의 소리와 같은 소리를 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리 분노가 치밀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2024-10-24 22:43:4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