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커(Striker) - 6 (제1장 : 클로저(Closer))

남캐 2015-01-23 2

 * * *

 1.

 가입 회원 70억명 돌파! 식지 않는 인기, 줄어들지 않는 유저 유입!

 사용자의 취향에 따른 완벽한 자유 플레이. 모든 가능성의 엔딩을 만들어라!
 
 21세기 초, 2002년. 기술문명의 정점을 찍은 인류는 어느날 갑자기 정체 모를 차원문을 타고 나타난 이계 생명체들의 침략을 받는다. 어째서인지 재래병기가 통하지 않는 이계 생명체들에게 도시는 쑥대밭이 된다.

 하지만, 죽으란 법은 없던 것인지. 극소수의 인간들은 차원문이 열리면서 발생한 '위상력'이라는 의문의 힘에 의해 각성, '차원종'이라 불리는 재래병기 내성의 이계 생명체에게 대항할 초인적인 힘을 얻는다. 그리고, 그런 각성한 이능력자의 막대한 희생을 딛고, 인류는 차원문을 닫는 데 성공한다.

 차원문을 닫는 이능력 각성자들, '클로저(Closer)'. 그들은 '1차 차원전쟁'이라 불리게 된 차원종의 침략 재발을 막기 위해 UN 산하 유니온(UNION)이라는 조직에서 차원문과 위상력에 대해 조사함으로, 위상력이 어느 특이점에 이르면 차원문이 열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그 때, 클로저들의 희생으로 닫혔던 차원문들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다시 시작된 이계 생명체들의 침공. 모든 것은 당신의 자유로운 선택에 달렸다. 그런 세계에서, 당신의 선택은? 

 ……아주 흔한 이종족 침공 판타지 소설 같은 스토리다. 그래, 딱 내가 태어나기 전인 19년 전만 해도 진짜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법한 망상 가득 설정이라고 모두가 생각할 스토리.

 그래서, 그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는 작품은.

 ──현실이다.

 * * *

 아무튼, 그런 현실인데다, 그 이능력 각성자인 '클로저'도 내 이야기지만, 내가 고등학생인 이상, 학교는 여느 학생들이나 다를 것 없는 평범한 학교다.

 "……팩을 잘못 가져왔네."

 게임기를 키고 나서야 안 거지만, 아침에 늦게 일어나 허겁지겁 등교한 탓에 어쌔신크리드 신작을 가져온게 아니라 아이마스2(후기 참조 1)를 가져와 버렸다. 아무리 쓰레기 게임이라도 한 번 잡으면 엔딩을 봐야 하는 성미인 탓에, 하던 게임을 안 하고 다른 걸 해버리면 자꾸 뭔가 손에 가시가 돋는 것 같은 느낌이라 집중이 안 된다. 게다가 혼자일때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주위 신경 안쓰는 나라도 학교에서 아이마스는 좀…….

 "오늘 게임은 글렀나……."

 허탈감에 기지개를 쭉 펴자 하품이 쭉 나왔다. 눈가에 물기가 잡히고 3교시 끝났을 즈음의 그 특히 찌푸드드한 느낌이 온몸에 가득…….

 "에헤~, 역시 폐인 이세하 아니랄까봐 학교에서까지 게임기를 놓지 않는 거야?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건 뭔데? 아이돌마스……, 응?"
 "흐갸아아아아아아악!!!"

 갑자기 뭔데뭔데뭔데뭔데?!

 진짜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다. 하품 중에 무방비한 등에 뭔가 물컹하는 감촉이 있다 싶더니 난데없이 책상에 올려뒀던 게임기를 누군가 낚아챈 것이다. 당연하지만 지금 게임기에 삽입된 팩은 아이마스2. 게이머로서 그 어떤 게임이라도 차별하지 않고 하는 주의긴 하지만 그건……?!

 "……으, 너도 이런 게임속 여자애 바글바글하고 막 오니쨩 아이시테루하고 막 그런거 좋아하는 애였구나, 이세하."

 이제 망했다라는 생각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내가 거의 비명이나 다름없이 소리친 탓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 꽂혀있는데, 내가 왜 경악하는지 따위는 아주 전혀 신경쓰지 않는듯한 완벽한 마이페이스로 내게서 게임기를 낚아챈 배려 없는 여자애는, 어쩐지 되게 경멸하는 걸 보는 듯한 눈으로 날 내려다보며 배려따윈 하나도 없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 난 망했어! 그나저나 뭐냐고, 그 눈은?!

 아무튼, 그런 취향 존중 따위는 쥐뿔도 없어 보이는 눈으로 "으으……." 하고 내게서 뒷걸음질 치고 있는 긴 흑발의 시원스러운 용모의 여자애는, 얼마 전 구성된 '검은양 프로젝트'가 있기 전에는 나랑 별 관계도 없었던 나와 같은 '검은 양'팀의 수습 클로저이자 동급생 소녀, 서유리다.

 "오, 오니쨩 아이시테루라니, 그 편견 가득한 대사는 뭐냐고?! 게다가 그, 그저 난 게임을 차별하지 않을 뿐이라고! 난 그냥 모든 게임을 좋아할 뿐이지 별로 그런 취향은 아니란 말이야! 그나저나 뭐야?! 왜 갑자기 나타나서 남의 게임기를 가져가는 건데?!"
 "흐응……, 여기 설득력 없는 설득을 하는 사람이 있네……, 걱정 마. 세하야. 난 네가 오타쿠라고 해서 딱히 막 차별한다던가 그럴 생각은 없으니까."
 "크으……, 다 틀린 말은 아니라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크윽……."

 주위가 수근대기 시작한다. 이쪽까지 들리는 큰 목소리로 말하는(유리도 이 녀석이랑 진짜 다를 바가 하등 없다) 눈치 없는 녀석의 말을 들어보니, "뭐, 이상할 거 없잖아? 이세하는 원래 생긴 것만 그럴듯한 오타쿠였어."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본래 그리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내 이미지는 완전히 작살나는구나…….

 "뭐어, 이렇다면 이해할 수도 있지. 이세하가 이상할 정도로 여자한테 관심이 없어서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흐음, 뭐, 이런 취향이라면야."
 "하아……, 딱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여자한테 별 관심이 없을 뿐인데……."

 ……이미 끝장난듯 해서, 내 이미지에 대해서는 그냥 대충 자포자기하기로 했다.

 "그래서, 넌 왜 여기에 있는 건데?"
 
 중요한 물음이었다. 아무 이유가 없진 않을 터다. 내 이미지는 둘째치고, 유리는 나와 같은 유니온(UNION) 소속, 그것도 같은 수습 클로저 팀인 '검은 양(BLACK LAMBS)'의 수습 클로저로, 그저 같은 학교라는 정도만 인지하고 있던 우리가 서로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얼마 전 실행된 '프로젝트 검은양'의 일환으로 같은 팀이 된 이후이다. 

 우리 팀, '검은 양'의 배치 지역은 안전 분류 지역인 신(新)서울 강남. 얼마 전, 1차 차원전쟁 이후로는 처음으로 국지적으로 다시 발생하기 시작한 차원종 출현은 우리 검은 양의 배치지역인 강남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했다. 하지만, 강남에서 출현한 차원종들은 모두 재래병기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인 D급, E급 차원종들이 전부였지만, 얼마 전부터는 위상능력자가 아니면 상대할 수 없는 C급 차원종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위상력이 각성한 클로저는 인류 전체에서 극소수. C급보다 강한 B급, 심지어 대 차원종 전문 전투요원이라고 할 수 있는 유니온 소속 정식 클로저요원 혼자서도 상대하기 힘들다는 A급 차원종까지 출몰하는 진짜 위험지역에 파견되어 있는 정식요원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기에, 비교적 안전지대인 강남에는 정식 클로저 요원들이 파견되지 못했고, 그렇다고 해서 차원종들을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일이기에 우리와 같은 유소년 클로저 팀을 구성해 정식요원이 파견되지 못한 구역을 우리 같은 수습요원들로 대처하려는 의도로 우리 팀이 구성된 거라고, 나는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정식요원이 부족해서, 우리 같은 유소년 수습요원 팀이 구성될 수밖에 없었던 걸까? 그 잘난 어른들의 사정에서, 정말로.

 "야, 그런데 갑자기 너 왜 표정이 어두워지는 거야……? 그리고 왜 여기에 있냐니?"
 "응? 말 그대로잖아? 무슨 일이 있어서 찾아왔냐는 거야?"
 "무슨 일? 그냥 놀러온 건데?"
 "크헥……."

 유리의 대답을 기다리고 눈에 힘까지 주며 조금 긴장하고 있었는데, 어쩐지 돌아온 답은 굉장히 힘빠지게 하는 소리였다. 그냥 놀러왔다, 라니…….

 "어이, 어이……."
 "캬핫핫! 맨날 혼자 여자애들 나오는 게임이나 하는 음침한 세하가 불쌍해서 이 마음 착한 서유리님이 지나가다가 놀러와준 거라고. 고맙지, 고맙지?"
 "……정말, 정말 너무너무 고맙다."
 "뭐야, 그 무지 짜증난다는 얼굴은……, 장난이니까 정색하지 마……."

 실없게 열받는 소리나 하는 유리를 한 번 노려보고 나니, 괜히 긴장했던 내가 바보같이 느껴진 탓에 나도 모르게 힘이 빠져 책상에 철푸덕 엎어졌다. 정말이지…….

 "……음?"

 ──순간이었다.

 갑자기 온 몸을 곤두서게 만드는 이질적인 감각. 싸늘한 얼음으로 만들어진 손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쓸고 내려간 것 같은, 거부감으로 가득한 느낌이, 온몸에 느껴진 것은.

 그것은.

 "……위상력?"

 순간 나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내가 책상에 엎어지자 어색한 표정을 짓고 어쩔 줄 모르고 있던 유리는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왔다.

 "어라? 야, 왜 그래?"
 "안 느껴져? 이 느낌?"
 "느껴지냐니……, 뭐가 말이야?"

 유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며 연신 눈을 깜빡여댔다. 모르는 거야? 이걸?

 이곳, 신강고등학교에는 나를 포함해 총 세명의 클로저가 있다. 우연일지 모르겠지만, 우리 검은 양 소속의 클로저 중 두 명, 슬비와 유리는 모두 내 동급생이다.

 위상력을 다루는 클로저에게는, 다른 위상력에 대한 '느낌'이 있다. 그것은 일종의 냄새, 향과 같은 것으로, 실제로 나는 슬비나 유리에게서 같은 위상능력 각성자의 느낌을 받는다. 슬비의 위상력에서는 마치 향초와 같은 신비한 느낌이 들고, 유리의 위상력에서는 마치 폭죽과 같은 경쾌한 화약 냄새 같은 느낌이 난다. 하지만, 지금 갑자기 내 뇌리를 스친 이 이질적인 느낌은 슬비의 위상력 기척도, 바로 옆에 서 있는 유리의 위상력 기척도, 그 어떤 것도 아니었다.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유니온에서 판정한 내 위상 잠재력은 거의 모든 클로저를 통틀어도 최대 랭크에 속해있다. 하지만, 그런 내 위상 구현력은 잠재력에 지극히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 나이기에, 위상력을 활용해 다른 위상능력자의 흔적을 추적한다든가 하는 섬세한 위상 구현은 할 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섬세한 기술이 없는 나임에도 이 강렬한 위상력의 느낌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세하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발을 재촉했다. 유리가 당혹스런 목소리를 냈지만, 일단 이 이질적인 느낌을 따라 복도를 내질렀다. 위쪽이었다. 이 느낌은 계속 위쪽을 향해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냥 위쪽이기만 했던 느낌은 옥상 문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옥상 문을 벌컥 열고 그대로 뛰쳐들어갔다. 눈 앞에 어떤 위험이 있을지도 모름에도, 어째서인지 몸은 멈추지 않았다.

 "앙?"

 그렇게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선 옥상. 그 정 중앙에, 의아한 목소리를 내며 날 돌아보는 한 명의 소녀가 있었다.

 "뭐야, 갑자기 나타나서는 지쳐서 헥헥대고는……, 응? 뭐야, 이 느낌……, 아……, 그렇군. 너도 클로저구나? 게다가 이 가공되지 않은 거친 느낌……, 헤에, 오빠구나. 그 '알파 퀸'의 아들이."

 그렇게 바라본 소녀는, 온통 새빨간 색채의 소녀였다.

 마치 타는 것처럼 아름다운 선홍빛 눈동자가 요염하게 웃었다. 그 눈동자의 색과 너무나도 어울리는 진홍의 세미롱 헤어가 바람에 천천히 흩날렸다. 

 당당한 미소를 얼굴 가득히 띠고 있는 여자아이였다. 얼굴에서 보이는 나이는 열다섯, 열여섯 정도일까. 작은 체구의 슬랜더 타입인 탓에 내 또래거나 나보다 한 두살 어리게 보였다. 소녀에게서는 어쩐지 헤이젤 향이 풍겨왔다.

 소녀는 그냥 봐서는 통상적인 차림새로 납득할 수 없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 어깨와 허벅지를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는, 마치 검은 가죽 끈 같은 것으로 고정한 새빨간 네글리제를 연상시키는 하늘거리고 얇은 원피스 차림새. 그녀를 두르고 있는 공기에서는, 어쩐지 조금씩 타닥타닥 불꽃이 튀는 것처럼 뜨거운 감각이 느껴졌다. 소녀는 새하얀 어깨 주위를 장식하고 있는 검은 끈과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장갑을 낀 손을 살짝 내밀었다. 순간 그녀의 손에서 엄청난 기세로 1M가 넘는 높이의 휘백색 불꽃이 타올랐다. 소녀는 입가를 씩 비틀면서 그 불꽃을 쥔 손을 내게 내밀며…….

 "빵!"
 "큭?!"

 적발 소녀는 불꽃을 쥔 손을 가볍게 흔들며 장난스레 외쳤다. 거기서 긴장한 몸이 나도 모르게 놀라버려서, 나도 모르게 발을 헛디뎌 제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며 적발 소녀는 쿡쿡 웃었다.

 "뭐야, 귀여운 오빠야네. 그런 말도 안되는 잠재력을 품고 있는 주제에.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구? 도로시는 오빠한테 아무 짓도 안 하니까."
 "넌……, 누구야? 너도 클로저인 거야?"
 "난 이미 자기소갤 했는걸? 내 이름은 도로시. 성은 없어. 도로시가 내 풀 네임이자 닉네임. 타입은 캐스터. 오빠네 '검은 양'의 핑챙 카운터라고 생각하면 돼. 세하 오빠." 

 도로시는 입가에 손을 가져간 채로 쿡쿡 키득이며 말했다. 놀랄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이쪽이 가장 큰 의문이였다.
 
 "슬비를 그딴식으로 말하지 마! 그리고, 너, '우리'를, 알아……?!"
 "어머, 그런 머저리를 같은 팀이라고 감싸는 거야? 헤에, 꽤 멋진 구석도 있네, 오빠. 물론. 아주 잘 알지. 앞으로 같이 놀 상대도 제대로 몰라서야, 제대로 즐길 수 있겠어? 안 그래, '스트라이커' 오빠? 쉽지 않을 걸? 도로시도 처음엔 엄─청 힘들었으니까. 클로저의 실전이라는 거 말야."
 
 도로시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난간쪽으로 걸어갔다. 이윽고 요란하게 뒤쪽 계단이 울렸다. 그리고 잠시 후, 거친 숨을 몰아쉬는 슬비가 내 앞을 가로막으며 유리와 함께 나타났다. 슬비는 그녀의 통상무장인 픽스트 나이프를 쥐고 있었다.

 "비켜, 이세하, 위험해!"
 
 슬비는 다짜고짜 위상력의 염동력으로 날 뒤쪽으로 밀치며 내가 서 있던 자리에 서서 도로시를 마주보고 섰다.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거친 숨을 몰아쉬는 슬비의 목소리는, 어쩐지 굉장히 다급해져 있었다.

 "어머나, 안 그래도 언니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고 바로 나타나네에. 아카데미 훈련생 시절 이후로는 처음이지? 슬비 언니."
 "……도로시."

 어쩐지 슬비의 목소리가 괴롭게 잠겼다. 도로시는 말 없이 입꼬리를 올리며 나와 유리 쪽을 번갈아가며 한 번씩 바라보더니, 작게 쿡쿡 웃으면서 우리에게 등을 돌렸다. 

 "뭐어, 거기 핑챙 언니 정도면 나 혼자서도 충분한데에……, 거기 기세녀랑 오빠까지 더하면 아무리 나라도 조금은 힘들지 모르겠네. 그렇다면 이만일까나~♡ 오빠한텐 슬비 언니처럼 가녀리다 못해 빈약한게 스트라이크일지 모르겠지만, 온통 망가지고 흐트러져서 그런 곤란한 서비스를 보여주는 건, 난 싫거든. 과도한 서비스는 여자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

 ……슬비의 몸이 어쩐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하는데, 조금 전의 어두운 느낌에 분노가 섞인 느낌인 것은 단지 기분 탓만은 아니겠지.

 "아무튼 '문'의 흔적을 쫓아다니니 이 학교도 조만간이네……, 바이바이, 세하 오빠. 그런 멍청한 여자들이 아니라 나랑 팀이 되었다면 좀 더 놀아줬을 텐데……, 뭐, 곧 만날테니까 섭섭해 할 필요는 없어~♪"
 "누가 멍청하다고?!"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죽도를 쥔 유리가 발끈해 방방 뛰며 소리쳤지만, 도로시는 듣지도 않았다. 아무튼, 자기가 할 말만 그렇게 말하고 난 뒤, 도로시의 붉은 머리칼은 갑자기 격렬하게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시, 갑자기 그녀를 휘감기 시작한 바람은 어느새 격렬하게 타오르는 주홍빛 화염이 되어 그녀의 온몸을 감싸고, 한줄기 주홍빛 섬광이 된 도로시는 새빨간 부츠발로 바닥을 찼다. 순간 통, 하고 튀어오른 주홍빛 섬광은 순식간에 내 시각에서 사라졌다. 정말 말도 안되는 스피드였다.

 마치, 그녀 자신이 맹렬하게 타는 주홍빛 섬광이라도 되는 것처럼.

 "큭……."
 
 슬비가 작은 신음성을 내면서 나이프를 쥔 양 팔을 힘 없이 떨어트렸다. 슬비에게서 이가 까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유리가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저어, 슬비야, 너……."
 "……아무것도 아니야."

 슬비는 유리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말을 끊고는 고개를 떨군 채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계단을 내려갔다. 유리는 걱정스런 얼굴로 내 쪽을 바라보며.

 "왜 저럴까, 슬비……? 평소랑은 다르게 힘이 많이 없어 보이는데……."
 "나라고 알겠냐……, 그리고 방금 그 빨간머리 여자애는 대체……."

 유리와 나는 서로를 마주보며 머리에 떠오른 의문을 마주 내뱉지만, 둘 모두, 서로의 해답을 내 줄 수 없었다.

 * * *

 이 작품은 조아라, 타입문넷, 인벤 연재본과 같은 내용이지만 필터링 때문에 단어 사용이 조금씩 변해 있습니다.

 공홈 연재본은 조아라, 타입문넷, 인벤 연재본보다 필터 때문에 단어 사용이 변화된 것이 많습니다.
2024-10-24 22:22:0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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