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제이유정] 당신의 하트에 건강차!
다프트펑 2015-01-22 5
언제나의 반갑지않은 햇빛이 아침을 깨운다. 어떻게하면 이 단순한 햇빛에 비타민 D가 들어있는지 신기하지만 그런건 뼈에 좋지 지금의 내 만성지병들에게 겨우 비타민 하나가지고는 부족하다. 차피 사람은 부족한 존재니깐 말이다.
"으.. 힘차고 강한 아침!"
침대에서 나와서 방문을 열었다. 어제는 임무가 제법 빡세그런지 팀의 사무실에 있는 수면실에서 그냥 자버렸다. 보통때라면 시끄러운 아이들이 나를 또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뭐 사달라고 조르는소리에 시끄러워야 하는데 왠일로 사무실이 조용했다. 조용한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불운의 관리요원 유정씨였다.
"아 제이씨. 어제는 여기서 주무신거에요?"
"어. 그렇게 빡센 임무를 주니 내 피로도는 이미 제로라고. 안 그래도 안 좋은몸인데 다치면 보험처리 해줄거아니잖아? 언제 유니온에서 4대보험 해주는거 본적있나?"
"하.. 하긴 그렇네요. 하하하..."
김유정. 지금 우리 검은 양 팀의 관리요원으로서 제법 고생하는 30대줄에 드러선 여자다. 처음에는 뭔가 어리바리한 관리요원이여서 걱정이 이만저만이였지만 역시 엘리스코스를... 밟았다고 주장한게 거짓말은 아닌것같았다.
사무실 책상에 걸터앉은 나의 눈에 들어온것은 세하와 유리의 승급에 관한 종이였다. 분명히 그 두녀석 벌써 정식요원 승급을 받을때가 될 정도로 시간이 지난건가? 이 팀으로 정말 괜찮나싶은게 엊그제였는데 세월 참 빠르군. 그리고 그 세월속에서 내 몸은 언제나 마찬가지로 지상 최악의 상태를 유지중이였다.
"시간 참 빠르죠? 엊그제만해도 저 이 팀에서 잘할수있을지 없을지 걱정이였는데. 벌써 저희팀에서 두명이나 정식요원 승급이라니..."
"그리고 그 세월속에서 최연장자인 우리는 원망스럽게 나이만 먹어갔구만."
"제이씨! 뭔 그런소리를 하세요! 저 아직 30초...!!"
순간 '30대 초반이라고요!!!'라고 말하려는 유정씨가 말을 멈췄다. 아무래도 아직도 자신이 20대의 꽃다운 청춘의 나이를 지내는 아가씨인줄 아는것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녀의 바람처럼 뜻대로 안 이뤄진다. 어쩌다한번 그녀의 술주정을 들었을때가 생각났다.
당시 상황이... 맞아. 그 국장이라는 작자랑 술싸움같은걸 하고서 바로 자기 직속상사한테 세상의 욕이란 욕은 다하고 전화로 나한테 전화했을때였을거다. 등에 업힌 그녀는 입에서 술냄새 풀풀 풍기면서 소리쳤었다.
-놘! 야짘 20떄야~!!!
아마 이때 그녀의 나이가 20대 후반이였던걸로 기억한다. 생각해보니 이런 작은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어간지 제법 된것같다. 햇병아리 풍기던 놈들은 이제 학교를 졸업하고 정식요원으로 승급하는일만 남았다. 우리 작은 리더님은 아직 그런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조만간 정식요원 승급에관한 이야기가 필시 나올터다.
미스틸은... 좀 더 봐야겠지. 그 꼬맹이는 G타워 사건이 끝나자마자 다시 독일로 돌아갔다. 지금 녀석이 16살정도된건가? 3년. G타워에서 3년이 지났다라...
"나이만 먹었지. 하는짓거리들은 3년전이나 다름없군."
작전지역에서 게임을하는 세하녀석. 그리고 그런 세하를 가만히두지않는 우리들의 작은리더 슬비. 그리고 그 모든상황이 웃기게 보이는지 뒤에서 헬렐레 웃는 유리. 미스틸녀석도 분명히 웃으면서 봤었지. 나는... 작전지역에서도 약을 챙겼고.
나이때문에 잠시 멘탈이 승천한 유정씨도 이제 정신차렸는지 책상에있던 서류를 챙겨서 파일에 넣었다. 사무실에 한켠에는 우리팀에 관한 보고서를 모아둔 파일을 꽃아둔 책장이있다. 그러고보니 아무것도 없었던 저 책장도 이제는 제법 꽉 차보여서 우리 사무실을 좀 더 있어보이게 해주었다.
그중 '요원프로필'이라고 붙여있는 파일에 눈길이갔다. 제법 오래된걸 보니 아마 팀이 만들어지고서 얼마 안될때 만든 파일일것이다. 유정씨 제법 섬세하구만. 난 그 파일을 꺼내서 천천히 읽어보았다.
"세하녀석. 좋은 스펙을 그렇게 쓰지못하다니.. 오, 역시 리더는 다르구만 확실히 노력파이긴 하지. 음.. 유리의 스리사이즈는 여기에 안 써져있는건가? 잠깐.."
쭉 넘겨보다가 내 프로필을 보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관리요원의 평가'라는 란이 보였다. 그리고 거기에는 유정씨의 글씨체로
'이런 퇴물을 어디에 쓰라는거야!!! '라는 글이 써져있었다.
"유정씨는 날 퇴물로 생각했던건가? 꽤 실망인데..."
"제..제이씨!! 지금 뭘 보시는거에요?!!!"
내가 파일을 보는걸 아무렇지않게 여기던 유정씨가 내 한마디에 갑자기 큰 반응을 보였다. 다른애들은 평가란에 성장가능성이 어쩌네 하더니 나는 퇴물인가. 하긴 나라도 이런 내 모습을 보면은 퇴물이 아니라 쓰레기취급을 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퇴물을 잘 굴렸으니 유정씨의 능력은 인정할만하다.
한참을 내 평가에대한 유정씨의 변명을 듣고서 그 모습에 꽤 긴 시간동안 웃은 나는 건강차를 끓일수있게 준비해뒀던 포트에 물을넣고 버튼을 눌러서 물이 끓을때까지 새로운 건강차의 재료를 찾기위해 몸에 좋은 약초에 관한 책을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저번에는 산삼과 더덕을 갈아서 맛이 꽤 썼으니 이번에는 매실같은걸로 차를 만들까, 아니면 강원도 거봉으로 액기스를 만들까 생각하던 차에 물이 다 끓여졌는지 포트에 주둥이 부분에서 수증기가 힘차게 올라왔다.
"유정씨도 거기서 괜히 일하는척 하지말고 이리와서 내 특제 건강차를 먹어보는게 어때? 이 녀석은 숙취에도 좋은거라고?"
"아, 네."
유정씨가 자리에앉고서 난 포트를 가져와서 차팩이 들어있는 종이컵에 물을 따랐다. 팩에 닿자마자 포트에있던 물이 투명한 색에서 연한갈색으로 변하면서 차 특유의 향이 나기 시작했다. 이 차는 맛도 좋지만 무엇보다 향도 같이 즐기기위해서 만든 녀석이니 여자라도 좋아할만한 나의 특제 건강차중 하나였다.
잠시 차를 마시면서 심신의 안정을 취하는 나와 유정씨. 특히 유정씨는 차의 맛이 맘에 들었는지 꽤 미소를 지으면서 차를 마셨다.
"이 차 정말맛있네요. 뭘로 만드신거에요? 저도 한번 만들어볼까하는데.."
"미안. 이거 제조법 까먹었어."
난 한치의 거짓말도없이 말하였다. 진짜로 이 차는 어쩌다 만들어진 녀석이다보니 딱히 제조법도 없었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넣다보니 만들어졌어.'라고 말할수는 없는노릇이니... 적당히 이렇게 얼버무리는게 정답이다. 유정씨는 아쉬운듯 그저 차만 마셨다. 이런 **. 저런 얼굴을 지으니 어떻게든 제조법을 기억해서 알려줘야겠군.
한가한 오후의 여자와 차를 마시고있는 상황...인가.
"제이씨?"
문득 떠올랐다. 전쟁중에 만났던 '그녀'. 그때는 나도 이렇게 병약해서 건강관리같은건 개나 주라고 하면서 신나게 놀러다녔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건지...
하도 술을 좋아했던 그녀와 매일매일 술만 먹으면서 차원종과 싸웠던 전쟁터에서 나는 정말로 살아서 돌아온것인가? 아니면 이미 죽은건가? 하긴 몸에 온갖 지병을 가졌는데도 죽지않은게 더 이상하니말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디에? 다가서지못했던 그때의 나는 이제없다. 그러니 말할수있다.
"제이씨...?"
".....조.."
"조..?"
"좋아했다. 전부터 계속.. 농담삼아 말했던것도 전부 진심... 어..?"
내 눈앞에 있던건 '그녀'가 아니였다. 얼굴을 붉게 붉힌 유정씨가 어쩔줄몰라하면서 얼굴을 가리고있었다. 그런가.. 그 전쟁에서 살아남은건가. 이제서야 실감났다. '그녀'는 없다. 지금 내 앞에있는건 3년동안 열심히 신서울을 같이 지켜낸 전우인 유정씨가 있다. 그리고 이곳은 전쟁터의 한복판이 아니였다. 모든것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온 어느 오후의 내가 있어야할 곳이였다.
"제이씨...."
"아.. 이... 이건 말이야..."
뭐라 할말이 없다. 당연하겠지. 전혀 생각지도 못한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람에게 고백을 받으면 누구나 유정씨같은 반응을 보이겠지. 어색한 분위기가 시작될것이다. 그리 예상하면서 포트나 만지작 거리기로 생각했다.
얼떨결에 말해버린 고백에 유정씨가 오해하기 시작한지 10분이 지났다. 유정씨가 맛있다고 말한 제조법이 생각나지않는 차를 3번을 따라줬다. 이 어색한 공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떻게든 뭔가 말하려다 서로 말이 겹치는 바람에 이야기도 시작할수없게되었다.
그저 아까운 시간만 흘러갔다. 더 이상 이런 분위기가 진행되면 나중에 임무같은데에 분명히 영향을 끼칠거다. 유정씨의 성격상 일이 앞서지만 가끔가다 감정적이게되는 그런 성격이니 여기서는...
"유정씨."
"ㄴ..네..!!"
갑자기 내가 부른것에 깜짝놀랐는지 유정씨가 흠칫거리면서 반응했다. 저번에 한번 애들이 보여줬던 그거를 나만의 방식으로 바꿔서 해야겠다. 나이 먹을대로 먹은 내가 할짓은 못되지만... 난 포트를 들고서 당당하게 한쪽다리를 들고 그녀를향해 외쳤다.
"당신의 하트에 건강차!!!"
".....에?"
"당신의 하트에 건강차!!!"
"제이씨...."
"당신의 하트에 건강..!!"
"그만해요.. 푸후후후훕...."
아무래도 예상못한 나의 행동에 유정씨도 웃긴가보다. 일단 분위기를 어떻게든 만든건 좋은데 그 뒤에 몰려오는 어쩔수없는 창피함이 내 몸을 선명하게 핥는 바람에 일방적으로 내가 유정씨에게 놀림을... 아 **...
"제이씨가 설마 그럴줄이야.. 아 진짜 일년치 개그 다 본거같아요."
"...조용히 해. 난 지금 매우 부끄럽다고."
"알겠어요. 것보다 제이씨. 눈 감아보세요."
"갑자기 눈은 또 왜? 말해두지만 난 눈...."
"제이씨 눈은 제이씨의 몸중에서 가장 멀쩡한 부분이잖아요? 설마 자신이 말해놓은걸 까먹은거 아니겠죠?"
그러고보니 3년전 강남에서 그런말을 한것같은... 어쨌든 유정씨의 재촉으로 나는 눈을 감았다. 설마 눈을 감은채... 에이 뭔 그런 식상한.. 유정씨 그렇게 안봤는데 정말 구석기시대같은...
-쪽.
키스. 내 입술에 닿은건 분명히 유정씨의 입술이다. 이 무슨 식상한 첫 키스인가. 눈을 떠도 된다는 유정씨의 말이 들리자 바로 눈을떠서 유정씨의 얼굴을봤다.
언제나의 그 밝은 미소. 오후의 햇빛이 그녀의 갈색빛 머리칼을 더욱 빛나게 해줬다. 이쁘다. 다른 어떤말도 필요가없었다. 이 사람. 너무 이뻐서 뭐라 할말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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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파과!
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