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하 단편.
닥터히카르도 2015-01-21 1
비가 추적추적 진상을 부리며 내려와, 온 몸이 다 젖어들어갈 즈음 골목길에서 낑낑거리는 작은 소리를 들었다. 어라, 무슨 소리지. 하고 골목길을 들어가보니,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불쌍하게도 버려진 듯 비에 의해 다 젖어 글씨를 알아보기조차 힘든 종이와 함께 있었다. 그 조그만 몸으로 바들바들 떨고있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마치 자신의 모습과 같아보여 뒷일은 생각도 안 하고 조심스레 안아들었던 게 화근이었다.
그 조그만 강아지를 꼭 안고 최대한 비를 안 맞게 조심스레 다니다보니, 평소보다 집에 가는 시간이 배로 늘어난 기분이었다. 물론 실제로도 그랬을 것이다. 집에 거의 다다랐을까, 그 비는 소나기였던 것인지 하늘은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먹구름으로 가려진 태양을 수줍게 내비쳤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잠시동안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그 새를 못 참고 나온 것인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큰일이다.
미처 도망가지 못 하고 그대로 아이들에 눈에 발각되어, 그 조그만 몸으로 어떻게든 강아지를 숨겨보고자 더 꽉 껴안았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강아지를 발견한 것인지, 이리 줘보라며 손을 내밀었다. 재촉하듯 손가락을 까딱이는 모습에 반항하듯 뒷걸음질 쳤다. 나처럼 괴롭힐 거잖아. 그 작은 반항은, 몸을 가격해오는 아이에 의해 목 안으로 다시 기어들어갔다.
그 작은 몸으로 덩치를 어떻게 이기랴. 결국 작은 강아지는 그 아이들에게 뺏기어서, 이리 던져지고 저리 던져지며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어버렸다. 마치 공마냥, 놀기라도 하는 듯 내게 잡아보라며 서로가 서로에게 던져 주고받고 있었다. 그 작은 강아지는, 깨갱 거리며 반항도 못 하다 결국 한 아이가 놓침으로 인해 둔탁한 소리와 함께 딱딱한 아**트 위로 떨어졌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야, 죽었나봐. 등의 이야기를 지껄이며 당황한듯 싶더니, 이건 다 네 잘못이라며 도망가듯 뛰어갔다. 허무했다. 처음으로 느껴본 동질감의 존재가 죽어버리니, 슬프고도 허무했다. 제 나름대로 지켜줄려고 애썼는데, 결국 지켜주지 못 했다. 그 아이들이 남기고 간 말이 귓가메 멤돌았다. 강아지를 지키지 못 한 것은, 내 책임이야. 미칠듯한 죄책감이 밀려와서, 그 어린 나이의 몸으로는 감당 할 수 없을 정도로 밀려와서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소나기가 지나간 지 오래되지 않아 물웅덩이가 고인 곳에서. 작은 강아지는 주변 온도와 같이 차가운 시체가 되어갔다.
*
슬비야, 유리야, 제이아저씨, 테인아.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이 없었다. 어릴 때처럼, 결국 눈 앞에서 누군가가 죽어버렸다. 그것도 아끼는 사람들이. 자신이 지키지 못함으로서, 처참히 죽어버렸다. 누군가를 다치거나 죽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다 지켜낼 것이라고 다짐했었는데. 자신에겐 너무 큰 무게의 다짐이어서, 결국 해내지 못 했다. 물씬 풍겨오는 비릿한 혈향에, 올라올 것만 같아 입과 코를 손으로 막았다. 소중한 사람의 시체 앞에서 이게 뭐하는 짓이야, 라며 손을 떼버리자 마자 토기가 올라와서, 그대로 바닥에 뱉어내버렸다. 우욱, 욱. 뱉어낼 것도 없어 위액만 뱉어내는 그 소리에, 울음소리는 묻혀졌다.
전부 내 책임이야. 내 책임이야. 내, 책임. 모두 죽어버린 것도, 이렇게 폐허가 된 것도. 전부 내 책임이야. 그렇다면 나는, 살아갈 가치가 있나? 아니, 없어. 사랑하는 사람들 옆에서, 같이 죽어버리자. 그리고 하늘에서 만나는거야. 그러면 예전처럼 서로 지낼 수 있겠지.
바닥에 떨어져있는 건블레이드를 쥐었다. 죽어버리자, 하는 생각과 함께 건블레이드를 제 가슴에 꽂으려니 망설여졌다. 무엇을 망설이는가, 나 때문에 모두가 죽었는데. 그 뒤로 든 생각은, 어이없게도 살고싶어, 였다. 내 책임이라 해도, 살고싶어. 죽고싶지 않아. 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제 가슴에 건블레이드가 꽂힘으로서 피를 토해내며 시체가 되었다. 점점 굳어갈, 다시는 따뜻해질 수 없는 시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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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네. 끝입니다.
짧고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