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꺾이지 않은 불빛
아퀼라 2015-12-28 0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어두운 장소,
고개를 숙인 한 남자가 왼손으로 벽을 짚은채 힘겹게 숨을 쉬고 있었다.
다른 한 손으론 목에 채워진 초커를 움켜쥐고 있었다. 마치 그것이 고통스러운 표정의 원인인 양.
'개목걸이'
벌처스에서 만든 독특한 모양의 초커를 그의 대원 중 하나는 그렇게 불렀다.
그가 평상시와 달리 그 사고뭉치 녀석의 말에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은 것은,
그도 어느정도 그에 동의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애초에 이 초커가 만들어진 까닭이 그 때문이었으니까.
명령을 따르지 않는 벌처스의 처리부대를 강제로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
실제로 지금 이 '개목걸이'는 엄청난 차원압력의 힘으로 그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미 부러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건만, 그는 용케 신음 소리 한 번 안 내고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그런 그를 향해,
불빛 한 점 스며들지 않은 그늘 속에서 뜻밖에도 여자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여전히... 비명조차 지르지 않는군요. 대단하다고 해야하나~? 정말 재미없네요."
그러나 말의 내용과는 달리 그녀의 말투는 이 상황을 상당히 즐기고 있는 듯 했다.
그 소리를 듣고 님자는 고개를 들었지만,
조용히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노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고개를 들자
얼굴 한 쪽을 덮을 만큼 내려온 긴 머리카락과,
그럼에도 완전히 가려지지 않은 흉터,
그리고 푸른 안광이 돋보이는 눈이 번뜩이는 것이 보였다.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을 정도의 심한 고통을 겪고 있을텐데도
그 사실이 믿겨지지가 않을만큼 그의 눈빛은 죽지 않았다.
오히려 무거운 침묵 속에서 강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아직 육안으론 보이지 않는 그 여자였다.
"그렇군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건가요, 트레이너씨."
아까완 달리 딱딱하게 굳었지만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특별히 대답을 기대하고 한 말은 아닌지라
트레이너라 불린 이 남자는 이번에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사실 말대답을 할 상황이 아니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는 듯,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늘 속에서 나와 느긋한 걸음으로 한 발 한 발 내딛기 시작했다.
"후... 그거 알아요?"
그녀의 구두굽 소리가 천천히 울려퍼졌다.
"당신은 언제나 우리 앞에선"
그러자 서서히 희미한 불빛 아래로 그녀의 윤곽이 잡혀져갔다.
밝은 회색 빛깔의 짧은 커트 머리,
"고분고분 충실하게"
하얀 피부와 대조적으로 속을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
"아주 말 잘 듣는 개인양 굴지만... "
베이지색 코트와 더불어 단정한 옷차림으로 세련되고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그 여자는...
"실은 이빨을 숨기고 있는 야수라는 거?"
...바로 홍시영이었다
나긋나긋한 목소리와는 대조적으로 얼굴에는 다소 짜증스러운 기색이 뚝뚝 묻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그리고,"
그늘에서 나온 뒤 처음으로 그녀의 눈가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마치 아주 재밌는 장난을 떠올린 아이처럼.
"나는 그게"
리모콘을 들고 있는 홍시영의 손가락 끝이 천천히 움직였다.
"무척이나,"
그리고 그 손 끝은 정확히 리모콘의 버튼 위에 멈춰졌다.
"거슬리네요."
피날레를 장식하듯 그녀의 입가가 부드럽게 호선을 그었다.
"에잇"
-Fin-
.
.
.
+
'위험하다'
철저히 이성만을 믿는 그녀였지만 이번엔 거의 본능처럼 느낀 이 직감을 도저히 무시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런 불길한 감정이 겨우 벌처스의 '개' 따위 때문에 들다니 기분이 몹시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어차피 초커 때문에 그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홍시영은 그 사실을 떠올리며 잠시동안 두려움에 떤 자신을 타일렀다.
물론 어둠 속에 몸을 숨긴 그녀를 '개'는 미처 ** 못했다.
그는 벌처스에 온전히 충실한 '개'
...라고 분명히 들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홍시영은 그것이 무엇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어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홍시영 자신이, 그리고 그 스스로 계속 자신을 '개'라고 쇄뇌를 해도
결국 늑대는 늑대다, 이건가.
감추고 억누르고 죽이고 또 죽여도,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어 계기만 있으면 지금처럼 금방 타오를 것이다.
그는 지금 겨우 참고 있는거다.
너무나 잘 참고 있어서 본인 스스로도 깨닫지 못랄 정도로.
가끔 뻐꾸기 너머로 비친 그를 볼 때면 가끔씩 푸른 빛이 희미하게 빛나는 듯 했다.
처음엔 그게 기분 탓인 줄 알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보고서에서도 말. 잘. 듣.는. '개'라고 했으니까.
그 말은 벌처스에서 어떤 임무를 주든 그 임무를 완벽히 처리한다는 뜻이었고.
이를 상부에서는 보고서 상으로만 봤을테니,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보였겠지.
가까이에서 예의 주시하며 지켜** 않는 이상 눈치 채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내 명령에 거역하는 걸 보고나서야 조금씩 확신이 들긴 했지만서도 그래도
그 벌처스에서 오랜 시간 공들여 길들인 결과가 겨우 이 정도라니.
그녀는 잠시 헛웃음이 나올 뻔한 걸 간신히 참아냈다.
하지만 그러면 곤란하지.
그래,
적어도 지금은..
아마 조만간 다시 이 초커를 작동시킬 상황이 또 올 것이다.
그녀는 잠깐 그런 예감이 들었다.
뭐 그건 그거 대로 나쁘지 않겠지. 배는 좀 아프겠지만,
모름지기 개보단 늑대를 괴롭히는 게 더 즐거운 법이니까.
그녀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그를 향해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또각 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음산하게 울려퍼지더니 곧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나지막한 한숨을 내쉰 목소리와 함께.
"후... 그거 알아요?"
-끝-
-후기 아닌 잡설-
와 팬픽은 만화나 팬아트보다도 조회수가 현저히 낮더군요~ 댓글도 없는 게 많아서
적어도 욕 먹을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올립니다.<<이파워긍정은뭐지.
이 글은
나타가 처음 나왔을 때 플레이하다가 느낀 걸 적은 건데..
그 때가 아마 신강고? 깨고 있을 때였을 거예요. 벌써 몇 달 전인지...
제 눈엔 트레이너가 비록 임무 핑계를 대고 있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민간인을 지키고 싶어하는..유니원 요원으로 활동했을 때의 그.. 선한 마음도 의지도 남아있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그리고 마냥 고분고분하지 않은 게 네가 나타한테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 그랬었더랬습죠.
목소리도 딱딱하게 굳은 게 뭔가를 억누른다는 느낌... 아 성우 정말 연기 잘 한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성우분 제 사랑을 받으세요. 이 성우님께서 제게 콩깎지를 씌우는 데 아주 큰 일조를 하셨습니다.
빨리 뻐꾸기에서 나와서 NPC로 서있으면 좋겠어요ㅠㅠ 허류...ㅠㅠㅠㅠ 심쿵, 심멎할 것 같아.
어쨌든
나중에 G타워 끝낼 때 쯤 음~ 역시! 하고 생각하던 게 기억나네요.
처음엔 지금보다 매우 짧았습니다.
게으름뱅이라 한참 후가 지나서 다듬다가 지금 올리게 되었네요~ㅋㅋㅋ
흠.. 첫술에 배부를 수도 없고 딱히 명예의 전당에 갈 거라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그럴 바에야 부디 제목부터 재미 없음의 아우라를 느끼고
아무 관심도 안 받고-조회수 0을 노린다능.- 조용히 다른 글에 얼른 묻혔으면 합니다.. ☞☜
보여주고 싶으면서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이 느낌. @,@
제 영원한 딜레마, 딜레마와 딜레마...
처음 올렸다는 것에 의의를 두려고요 헤헷.
2015년이 끝나가네요
새해 복 미리 받으세요~~
(p.s. 미리 보기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