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단장 이세하] 운증용변 STD 【 18 】 용들의 전쟁(1)
가람휘 2015-12-26 3
【 4 】 용들의 전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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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정식요원 서유리! 휴가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기다리고 있었어.”
검은양 팀의 동아리 실. 휴가를 마친 서유리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외치자, 이슬비가 그녀를 반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건 휴가 보고서고 이건 복귀 보고서야. 그리고 이건 네가 쉬는 동안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 둔 거니까 꼭 읽어보도록 해.”
“에에!?”
슬비가 건네주는 종이 다발을 받아들며 유리가 경악했다.
“그리고─”
“뭐, 뭐가 더 있어!?”
“어서와. 보고 싶었어.”
“아─”
슬비가 빙긋 웃어보이자 유리가 감동한 얼굴로 슬비를 끌어안았다.
“나도 보고 싶었어, 슬비야!”
“잠ㄲ, 유리야!? 수, 숨막혀!”
슬비가 유리의 어깨를 두드리며 불편을 호소하자 유리가 팔을 느슨하게 풀며 슬비를 해방했다.
“…뭐, 어서 오든가.”
자리에 앉은 채 게임기의 버튼을 열심히 누르며 유리를 힐끗힐끗 쳐다보던 세하가 그렇게 말하자 유리가 고양이 같은 얼굴을 하며 세하에게 다가왔다.
“뭐, 뭐야? 뭐 할 말 있어?”
그러자 당황한 세하가 상체를 뒤로 빼며 유리와의 거리를 벌렸다.
“뭐, 하고 싶은 말은 잔뜩 있지만.”
유리가 자신에게서 거리를 벌린 세하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며 작게 속삭였다.
“고마워.”
감사인사. 비밀을 지켜준 것에도, 앰플을 선물해 준 것에도, 그리고 자신의 부상을 눈치 채 준 것에도.
다만 이 모든 것이 슬비에게는 비밀이기에 귓속말을 속삭인 것이지만, 세하는 그것이 썩 달갑지 않았는지 쥐고 있던 게임기마저 놓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 무슨 짓이야! 징그럽게!”
“뭐? 징그럽다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얼굴까지 새빨개지며 세하가 소리치자, 유리가 불만을 토로했다.
그리고 그 순간 세하의 게임기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아, 아아!? 죽었잖아…!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클리어였는데!”
그리고 곧바로 게임기의 화면을 확인하며 절망하는 세하. 그런 세하의 모습을 보며 유리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앗! 유리누나!”
“왔구나, 유리야.”
그리고 그 때 동아리실의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들어왔다.
검은양 팀의 어린 사냥꾼 미스틸 테인과 관리요원 김유정이었다.
“보고 싶었어요! 유리누나!”
달려와 품에 안기는 미스틸테인. 그리고 그런 미스틸테인의 뒤에서 미안하단 얼굴로 가볍게 고개를 까딱이는 김유정.
편지로도 전했지만, 먼저 눈치 채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저 다른 사람이 많으니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할 뿐.
“다들 준비해 줘. 지부장님이 호출하셨어. 중요한 브리핑이 있으시데.”
미스틸이 유리의 품에서 떨어지고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가 되자 김유정이 이동을 재촉했다.
지부장 데이비드 리의 호출.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꽤나 급하고 중요한 일인 모양인지라 김유정은 아이들을 데리고 조금 서둘러 브리핑 룸으로 향했다.
“아, 다들 왔군. 오랜만이네, 유리양.”
“오랜만이에요! 지부장님.”
“하하, 그래. 일단은 다들 자리에 앉아주게. 서서 이야기 할 정도로 짧게 끝날 이야기는 아니니까.”
브리핑 룸에 도착하자 먼저 와서 기다리던 데이비드 리가 모두에게 착석을 권했다.
그렇게 전원이 자리에 앉자 데이비드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용의 사자가 찾아왔네. 왕의 전갈이 있다는 모양이더군.”
“……!”
모두가 긴장하여 입을 다물었다.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으나, 그 정적은 미스틸의 한 마디에 깨졌다.
“우웅? 용이 전갈을 키우는 건가요?”
전갈. 말을 전한다는 것을 곤충 전갈로 이해한 모양.
분위기를 깼다고 탓할 수도 없는 것이, 미스틸은 아직 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하다. 거기다가 오히려 무거운 분위기를 깨 준 것에 감사해야 하리라.
“하하, 미스틸테인군. 전갈은 말을 전한다는 뜻이라네.”
“그럼 용의 말을 전하러 왔다는 건가요?”
“그렇다네. 기다리고 있던 사자를 막 부르러 간 참이니 아마 곧 도착할 걸세.”
데이비드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타이밍 좋게 문이 열리며 붉은 드라군 블래스터가 들어왔다.
“전원 모였는가…. 왕의 전언이시다. 경청하도록.”
드라군 블래스터는 브리핑 룸에 들어오자마자 모여 있는 이들을 스윽 훑어보고는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몇 일 전. 반란자가 감히 왕의 앞에 섰다. 그 결과 그는 목숨만 간신히 부지한 채 도망쳤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그를 돕거나 하지는 않도록 하거라.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반란자를 찾아 보고하라. 시일이 길어진다면 우리 군단이 직접 내려와 수색할 것이다.”
몇 일 전, 은백색의 드라군 블래스터가 용에게 도전하였고, 패배한 뒤 도망쳤다. 붉은 드라군 블래스터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아마 몇일 전 느껴졌던 그 막대한 위상력의 폭발, 대기가 뒤흔들렸던 진동이 그 여파이리라.
그저 방해받지 않기 위해 맺었다 주장한 동맹. 허나 그래도 동맹은 동맹이라는 듯, 용은 직접 자신의 수하들을 지상에 내려 보내는 대신 사자를 보내 인간에게 수색을 명하였다.
그것은 분명히 동맹에 대한 배려이자 예의. 가벼운 이유로 동맹을 맺었을지언정 동맹 자체를 가벼이 여기지는 않는다는 증명이었다.
“그런 것이라면 걱정 말게.”
“흥. 어찌 왕께서 너희 따위에게 이 일을 일임하시는지 모르겠군.”
데이비드는 왕의 전언에 고개를 끄덕였으나 정작 사자인 드라군 블래스터는 기분이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전갈은 그걸로 끝인가? 그렇다면 조금 질문이 있네만, 답변 가능하겠나?”
“…왕께선 너희가 질문을 해 온다면 가능한 선에서 답변하라 하셨다.”
데이비드가 몇 가지 질문을 하려 자리에서 일어나자 드라군이 데이비드를 바라보며 마주섰다.
“우선, 우리가 자네와 용을 어떻게 부르면 되나? 언제까지고 용이나 드라군 블래스터라 부를 수는 없을 노릇이니까.”
“이름을 말하는 것인가. 나는 브리트라. 용께서 하사하신 이름이다. 그 외의 것으로 날 부르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
브리트라. 그것이 용이 붉은 드라군 블래스터에게 지어준 이름인 모양.
“그럼 용은 어떻게 부르면 되지?”
“어찌 감히 왕의 존함을 함부로 알려 하느냐. 너희는 그저 머리를 조아리면 될 뿐이다.”
자신을 브리트라라고 소개한 드라군 블래스터는, 용의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어쩌면 그조차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안다 해서 가르쳐 줄 태도는 아니었다.
“그런가…. 그럼 자네들의 배신자─ 은백색의 드라군 블래스터는 어떻게 부르면 되지?”
“배신자의 이름따위 알 게 무어냐. 너희 좋을 대로 부르도록 해라.”
“그럼 다음으로, 자네가 지난번에 이야기한 ‘레플리카’는 무엇인가.”
레플리카. 신강고 사태 당시 은백색의 드라군 블래스터가 도주에 사용했던 물건. 그리고 브리트라가 복귀에 사용한 것.
그것은 분명 차원문을 생성하는 무언가 였다.
“칼바크의 가방─ 너희는 그 물건을 그렇게 부른다지. 왕께서는 스스로 그것을 만드셨다. 아니, 그것보다 훨씬 우수한 물건을 만드셨지.”
“용이 차원문 생성장치를 만들었다는 건가!”
“차원문 생성장치─ 너희의 언어로 이야기하면 그렇게 되겠군. 왕께서 직접 걸으실 수는 없을 노릇. 왕의 행차에는 가마가 필요한 법이지. 레플리카는 그것의 복제품이다. 비록 우리의 차원과의 연결은 불가능 하지만, 적어도 이 세계 안에서라면 어디로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지.”
용이 만든 차원문 생성장치. 그것의 복제는 원본과는 달리 우리 차원에서만 이동이 가능한 물건인 모양이다.
허나 그것은 달리 말하면 원본인 용의 것은 외부 차원과 연결할 수 있는 물건이라는 뜻.
만일 그것이 다른 차원종이나, 그것을 악용하려는 이들의 손에 들어갈 경우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이 펼쳐지고 만다.
─우리는 당장 이번 사태의 **점이 되는 아스타로트 사태를 통해 인간조차 믿을 수 없는 상대임을 깨달았다.
용의 차원문 생성장치는 그 누구의 손에도 들어가선 안 된다.
“그럼 마지막 질문일세. 용의 목적은 뭐지? 그저 인간의 멸망인가?”
용의 목적. 용은 분명 데미플레인을 강남에 내리꽂으려 하였었다.
그렇게 되면 강남─ 아니 신서울은 초토화가 되고 만다.
비록 지금은 잠깐의 변덕으로 우리가 강해져서 자신의 앞에 서기를 기다리는 중이지만,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왕께서 목적하시는 바는 실로 단순하고 확고하다.”
용의 목적. 그것을 브리트라가 입에 담았다.
“왕께서는 너희, 무지한 인간을 지배하신다. 어리석은 이들을 백성으로 거두어들여 올바르게 다스리신다. 오로지 그 뿐이다.”
“─그것이 용의 뜻이란 말인가?”
인간의 지배. 브리트라는 용의 목적이 그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그에 놀란 데이비드가 정말 그것이 용의 뜻이냐고 묻자
“내 생각이다.”
“──음?”
브리트라는 그것이 그저 자신의 생각일 뿐이라 말했다.
“왕의 뜻은 언제나 옳다. 그렇기에 그 진의를 알려 하지 말고, 그 이유를 따지지 않고 그저 따르면 될 뿐이다.”
결론은 결국 그도 용의 목적을 모른다는 이야기.
이 황당한 이야기에 다들 어이없어 하자 브리트라는 “질문은 이것으로 끝인가.”하고 데이비드에게 확인한 뒤 브리핑 룸의 문으로 걸어갔다.
“아, 그렇지.”
그렇게 밖으로 나가는가 싶던 브리트라가 갑자기 뒤돌아보더니 이세하를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나는 널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브리트라가 브리핑 룸 밖으로 나갔다.
거칠게 열린 탓에 닫혔다 열렸다를 반복하며 진자운동을 했고, 그렇게 조금씩 보이는 문 너머에는 차원문이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브리트라가 그 ‘레플리카’를 이용하여 돌아간 것이리라.
“…대체 뭐야, 저 녀석.”
다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멍하니 그 문을 바라보고 있을 때, 삿대질을 당했던 이세하만이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던 것을 입 밖으로 냈다.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것이 이 자리에 모인 전원이 브리트라에게 가진 인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