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우리들을 기억해주길.

Lacrimosa 2015-12-1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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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이 글은 차원종 시점에서 진행되며 잉여작품이니 마음의 준비를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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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동료들이 죽었다.


적들의 칼끝은 자비없이 우리들을 유린했고 우리들은 떨어지는 이슬처럼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하나씩, 하나씩 사라져만갔다.


이 땅을 수도없이 누비던 군단의 동료들은 이제 더 이상 이 곳에 없다.


그것을 깨달았을때, 난 지옥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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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스 단편] 우리들을 기억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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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시내에서 매쾌한 연기가 울려퍼졌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 너무나도 손쉽게 압살되어버린 동료들의 원혼이 울부짖는듯했다.


전투가 개시된지 얼마 되지않아 어느덧 남은것은 나와 전우 한명 뿐이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것은 그 지옥속에서 동료 한명을 데리고 나와 도망치는것 밖에는 없었다는걸 알았을때 자신의 약함에 분함을 느꼈지만 닿을 곳 없는 메아리는 힘 없이 사라져갈 뿐이었다.


아까 펼쳐진 끔찍한 풍경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는 감각에 섬칫 오한이 서렸다.


고깃덩이가 되어 튀겨져 나가는 동료들, 처절하게 사라져가는 비명소리, 귀를 찣을것 같이 울려퍼지는 수많은 폭음과 죽음의 빛들.


그곳에서 자신은 동료 둘을 데리고 도망쳤다.


죽어가는 동료들을, 수많은 가족들을 멀리하고 온 자신의 전우들을 버리고 도망쳤다.


자신이 거기에 있었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로 합리화를 해봐도 사라지지 않는 죄책감이 죽어간 동료들의 모습으로 변해 끔찍하게 발목을 사로잡았다.


그때, 부축한 동료가 고통어린 신음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이봐, 날 버리고가.. 콜록 콜록!"


신음을 참으며 기침을 흘리는 동료의 팔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나는 동료의 팔을 더욱 쎄게 붙잡으며 소리쳤다. 이 상황에서마저 동료마저 버리고싶지는 않았다.


"무슨 소리야! 날보고 너마저 버리고 도망치라고!?"


"하지만 방법이.."


"봐야할 가족이 있잖아! 포기하지말라고!!"


자신은 이 지옥속에서 누구보다 무력하고 약했다.


하지만 더 이상, 동료를 버리고 도망치는 쓰래기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마음속에 서린 오기가 불타올랐다.


분명히 살아남은 잔당들이 남아있을것이다. 그들과 합류해야만했다.


"..미안하다."


부축을 받은 녀석은 이제야 자신을 버리라는 말을 포기했는지 사과를 걷네었다. 그 모습에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우선 이 곳을 빨리 빠져나가야했다.


그래서 빨리 잔당들과 합류하고, 살아남아서, 가족에게 돌아가야만한다.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차원으로 도약하는 전날 약속했다.


이제 이 세계로 온지 1달, 가족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빨리 돌아와서 놀아달라던 동생의 말이 생생하게 기억속에서 울려퍼졌다.


"미안한걸 알면 빨리 기운차리라고, 이제 전쟁은 지긋지긋해. 고향으로 돌아가야지."


내 말에 훗 하고 웃는 동료의 모습에 오랜만에 웃음이 나왔다. 이 곳에서 싸우면서 웃을 일이 얼마 없었다.


전쟁은 지긋지긋했다. 가족들이 보고싶다. 그러니까...


"잘 살펴봐! 잔당 하나 남기지 않고 전부 소탕한다!"


─어째서,


아까 목소리는 인간의 목소리였다.


이 폐허에 있다는 것은 클로저이리라. 게다가 저들은 단체, 저들의 위상력은 C급인 우리들의 것에 비하면 그 강함의 차원이 다르다.


동료들을 수도없이 유린해왔던 괴물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 **!! **!!!'


수도없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부축한 동료와 함께 건물뒤에 모습을 숨겼다.


무기는 있었지만 저들과 맞서기엔 자신이 너무 약했다. 아마 저곳에 뛰어들었다간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리라.


'뭐가 명예를 위한 전쟁이라는 거야! 이건 그냥 개죽음이잖아!'


호흡이 거칠어졌다 약간이나마 안정을 유지하고 있던 이성이 흔들리며 무너져갔다. 헤아릴 수 없는 공포들이, 처참하게 죽어갔던 동료들의 모습이 훤히 떠올랐다.


이대로 있으면 죽는다고 본능이 경종을 울려댔다. 이대로면 동료도 내 목숨도 보장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저들에게 항복해봐야 차라리 죽는것만 못한 꼴을 당할 뿐. 생존의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이윽고, 절망적인 선고가 울려퍼졌다.


"─차원종 잔당 발견, 즉시 소탕한다."


콰아앙!, 푸른 섬광이 건물을 무너뜨리며 포효했다. **, 이대로 죽는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흔적도 남기지 못한채로 이렇게 허무하게...?


"아...?"


그때, 몸을 떠미는 감각에 무심코 바보같은 소리를 내며 옆을 바라보았다.


같이 살아남은 전우가 폭발의 바깥쪽으로 자신을 떠밀었는지 부축하고 동료의 모습이 보였다.


"─넌 꼭 살아라."


두 눈이 마주친 순간 녀석은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너만은 꼭 살아돌아가라고, 같이 살아남은 전우는 자신의 목숨을 바쳤다.


"안돼!!!"


이윽고 1초도 안되서, 전우의 모습은 푸른 섬광에 삼켜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자신이 내지른 절규따위는 폭음에 파묻혀 공허하게 사라졌다.


그대로 나는 위상력의 폭발이 낳은 폭풍에 휘말려 튕겨져 날아갔다.


콰악!, 그대로 몇번이고 굴러 건물의 벽에 처박혀서야 폭풍에 휘말린 몸을 간신히 멈출 수 있었다.


결국 자신은 다시 한번 동료의 목숨을 버리고 살아남았다고, 현실이 조소하듯 사실을 한번 더 각인시켰다.


난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차라리 이것이 꿈이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기도해봐도 변하지 않는다는걸 알면서도 이것이 꿈이기를 바랬다.


뚜벅- 뚜벅-


그때, 걸어오는 발소리가 연기속에서 울려퍼졌다. 적의 발소리였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동포들을 죽여온 그 누구보다도 가증스러운 적의 발소리였다.


이윽고 연기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인간은 경멸을 담은 눈빛을 보내며 입을 열었다.


"더러운 차원종놈, 여기서 죽여주마."


그 말에, 분노가 터져올랐다.


주먹이 떨렸다.


이대로 죽기엔 잃어버린것이 너무도 컸다.


몸을 일으키고, 남은 위상력을 분노와 함께 최대한 쥐어짜냈다.


이윽고 포효가 울려퍼졌다.


"우오오오오오오오아아아아아아아아!!!"


싸우라고 거대한 분노의 소용돌이가 용솟음쳤다. 저들이 보기에는 죽기전의 처절한 마지막 발악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처절한 발악일 뿐일지라도─


나는 싸우는것을 택했다.


검을 양손으로 쥐고 그대로 적에게 달려들어, 모든 힘을 짜내어 참격을 내둘렀다.


"...형편없군"


퍼억, 그대로 날아온 주먹에 튕겨져 날아갔다. 공격을 막아낸 검이 맥없이 내구도의 한계를 맞아 산산히 깨어졌다.


위상력이 담긴 흉기와도 같은 공격에 거대한 고통이 비명을 타고 울려퍼졌다.


그대로 튕겨져 날아가 아무렇게나 지면에 처박혔다. 입에서 피맛이났다. 죽음의 공포에 팔이 벌벌 떨렸다.


차원이 다른 힘의 차이가 너무나도 분하면서도 무서워서 벌벌 떨고있는 자신의 꼴이 한심했다.


분노를 쥐어짜내도 자신은 저 인간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던것이다.


"...알고있어."


그럼에도 일어섰다. 설령 개죽음일지라도, 이런 곳에서 흔적하나 남기지 못한다고해도.


"...내가 약하단건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다고!"


비록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해도, 도망쳤닥 해도, 이대로 전우의 생명을 앗아간 자에게마저 도망치다 비굴하게 죽을수는 없다.


"...차원종 놈이 뭐라고 짓껄이는거냐. 목숨이라도 구걸하는건가?"


경멸이 석인 말에 마음이 깎여나갔다. 아마 자신의 말도 저 인간에겐 추한 발악으로밖에 보이지 않겠지.


"...하지만 할 수밖에 없어! 이기고 지고가 아니라!! 여기서 난! 네놈과 맞서 싸우지 않으면 안된단 말이다!"


부러진 검을 버리고 달려들었다. 몇번이고 발에 치이고, 주먹에 맞고, 팔이 부러져도 달려들었다.


설령 무엇보다 못한 목숨이었다하더라도─


누군가가 우리들을 기억해주길.


◇◆◇


"빌어먹을..."


한 남자의 욕설이 공허하게 울려퍼졌다.


그 남자의 눈에는 재가 되어 사라져가는 차원종의 시체가 있을뿐이었다.


이윽고 차원종이었던 재더미는 공허하게 바람에 휘날려 사라졌다.


"빌어먹을 차원종 주제에..."


이윽고 재더미를 바라보며 욕지거리를 내뱉던 남자는 그 자리에 침을 내뱉으며 자리를 떠났다.



2020년 X월 X일.


대대로 투입된 클로저병력에 의해 7000만이라는 수의 차원종 군단이 섬멸당했다.


이로써 차원종은 대부분의 전력을 잃었을것으로 예측된다.




죽음에서 눈을 돌리지 마라, 앞을 봐라.


네가 죽일 자들의 모습을 정면에서 봐라, 그리고 그들을 잊지 말라.


그들도 널 잊지않을테니.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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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끄적거리는 클로저스 단편입니다.


하피의 초대 이벤트로 죽어간 차원종들의 시점을 짐작하여 한번 이 글을 써봅니다.


다시 한번 죽어간 7000만의 차원종에게 묵념..

2024-10-24 22:42:2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