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전

아맞다그때그 2015-01-19 1

세하전



세하는 강남시(江南市)에 살았다. 곧장 강남 GGV 밑에 닿으면, 사거리 건너 오래된 오락실 하나가 서 있고, 오락실을

 향하여 고시텔이 한 채 있는데, 20여 평 고시텔은 비바람을 막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세하는 게임만 좋아하고, 그의 분홍머리 처가 재 너머 옥상 헬리포트에서 폐지를 주워 팔아서 입에 풀칠을
 했다.



하루는 그 분홍머리 처가 몹시 크레딧이 궁하여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프로게이머 입단 시험을 ** 않으니, 게임은 해 무엇합니까?"



세하는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컨트롤을 완벽히 하지 못하였소."



"그럼 작업장 코딩 일이라도 못 하시나요?"



"코드짜는 일은 본래 배우지 않았는 걸 어떻게 하겠소?"



"그럼 장사는 못 하시나요?"



"장사는 밑천이 없는 걸 어떻게 하겠소?"



분홍머리 처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게임만 하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작업장 일도 못 한다. 장사도 못한다면,
도둑질이라도 못 하시나요?"



세하는 쓰던 게임기를 끄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PSP로 십 년을 기약했는데, 인제 칠 년인걸......"



하고 획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세하는 거리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G타워(G.ral.towar)로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신서울 시중에서 제일 부자요?"



딜은 나쁘지만 돈은 많은 서씨(徐氏)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세하가 곧 서씨의 집을 찾아갔다. 세하는 서씨를
대하여 길게 읍(揖)하고 말했다.



"내가 집이 가난해서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10억 크레딧을 뀌어 주시기 바랍니다."



서씨는



"그러시오"



하고 당장 10억 크레딧을 내주었다. 세하는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서씨 집의 부모님과 동생들이 세하를
 보니 거지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바타는 1성이었고, 그마저도 전부 퀘스트로만 얻은 것이었으며, 검은 토끼 귀 헤어벤드에
 간신히 너무 늦지는 않아 검은 양 기본 코스튬을 걸치고,

눈에는 박심현 안경을 걸쳤다. 세하가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유리 누나, 저 형 알아?"



"응? 아니 몰라."



"아니, 이제 하루 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10억 크레딧을 그냥 내던져 버리고 이름도 물어**
 않다니, 엄마도 인정하는 구두쇠, 유리 네가?"



서씨가 말하는 것이었다.



"엄마,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돈 관련해서는 빠삭하잖아. 대체로 남에게 무엇을 빌리러 오는 사람은 으레 자기 뜻을
 대단하게 얘기하고, 신용을 자랑하면서도 비굴한 빛이 얼굴에 비치고, 말을 어벙어벙하게 한단 말이지.

그런데 걔는 차려입은건 허졉하지만 말이 간단하고, 눈을 오만하게 뜨며, 손바닥에 굳은 살이 박힌 걸 보니까, 돈
같은거 굶어죽지 않을 만큼만 있으면 됬지, 오히려 귀찮고 게임하나 쥐어주면 만사 ok할 애라고. 그런 애가 뜬금없이
 큰 돈을 빌려서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겠어?

나도 역시 걔를 한 번 시험해볼 생각이야. 안 주면 모를까, 이왕 10억 크레딧 줄 바에야 이름은 물어서 뭣 해?"



세하는 10억 크레딧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신강고로 내려갔다.신강고는 랩 40이상의 고랩들과 구로역에서 막 올라온 쪼렙들이 마주치는 곳이요, 장사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칩셋,식물세포이며, 베가본드 칼조각, ** 따위의 지역템 재료를 모조리 블랙마켓 시세의 두 배의 값으로 사들였다.



세하가 재료탬을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플레이어가 초공딸을 못 칠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세하에게 두 배의 값으로 재료탬을 팔았던 상인들이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사 가게 되었다. 세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브 온라인에서는 10억 가지고 택도 없던데. 클망겜 경제 수준하곤.ㅉㅉ.."



그는 다시 'xx색 차원의 xx'과 확차균 아이템을 가지고 G타워(G.ral.towar)에 건너가서 강화 연료 관련 아이템을 죄다 사들이면서 말했다.



"며칠 있으면 클망겜의 사람들이 고강딸을 치지 못할 것이다."



세하가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최고급 강화 연료 값이 열 배로 뛰어올랐다.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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