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비] 전과 다른.

키아나 2015-12-13 1

올해도 여느 때와 같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생각에 슬비는 발이 절로 무거워졌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그러지 못했다.

 

"하아."

 

'그래도 뭐 별 수 있나. 팔자려니 하며 받아 들여야지."

 

그녀는 한숨을 푸욱 내쉬며 집으로 쓸쓸한 발걸음을 옮겼다.

 

힘없이 집 대문 앞에 선 그녀는 순간 이질감을 느꼈다.

 

인기척 없이 냉랭한 기운만이 감돌던 집에서 왁**껄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그녀는 급하게 문을 열어 재꼈다.

 

"덜컥."

 

문고리가 열리는 소리에 떠들던 주범들은 허둥대기 시작했다.

 

"벌써 왔나 봐, 아직 준비 못 마쳤는데!"

 

"그러니까 시간 배분 잘 하라 했잖아."

 

"빨리, 빨리!"

 

그들은 자리를 급하게 수습하고 주인을 맞이하려 문 앞에 섰다.

 

"끼이익."

 

문이 열렸다.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축하해!"

 

그들은 그녀를 격렬하게 반기며 폭죽을 터뜨렸다.

 

그녀는 당황하며 그대로 굳었다.

 

"슬비야?"

 

"야, 얘 놀라서 굳어버렸잖아."

 

"아야야, 정미정미야. 그만 꼬집어!"

 

"얘, 얘, 슬비야. 정신 차려."

 

정미가 그녀를 흔들었다.

"어?"

그녀는 정신을 찾았다.

 

"어째서...?"

 

"슬비가 크리스마스 혼자 쓸쓸히 보낼게 안쓰러워서 왔어. 아야야!"

 

정미가 유리의 볼을 꼬집었다.

 

"얘! 말을 해도 그렇게..."

 

정미는 손사래를 치며 그녀를 바라봤다.

 

"다 같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왔어."

 

"마침 다들 약속이 없기 도하고."

 

게임기를 만지던 세하가 정미의 말을 거들었다.

 

"그래서 내가 모이자고 했어! 슬비의 집에서!"

 

정미에게 볼 잡힌 유리가 얼굴을 열심히 늘어뜨리며 말했다.

 

"어, 어... 응."

 

그녀는 아직도 실감나질 않는지 어버버거렸다.

 

"거기 서 있지만 말고 어서 들어와요!"

 

멀뚱멀뚱 서 있던 그녀를 테인이가 이끌어왔다.

 

"그래그래~ 어서 앉아!"

 

유리가 자리 한편을 탁탁 쳤다.

 

"...어째서 주인 행세하는 건데?"

 

그녀가 유리의 태도에 태클을 걸었다.

 

"뭐 어때! 내가 이 자리를 주선했는데!"

 

당당한 유리의 태도에 그녀는 졌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슬비야!"

 

유리의 부름에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자!"

 

유리는 대뜸 선물 상자를 내밀었다.

 

유리를 시작으로, 다른 아이들이 그녀에게 상자를 넘겨주었다.

 

"어서 뜯어봐!"

 

유리는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럼..."

 

그녀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어봤다.

 

"이건..."

 

상자에는 앙증맞게 생긴 펭귄 인형이 놓여 있었다.

 

"네가 좋아하는 것 같아서 골랐어!"

 

유리가 씩 웃어보였다.

 

그녀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여기, 다른 애들 것도 뜯어봐!"

 

유리가 다른 상자들을 그녀 앞에 내밀었다.

 

그녀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상자들을 열어봤다.

 

첫 상자에선 슬비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VOD가,

 

두 번째 상자에선 딸기와 관련된 음식들이,

 

세 번째 상자에선 셜록홈즈 책 시리즈가 나왔다.

 

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이에 그녀는 기쁨을 주체할 줄 몰라 했다.

 

"좋아하니까 다행이다!"

 

그들도 그녀의 모습을 보고선 기뻐했다.

 

"전과 같지 않지?"

 

누군가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올려 바라봤다.

 

그 손의 주인은 제이였다.

 

"제이씨?"

 

"그래."

 

제이가 반갑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어, 아저씨! 언제 오셨어요?"

 

"방금."

 

"인기척 없이 좀 들어오지 마요. 볼 때마다 깜짝 놀라잖아요."

 

"동생... 게임기에서 눈 떼고 말하지 그래?

그리고 행동과 말이 일치하지 않는데?"

 

제이는 발끈했다.

 

"아참, 아저씨. 슬비 선물은요? 방금 사간다고 나갔다 오셨잖아요."

 

유리의 질문에 제이는 눈을 굴리기 시작했다.

 

"그게..."

 

제이는 다짜고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선물은 지금 이순간이지. 크리스마스를 모두와 함께 떠들고 웃으며 보낼 수 있다는 것. 이게 선물이 아니고 뭐겠어?

 

"...아저씨. 선물 못 사온걸 말로 얼버무리려 하지마세요."

 

세하가 톡 쏘아붙였다.

 

"아, 아니... 미안해 리더."

 

제이는 변명하려 했지만 축 늘어뜨리며 사과했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래...?"

 

제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도. 이대로 얼렁뚱땅 넘어가긴 미안하니, 녹즙이라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그녀가 격하게 손사래를 쳤다.

 

그 이후로 그녀는 몇 시간 동안 왁**껄하게 그들과 어울리며

전처럼 쓸쓸한 크리스마스가 아닌,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그녀는 어느 때보다 행복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2024-10-24 22:42:1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