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소설: 안개의 무게추 [1]

이순재의건강보험 2015-01-19 2


 햇살이 창문을 통해서 비추어진다. 깨어나기 싫은 나날은 전혀 그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다. 배를 움켜잡는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 느낌이기 때문이였다. 동시에 느끼기엔 거북한 두통까지 그에게 전해진다. 겨우 잠에서 깨어났는데, 또 다시 정신을 잃을만한 고통이였다.


 푹신한 침대도 숙취에는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붕 떠있는 느낌만 들어 역겨움에 치를 떨 지경이였다. 그는 옆 탁자에 시계를 본다. 오전 7시, 아직 햇살이 뜨지 않을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숙취에 쩔은 잠을 깨웠다. 덕분에 어제 먹었던 음식마저 게워내야 할 상황이였다.


 매우 역겨운 아침이였다. 그에게는 말이다. 떠오르기 싫은 일들이 계속 되감기 된 상태처럼 천천히 그의 뇌속에 스며들어 왔다. 그의 정신적인 위상력의 부작용이였을까, 그는 그리 생각하며 그 일들을 떨쳐낼려 애썼다.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버렸다. 보통 같으면 더 숙면을 취해야 하나 더 자고싶은 마음도, 몸도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였다. 결국 화장실로 가야만 했다.


 어두웠던 화장실의 불을 키자, 불투명한 하얀색의 빛이 화장실 안을 가득 채워버린다. 그는 화장실의 조명이 매우 기분 나빴다. 겪어온 또 다른 장소와 죄책감이 다시 떠오르기 때문이였다. 그는 화장실 벽면을 커다랗게 차지한 거울을 보았다. 초췌해진 그의 얼굴이 자신에게는 매우 인상적이였다. 정리되지 못한 수염은 옛날 예기에 나올법한 무시무시한 산적들과도 같아보였다.


 그 자신에게 너무나도 걸맞는 결과였다. 그는 씻고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그저 칫솔을 꺼내 자신의 잇들을 닦아냈다. 그러나 화장실에서 계속 닦아내기엔 너무나 외로웠기에, 화장실 밖으로 나가서는 거실로 향했다. 그곳엔 그나마 외로움을 달래주는 TV가 있으니까.


 그는 잇들을 닦으면서도, 결국 찾고야 말 어딘가에 꽁꽁 숨겨져있는 리모컨을 찾아야만 했다. 잇들을 닦으며 TV를 보기전에 다 닦아낼 지경이였다. 그때만큼은 혼자 성질을 부리며 어디있는지 주섬주섬 여기저기를 쑤셔 찾아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리모컨을 찾은 곳은 우습게도 화장실 세면대 위였다.


 결국 입안에 있는 치약물들을 수돗물로 뱉어내고, 수건으로 체 완전히 닦지 못한 축축한 손으로 리모컨을 집어들고는 다시 거실로 향했다. 아직 검은색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TV가 매우 마음에 들지않았다. 오싹함만 있을뿐이라서 그러했다. 그게 싫었는지 빠른 속도로 리모컨을 TV를 향해 치켜들고는 리모컨의 버튼 중 하나를 눌렀다. 누르자 드디어 칠흑색의 화면은 사라지고, 밝은 화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유니온에서 '정신적 이상으로 인한 치료'이라는 사유로 휴가를 먹은지 10째가 되는 날. 현장에서 뛰어야할 그는 우스운 사유로 인한 넉넉한 휴식을 통해, 계속 집에서 이러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정작 그는 이러한 생활이 자신의 정신을 더욱 갉아먹는다고 느껴졌지만.


 사람은 워낙에 버텨내기 힘든 일이 있고, 그만큼 그 일은 자신에게 매우 안좋은 기억으로 치부되기에 적합하다. 그러한 일을 그가 많이 겪어** 못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자신이 이러한 휴가를 얻은 계기보다 더 심한 일을 겪었고, 그만큼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일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자신이 말 잘듣는 개로써 취급을 당한 치욕스러운 일과 자신이 그것에 아무런 반항조차 하지 않았다는 수치스러운 것, 그리고 그 결과가 다른 사람에게는 찢어져 영원히 아물지 못할 상처로 변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사람들에게 준 상처를 적나라하게 알려주는 밝은 화면의 TV는 적나라하게 여러 프로그램들을 방영하고 있었다. 특히 곧 8시때 방영될 뉴스 프로그램이 그러했다. 그는 여러 뉴스들을 꼭 챙기며 보고있었다. 아직 사건의 여파는 매우 충격적이였기에 시들지 않아서, 며칠은 계속 지속될거 같았다. 결국 시들어지겠지만, 그는 그 광경이 자신에게 매우 흡족한 광경이라 느껴졌다. 당연한 일이 행해지니까.


 뉴스는 여러 분석가들을 동원해 유니온과 클로저들에 대한 비판을 사망자들의 가족들을 대신해 열분을 토하며, 사리사욕에 희생된 사망자들의 숫자를 언급하며 욕심밖에 몰라 사람들을 죽게 내버려뒀다는 말과, 클로저들의 비양심적 도덕성와, 무능한 능력으로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쓸모없는 단체라며 욕하는 등 과격한 단어를 이용해가며 말하고 있었다. 특히 유니온의 개라는 폭력적인 단어가 인상깊었다. 


 그도 자신이 유니온의 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TV에서 하는 말이 뇌속까지 스며들며 자신을 괴롭히기를 원하고 있었다. 어제의 거친 과음과 활동없이 소중한 휴가를 무의미하게 사용되어지고 있는 일도 그가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때문이였다. 워낙 잘 알려진 것도 없고, 알려지기도 싫어하기에, 그 자신이 얻고자하는 죄값에 대한 적절한 처방을 느끼고 있었다. 


 거뭇거뭇해진 마음은 영원히 바꿀 수 없을듯 하였다. 그 자신도 느끼고 있었다. 이 안 좋은 트라우마는, 아마 영원히 지워지지 않아서 죽을때까지 남을 것만 같았다. 더이상 일이 잡힐래야 잡힐 수 없었다. 다른 이들에게 오히려 피해만 줄게 뻔했다. 자신의 정신이 뒤틀린대로 튀틀렸다는 것을.


 10째가 되는 동안 TV와 술로 녹아들어간 삶은, 그를 더욱 자신이 원하는 걸 이끌게 만들고 있었다. 그만두자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더이상 유니온에게 협력하는 것은, 앞으로 행해질 부정부패를 지켜볼 자신을 바라 볼 자신이 없으니까.


 두통이 다시 심해져온다. 드디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깨닫자 자유로워진 느낌이라도 드는 것일까. 피곤함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두통과 함께 동반되는 자신의 옛 행동의 기억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듯 계속 자신을 괴롭혀간다. 입가에 침이 고인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볼때에 그 침이면 그도 좋았겠지만, 오히려 그것은 점점 자신의 이성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는 것이였다.


 잠을 청하는 것이 아니였다. 그는 정말로 죽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기분은 몇초도 지나지 않아 그의 정신을 잃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2024-10-24 22:21:5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