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다크에서 혼돈의 카오스를 느끼며(2)

파호우쿰척쿰척 2015-01-18 0

 검은양 팀의 이세하는 옛날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목표가 확실하고 그에 따른 보상또한 철저했다. 뭐든지 불분명한 현실보다 게임을 더 좋아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이세하는 그 정도가 심했다. 밥을 먹을 때도 잠자리에 누웠을 때도, 심지어 작전 중에도 게임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마치 게임 속 캐릭터가 현실의 이세하를 조종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세하 사무실 잘 지키고 있어. 모르느 사람한텐 문 열어주지 말고."


"내가 어린애냐..."



 이슬비는 정찰임무를 위해 사무실을 나가기 전 걱정스러운 눈으로 세하를 쳐다봤다. 그녀에게 있어서 자나깨나 게임만 하고 임무에 느슨한 태도로 임하는 그는 신뢰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이런 놈에게 사무실 경비를 맞겨도 되는건가... 혼자 남으면 또 게임만 하려나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른 팀원들도 각자 임무를 맞으러 나갔고 세하를 자기 대신 정찰임무에 내보내 봤자 아무것도 안하고 시간만 죽이다 올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혼자 남아있다고 게임만 하지 마. 위상력 수련이라도 좀 하는 게 어때?"


 슬비가 진심어린 어조로 말했다. 최고의 잠재력을 가졌다는 세하의 위상력이 가만히 썩는 것은 별로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예 예 빨리 다녀오세요."



 하지만 이미 게임기에 전원을 넣은 세하는 기계처럼 대답했다. 순간 슬비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야! 내말 좀 들으라고! 넌 게임기 안만지면 손이 썩기라도 하니? 너도 클로저면 클로저로서 기본은 지키란 말이야! 애당초 클로저란 건... ...!"



 그는 자기 태도에 슬비가 폭발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는지 깜짝 놀라 게임기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리고 10분정도 이어진 날 선 설교를 벙찐 얼굴로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 게임기는 떨어질 때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화면에 줄무늬가 나타났다. 평소라면 그런 게임기 상태를 보고 방방 뛰었을 그지만 이번엔 게임기에 눈 돌릴 틈 조차 없었가. 바로 그의 눈앞에 여왕같은 카리스마가 그를 억누르소 있었다.



"...... 후... 이정도 말했으면 알아들었겠지? 앞으론 달라진 모습 기대할게."


"아...응! 물론 달라져야지."


 세하는 드디어 해방됐다는 안도감에 처음부터 정해진 대답을 말했다. 슬비는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설교에 시간을 잡아먹었다는 사실을 깨닫곤 황급히 문을 나섰다. 세하는 창밖으로 슬비가 밖으로 나가는 것까지 지켜본 다음에야 게임기에 손을 뻗었다.



"하... 수리 맡겨야 겠네."


 그가 이제는 완전히 먹통이 되어버린 게임기를 조용히 챙기며 말했다. 자신의 거의 유일한 취미를 봉인당한 세하는 무기력한 표정으로 의자에 늘어졌다.



"게임 좀 하면 어디가 덧나나..."


 천장을 보며 그녀의 앞에서는 무서워서 꺼낼 수 없는 말을 조용히 입에 담았다. 수련이라... 귀찮은데. 애당초 얼마나 하면 어느정도 강해지는 지도 모르고 말이야. 하여간 현실은 불편하다니까라고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 생각이 현실과 게임 속 세상을 철학적으로 비교하기 시작했을 쯤 세하는 신음소리를 내며 머리를 털었다.



"괜히 잡생각해서 머리만 아파졌네."


 하지만 그런 잡생각이라도 하지 않으면 심심해 죽을 것 같았다. 세하는 일어나 테이블 주위를 의미없이 돌아보거나 이미 다섯번은 넘게 읽은 잡지를 뒤적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럴 수록 심심함은 더욱 커져만 갔다.


 

 "게임 속 애들은 좋겠다. 매일 재밌는 일만 일어나서."



 그는 여자애들이랑 수영장에 가거나 친구들이랑 같이 점심을 먹거나 하는 게임 속 주인공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그들도 나랑 같은 고등학생인데 왜 나는 그런 걸 못하는 걸까. 진짜 하루만이라도 게임 속에서 살아보고 싶다. 나도 걔들처럼 행동하면 그렇게 살 수 있으려나...



"하하... 무슨 바보같은..."

"... ..."



 게임 속 캐릭터처럼 행동해 봤자 자신은 결국 클로저 이세하일 뿐이라는 사실이 가슴을 파고들었다.하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나도... 매일 똑같은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세하는 지금 아무도 없다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졌다. 다른 사람들이 지금 자기 생각을 알았다면 얼마나 바보처럼 생각했을까. 하지만 지금은 자기 혼자뿐이었다. 세하는 그 점에 감사하며 뭔가 두근거리는 듯한 얼굴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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