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들의 데이트-(1)

현시창인생 2015-01-18 23

"야 이세하! 임무 중에는 게임기 놓으라고 말했지!"


"아 조금만! 진짜 조금만! 이제 곧 보스 다 깨간다고! 어차피 아직 차원종이 출현한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조금의 여유 정도는 줄 수 있잖아!"


"조금은 무슨! 너 한 시간 전부터 계속 게임기 잡고 있었잖아!"


"그 한 시간 동안 차원종 안 나왔으면 된 거…… 아악! 결국 죽어버렸어!"


게임기 화면에 나타난 Game Over라는 글자를 본 이세하는 솟아오르는 분노에 머리를 부여잡고 울분을 토해냈다. 언제나 이런 식이다. 조금만 더 집중하고 있었으면 어떻게든 깰 수 있었을 보스였다. 그런데 언제나, 자신의 옆에서 자신의 자유 시간을 방해하는 팀의 리더 때문에 이렇게 실패하고 만다.


그래도 그것 때문에 화를 낼 수는 없다. 임무 시간에 마음대로 게임을 실행한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니까. 때문에 이세하는 한숨을 내쉬고는 시무룩해진 채 게임기를 제복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게임기가 들어가기에 적당한 이 주머니는 참으로 좋은 주머니라고 느껴진다.


"흥, 진즉에 그러면 좀 좋아."


"대장, 너무 깐깐한 거 아니야? 벌써 한 시간 반이나 넘게 이러고 있었어. C급 차원종 녀석들을 처리했는데도 아직 위상력 반응이 남아 있어서 혹시 몰라 대기하고 있는 거지만, 이 정도 시간이라면 그냥 잔류 위상력이라고 보는 게 나아. 아니면 기계가 착오를 일으켰거나."


"그래, 아저씨 말이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게임기를 꺼낸 것 뿐이야!"


제이의 말에 이세하는 언제 시무룩해졌냐는 듯 기가 살아서는 제이의 말에 편승했다. 옆에서 제이가 "아니, 아저씨가 아니라 형이라고 부르라고 몇 번을……."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무시. 고등학생에게 있어서 30줄에 접어든 나이(추정)을 가진 남성은 충분하게 아저씨다.


다시 이세하가 기세등등해지며 자신을 보자, 이슬비의 입술이 씰룩거렸다. 제이의 말에는 확실히 자신도 동의하는 바지만, 이세하가 저러는 것을 보니 그것을 인정하는 말을 순순히 입 밖으로 내밀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아직 김유정에게서 임무가 끝났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그런 이상, 아직 임무는 끝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세하가 이러는 것이 어디 하루 이틀이었던가. 이쯤 되면 이슬비 자신도 슬슬 지치기 마련이었다. 이세하를 노려보던 이슬비는 무거운 한숨을 토해내었고, 이세하는 그런 이슬비의 한숨에 몸을 움찔거렸다. 같이 클로저 일을 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같이 지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이세하는 이슬비가 얼마나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그런 이슬비가 저렇게 깊은 한숨을 토해낸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어떤 불호령이 자신에게 떨어질지 알 수가 없어서 식은땀을 흘렸다.


그런데 들려오는 것은, 불호령이 아니었다.


"……그래, 잠시 쉬고 있어. 나도 잠깐 바람 쐬고 올 테니까."


이슬비는 그렇게 말하고는 등을 돌려 힘없이 걸어갔다. 그런 이슬비의 모습을 보던 이세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게 웬 횡재냐 싶어서 즉시 게임기를 꺼내었다. 하지만 게임기를 켜 게임을 실행하기 전에, 짜악! 하고 누군가가 자신의 등을 쳤다.


"악!" 이세하는 비명을 질렀다. "뭐, 뭐야!"


"뭐긴 뭐야! 세하 너 때문에 슬비가 화났잖아!"


자신의 등을 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서유리였다. 서유리가 자신의 등을 치는 일은 흔한 일이었기에 큰 상관은 없었으나, 이어진 서유리의 말에 이세하는 어안이 벙벙해진 상태로 바보처럼 서유리의 얼굴만을 보았다. 화났다고? 그 이슬비가? 아니 그보다,


"……저게 화난 거였어?"


"저건 누가 봐도 화난 거잖아! 이 눈치 없는 멍청아! 아저씨가 보기에도 그렇죠?"


"화났으니까 기분 좀 풀려고 바람 쐬러 간다고 말한 거겠지. 그보다 내가 아저씨라고 부르지 말라고 말했……."


"미스틸이 보기에도 슬비 누나가 화난 거 같았어요!"


서유리나 제이에 이어서 미스틸까지 그렇게 말하니, 이세하는 손에 쥐었던 게임기를 다시 주머니에 넣고서는 이슬비가 걸어간 쪽을 향해서 시선을 돌렸다. 그리 긴 시간이 지난 건 아닌데 벌써부터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아무래도 사이킥 무브를 사용해서 날아간 모양이다. 보통으로 바람을 쐬러 간 것이라면 사이킥 무브까지 쓸 필요는 없었겠지. 이세하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많이 심했어?"


"당연한 걸 왜 물어봐? 저걸 어째……."


서유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슬비가 날아간 곳을 향해 시선을 두었다. 이슬비가 저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같은 팀이 되고서도 처음이었다. 이런 경험을 몇 번 겪은 것도 아니었던 서유리였기에, 이런 상황에서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서 이슬비의 화가 풀리기를 기다려야 하는 걸까.


하지만 이 자리에는, 이런 상황에서도 전문가라 말할 수 있는 남자가 한 명 있었다. 다만 그 한 명이 몸이 엄청나게 좋지 않아 매일 같이, 지금처럼 입에 약을 달고 사는 남자라는 점이 좀 마이너스기는 하지만, 팀 내의 불화에 대해서는 노련하게 대처할 줄 아는 사람이 여기에 있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그 한 명── 제이는 세하의 등을 밀어주며 말했다.


"세하야, 얼른 가봐라."


"네?"


"이런 건 제때 풀어주는 게 최고야.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 생각하고 내버려 뒀다가 나중이 되면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리지. 늦었다고 생각이 들 때면 모든 게 끝나버려."


"하지만, 제가 가면 더 화를 돋울 거 같은데요…."


이슬비가 화를 내게 만든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었으니까, 그런 자신이 얼굴을 내비치면 더욱 화를 돋우지 않을까. 이세하는 그것이 걱정되어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아직 어리군, 작게 중얼거린 제이는 씨익 웃으며 이세하의 머리를 헝클었다.


"네가 아직 뭘 모르는 모양인데, 여기서는 네가 가는 게 최고야. 내가 장담하마."


"……뭐, 아저씨 말대로 해볼게요. 근데 쟤 더 화나면 전 몰라요?"


"그런 일은 거의 없을 거라고 봐도 좋아. 그리고 아저씨가 아니라 형이라니까."


투덜대는 제이를 무시하고서 이세하는 이슬비가 사라진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막상 가려고 하니 발걸음이 쉽게 떼이지 않는다. 일단 사이킥 무브로 날아간 건 맞는 것 같은데, 어디로 간지 몰랐던 탓이다. 어쩌지… 하고 뒤를 돌아봤는데, 미스틸이 싱글벙글 웃으며 어느 한 쪽을 가리켰다.


'…저쪽은, 한강공원?'


풍경을 감상하는 거라면 몰라도 바람을 쐬기엔 적당하지 못한 장소였다. 풍경을 감상하는 것조차 벚꽃길에는 한참 못 미치는 장소이기도 했고. 그런데 그런 장소로 가다니, 대체 이슬비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장소로 날아간 걸까. 설마──하다가, 이세하는 그럴 리 없다며 생각을 끊었다.


'뭐, 화났다고 했으니까 홧김에 아무 데나 날아간 거겠지.'


대충 짐작하고는, 이세하는 사이킥 무브를 위한 도움닫기를 딛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슬비는 천천히 걸으며 반듯하게 깔린 콘크리트 도로를 훑어보았다. 차원종의 습격을 받아 폐허 비슷하게 헤집어진 도로도 몇 개월의 시간을 들이니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나 지났구나.'


일의 단위도, 주의 단위도 아닌 달의 단위가 쓰일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비록 첫 만남은 이 장소가 아니었지만, 이슬비에게는 이 장소가 가장 인상적이도록 머리에 각인 되어 있었다. 차원종의 처리는 자신이 했지만, 셋이서 처음으로 싸운 것이나 마찬가지인 장소. 그런 장소가 머리에서 잊혀지는 것은 이슬비에게 있어서 있을 수 없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그 바보는 여길 제대로 기억 못하겠지.'


자신이 쉬라고 하자마자 곧바로 게임기나 꺼낸 바보다. 그런 바보에게 그런 세심한 면을 바라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고 이슬비는 생각했다.


"지금도, 한가하게 게임이나 하고 있을 바보니까…."


"……누가 게임이나 하고 있을 바보라는 거냐?"


"──히얏!?"


뒤에서 느닷없이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이슬비는 놀라 비명을 질렀다. 급히 입을 막았으나 이미 비명은 입 밖으로 발성되고 난 후.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힌 이슬비는 뒤를 돌아보며, 묘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이세하를 노려보았다.


"…이세하, 게임이나 하고 있지 여기에는 왜 왔어?"


"……아니 뭐── 여기에는 뭐 이런 저런 사정이 있지."


서유리나 다른 사람들이 닦달하지 않았다면 자신은 느긋하게 게임기를 키고 버튼을 열나게 누르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이실직고 했다가는 이슬비가 더 화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기 때문에 이세하는 대충 그렇게 둘러대었다.


'근데 막상 오긴 했는데, 대체 뭐라고 말하지….'


친구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서는 대체 무슨 말을 해줘야 하는 걸까. 위상력에 각성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차별을 당해서 친구가 별로 없었고, 그나마 있는 친구도 화가 나면 스스로 풀어주러 갈 정도로 친한 친구는 없었기에 이세하에게 이런 상황은 처음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아, 아니, 이슬비가 딱히 그럴 정도로 친한 친구라는 건 아니고──라니, 나는 대체 누구에게 변명하는 거냐.'


"하아…."


"갑자기 무슨 한숨이야?"


속으로 아무렇게나 뇌까리고 내뱉은 자조적인 한숨. 그것에 이슬비는 눈가를 찡그렸다. 확실히 이세하가 게임을 하지 않고 자신을 찾아온 것은 의외였고, 꽤나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오고 나서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다짜고짜 한숨부터 내쉬다니… 뭔가 짜증이 났다.


"볼 일 없으면 가서 게임이나 하지? 나는 혼자서 바람 쐬고 싶은데."


"아니, 그러면 좀 곤란하거든……."


이세하는 이슬비의 뒤 쪽에 있는 다리 위로 시선을 흘깃거렸다. 대체 언제 왔는지, 세 명은 무슨 구경거리라도 보는 듯 다리의 난간에 기대어 이쪽을 관람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미스틸이 뭔가를 스케치북에 끄적거리고 있는 것 같지만 크게 상관없는 거겠지.


어쨌든 저 세 사람이 와버렸으니까 여기서 대충대충 하는 것도 뭐하다. 여기서 실수를 해버리면 이슬비는 더 화날 게 분명하고, 서유리는 일단 아무 말 없이 철권제재를 가하겠지. 그러고서는 폭풍 잔소리를 해댈 것이 분명했다. 앞으로 함께 일할 사이인데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것도 꺼려지고, 서유리의 아픈 주먹에 맞는 것은 더더욱 꺼려졌다.


……그래, 일단은 사과부터 하자. 그러는 게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윽, 이 패턴은. 교내의 커플들이 서로 싸우고 있을 때 자주 봤던 패턴이었기 때문에 이세하는 침음성을 삼켰다. 게임 속 지인들이 말하듯 여자란 생물은 거기서 거기고, 그것은 이슬비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지. 자신은 스스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걸 제대로 말하기만 하면 그나마 상황은 나아질 거다──라고, 이세하는 착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


"그…… 뭐냐, 내가 임무 중에 게임만 하고 있던 거 말이야."


"뭐? 네가 임무 중에 게임하고 있던 게 하루 이틀도 아닌데, 이제 와서 그게 미안해?"


……어라, 이게 아닌데. 이슬비가 두 눈에 쌍심지를 키고 자신을 노려보자, 뭔가가 잘못됐음을 직감한 이세하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잘못한 것을 미안했다고 말했는데 왜 이런 반응이지.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거 말고는?"


"엉?"


그런 이세하를 본 이슬비는, 노려보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물었다. 이세하는 당연히 이슬비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에 그저 바보 같이 되물을 뿐이었고, 그것이 이슬비를 더욱 자극시켰다.


"그거 말고는, 미안한 거 없어?"


내가 여기서 뭐 더 잘못한 게 있던가. 이세하는 방금 전의 상황에서 대체 자신이 무엇을 더 잘못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임무 중에 게임을 한 것 외의 또 무엇을 했더라… 뭔가 제이의 말에 편승해서 잠시 기가 살았던 적은 있지만 딱히 거기에 잘못한 건덕지는 없었다.


"왜 말이 없어? 설마, 너 진짜 스스로가 아무런 잘못도 안 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어, 그, 그게 말이지…."


"됐어. 변명은 필요 없어. 그래, 네가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단 말이지…."


이슬비의 등 뒤에서 돌멩이 무더기가 위상력에 의해 허공에 떠올랐다. '어라, 이게 아닌데.' 상황이 잘못됐어도 한참이나 잘못됐음을 직감한 이세하는 비 오듯 흐르는 땀을 닦아낼 생각도 않고 뒷걸음질만을 쳤다. 당초에 즉흥적으로 생각했던 계획은 자신이 잘못한 점을 빌고, 이슬비가 그것으로 화를 풀어서 다시 임무 지역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을 터다. 헌데 그 계획에 무슨 오점이 있었는지 이슬비는 이렇게 화나버리지 않았는가.


이슬비의 화가 더 나든 말든, 일단은 살기 위해 도망쳐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시선을 슬쩍 그 셋이 있던 곳으로 돌린 이세하는, 미스틸이 자신에게 스케치북에 끄적인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보였다. 켁, 하고 한 번 흘린 신음성. 너무나 어이없는 것이 미스틸의 필체로 스케치북에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 되든 안 되든, 모 아니면 도. 이세하는 서서히 날아오는 돌멩이 앞에서 두 눈을 꼭 감으며, 살기 위해 말했다.


"이, 있잖아! 우리 이번 주말에 강남GGV 앞에서 만나자!"


"───뭐?"


당황한 듯한 이슬비의 목소리가 들리고 투둑, 돌멩이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머리를 감싸고 있던 팔을 치우고 천천히 눈을 뜨니, 드물게 얼굴 전체가 새빨개진 모습인 채로 이슬비가 이쪽을 동그랗게 뜬 두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돌멩이는 이미 바닥에 떨어진 후. 미스틸의 스케치북에 'DATE!!'라 써져있는 것을 이판사판으로 말했는데, 아무래도 사태에 잠시간의 소강을 일으키는 효과 정도는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여기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면 안 됨을 직감한 이세하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그, 그러니까 이번 주말에 강남GGV에서 만나서 같이 영화 같은 거라도 보자구! 이번 주말엔 둘 다 일 없잖아!"


영화를 보는 것이라면 이슬비도 마다하지는 않을 테지. 이세하는 그런 생각을 기반으로 아무렇게나 지껄였다. 이슬비의 얼굴이 붉은 걸 보면 뭔가 위험한 것 같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자신을 이미 입을 열었고, 저쪽은 이미 들어버렸다. 이렇게 된 이상 적극적으로 말을 건네는 것이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을 테니까.


"……."


"……어, 야, 이슬비?"


갑작스런 권유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어이가 없었기 때문일까, 이슬비는 대답 없이 고개를 내리고는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어라, 이거 설마 잘못된 선택이었던 걸까. 그럼 큰일 나는 거 아니야, 이거? 거기까지 생각한 이세하는 지금 도망가는 게 낫겠다 싶어서 천천히,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그때, 이슬비의 노호성이 들렸다.


"내, 내내내내, 내내, 내가 왜 너 같은 애랑 데, 데이트를 가야 하는 건데!!"


아니, 그건 노호성이라고 하기엔 거리가 좀 먼 외침이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기쁜 것을 감추는 어린아이의 목소리 같다고 느껴졌다. …아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이슬비에 한해서는 그럴 일은 없다. 단순히 자신이 잘못 들은 것뿐이겠지.


그보다 데이트라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역시 그렇게 말하면 데이트 권유로밖에 들리지 않는 걸까. 사실 따지고 보면 비슷하긴 하지만, 자신의 의사가 100% 반영된 데이트 신청이 아니다 보니 조금 묘한 기분이었다.


"으읏……!"


뭐 어쨌든, 내 목숨은 여기서 끝이구나. 이슬비는 이미 저렇게 화나버렸고, 자신은 여기서 더 무엇을 말 할 것이 없었다. 엄마, 못난 아들은 이렇게 갑니다. 이제부터 라면은 알아서 잘 끓여 드세요…. 속으로 들리지 않을 유언을 남기며 자신에게로 날아올 돌멩이 폭풍을 기다렸으나, 돌아오는 건 타다다다, 누군가 뛰어가는 소리뿐이었다.


"이, 일요일 오전 11시, GGV의 영화관 앞! 빨리 안 나오면 게임기 전부 압수해버릴 거야!"


"……엉?"


되묻듯 소리를 내며 눈을 떴으나, 다시 대답을 해줄 이슬비는 어느새 날아올라 저 멀리로 향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이세하는, 멍하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진심으로, 영문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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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이 언제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고, 안 나올 수도 있음


다음편 링크: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712

2024-10-24 22:21:5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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