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 05화

엘류온 2015-11-2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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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국장님.”

 

아아. 보는대로라네, 유니온 서울지부장님께서 직접 추진하신 일이기 때문에 나 역시 얼마전에야 전달받은 사항이라네.”

 

데이비드는 만면에 웃음을 띈 채 대답하는 국장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유니온의 상층부가 제대로 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위상능력자의 신고를 의무화 한 것 까지는 이해를 한다 치더라도, 위상능력자를 신고하지 않는 위상능력자의 가족들을 범죄자와 동일 선상에 놓고, 강제적으로 위상능력자들을 교육시설로 연행해 가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좋게 볼 수 없었다.

 

물론 클로저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강제적으로 동원된 사람들이 과연 제대로 된 클로저 활동을 할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출동을 하게 돼서 목숨의 위협이 들이닥칠 때야, 자신이 살기 위해 전력을 다해 차원종들을 물리칠 것이다. 그렇다면, 차후 차원종들과의 전쟁이 끝나고 그들을 모두 물리친 다음에는? 차원종이 대거 출현할 때와 대비해서 그 필요성이 현저하게 낮아진 그들을 어떻게 관리 할 것이며,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난 그들이 자신들을 강제로 사지로 몰아넣었던 유니온을 향해 어떠한 모습으로 돌변할 것인지는 쉬이 예상할수 있었다. 그런 간단한 사실조차 예상하지 못한채, 아니, 예상은 하고 있겠지만, 차후에 돌아올 일 보다 당면의 상황을 처리하는데에만 급급한 정책만을 펼칠 뿐이라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그렇게 열 내지 말게, 다 제대로 된 정식 절차를 거친 뒤에 진행된 일이니 말일세.”

 

데이비드는 국장의 말이 계속됨에 따라 몸속에서 불길이 이는 것 같았다. 뜨거운 기운이 목구멍까지 차 오르는 것을 억누르느라 온 힘을 다 해야 했다. 자신의 반응을 보며 즐기는 것을 보았을 때, 국장 역시 지금의 모든 사항을 알고 있음에도, 자신이 지금 보이는 모습을 보기 위해 묵인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사람을 단순히 자신들의 계획을 위한 부품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니..’

 

어쨌든, 모든 사항은 예의 공문에 명시된 대로 진행될 예정이네, 이는 변경될 예정이 없으니 숙지하고 있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데이비드는 끓어오르는 속을 애써 억누르고는 반듯한 자세로 인사를 마친 뒤 국장의 집무실을 뒤로 했다. 유니온 소유의 사옥을 빠져나올 때 까지 끓어오르는 속은 가라앉지를 않았고, 결국 인적이 드문 공원의 벤치로 향한 그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후우. 이거 나도 아직은 어른이 되려면 먼 모양이야. 국장의 도발에 이토록 화가 나는걸 보면.”

 

그렇게 안좋은 일이 있었던 거야? 데이비드 형?”

 

아무도 없었다 생각했는데, 등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자, 조금 놀라버린 데이비드는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이제 자신의 어깨에 약간 못 미치는 키를 가진 백발의 소년, 코드네임인 제이(J)로 불리는 소년이 조금은 불량스러운 미소를 지은채 걸어오고 있었다.

 

, 제이 너로구나.”

 

형이 그렇게 놀란 티를 낼 정도로 몰두하고 있었던 걸 보면, 국장이 오늘은 상당히 형의 신경을 긁었나 본데?”

 

그정도로 티가 났던 걸까? 조금 민망한 마음에 볼을 긁적거리며 데이비드는 멋쩍게 웃었다. 확실히 아직 어린아이인 제이조차 눈치 챌 정도로 자신이 화가 날 만한 사항이었다. 오늘의 일은. 그리고 그것은 내일이 되면 자신이 관리하게 될 팀원들 모두에게 전염될만한 것이었다.

 

그래 정말 화가날만한 일이었어. 도저히 용서할수 없을 정도로.”

 

길게 한숨을 내 쉬자 그것을 따라 길게 늘어지는 담배연기를 보며 제이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데이비드는 더 이상 어떤 말도 해 주지 않았다. 말없이 걸음을 재촉하는 데이비드를 따라가며 그가 조금은 자신의 본심을 털어놓아 주기를 바랄뿐이었다.

 

***

 

~ 아침부터 무슨일이야? 데이비드. 어제도 늦게까지 차원종들 처리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했단 말이야.”

 

미안해 지수씨. 유니온 상층부에서 공문이 내려와서 말이야. 모두 함께 들어주었으면 좋겠어.”

 

잠이 덜깬 얼굴로 투덜거리는 지수를 달랜 데이비드는 자리에 모인 클로저들을 바라보았다. S급으로의 승급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지수를 중심으로, 대부분이 A급에 랭크되어 있거나 B급이지만 그 활용 능력은 A급에 버금가는 수준의 클로저들만으로 구성된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여기 있는 5명 만으로도, 다른 클로저들이 불가능하다 여길 전투들을 대부분 해결할수 있을 터였다. 더 이상의 증원이 없더라도 무리는 없을법한 막강한 전력임에도, 상층부에서는 만족하지 못한 듯 싶었다. 확실한 승리가 보장되는 절대적인 평화의 상징을 원한 것이겠지만.

 

지금 모인 나를 포함한 우리 여섯 사람을, 유니온에서 정식으로 한 팀으로 지정하기로 했어. 그로인해 정식 팀 네임과, 보충 요원 한명이 증원되었지.”

 

드디어 우리도 정식으로 팀 명이 생기는건가?”

 

그럴때도 되었지, 최근들어 팀을 이루는 클로저들이 늘어나고 있었고, 오히려 우리는 늦은감이 있어.”

 

기대감에 찬 제이를 향해 데이비드는 살풋이 웃어보였다. 그동안 개별임무나 페어로만 임무를 맡으면서 저 아이에게도 적지않은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그걸 이제 5인 이상의 팀으로 움직이게 되었으니, 임무는 더더욱 어려워 지더라도, 정신적으로는 조금 안정을 찾을수 있겠지. 하지만, 남은 사항들에 대해서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하면 벌써부터 한숨이 앞설 뿐이었다.

 

하지만 너무 좋아할만한 일은 아니야. 우리 팀, 정식 명칭으로 울프팩팀은 정해진 담당 구역이 없다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데이비드.”

 

아 지수씨, 너무 흥분하지 말라고. 우리 팀의 전력이 다른 팀의 평균을 훨씬 웃돌기 때문에, 다른 팀이 해결하지 못할 정도의 위상 변곡률이 높은 곳이 나타나면 그곳으로 우선 배치 되기로 했던거지. 덕분에 소형선이지만 전용기도 제공된다고.”

 

유니온 한국지부의 상층부는 가장 강하다 평가되고 있는 서지수의 팀이 대한민국, 나아가서는 세계의 희망의 상징이 되길 바랬다. 때문에, 통상의 클로저들이 처리하지 못하는 전국 각지의 차원종들을 처리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전용기까지 준비를 해 주었다. 하지만 그것은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위기 상황에 극적으로 등장을 하기 위한 연출을 바랄테고, 그만큼 아슬아슬한 시간에 그들을 등장시키려 할 테고, 그 잠깐의 지연되는 시간동안 얼마만큼의 피해가 발생할지는 불보듯 뻔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피해를 사소하다 생각할테지.’

 

그렇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겠지. 쓰게 웃은 데이비드는 회의실 너머로 느껴지는 인기척에 미간을 좁혔다. 이제는 숨길수도 없게 된 것인가?

 

그건 그렇고, 보충인원이란건 어떻게 된 일이야? 지금의 인원만으로도 어지간한 차원종들은 손쉽게 쓸어버릴수 있을텐데.”

 

하아.. 겉포장을 전부 걷어내고 말하면, 상층부는 우리 팀을 희망의 상징정도로 내세우고 싶은 모양이야. 그래서 전용기까지 지급된 거고, 거기에 눈에 확 띄일만한 퍼포먼스가 될 만한 것에 집착하고 있지.”

 

그 말을 들으니 어째 불안해 지는데?”

 

지수의 물음에 데이비드가 어쩔수 없다는 듯이 자신이 예상하고 있는 바를 털어놓자, 회의실에 있는 클로저들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갔다. 눈에 띌만한 퍼포먼스라니.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차원종을 처치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일 터였다. 그런데 대외 선전용으로의 용도라니.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분명히 상층부는 어느정도의 희생은 감수하려고 할 것이 뻔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작은 희생이 어떤 이에게는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큰 희생이 될지라도.

 

가장 어린 제이마저 불만을 표출하려는 기미가 보이자 데이비드는 눈앞이 캄캄 해지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정말이지 자신의 편이 하나라도 있기를 바래야 했다. 분명히 최소 한명 이상의 클로저는 유니온 본부를 부숴버리려 할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유니온의 상층부는 최악의 한수를 두기로 한 듯 하네. 클로저 양**관을 최단기간에 졸업한 어린 천재 클로저요원이 세계를 차원종으로부터 구한다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싶어한 것 같아. 시간을 더 끌어봤자 소용없겠지, 들어오게.”

 

데이비드의 허락이 떨어짐과 동시에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한명의 인영이 회의실로 들어섰다. 그가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김에 따라 울프팩 팀의 클로저 요원들의 눈은 더 이상 커질수 없을정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수에 이르러서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데이비드를 불렀다.

 

이봐, 데이비드. 지금 이거 농담이지?”

 

나도 농담이었으면 좋겠군.”

 

시선만으로 몇사람은 찢어죽일수 있을듯한 지수의 시선을 애써 마주하며, 데이비드는 회의실로 들어온 클로저 요원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저 옆으로 손을 뻗기만 해도 닿을정도의 위치에 그의 어깨는 있었다. 침통한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데이비드가 입을 염과 동시에 누가 말릴 틈도 없이 앞으로 뛰쳐나온 지수는 데이비드의 멱살을 틀어잡았다.

 

소개하지, 우리 울프팩 팀에 새로 배속된 S급 클로저 요원 이수민 군이라네.”

 

너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어떻게 된 거냐고? 그건 자신이 유니온의 상층부에 물어보고싶은 말이었다. 역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건가? 데이비드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자신의 팀원들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가 해줄수 있는 말은, 변명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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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저스 홈페이지 팬 소설 게시판과, 조아라 패러디란에 동시 연재중입니다.

2024-10-24 22:41:4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