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 02화
엘류온 2015-11-15 0
01
소년이 차원재난 경보가 발령된 곳에 나타난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백화점에 왔던 소년은 주말의 백화점의 인파에 떠밀려 부모님과 떨어져 버리고 말았고, 부모님을 찾아 헤메다 보니, 백화점 밖으로 나와버린 것. 마침 차원 재난 경보가 발령됨에 따라 시민들이 모두 대피해 버린 탓에, 길가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고, 이곳저곳을 헤메다 보니 공교롭게도 차원문이 생성되는 지점까지 오게 되 버렸다는 이야기였다.
지수는 어린아이가 막대한 위상력을 발현했다는 사실보다, 아이 혼자 배회하고 있음에도, 누구하나 챙겨주는 이가 없었다는 사실에 이를 갈았다. 물론 아이 덕분에 차원종이 순식간에 처리되어 경보가 해제되기는 했지만, 아이가 유니온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점과, 아이가 힘을 숨기는 것에 능숙했던 것을 보면, 아이의 가정에서는 아이를 클로저로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이 분명했다.
‘물론, 이런 어린아이들은 곧바로 전장에 투입되기 보다는 일정시간 교육을 거친 뒤에 정식으로 클로저 요원이 되는 절차를 받게 되겠지만..’
14세 미만의 어린이들의 경우, 위상력이 발현되었을때는 유니온의 교육시설에서 14세 이후까지 교육을 받은 뒤, 정식 클로저 요원으로서의 절차를 받게 되지만, 그마저도 지수는 썩 달갑게 받아들일수 없었다. 고작 14살이었다.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했을 어린 아이들마저 전장에 내보내겠다니, 19살에 위상력이 발현되어 20살이 되자마자 교육을 수료하고 클로저 활동을 하고 있는 자신 역시 큰 차이는 없었지만, 그래도 자신은 어느정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스스로 판단할수 있는 충분한 나이에 위상력이 발현된 케이스였고, 어디까지나 자신의 선택으로 클로저가 된 경우였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의 경우엔 어떠할까? 유니온의 교육기관이고, 기본적으로 그 나이대에 배워야 할 기본 교육은 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어디까지나 클로저를 양성하기 위한 기관이었다. 거기에서 교육할 내용이야 뻔했다. 아직 가치관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클로저가 되기 위한 마음가짐을 주입하다 시피 교육한 다음, 아이들의 선택지를 좁혀갈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들이 하는 말은 옳다. 힘을 가진 사람이 힘을 가지지 못한 일반 시민을 지키는 것, 그리고 차원종의 위기에서 인류를 지켜내는 것. 그것은 분명 옳은 일이지만, 그것을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어린아이들에게까지 부담하는 것은 옳지 못했다. 그리고 유니온은 마치 어린아이들이 자기 스스로의 의지로 클로저의 길을 택한 것인양 착각할수 있도록 치밀한 교육 끝에 아이들을 시민을 지키기 위해 그 한몸 아끼지 않고 헌신해줄 클로저 요원들을 양산해 낼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수민이는 굉장하네. 아직 어린데도, 힘을 그렇게 꽁꽁 숨길수도 있고 말이야.”
지수는 자신의 이름을 수민 이라고 소개한 소년과 눈을 맞추며 넌지시 소년의 힘에 대해 물어보았다. 소년이 그토록 어린 나이에 저토록 위상력을 숨기는 것이 익숙한 이유야 대충이나마 예상이 가지만, 예상은 예상일 뿐이었다. 이미 자신의 방어복이나, 무기에 장착된 장치들로 인해, 유니온의 본부에선 지금의 상황을 남김없이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미 소년을 유니온의 교육시설로 보내기 위한 절차가 진행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소년의 입을 통해 소년이 힘을 숨겨왔던 이유를 들을 수 있다면, 유니온의 상층부도 마음을 돌릴지도 모른다.
“그게.. 자고 일어날때마다, 침대라던가 내가 좋아하는 장난감들이 부서져 있었고, 엄마 아빠가 계속 부서지는게 반복되면, 엄마아빠랑 같이 살수 없다고 했어..”
마치 잘못을 지은 것을 고백하는 것 마냥 고개를 숙인채 우물쭈물 입을 여는 아이의 모습에, 아이의 부모가 얼마나 아이가 위상력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했는지 알수 있었다. 사실상 유니온의 교육 시설에 들어가게 되면, 아이를 볼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주말에 한두시간 뿐이고, 어린 아이와, 그런 아이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빼앗긴 것이나 마찬가지일 테니, 아이의 힘을 숨기는 것에 급급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결국 이 아이는 유니온의 교육시설로 가게 되겠지만..’
귀에 장착된 초소형 통신기에서 시끄럽게 울려대는 관리요원의 목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며 통신기의 전원을 꺼버린 지수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소년을 바라보고는 안심하라는 듯 웃어보였다.
“아니야. 누나는 혼내려고 그러는게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안심하라는 듯한 웃음과 함께 조심스레 소년을 안아주자, 그제서야 설움이 복받쳐 오른 것인지 소년의 몸이 작게 떨리는 것이 지수의 팔에 전해져왔다. 아이를 안아주고 있는 지수의 어깨가 축축히 젖어올 정도로 눈물을 흘리면서, 울음소리 하나 내지 않고, 간간히 훌쩍거리는 숨소리만 내쉬는 것이 그동안 얼마나, 철저하게 자신의 힘을 숨겨왔고, 어린나이에 마음고생이 심했을지를 생각하면, 그리고 그동안의 노력이 무색하게, 유니온의 교육시설로 갈 수밖에 없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지수의 입에서는 절로 한숨이 나올 뿐이었다.
“수민아!”
차원 재난 경보가 해제되고, 주변을 감싸고 있던 바리케이트가 철거된 것인지, 소년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정도가 되어보이는 여성이 황급히 달려와 소년을 안아들었다. 다친곳은 없는 것인지 조심스레 아이를 살펴보던 여성은 아이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멀뚱히 서 있던 지수가 눈에 들어온 것인지 불안하게 떨리는 눈으로 몸을 일으켰다.
“클로저 요원님이시군요. 저희 아이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 아, 아뇨..”
아무것도 한게 없고, 그 아이가 전부 쓸어버렸는데요? 라는 말은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혹시라도 아이의 힘을 들킨게 아닐지 걱정하는 것이 온몸으로 드러나고 있었기에, 지수는 차마 아이가 위상력을 발휘해 차원종들을 처치했다는 것을 말하지 못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황급히 자리를 뜨려는 모자의 움직임을 막는 목소리가 지수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상황정리를 끝낸 것인지 어느새 지수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송진우 경감이 사무적인 목소리로 모자를 불러세웠다.
“죄송하지만, 그 소년은 차원종이 출현할 당시 차원문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클로저 요원님께서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신 덕분에, 아이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차원문과 이차원의 환경은 미지의 영역인 것이 많습니다. 혹시라도 후유증이 있을지도 모르니, 간단한 검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아이의 건강이 걱정된 것인지 여성은 별다른 말 없이 아이와 함께 특경대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들의 뒤를 따르던 지수의 귓가에 앞서가는 모자에게는 들리지 않을만한 목소리로 송진우 경감이 말을 건넸다.
“유니온 서울지부쪽에서 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자신들이 도착할때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를 잡아놓으라고 말이지요.”
“뭐라고요?! 그럼 경감님은 그 사실을 알고서도 저 아이를!”
“물론 그런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건강이 걱정되는 것 또한 사실이지요. 그리고, 특경대가 유니온의 산하 조직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반인들이 소속된 곳입니다. 하위급의 차원종이나 위상능력자들을 막을 능력이 없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지요.”
송진우 경정은 그렇게 말하며 지수를 향해 빙긋이 웃어보였다. 그로서도 저런 어린아이가 유니온의 클로저 요원으로서 전장에 서는 것은 아무리 인류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좋게 보이지가 않았다. 시민을 지키고 차원종들을 소탕하는 것은 어른이 해야 할 일이었다. 아이들은 아직 그런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은 채,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쌓는일에 열중하면 좋은 것이다. 그런 일상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 특경대와 클로저들이 존재하는 것일진데, 시민과 아이들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아이들을 전장에 몰아넣는 일은 아무리 상부의 명령이라 해도 따르고 싶지 않았다.
“뭐, 검진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를 자극할 생각입니다. 조금이나마 힘을 써서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지요. 미움을 받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런 어린아이가 차원종을 죽이기 위해 부모와 떨어져서 세뇌에 가까운 교육을 받게되는 미래보다는 훨씬 나을 테지요.”
특경대의 위생병에게 이끌려 간이 막사로 들어가는 소년을 바라보며 송진우 경정은 착잡한 눈으로 한숨을 내 쉬었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아무리 각오를 했다고 해도 입맛이 쓸 수밖에 없을 것이리라.
지수와 송진우 경감이 임시 막사의 입구를 걷고 안으로 들어가자, 의무병에게 간단한 검진을 받고있는 소년과 그런 소년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각오한 일이니 이제와서 돌이킬수는 없었다. 마른침을 한번 삼킨 송진우 경감은 짧은 시간동안이나마 최선을 다해 생각해 두었던 시나리오를 읊기 시작했다.
“저 소년의 어머니 되시는 분이신가요?”
“아, 네..”
“사실 방금전의 차원 재난 경보는, 여기계신 서지수 요원님이 아닌 저 소년에 의해 해결이 되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몇가지 질문드릴 사항이 있습니다만..”
길지 않은 말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들은 여성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지는 알수 없지만,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을 숨겨왔을 것이다. 그녀의 가족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아이는 물론이고 그녀와 그녀의 배우자까지 얼마나 가슴을 졸이며 살았을지는 지금의 표정만 보아도 알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모습을 자신이 만들었다는 생각에 송진우 경감은 이를 악물고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본래 위상능력자가 위상력을 자각하게 된다면 유니온에 신고를 하는 것이 의무화 되어있음을 모르시는 것은 아니시겠지요? 저 아이의 위상력이 1급 차원 재난 경보를 발령할만한 차원종을 소탕할 정도라면, 위상력이 발현한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은 명확합니다. 이를 신고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범법 행위입니다.”
“그건..”
“엄마는 잘못없어! 내가 나빠서 그래!”
“아니, 아이의 잘못은 곧 부모의 잘못과도 직결된다. 그리고 너와 너희 부모님이 저지른 일은 인류의 존속을 제쳐놓고도 자기 가족의 안위만을 생각한 이기적인 행동이라 볼수 있지.”
아이가 자신이 하는 말 전부를 알아들었을 리는 없다. 하지만 분위기를 통해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 정도는 알수 있으리라, 자신이 힘을 사용하여 도망치지 않고서는 자신과 가족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결과적으로 너는 마지막까지 힘을 숨기지 못하고 차원종을 처치하는데 힘을 사용하고 말았고, 나를 포함한 특경대의 수 많은 인원들이 그것을 목격하고 말았다. 주변의 감시카메라를 통해 네가 힘을 사용하는 모습이 촬영되었을 테고, 유니온은 그것을 토대로 너를 찾아내겠지. 그리고 너를 찾아내면 그동안 너를 숨겨온 죄로 너희 부모님은 벌을 받게 될 테고, 너 역시 강제로 부모님과 떨어져서 벌을 받게 될거다. 클로저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교육을 받을테고, 그로인해 너와같은 아이들을 만들어 내는 일에 손을 거들게 되겠지.”
아이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이 일그러졌다. 다른 것은 몰라도, 자신의 힘을 숨겨주었기 때문에 부모가 벌을 받게 된다는 것과, 자신 또한 강제적으로 부모와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은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다. 어린아이의 생각으로도 그정도쯤은 알수 있을 것이었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유니온에서도 눈치를 채고 이쪽으로 이동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네가 지금 당장이라도 우리를 쓰러뜨리고 도망친다면 또 모르겠지만.”
-콰앙!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송진우 경감은 자신의 몸이 간이막사의 구석에 쳐박히는 것을 느꼈다. 답을 알려주자 마자 실행에 옮기다니, 꼬마치고는 제법 강단이 있는 녀석이었다. 고통에 익숙해지고 나서야 겨우 자신이 처한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간이막사는 무너지기 직전이었고, 자신의 위엔 지수가 엎어져 있었다. 아마도 자신을 향해 위상력이 날아드는 것을 느끼고는 그것을 막아주기 위해 몸을 던진 것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사람이 함께 날려갈 정도라면 아이의 위상력이 얼마만큼이나 강력한 것인지는 설명이 필요 없었다.
“에고고, 최대한 막아보려고 했는데도 이모양이네요.”
“서울지부에서도 넘버 원의 위상력을 가진 서지수 요원님을 날려버릴 정도라면 정말이지 무시무시할 정도의 위상력이로군요.”
“네, 그래요. 유니온의 사람들이 무척이나 탐을 낼 정도로요.”
이대로 무사히 도망쳐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말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먼 발치에서 들려오는 차량의 정차음이 유니온의 인사들이 도착했음을 알려오고 있었으니까.
“이런, 내가 중요한 순간을 방해한건 아니겠지?”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데이비드.”
송진우 경정과 지수가 한데 엎어져 있는 것을 본 것일까? 갈색머리의 말끔한 차림새의 청년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눈을 빛냈다. 지수와 송진우 경감은 달아오른 얼굴로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지수의 마음은 모르겠지만, 송진우 경감은 내심 떨리는 가슴을 억누르느라 애쓰고 있었다. 아무리 초인적인 힘을 가진 클로저 요원임을 알고 있어도, 꽃다운 스무살의 아가씨와 스킨십이 있었다는 것은, 남자밖에 없는 특경대 생활에서 경감이라는 직책을 달때까지 생활한 경감으로서는 사소한 스킨십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하하, 그럼 아직 나한테도 기회는 있다는 건가? 언제한번 나와함께 식사라도..”
“지금 이 상황에 그런 농담을 해야겠어? 만약 진담이라고 해도 거절이야.”
“이런, 또 퇴짜로군, 이거 한번만 더 하면 기념할만한 열 번째가 되겠어. 그런의미에서 나랑 차라도 한잔.”
분위기를 읽지 못하기에 그러는 것일까? 아니면 지금의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읽고 있기에 그런 것일까? 방금전까지의 가라앉아있던 분위기가, 남자가 등장한지 수 분이 지나지 않아 농담이라도 건넬수 있을만한 가벼운 분위기로 변해있었다. 아마도 지금의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농을 건넨 것이겠지. 헛웃음을 지으며 먼지를 털어낸 지수는 데이비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웃음지었다.
“제가 분명히 거절이라고 말씀드렸을텐데요? 데이비드 리 관리요원님?”
“드디어 열 번을 채웠군. 이거 역시 지수씨한테는 못당하겠어.”
지수가 정색을 하며 거절을 했음에도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담담히 서있는 말끔한 차림의 관리요원 데이비드 리는 쓰러지기 직전의 간이막사를, 정확히는 소년이 자신의 모친과 함께 도망치기 위해 간이막사에 뚫어놓은 구멍을 바라보고 있었다. 상황은 지수의 장비에 부착된 촬영장비를 통해 전부 보고있었다. 그 누구보다 강한 능력과 그 이상의 잠재능력을 보유하고 있던 서지수를 한두단계는 앞서는 위상력 그리고 순식간에 서지수를 날려버리고 도망갈수 있는 컨트롤 능력까지, 짧게 짧게 보여준 것이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리라.
어린아이를 전장에 투입하는 것은 물론 그로서도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었지만, 반대로 그 양심만 조금 외면한다면 앞으로의 싸움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할수 있는 것은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었다. 양심과 이성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데이비드는 결국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건그렇고 자네를 일순간 날려버릴 정도라니, 소년의 위상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아. 유니온에서도 이점을 주목하고 있어.”
“벼, 별것 아니야. 방심해서 그런 것 뿐이라고.”
“이봐 지수씨. 이제와서 그런말로 얼버무리려 해 봤자 소용없다는걸 알고 있잖아. 지금은 오히려 어떻게 하면 소년의 가족들이 상처받지 않고 소년을 유니온의 교육시설로 갈수 있게 하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단번에 정곡을 찌르고 들어오는 데이비드의 말에 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통상적으로 유니온의 관리요원은 그가 관리해야 할 클로저와 동행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데이비드가 이쪽에 있고, 그의 근처에 클로저 요원이 없는 것으로 보아서는 동행했던 클로저 요원은 소년을 쫓아 이동한 것이 분명했다. 이미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 있음에도 위상력이 전해져 오는 것으로 보아, 소년의 위상력을 고려해서 상당한 실력의 위상능력자를 동행시킨 모양이었다.
“같이 온 위상능력자는 누구지?”
“B급 클로저 조민수와, A급 클로저인 최하늘을 보냈네. 전투력 이전에 그 두 사람의 능력은 소년을 상대하는데에 적합하기 때문이지.”
“클로저명 이지스와 세이렌 인가?”
유니온의 상층부가 정한 것인지, 아니면 눈앞의 데이비드가 정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이지 딱 맞춘듯한 구성이었다. 방어에 특화되어 공격력은 대단치 못해 B급에 머무르고 있지만, 그 방어력 만큼은 그녀마저도 뚫지 못했던 방어막을 구사할수 있어, 이지스 라는 클로저명을 얻은 조민수와, 위상력을 담은 목소리로 차원종을 혼란에 빠트려 자멸시키는 능력을 지닌 최하늘. 조민수를 앞세워 소년의 공격을 막아내고, 최하늘의 목소리로 소년을 기절시키거나 잠재워서 연행해올 생각인 모양이었다. 소년만 무력화된다면, 아무리 직접전투에 특화되지 않은 두 사람일지라도, 소년의 어머니의 힘만으로는 두 사람중 단 한사람도 제지할 수가 없을 것이었다.
“정말이지, 철저하게들 하신다니까?”
“이번만큼은, 칭찬으로 듣지 않겠네.”
아무래도 이번 작전을 생각해 낸 것은 데이비드인 모양이었다. 개인적인 감정을 철저하게 배제한 채 고안한 작전인 듯 그의 얼굴 역시 굳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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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주인공 이름을 김기태로 하려했...
※ 클로저스 홈페이지 팬 소설 란과, 조아라 패러디 란에 동시 연재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