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 - J의 G타워 후일담

Shuna 2015-11-14 2



 시체의 산에 누웠다. 괴악하게 생겨먹은 차원종들 사이에 파묻힌 탓에 허리가 쑤신다. 이겼다. 어떻게든 쓰러뜨렸다. 한쪽 알이 깨진 선그라스 너머로 몸통에 구멍이 뚫린 채 쓰러진 용이 보였다. 이스타로트. 용의 왕이라고 했나. 놈의 얼굴은 가관이었다. 입을 벌리고, 눈은 채 감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믿을 수 없다는 경악에 찬 얼굴, 그리고 동시에 절망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짓고 있다. 패배자의 얼굴이었다. 전쟁에서 진 패자의 얼굴. 그 절망을 띈 얼굴을 몇 번이고 보았는지, 이제는 기억도 나질 않는다. 전쟁이 낳는 얼굴은 전부 저런 얼굴뿐이었다. 패배자든, 승리자든. 다만 승리라는 면죄부로 저 얼굴을 뒤로 가린 채 지나갈 뿐. 미안하지만, 그 애들에게는 못 보여주지. 안도의 한숨, 그리고 회한의 한숨이 섞여 나왔다. 저런 것은 조금 더 천천히 배워도 좋다.


 어쨌든 이겼다. 어떻게든 지지 않고 끝났다. 이겼다. 그래, 이겼어. 웃음을 짓지만 성취감은 들지 않는다. 남는 것은 마음 속을 도려내는 공허함 뿐. 작은 전쟁 하나가 승리로 끝난 것일 뿐이다. 운 좋게 말이다. 아직도 수없이 열리는 차원문 중 하나가 닫히는 것 뿐이다. 그래도 지금은 웃자. 잃은 것보다 지킨 것이 더 크다. 저 밑에서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을 지켰다. 그렇다면 당당하지는 못해도, 볼 면목은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제 돌아가야지. 그렇게 마음을 먹고 움직이려는 순간, 몸에 일어난 이변을 느꼈다. 몸이 움직이질 못한다.


  "버텨라, 내 몸......."


 일어날 수가 없다. 몸에, 감각이 하나도 없다. 힘은 커녕, 손발이 붙어있는지조차 느낌이 없다. 한계다. 아니, 한계를 무시한  대가다. 깊은 한탄이 한숨으로 변한다. ***, 약을 조금 더 챙길 걸 그랬나? 심장이 쑤신다. 내장 속에 난 상처 때문에 기침이 났다. 뭉친 핏덩이가 울컥 입 밖으러 튀어나왔다.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정말 그 예상대로 되어버릴 줄이야. 힘이 나질 않는다. 연락을 넣으려 필사적으로 팔을 들어 손목의 장비를 확인해 보았지만, 이미 형체도 알아** 못할 정도로 화려하게 작살이 나 있었다. 남은 것이라고는 그저 장착을 했다던 흔적으로 파편 몇 개가 외롭게 남아 있을 뿐이다.


  "이거, 이거. 유정씨에게 또 혼나겠는데."


 이렇게 된 거, 어떻게든 되겠지. 아예 바닥에 완전히 드러누웠다. 하늘이 보였다. 꼭 닫히다 만 차원문같이 거무칙칙하다. 이런 지옥같은 전장에 드러누웠는데, 이상하게 편안한 감각이 든다. 아니, 익숙한 감각이 기억을 떠올리는 건가. 늘 똑같다. 오늘도 변함이 없구나. 양 손에는 피로 얼룩직 시커먼 너클 두 개. 그리고 거리에 널브러진 차원종이라는 괴물. 코를 찌르는 화약 냄새와 피비린내. 부서지고 망가진 거리가 내뿜닌 먼지. 그리고 시퍼렇게 눈을 부라리며 이쪽 세상을 노려보는 차원문. 내가 있는 자리는 늘 똑같다. 그게 단지 지금은 사람의 도시가 아니라, 차원종의 도시일 뿐. 변한 것은 이렇게 대책없이 망가져버린 자신 뿐이다. 정말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 웃음이 났다. 아무것도 변하질 않아. 새파란 꼬맹이었던 자신이 시커먼 어른이 되었는데도 전쟁은 변하질 않는다. 그리고 자신은 언제나 그 한복판에서 분탕질을 치고 있다.



 입이 심심했다. 한숨 대신 담배라도 한 대 피웠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지금 상태에서 정말 한 대라도 피웠다가는 두번 다시 일어나지 못하겠지. 그래도 매일 몸에 쏟아붓는 약발이 조금은 효과가 있는지 팔다리에 감각이 미세하게나마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다리를 받침대 삼아 팔로 땅을 짚는다. 부서진 몸뚱아리를 일으켜 세운다. 그래, 아직 괜찮아. 멀쩡해. 아저씨도 아니잖아. 확신을 가지고 허리를 피는 그 순간 우두둑, 불길한 소리가 났다.


  "허, 허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허리가 어긋났다. 일어나던 몸이 다시 땅으로 주저앉았다. 척추가 비틀린 것 같다. 아까 킥을 너무 막 날렸나? 용의 왕이라는 놈. 아스타로트인가 뭔가 하는 그 녀석. 용의 왕이라는 이름을 땅따먹기로 얻은 주제에, 또 실력이 마냥 허세는 아니었다. 그 두꺼운 장갑을 한꺼번에 날리기 위해 약을 몇 병이나 들이켰는지 셀 수가 없다. 쓰러진 충격에 다시 기침이 나왔다.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았다. 소매에 피가 흥건하게 묻어나왔다.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 느끼고 있다. 이젠 정말 한계라고. 이 몸뚱아리가 버틸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고. 그래도 버텨야 한다. 적어도 그 애들이 이런 꼴을 ** 않고 무기를 내려놓을 때까지는.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야만 한다. 그래, 그래야만...  


  "...우욱! 쿨럭! 쿨럭!"

 

 목에 차오른 피가 입 밖으로 쏟아졌다. 피를 닦은 소매가 검붉게 물들어갔다. 위험해, 이건 정말로. 부서지 몸에 박혔던 '그'힘이 사라져간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부서진 몸으로 한계를 넘은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애쉬, 더스트. 설마 그놈들에게 도움을 받게 될 줄이야. 새삼 너덜너덜한 너클을 보았다. 너클이라기보다는 깨지다 만 철덩어리에 가까웠지만, 그 힘의 파편들 때문에 색이 조금 푸르다. 아직 힘의 잔재가 남아 있다. 적의 적이라고 해도, 이것도 결국 전쟁의 인과라는 거겠지. 그때 귓속으로 신호음이 들렸다. 용케 이건 멀쩡했구나. 신호를 연결했다. 이건, 세하인가.


  "제이 아저씨! 들려요! 들리죠! 대답 좀 해요!"


 녀석, 목소리 하고는. 코웃음이 나왔다. 그 외에도 슬비, 유리, 테인이의 목소리가 섞여서 귀가 울렸다. 하지만 세하의 목소리가 유독 달랐다. 맨날 게임만 하고 의욕도 없는 녀석이.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목에 피가 좀 맺혔지만. 동생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야 없다. 목에 힘을 주고, 아니 힘을 빼고. 늘 그랬듯이. 여유있게. 가볍게. 그 말을 하자.


  "...동생. 아저씨가 아니라 형. 형이라고. 몇 번이나 말했을 텐데?"

  "이 아저씨가! 지금 어디예요!"

  "나야 늘 너희들 마음 곁에 있지. 유정 씨 곁에는 언제나 있고."

  "지금 장난 칠 때에요? 어니냐고요! 왜 맨날 혼자 독박 뒤집어쓰고 가요!"

 

 녀석.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냐. 싸우는 건 애들이 할 일이 아냐. 어른이 해야 할 일이니까. 그 말이 입속에서 맴돌았지만 맗하지는 않았다. 그래서야 진짜 아저씨 같잖아. 그 말 대신, 궁색하게. 변명하는 것처럼 위치를 말했다.


  "데미플레인. 그 아스타로트 만났던 궁전 부근."

  "...딱 기다려요."


 그걸로 통신이 끊겼다. 이제 기다리는 일 뿐인가. 좀 더 편안하게 남의 땅에 드러누웠다. 어이, 아스타로트. 네 땅 좀 빌리자. 고통은 없다. 느낄 감각도 사라진다. 눈을 감았다. 눈꺼풀은 걷잡을 수도 없이 눈을 가렸다. 시커먼 그림자 같은 피로가 덮쳐온다. 두 개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편안하다. 죽음처럼 덮쳐지는 피로가 너무 달콤하다. 차라리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이제 조금 쉬어도 좋잖아. 그런 욕망이 서서히 새어나왔다.


 그래. 됐어. 넌 충분히 했잖아?


 아아. 그래. 이걸로 됐어.


 이렇게 될 때 까지 싸웠잖아. 몸도 능력도 다 바쳤잖아.


 너에게 사람들은 뭘 더 바라는 거지?


 이대로 좀 내버려 둬.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우리가 그걸 할 수 있게 해 줄게.


 몸이 너무 편안하다. 괴로움이 사라져간다. 몸이 두둥실 떠오르는 것 같다. 그래. 이제 쉬는 거야. 이제 됐어. 사고가 그림자에 잠겨간다. 그래. 이렇게, 수렁에 빨려 들어가면. 안 되는 거지.

 눈이 홱 뜨였다. 전쟁 후유증 중 하나지만 이번만큼은 고맙기 그지없다. 사고가 다시 돌아온다. 되찾은 감각 때문에 몸이 괴롭다. 하지만 눈 앞에는 내게 이 모든 것을 하게 만든 두 차원종이 있었다.


  " 애쉬... 더스트...!"

  "이런, 깼나?"

  "조금만 더 했으면 됐는데-."


 녀석들이 다시 올 줄은,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너무 늦었다. 안 그래도 고장난 몸. 거기다 사투 끝에 더 만신창이로 망가진 몸뚱아리. 이 녀석들이 날 없애는 것은, 정말 벌레 한 마리를 밟아 죽이는 것 보다 쉬울 것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녀석들은 유혹을 거는 악마처럼 웃고 있다. 그 중 하나, 애쉬가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설마 그 몸이로 정말 아스타로트를 쓰러뜨릴 줄이야. 거기다 다 쓰러진 상태에서 다시 정신까지 되찾을 거라고는 예상 못했는데."

  "뭘 원하는 거지?"

  "우린 기회를 주는 거야. 너에게, 새로운 기회를 말이야. "

  "그리고 복수할 기회도! 유니온. 쌓인 게 꽤 많지 않아?"


 녀석들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잠시 뜸을 들였다. 일부러 고민을 할 말미를 주는 건가. 그 장난스러운 미소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너는 그저, 한번 yes. 고개만 끄덕이면 돼. 그 들리지 않을 달콤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웃음이 났다. 쓸데없는 짓을. 내 대답은 이미, 이곳에 올라오기 전에 정해 두었다.


  "...유니온에 복수할 기회를 준다는 것은... 솔직히 솔깃하긴 하군."

  "그렇다면?"

  "하지만 이번에도 거절하겠다...!"


 애쉬와 더스트. 능글맞게 웃던 둘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둘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처럼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밑에 있을 애들에게 설교하는 것처럼. 훈계하는 아저씨마냥. 없는 여유를 쥐어짜 말했다.


  "어른이 나쁜 짓을 하면 애들도 따라하기 마련이야.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되지. 절망하는 건 이 한명으로 족하니까."

  "고작 그까짓 이유로? 목숨을 버리겠다는 건가?"

  "그런 건 너무 시시하잖아! 재미 하나도 없다구!"

 

 더스트는 짜증 어린 목소리로 따지고, 애쉬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물었다. 하하, 이런 꼬마들. 나는 웃었다. 녀석들은 웃지 않았지만.


  "이 꼬맹이들아, 잘 들어. 인생은 원래, 심심하고 재미없는 편이 좋아. 그런 심심하고 재미없는 인생을 바로 '평화'라고 하는 거라고."


 그리고 이제야 그걸 가질 수 있을 것 같군......그렇게 폼 잡으며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다. 하지만 나온 것은 기침이라기에는 너무 무거운 것이 튀어나왔다. 쿨럭! 다시 입에서 피가 한가득 쏟아져 나왔다. 눈 앞이 일그러진다. 이제 피도 모자란 건가. 소리도 사라져간다. 녀석들은 나를 강하게 노려보더니,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더 이상은 가치도 없다는 것처럼. 내버려둔 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가기 직전, 무어라 말한 것 같지만 들리지 않았다. 후우,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살았다. 정말로. 이제 정말 끝인가. 다시 졸음이 쏟아졌다. 그래. 이번에는 잠들어도 되겠지. 눈꺼풀이 붙잡을 새도 없이 닫힌다. 눈앞이 서서히 가려진다. 그리고 완전한 암흑이 되었을 때, 하얀 별이 보였다.


 닫히던 눈꺼풀이 도로 위로 말려올라갔다. 새하얀 빛이 눈을 파고들었다. 눈이 부셔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하얀 별이 보였다. 고개가 옆으로 홱 돌아갔다. 감각이 죽은 줄 알았던 뺨이 아프다. 눈을 다시 제대로 떠 보았다. 하늘이 푸르다. 푸른색 하늘이다.


  "사, 살았나?"


 땅에 있었다. 시퍼런 차원종 땅이 아니라 강남 땅에. 익숙한 건물, 낮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살았구나, 살았어. 그렇게- 마음 놓고 안도할 수 만은 없었다. 미뤄둔 큰 빛이 있으니.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날 살려둘 것 같지가 않다. 엄청 열 받은 채 씩씩거리는 세하, 울상인 유리와 테인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우리 리더, 슬비. 그리고 마지막으로- 붉은 눈의 악마를 보았다.

 차라리 아까 목숨을 바치고 싸운 아스타로트가 나을 것 같다. 생사여탈권을 쥐고 나를 유린하던 그 꼬맹이들을 한번 더 만나는 게 더 편할 것 같다. 관리요원 김유정 씨. 그녀가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유정 씨는 나를 살의가 담긴 눈으로 노려보다가, 다시 뺨을 후려쳤다. 돌아본 두 눈에는 눈물이 한가득 맺혀 있었다. 유정 씨는 얼이 빠진 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제정신이에요! 그 몸으로 혼자 어딜 갔다 오는 거예요!"

  "......유정 씨?" 

  "네! 관리요원 김유정이예요! 관리요원! 당신은 보호자고! 그런데 보호자가 허가도 없이 멋대로 가 버리면 어떻게 해요!"


 이 바보가...! 유정 씨는 꼭 쥔 주먹으로 내 가슴을 두들겼다. 원래라면 간지럽지도 않겠지만, 지금은 피가 또 한가득 입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아프다. 그래도 할 말이 없다. 머쓱해진 나머지 머리를 긁적였다. 이를 지켜보던 주위 애들 얼굴은, 또 어딘가 이상하게 변해 있었다. 세하야, 형을 그렇게 쓰레기 보는 것처럼 보는 거 아니다. 슬비랑 유리는 뭘 얼굴을 붉히고 보고 있니. 뭐, 그래도. 늘 그렇듯이. 이런 느낌이 좋겠지.


  "지금... 우는 건가? 유정 씨? 필요하다면 내 품이 남아있는데 말야."


 유정 씨는 잠시 코를 훌쩍이다,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꽤 울었던 것인지 눈가가 부어 있었다. 그러면 안되는 것이지만, 조금 귀여웠다. 유정 씨의 목소리에는 아직 물기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뭐에요, 정말. 그럴 땐 말없이 안아주는 거라구요."

  "응?"

  "하지만 늦었어요. 눈물 다 그쳤으니까."

  "으, 으응?"


 유정 씨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뒤돌아** 않고 떠나갔다. 나만 얼이 빠져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자, 잠깐만. 지, 진짜? 내 얼굴이 하도 볼만했던지, 주위 애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나도 웃음이 나왔다. 뭘 하고 있던 거야, 나는.


 하늘이 닫히기 시작했다. 시퍼렇게 열려 있던 차원문이 서서히 사라져간다. 태양이 밤을 몰아내는 것처럼. 하얀 입자들이 차원문을 지워가면서, 마지막에는 축체의 피날레처럼 하얀 가루를 하늘에 흩날렸다. 이제 햇살이 다시 완전히 돌아온다. 낮이 돌아온다. 차원문이 닫혔다. 테인이는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와아-. 예뻐요... 정말로..."

  "그래, 차원문이 닫히는 건 언제 봐도 장관이지."


 참 멋지지... 문이 닫힌다. 전쟁이 끝난다. 나 역시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전쟁의 끝을 알리는 성화. 그래, 그랬지. 온 몸을 버려가면서, 능력을 팔아가면서. 수라의 길을 걸은 이유가 저 곳에 있었다. 다른 아이들도 이 풍경을 감탄하면서, 기뻐하면서 바라본다. 그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전쟁이 끝났다는 안도의 얼굴. 평화를 바라는 희망의 얼굴. 이것 역시 하나의 전쟁일 뿐이지만 내가 지금까지 싸워온 이유는, 이것을 보기 위함이 아니던가. 이 종전의 광경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던가.


  "정말로 다시 클로저가 되어버렸군..."


 정말로. 다시 전장에 와 버렸다. 눈부신 햇살이 따사롭다. 아이들이 떠든다. 유정 씨는 정말로 가 버린 건가? 잠이 쏟아진다. 평화롭다. 편안하다. 그래. 이제는 조금 쉬어도 되겠지. 애들이 뭐라 말하지만, 조금 있다가 실컷 들어주자. 다음도 이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 끝을 위해서. 조금은 쉬자. 눈이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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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잠이 안와서 썼습니다. 제이 G타워 솔플 엔딩 뒤에, 영상 엔딩에서는 같이 내려오지만 게임 내에서는 혼자 독박쓰고 간 거잖아? 그러면? 이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구체적으로 망상을 해 봤습니다.처음엔 가볍게 하려고 했는데, 어느순간 작정하고 있는 제가 있더군요. 허허.


2024-10-24 22:41:2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