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다크에서 혼돈의 카오스를 느끼며.......
파호우쿰척쿰척 2015-01-16 1
차원종과 인간이 대립한 이래 수많은 클로저들이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차원종과 싸울 수 있는 그들을 보고 동경했고 때때로 질투하기도 했다. 클로저 자신들도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고 능력에 대한 생각은 둘째치고 그것을 차원종과 싸우는데 사용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을 느끼며 클로저를 동경하고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그런 클로저는 분명히 있었다.
강북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클로저팀 '원죄의 야수'는 모두 그러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실제 서류상에 등록된 팀명은 '빨간 버섯'이었지만 국장과 그외 간부들을 빼고는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았다. 팀원들 스스로 자신들은 원죄의 야수 소속이라고 말하고 다녔기에 그들과 만난 모든 사람들은 그들을 원죄의 야수라는 이름으로 기억했다.
원죄의 야수 팀의 멤버들은 모두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미래에 클로저가 되거나 아니면 그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 꿈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원 그 꿈을 이루었다.
"바람의 흐름이 이상해...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져..."
등짝에 촌스러운 디자인의 빨간 버섯그림이 있는 재킷을 입은 소년이 중얼거렸다. 짙은 회색 머리카락에 왼쪽눈을 가리는 비대칭 앞머리가 특이해 보였다. 밖으로 보이는 눈을 감고 허공에 손을 뻗더니 이윽고 무언가 깨닭은 듯 소리쳤다.
"그래...! 이제 알았어! 전아집성위상차원균등변동이 느껴져 이대로면 차전성공간위변합력소화가...!"
"시끄러워! 아까부터 혼자 뭔 헛소리야!"
소년의 깨달음은 한 소녀의 일갈에 무너져버렸다.
"할 일 없으면 사무실에서 쇼하지말고 정찰이라도 돌던가! 정신 사나워 죽겠네!"
소녀는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듯 질린 표정으로 소리쳤다. 염색을 한 것인지 위상력 때문에 변한 것인지 붉은 빛이 도는 긴머리를 가진 소녀였다. 그 머리카락과 살짝 보랏빛이 도는 눈동자로 이지적인 미인 느낌을 주는 그녀였지만 지금은 분노에 차 소리지르느라 그 미모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난 지금 놀고있는게 아니야. 강북지역의 연속변환집약차원이 어떤 상황인지 '관측'하고 있는거야."
소년이 무슨 의미인지 관측이란 단어를 강조하면서 말했다. 굳이 강조할 필요가 있나 싶겠지만 아무도 물어** 않았다. 왜냐면 오늘 다른 팀원들은 관리요원과 고급 레스토랑에 점심 먹으러 가버려 결국 둘만 남아서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고, 그 둘 중 유일하게 소년의 말에 대꾸해줄 수 있는 그녀는 그러는 대신 이어폰으로 귀를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외부와는 담을 쌓을 심산으로 볼륨도 거의 최대로 올려놓았다.
그런 모습을 본 소년도 이젠 얌전히 앉아서 머리 속으로만 관측하기 시작했다. 조용한 사무실에 이어폰에서 삐져나온 음악소리만 조금씩 들렸다.
소년은 오늘 소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이제서야 알수 있었다. 오늘 점심 예정되어 있던 레스토랑에 가지 못했기 때문인가? 하지만 팀원 전원이 사무실을 비울 순 없다. 국장도 최소 2인은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 자신과 그녀 둘만 남아 다른 팀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20분전 메신저로 팀원들이 음식사진들을 보내며 너희도 왔으면 좋을텐데라고 했을 때 소년은 클로저 요원이 이런 일로 징징댈 수는 없다 그것도 '폭염의 아이시클'인 내가라고 조용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소녀는 휴대폰을 벽에 집어던졌다. 그 모습을 보고 눈치채야 했다고 뒤늦게 생각했다.
아무튼 소녀의 기분을 풀어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팀원의 문제는 곧 나의 문제라는 게 소년의 마음가짐 이었다.
"'창공의 그라비타' 배 안고파? 밖에 나가서 뭐 사올까?"
하지만 시작부터 잘못 된 것 같았다. 창공의 뭐시기라는 이름을 들은 것인지 소녀의 미간이 무섭게 구겨졌다. 어쩐지 사무실에 들리는 음악 소리가 더 커진 듯 했다,
소년은 자기 목소리가 작아서 못 들은건가 생각하고 더욱 큰 소리로 말했다.
"이봐 창공의 그라비타, 뭐 먹고싶은 거 없어? 나 지금 뭐 사러 나갈 건데 네 것도 사올까 해서..."
"그런 이름으로 부르지마!"
소녀가 창문이 울릴 정도로 큰 소리를 내질렀다. 얼굴이 빨간 게 분노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하지만 이거... 네가 지은 이름 아냐?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그렇게 말했..."
"이젠 아냐! 이제 그 이름은 그냥 이저버려엇~~!"
소녀가 흥분한 나머지 발음도 줄줄 새면서 소리쳤다. 얼굴에는 분노와 부끄러움이 뒤섞인 표정이 나타났다. 아 진짜 내가 왜 그랬을까라며 우는 소리 섞인 푸념이 그녀의 입에서 나왔다. 그리고 굉장히 단호한 기세로 소년에게 말했다.
"야 난 이제 그런 거 다 졸업했으니까 그런식으로 부르지마! 그냥 이름으로 불러 정유미라고 부르라고 알겠어? 그리고 내 앞에서 그런 짓도 하지 말고 보기만 해도 진짜...하..."
"그래 알았어 유미야."
소년이 시원하게 대답했다. 너무 거리낌 없이 대답하는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조금은 풀렸는지 소녀의 표정이 약간이나마 밝아졌다.
"그래 알았으면 됐어, 아 그리고 뭐 사러간다고 했지? 내 것도 사온다고 했고."
소년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지갑을 챙긴 다음 나가기 위해 문고리를 잡은 채 물었다.
"유미야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 글쎄... 딱히 생각나는 건 없는데..."
"그럼 내가 알아서 사올게."
소년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했다.
"아..잠깐! 야! 박준호!"
그의 몸이 절반쯤 나갔을 때 그녀가 급히 불러세웠다.
"편의점에 이번에 무슨 도시락 신제품 나왔다던데 그거 사와."
"...유미야."
그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돌아봤다. 마치 어린이가 자기도 모르게 잘못을 한 걸 볼 때 나타날 법한 느낌이었다.
"박준호가 아니라 '폭염의 아이시클'이라고 불러여지. 그게 내 '진명'이야."
소년은 무슨 의미인지 진명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말했다. 그 순간 창밖에 내던져졌다. 밖은 4층 높이였다. 그리고 그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빠르게 편의점에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