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ration High Noon : 인간☆실격 (3) 』
류은가람 2015-01-1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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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오락실에 비치된 건 슈팅 게임기에 500원을 넣어가며 항상 생각했었다.
이 놈의 민간인들은 대체 왜 총알이 빗발치는 한복판에 용감무쌍하게 뛰어들어서 내
라이프를 깎아먹을까. 동전 몇 푼을 더 얻어내기 위한 게임적 요소였겠지만, 어찌됬
든 그 당시의 나는 항상 그것이 불만이었다.
어쩌다보니 운 좋게도 클로저 요원이 되어 고시를 패스하고도 몇 년을 뼈빠지게 근
속해야 겨우 달 수 있는 4급 공무원을 거의 꽁으로 된 지금도 그 당시의 기억은 생생
하게 남아있는 탓에, 차원종 퇴치 중에 민간인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가히 절규에 가
까울 정도로 절박한 목소리로 '엎드려!'를 외치고는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절규가 어찌나 절절했는지 팀원들은 내가 민간인 오사와 관련해서 가족 중 누군가가
죽었다던지로 트라우마가 있는 줄 알았단다.
정말로 그런 트라우마 비스무리한 게 생겨버린 건 처음에만 해도 전신을 울리던 총
성이 점차 책을 탁 덮는 소리와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을 즈음이였다. 변명 같은
이야기지만, 당시에는 민간인을 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녀석이 바보
취급을 받았었다. 마치 80년대의 택시 운전기사들 같은 모습이였는데, 그 당시에도
안전 벨트를 꼭꼭 차려 메는 택시기사를 동료 택시기사들이 소심하다며 비웃는 풍조
가 집단 전체에 만연해있었다. 대체 왜 이런 사람잡는 풍조가 만연해있는지에 대해서
는 법적 공방이 끝난 그 날 까지도 알지 못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닌 것 같았다. 80년대에도 그랬고, 지금도 일어나는 일이니까. 속 된 말로 안전 불감
증이였다.
안전 벨트를 매지 않거나 하는 등의 '사소한', 아니 '사소해보이는' 일들과 달리 사람
을 눈앞에 두고 총을 쏘는 일을 사소하게 여겨 안전 불감증에 걸리는 사이코들이라는
비난은 삼가해주시길. 아무리 신체를 단련한다 해도 인간일 뿐일 특경대와는 달리 클
로저 요원들은 총 몇십방을 맞아도 멀쩡한 신체능력을 가진 괴물들인 만큼, 그런 신체
능력을 가진 클로저 요원들이 민간인 오사를 범한다는건 숙련된 운전기사가 사고를
내는 것과 똑같은 말이었다. 일어날 확률이 극히 적은 만큼, 귀찮은 일 같은건 생략해
도 됬다는 생각들이었던 것이다.
나도 이런 풍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이 풍조에서 잔뼈가 굷은ㅡ 아니 차원전쟁
시절부터 지금까지 일해오신 분들이니 이런 풍조를 만들어내셨을 네 분과 놀림받으면
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소리치는 것 같은건 그만두게 되었으니까. 그러다가 딱 걸린
것이다.
민간인 오사의 무게가 무거울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법정에서는 내게 무죄를
선고했다. 내가 민간인을 쏜 것은 소방관이 피구조자를 운송하다 실수로 놓친 것과
별 다를게 없다며 긴급피난이 인정된 것이었다. 판사는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이런
사소한 실수를 중하게 처벌할 경우 클로저 요원들의 업무 스트레스를 가중하며 그
누구도 차원종 퇴치에 열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 덧붙이며 재판을 폐정했다.
그와는 별개로, 클로저들과는 애증의 관계인 언론에서 이런 흥미거리를 놓칠리야
만무했다. 돈과 돈으로 엮인 유니온과 언론의 유대는 견고하다는 팀장님의 말과 다
르게, 언론 매체는 나는 물론이요 우리팀이 일선에서 차원종과 마주할 실력이 있
는지 의심된다는 기사를 앞다투어 써내갔다. 거기다 당시의 살인적인 풍조 까지 내
가 법정에서 당당히 까버렸으니, 유니온은 자연스레 긍정적인 화답을 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우리는 결국 일선에서 물러나 저 멀리 변두리의 경비 인력으로 차출되
어 버렸다.
그 때부터 원래부터 좋지 않았던 우리 팀의 팀워크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넘어버
렸다. 애초에 내가 역대 최강의 위상력을 가졌다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채 오랜
명문을 자랑하는 하이 눈에 들어온 것만 해도 네 분중 두 분에게는 탐탁치 않은 일
이었다. 그마저도 전산 오류로 밝혀진 후에는 ' 그나마 잘 적응하고 열심히 하니 데
리고 있자 ', ' 그래도 명문인데 이런식의 허용은 팀의 이름에 먹칠을 한다 ' 로 나뉘
어 말싸움이 오갔는데, 그 와중에 민간인 오사를 저지른 지금의 하이눈 팀은.. 말 할
것도 없었다.
그렇기에 구로역으로의 발령은 내게 적지 않은 희망이 되어주었다. 하이 눈이 발령
되었다는 것 부터가 사안의 중대함을 말하는 지금의 이 일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
인다면, 그래도 약간은 봐주시지 않을까. 설령 그렇지 못 한다 해도, 검은양 팀원들
에게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만성 질환에 시달린다는 J를 돕기 위해 검은양 팀의 서
포트 요원을 노려볼 만도 했다. 전투능력은 떨어지나 요인 보호에 뛰어난 내 능력
이라면, 프로젝트라 이름 붙여질 정도로 개개인이 중요한 검은양 요원들을 보호하
기 위해 발령될 수도 있었으니까.
꿈에서의 장면인지, 깨어있는 정신에서의 진지한 고찰인지 알 수 없는 장면들이
지난 뒤, 비몽사몽한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여전히 내달리는 지하철의 내부였다.
다른 네 분이 주무시는 것만 빼면, 열차는 처음 올라탔을 때와 전혀 다른 점이 없
었다. 잠에 든 터인지 한층 순화된 네 분의 얼굴을 신기하다고 중얼거리며,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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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토 연재로 계획 수정
본 작품은 클로저스 스토리 담당 오트슨에게 헌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