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은 멍청이와 소녀 - 1
건카타 2015-01-12 2
세하는 짜증나 미칠 지경이었다.
가뜩이나 바쁜 훈련 스케쥴을 일일히 해나가는 것 역시 힘들었는데, 한때 차원전쟁의 선봉에 서서
모든 적을 휩쓸었다고 전해지는 막강한 능력자,클로저계의 영웅이신 세하의 어머니가 클로저 팀에
강제로 넣어버린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게임랭크를 세단계나 올리고 친구와 배틀을 하기로 했는데
은근슬쩍 스케쥴 빠진 것을 트집잡아 강제로 팀에 들어가라니…
마치 억울하게 사형선고를 받은듯한 죄수의 모습으로 땅이 **라 한숨을 푹 내쉬었다.
" 아니 그래도 그렇지. 훈련이 아니고 팀에 넣어버릴건 또 뭐람. "
세하는 입을 비죽 내밀고는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들이 길을 걸으며 그의 축 처진 등을 힐긋거리며 지나갔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상태가 아니었다. 그러나 부모님에게 뭐라 큰 반항을 하지는 못했다.
부모님이 자신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 역시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타고난 잠재위상력이 어릴 적부터 동년배 아이들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그의 클로저로서의 재능은 그의 어머니보다 뛰어난 수준이었다. 세하의 어머니는 그 재능으로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는 영웅이 될거라며 자신이 강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받은 기대의 중압감은 날로 무거워져갔고 그 압박감의 도피처가 게임이었을 뿐이었다.
세하는 별 수 없이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설마 그 아들바보 엄마가 내가 죽을만큼 일을 시켰겠어. 얼른 가기나 해야겠다. "
세하의 낙천적인 성격이 빛을 발했다.
그리고 한숨을 쉴 틈이 없기도 한 날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강제로 들어갈 수 밖에 없게 되버린
클로저 팀의 첫 집합날이었다. 아마 가벼운 인사와 팀원들과의 통성명이 주 목적일 것을 세하는 예감했다.
부모님의 기대에 조금이라도 부응하기 위해 결국 빼먹지않고 무거운 다리를 이끌며 걸어나갔다.
몇분 쯤 걸었을까… 세하의 눈에 같은 학교의 교복을 입은 한 소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빈틈없는 걸음걸이를 걷는 흰빛이 감도는 단발의 분홍머리를 가진 소녀였다. 평소에 주변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던
세하였지만 이상한 궁금증과 함께 그 소녀를 따라보며 걷다가 그만 전봇대에 부딪히고말았다.
" 아으아… "
쿵!이라는 소리가 크게 울림과 동시에 세하는 엉덩방아를 찢고 말았다. 그리고 세하의 앞에 앞서가던
소녀는 전봇대에 머리를 박는 소리를 들었는지 뒤로 돌아보아 세하와 눈을 맞추었다.
어째서인지 신비한 푸른 빛이 감도는 소녀의 눈을 보며 세하가 넋을 잃고 앉아 자신을 바라보자
소녀 역시 물끄러미 세하를 바라봤다. 이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말을 던졌다.
" 멍청이. "
그러고는 차갑게 돌아서서 가던 길을 가버렸다. 그 말을 듣은 세하는 그 바닥에 한참을 앉아있다 정신을 차리고는
일어서서 교복의 흙먼지를 털어내며 기운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그렇다고 멍청이라니…."
세하는 시간에 늦은 듯, 팔목에 찬 시계를 보며 울상을 짓고는 빠른 걸음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 한숨을 또다시 푹 내쉬고 말았다. 지각을 한 것 때문이 아닌 소녀의 일 때문이었다.
그저 소녀가 궁금해서 눈으로 뒤를 쫒았을 뿐인데 '멍청이'라는 첫인상을 남겨버렸다.
같은 학교 교복이니 분명 언젠가 다시 만나서 기회가 올 터인데 우연스럽게 만나 노는 일 같은건
물 건너 간 셈이 되버렸던 것이다. 그저 소녀가 다시 학교에서 만나서 놀리지나 않으면 다행인 일이었다.
복잡한 머릿속을 뒤로한 채, 세하는 오늘부터 일하게 될 신서울지부에 다다랐다.
이 곳, 신서울지부는 아름답지도 않았고 장식조차 되어있지 않은 건물처럼 보였지만
충분히 견고해보였고 보안 수준이 문외한인 세하가 보기에도 상당했다.
세하의 얼굴을 보자 입구 경비에서부터 들어가는 절차마저 10분이상 걸릴 정도였고
그리고 그 이후 받게되는 몇가지 본인확인 테스트를 받고나서는 보안에 혀를 내둘렀다.
세하 자신의 ID카드를 받고 입장하자 내부는 더욱 놀라웠다. 따로 특별한 장식이 없지만
필요한 공간만은 확실하게 제공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ID카드를 찍으며 강철로 되어 세로로 열리는 자동문을 넘을때마다
옆에 보이는 레이저포인트였다. 세하가 볼때 레이저는 언제나 **있었지만 분명 ID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은
타인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달아놓은 것일 것이다. 세하가 속한 검은양팀은 신서울지부의 상당히 구석진 곳에 있었는데
약속 시간에 점점 늦어지는 걸 보고 심각성을 깨닫고는 언젠가부터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속된 장소를 찾아냈으나 아무리봐도 이건 그냥 창고를 쌓아놓는 창고와 비슷해보였다.
앞에 테이프로 조촐하게 붙인 문구 역시 다른 팀하고는 좀 많이 달랐다.
' 검은 양 팀 임시 본부. '
뗀다면 바로 떼버릴만큼 아주 조악하게, 그것도 귀여운 양 그림을 붙여놓으니 조금 귀엽기도 했다.
아직 늦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약속시간보다 3분정도 늦어버렸는데 아직 시작은 하지 않은 것 같았다.
끼이익… 세하가 낡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사람들의 시선이 세하에게 쏠렸다.
그러다 왠지 마주치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것처럼 세하는 한 곳에 시선을 집중한 채 얼어붙었다. 바로 그 단발의 분홍머리 소녀가 있었다.
그것도 소년을 보는 눈빛이 '멍청이'라 부를때보다 더 차갑게 얼어붙은 눈빛이었다. 세하는 갑자기 얼굴이 화악 달아오르고는
식은 땀을 비오듯 흘리며 불안한 자세로 걸어나가 빈 의자에 앉았다.
안은 조악하기 짝이 없었다. 정말 짐이 가득찬 박스가 구석에 모여있었고, 얼마나 된지 알 수조차 없는 오래된 TV가
먼지 쌓인 체 오래된 선반에 놓여있었고 어째서인지 벽에는 벽걸이 TV도 함께 걸려있었다. 프레젠테이션용으로 배치된 것은 무려… 화이트보드였다.
하지만 세하는 조악한 주변환경같은게 신경쓰일 틈이 없었다. 같은 학교 교복을 입었다는 것만으로 걱정했지만 일이 더 커져버렸다. 하필 부모님이 고른 이 팀에 이 소녀가 있다니…. 세하는 최대한 옆에 눈길을 주지 않고 정신을 놓은 채, 얼른 담당자가 오기만을 바랬다.
어떻게든 분홍머리 소녀의 시선을 피하고 싶어서 세하는 주머니에서 게임기를 꺼내들었다. 시간 빨리 가는데다가 시선 피하기엔 게임만한게 없었다. 시선처리를 어떻게든 게임을 하는 척 하고 있었지만, 세하의 관심은 다른데에 있었다. 바로 분홍머리의 소녀의 이름을 알고 싶었다. 이미 상황은 갈데까지 간 상황이었다. 이 상황을 타계할 방법은 아마도 단 한가지, 일단 같은 팀이니 얼굴이 익숙해지는 것이었다.
시간만 있다면 아마 영원히 안좋은 사이일리는 없지 않은가.
하늘이 세하의 바램을 들으셨는지 얼마 지나지않아 담당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이는 20대 후반정도로 되어보이고 정장을 입은 여성이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예쁜 갈색 머리칼을 가진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여성이었다.
담당자는 들어오자 부드럽게 인사했다.
" 반가워요, 여러분을 담당하게 된 김유정 요원이라고 합니다. "
인사를 끝마치고 나서 유정은 주변을 주변을 훑어보았다. 낡은 TV 하나, 벽걸이 TV 하나, 수많은 짐들과 화이트보드.
아마 촌구석에 있는 교실도 이 곳 보다는 사정이 나을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는 학교도 아니었다.
여기는 무려 최첨단 보안 시설을 자랑하는 신서울지부의 국가차원관리부였을텐데… 이건 대체….
김유정은 한숨을 쉬며 검은양 팀을 바라보자 옆에 앉아있던 그 차갑던 분홍머리의 소녀가 일어나 말했다.
" 잘 부탁드립니다. 이슬비 외 3명 집합 완료했습니다. "
유정은 조금 미소를 보이며 슬비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세하는 게임을 하는 척 하며 굉장히 귀 기울여 들었다. 드디어 분홍머리 소녀의 이름을 알게되었다.
분홍머리 소녀의 이름은 이슬비였다. 세하는 그녀의 이름이 그녀와 꽤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녀와 성격과도 말이다.
이제 이름도 알았으니 어떻게든 다가가서 그 멍청한 짓을 무마하고 싶었다. 유정은 조금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또 다시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어나갔다.
" 좋아요, 그럼 늦었으니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할게요. "
사실 프레젠테이션이라 해봐야 화이트보드로 무얼 할 수 있겠는가, 유정은 보드마카를 들어 화이트보드로 아주 가볍고 우스꽝스러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림은 초등학생 정도의 그림실력으로 억지로 그려 설명해주는 것은 가히 가관이었다. 유정 역시 땀을 흘리며 괴물을 하나 그려낸 뒤 ' 닮았나… " 라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세하와 제이라는 사람은 정신을 다른 데에 팔고있었다. 세하는 물론 정신을 팔고싶어서 파는게 아니었다. 필사적으로 옆을 ** 않기 위함이었다. 마음가짐은 분명 얼굴이라도 익숙해지자! 라는 마음가짐이었으나 오늘 사건도 있고 해서 부끄러운 나머지 옆을 쳐다보질 못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정신차리고보니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있었다. 유정은 프레젠테이션을 끝내고 다행이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자, 일단 우리가 해야하는 일에 대한 설명은 끝났어. 이외에 따로 궁금한 질문 있으면 말해도 돼. "
그러자 검은 생머리의 소녀가 손을 들었다. 외모가 꽤나 준수한 소녀였는데
소녀의 교복이 왠지 조금 맞지않은 듯 가슴팍이 꽤나 불편해보였다.
" 그래, 서유리. 말해보렴. "
유정이 소녀,즉 유리를 지목하자 유리는 활기차게 일어나 물어보았다.
" 우리도 열심히하면 공무원 되는 건가요? 연금 나와요? "
기대했던 질문보다 수준이 많이 낮은지, 유정은 약간 당황한 듯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 그,그래.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 공무원이 될 수 있어. "
" 아자! "
유정의 대답을 듣자 유리는 넘치는 기합을 외치며 활력을 뿜어댔다. 주변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사람의 행동이었다.
그것이 꽤나 놀라운 점이긴 했다. 다른 질문으로는 요원으로 스카웃된 사람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보이는 제이라는
사람이 '자양강장! 당뇨,혈압,파워!' 라는 문구가 붙은 신문을 보며
" 이거 작전중에 다치면 보험처리는 되는거겠지. "라 물어보자 유정은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 아, 말해드리지 않은 점이 있네요. 임무를 받게 되면 임무시 발생되는 모든 부상에 대한 치료비는 전액 지원합니다. "
유정의 말에 제이는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다시 우스꽝스러운 문구가 붙은 신문에 집중했다.
두 사람의 질문이 끝나자 슬비가 손을 들고 일어나서 궁금했던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말했다.
" 원래 멤버는 다섯명이 아닌가요? 한명이 공석인 것 같습니다. "
그러자 유정은 일리있다는 듯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앞의 사람들과 같이 개인적인 질문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유정은 만족한 것 같았다.
" 맞아, 원래 다섯명이야. 미스텔테인 요원은 지금 독일쪽에서 절차를 밟고 있어서 아직 오지못했어. 아마 차차 보게될거야. "
그리규 유정은 마지막으로 질문을 하지 않은 세하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 세하는 딱히 물어볼 것 없니? "
그러자 세하는 게임하다 잠시 당황하면서 자신의 현재의 심정을 가득 담은 말을 내뱉었다.
" 집에 가야하니 빨리 끝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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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벤트용으로 빡세게 한번 적어보자 그런 마인드로 시작한 소설이었는데
도저히 연애소설이랑은 손과 머리가 잘 안맞는 것 같아서 중간에 관뒀던 소설이에요.
그냥 버리긴 아까워서 한번 올려봅니다.
적고보니 못쓰기도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