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kets -01
오류윈 2015-01-11 1
황폐하된 도시에 더 힘든 삶을 살게 된 서민들의... 아니 조금 특별한 서민들의 이야기를 할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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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의 동인천역 부근. 회색 빛깔로 물든 대지 위에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꽃들과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이상하리만치 거대한 나무들이 높거나 낮은 빌딩들을 무너뜨리거나 먹어 삼켰다. 한 때는 그래도 꽤나 사람들이 많이 지나는 번화가였지만 이제는 거대하고 울창한 정글 같은 숲. 그 이상 이하도 아니겠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차원종과 변해버린 자연에 굴복하지 않고 그곳의 지하상가를 집으로 삼아 하나둘씩 자리를 잡았고 지금은 하나의 똘똘뭉친 마을이 되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차원종들에게 굴복당하지 않기 위해 위상력을 띄고 있는 몇몇을 '투사'라 칭하여 마을의 수호자가 되게 하였다. 그리고...
"요리왕~ 아직 요리 안됬어?"
나의 등에 안기며 철 없이 구는 꼬마같은 어머니(요리 실력은... 휴우...)와
"기다려~ 얘 힘들겠다."
듬직한 아버지도 이 마을(지하상가)에서'투사'라고 불린다. 아! 내가 알기로는 리더라고 한다. 뭐.. 평소에는 그저 평범한 나의 부모님이지만 말이다.
"자 자 다 됬어요 엄마"
엄마를 등에 매단(?)채로 다 된 볶음밥을 접시에 담고 식탁에 날르고 나도 아버지의 옆에 앉았다. 어머니도 밥 냄새를 맞고 후다닥 자신의 지정석에 앉더니 "잘먹을게!~"라는 고마운 말과 함께 먹기 시작했다.
"잘 먹으세요. 아버지"
"그래 잘 먹으마."
평범한 식사에 이상하게 행복감이 느껴질 때. '파수꾼'형인 정시온형이 갑자기 우리집의 창문을 열었다. 이상하게 쿵쿵 울리는 천장 때문에 역시 의심을 했지만 시온이형의 다급한 얼굴을 보니 확실해졌다.
"리더 투사님들. 차원종입니다!"
나의 표정은 잘 모르겠지만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무렇지 않게 평소처럼 장비를 착용하고 나가셨다.
"표정 풀어 금방 다녀올게~"
어머니가 환히 웃으며 말했다. 아... 내 표정은 아무래도 많이 굳어 있나보다. 그렇게 그저 멍때리며 혼자 밥을 먹고 있어야 겠다라고 생각했을때 시온이형이 들어왔다.
"남은 것 좀 있냐?"
항상 밥을 우리 집에서 얻어먹던 형 때문에 나도 모르게 많이 했었는데 잘 됬다.
"있지"
그러며 난 형을 자리에 앉히고 볶음밥을 좀 많이 퍼주었다. 하지만 형은
"잘 먹을게!"
순식간에 밥그릇을 비우고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고마워 내가 좀 바빠서 가볼게~"
"아... 네."
쏜살 같이 달려나갔다. 하하... 평소에도 느끼긴 했지만 '파수꾼'은 아무래도 많이 바쁜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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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0분 정도 지났을까... 평소에는 이 정도 쯤에 부모님이 돌아 오셨다. 차원종이 좀 강한걸까 부모님이 돌아오실 기대도 하지 못하게 천장이 쿵쿵 됬고 진동했다. 난 집을 나와 밖으로 나가는 계단으로 가보았다. 그 곳에는 평소처럼 '투사'였지만 이제는 좀 늙어서 하지 못하고 '문지기'를 하시는 김아저씨와 강아저씨가 있었다. 역시 아저씨들고 걱정이 되는건지 근심하는 표정으로 밖을 뚫어져라 보고있었다.
"오늘은 왜 이렇게 싸움이 길어지죠?"
김아저씨의 옆에가서 한번 물어보았다. 그러자 김아저씨는 그제서야 나를 알아채신것인지 살짝 당황하시며 나에게 답을 해주었다.
"아까 '파수꾼' 아름이가 말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더 강해보였다는구나. 뭐 그냥 기분탓 아니냐고 걱정하지말라고 말했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기분탓은 아니것 같구나. 그렇지? 강씨?"
"아. 그런 것 같아."
더 강해보였다고 그러면.
"위험한 거 아니예요?"
나의 마음이 걱정이라는 마음때문에 잔뜩 압박받고있었다. 불안했다. 강아저씨가 불안을 덜어주려는 것인지 어깨를 토닥여주며 말했다.
"걱정하지마라. '투사'들이 괜히 '투사'니 매우 강한건 너의 부모님때문에 다 알고 있잖아."
"하지만.."
"오히려 우리가 이렇게 걱정하면 돌아올 사람도 돌아오지 않는단다. 집으로 돌아가렴.."
"네."
"너무 걱정하지말고!~"
강아저씨와 김아저씨의 힘찬 말과 함께 난 등을 돌려 다시 집으로 향했다. 걱정되는 마음은 진정될 기미가 안보였고 나의 걸음은 그 덕분인지 굉장히 느리고 힘이 없어졌다. 그 때 나의 마음을 한 번에 풀어주는 목소리가 상가를 울리며 나에게 들어왔다.
"요리왕 비룡!!!~"
천사의 목소리다... 그 목소리가 시작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천사, 이하린이 나에게 열심히 뛰어오고있었다. 휘날리는 저 어두운 밤하늘 같은 색의 머리카락과 강아지같이 귀여운 외모는 나에게는 천사였다.
"뭐 이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가고 있어?"
천사의 목소리에 내가 심각했었던가 하는 의심이 될 정도다.
"아- 그런가? 무슨일이야?"
"너가 너무 심각해보여서... 설마 부모님이 걱정되?"
"어.. 조금."
"걱정하지마. 넌 이상하게 모든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더라."
그렇게 나의 정신이 점점 행복해지고 있을 때 믿을 수 없는 진동과 굉음이 우리가 사는 이 마을, 지하상가를 울렸다. 이제 좀 진정된 나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걱정에 먹혔고, 난 본능적으로 계단을 향해 뛰어갔다. 하린이의 가지말라는 말도 귀에는 들린듯했지만 마음 까지. 뇌까지 도달하지는 못했다. 난 부모님이 걱정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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