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레이션 나인 -제365화- [죄책감의 시간(罪責感の時間)]
호시미야라이린 2015-10-10 1
F반 학생들이 먼저 학교로 돌아오고, 검은양 멤버들도 그 이후에 각각 원래 세계로 돌아왔다. 돌아와 보니 이제 기말고사가 바로 코앞에 다가온 상황! 누구보다도 양유희가 가장 건강이 나빠진 상태에서 돌아왔는데, 혹시나 해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보니 충격적이게도 ‘우울증(憂鬱症)’ 에 ‘정신분열증(精神分裂症)’ 까지 겹쳐버렸다는 의사선생님의 진단이 떨어진다. 하지만 양유희는 치료를 거부하는데, 경제적 부담이 너무나도 큰데다가 어디가 아프다는 것은 그야말로 오늘 당장 사형집행을 당하여 죽어도 싼 흉악범과 같은 것이고 무엇보다 사실상의 고아나 다름이 없는 본인이라 그런 것을 받아봐야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보다 기말고사가 더 중요한 그녀이기에 교실에서 책을 읽는데 평소에 공부를 잘 안하던 그녀라서 그런지 교과서를 아무리 봐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요즘 그녀는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며 산다고 한다.
차가운 한기 바람이 몹시 불어 추운데도 신강고 교복을 입은 상태로 주저앉아있는 양유희. 지나가던 검은양 멤버들 중의 하나인 서유리가 하굣길에 그녀를 만나 손을 내밀지만, 그녀는 그냥 무시한다. 유리가 같이 가자고 해도 오히려 저리 가라고 말하는데 당연히 검은양 멤버들이 레이라를 죽인 살인마들이기 때문. 레이라를 살려내지 못하겠다면 너희들도 같이 죽으라고 말하는 그녀다. 그 때에 레이라를 잔혹하게 살해했듯이 자신도 한번 여기서 죽이지 그래? 라고 말하며 어차피 너희 유니온은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도 면책특권이나 다름이 없는 존재들이라 처벌을 받지 않잖아? 라고 말하며 검은양 멤버들을 향해 그야말로 비난을 쏟아내는 양유희. 몹시도 추운 이 날에 만약 길거리에서 자기라도 하다가 자칫하면 저체온증으로 생명이 위독할 수도 있지만 그녀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죽어서라도 레이라의 곁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가득한 그녀이기 때문이다.
“유희야. 같이 가자......”
“입 다물어. 살인자 서유리.”
“......”
“너를 포함해서 걔네들까지 단체로 레이라를 아주 잔혹하게 살해했잖아.”
“......”
“너희들로 인해, 우울증 말기에 정신분열증 말기까지 겹쳤어.”
“유희야.”
“레이라에게 정말 미안하네. 네 녀석들을 처단하지 못한 죄책감에서 도저히 해방될 수가 없어.”
“......”
“지금까지 네 녀석들과 친하게 지내온 대가가, 내 최고의 친구의 목숨이었어.”
“......”
“어차피 학교공부도 다 망쳐버렸으니, 그냥 여기서 폭설이나 내려 날 덮쳤으면 좋겠네. 여기서 죽더라도 레이라의 곁으로 갈 수만 있다면... 그냥 죽어도 여한은 없을 테니까. 거기서 레이라에게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싶어. 그 때에 네 녀석들을 처단하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고 말이야.”
지금의 양유희에게는 서유리를 죽일 힘도 없고, 그저 여기서 폭설이나 내려서 날 덮치길 바라는 마음만이 있을 뿐이다. 그냥 여기서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한 그녀. 어차피 인생이 통째로 다 망해버렸고, 자신에게 있어서 최고의 친구 그 자체였던 레이라마저 검은양 멤버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으니 죄책감이 얼마나 클까? 양유희 이외에도 나머지 대부분의 F반 학생들이 우울증 말기에 정신분열증 말기까지 겹쳐버렸으니 그야말로 이 반은 시험공부를 할 엄두도 나지 못한다. 그 정도로 이들에게 있어서 레이라는 ‘단순히 친한 친구’ 의 정도가 아니라, 자신들의 인생의 전부이자 어쩌면 목숨과도 같은 존재란 것을 직감할 수가 있다. 자신들의 인생의 빛이자 인생의 목숨, 그리고 삶과도 같은 레이라가 저들에 의해 비참하게 살해당했으니 지금 그녀는 살아갈 의욕마저 없다.
------------------------------------------------------------------
유리가 유희를 두고 간 후에도, 양유희는 두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레이라’ 라는 이름을 몇 번이고 읊는다. 레이라란 이름을 말할 때마다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계속 반복하며 울고 또 운다. 몇 시간을 길거리에 주저앉아 울어도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그런 그녀를 그 누구도 위로해주지 않는다. 만약 그녀의 부모님이 그 길을 지나가고 있다고 해도, 눈길도 주지 않고서 가버린다. 양유희 만이 아니라 F반 학생들 전원에게 레이라의 죽음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는 현실이다. 검은양 멤버들도 각자의 집에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서 죄책감에 시달리는데, 자신들이 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도 저들은 믿지 않는다. 자신들이 결백하다는 동영상이 확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용이 없다. 저들에게 레이라란 존재가 얼마나 크고 무거운 존재였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그들.
양유희가 레이라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어딘가로 조심스레 걸어가는데, 막상 그녀가 도착한 곳은 바로 한강다리! 한강다리에 도착한 그녀가 아래를 내려다본다. 지금 그녀의 눈에는 한강에 레이라가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만 같은 환영이 보인다. 양유희는 지금 당장 그곳으로 가겠다는 듯이 레이라의 모습이 보이는 곳으로 손을 내민다. 저기는 바로 한강인데 마치 한강에서 투신이라도 하려는 듯한 상황! 양유희의 얼굴에 미소가 느껴지는데 지금 그곳으로 가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검은양 녀석들을 처리해서 죽은 너에 대한 복수를 이루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투신하고자 하는 그녀. 한강으로 투신했다가 바로 죽음으로 연결되더라도 지금 그녀는 상관없다. 어차피 자신을 잡아줄 수가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다. 부모도 버렸다. 그녀에게 레이라는 인생의 전부와 같다.
“......레이라. 거기에 있었어?”
“유희야. 여기야. 여기로 와. 나 여기에 있어.”
“......한강다리의 밑이구나. 지금 갈게. 뛰어내려서라도 갈게.”
“유희야. 뭐해. 모두들 널 기다리고 있어.”
“......손을 내밀어줘서 고마워. 레이라.”
“뭐해. 여기야~ 여기. 너도 빨리 내려와. 모두들 널 기다리고 있어.”
“지금 그리로 갈게. 이제 우리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거지?”
한강다리에서 투신하기 바로 직전의 상태에 도달한 양유희! 주변에서 뭐라고 말을 하건 그녀에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만약 사람들이 달려든다고 해도 그녀의 투신을 방해할 수는 없다. 레이라에 대해 크나큰 죄책감을 누구보다도 크게 느끼고 있을지 알 수가 없는 인물이 바로 양유희. 양유희의 눈에는 저 한강다리 밑에 레이라가 손짓을 하며 이리로 오라고 말하고 있으니 그녀가 그리로 다가가지 않을 이유는 결코 없다. 레이라에 대해 본인이 지켜주지 못한 죄를 씻을 수가 있다면 이대로 가도 상관이 없단다. 설령 한강에서의 투신이 자살로 연결이 된다고 해도, 레이라와 영원히 함께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할 수가 있다. 죽어서라도 레이라의 곁에서 영원히 함께할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어차피 집에도 갈 수가 없고, 아무도 자신을 반겨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냥 한강의 다리에 투신해서 자살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레이라. 지금 그리로 갈게. 날 받아줘.”
“얼른 와~ 유희야!”
“이제 너와 영원히 함께할 수가 있어. 쓰레기 취급받으며 살 바에는 죽는 게 나아.”
===================================================================
1. 정말로 오랜만에 후기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지난 364화를 끝으로 전쟁 편이 다 끝나서 왠지 다 후련하네요.
하지만 완결까지 가려면 왠지 먼 것만 같아 좀 씁쓸합니다.
2. 제목이 좀 자극적인가요? 죄책감의 시간......
레이라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F반 학생들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있어서 레이라는 인생의 전부이자, 목숨과도 같은 존재였으니까요.
이 소설은 네이버의 클로저스 팬카페에도 연재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와 여기의 제목은 차이가 있습니다.
거기선 "ㅈㅅ시도의 시간(自殺試圖の時間)" 이지만, 여기선 죄책감의 시간으로 표현했습니다.
왜냐고요?
ㅈㅅ 이라는 초성과 오른쪽 한자를 한번 살펴보세요.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바로 알아볼 수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원음을 그대로 적으면 어떤 기호인 * 표시로 자동 교정이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