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유리] 안개꽃

유르레인 2015-01-10 4

"세하야! 이세하! 너 뭐해?"
 
"어.. 응?"
 
"왜 그렇게 멍때리는거야? 그것도 네가 좋아하는 게임을 하면서..."
 
"어.... 별일 아냐."
 
모처럼의 휴일날, 유리가 심심하다며 세하를 불러내 시내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물론 세하는 게임기를 들고 게임을 하고 있었지만.
 
그러다 그가 너무 멍하니 있자, 이상하게 생각한 유리는 걱정스럽운 목소리로 물었고, 그제서야 그는 정신이 차리고는 아무일도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럼에도 그가 이상하게 보이는 그녀는 그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네 게임 캐릭터 죽은거 같은데?"
 
"뭐? 아, 안돼!! 이거 아직 세이브 안 해놨는데-!!!"
 
"으이구........ 뭐, 그래도 이제서야 내가 아는 세하 같네. 자, 이번에 와플 가게로~"
 
"아까 파르페 먹고 또? 진짜 네 몸은 뭘로 구성됬길래 그렇게 먹고먹고, 또먹어도 살이 안찌냐? 이거 정말 미스터리라고."
 
"시. 끄. 러. 난 살이 잘 안찌는 체질이라고 몇번을 말해? 아, 와플은 니가 쏘는거다?"
 
세하는 '네네' 라 대답하고는 신이 나 먼저 뛰어가는 유리를 뒤따라가며 생각했다.
 
평소와 같은 평화로운 시내.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그리고 먹을것을 너무 좋아하는 서유리까지... 분명 평소와 별 다를것이 없다. 그런데도 드는 이 위화감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카페에 도착하자 유리는 이미 와플을 더불어 다른것까지 시켜놓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있는쪽으로 가 자리에 앉고는 또 뭘 그리 시켰냐고 타박을 늘어 놓자 그녀는 빙그레 웃었고, 그녀를 바라보던 그의 얼굴엔 조그마한 홍조가 올라왔다.
 
"와플값을 제외한건 다 내가 지불할테니 걱정 마시라고요, 이세하군~"
 
"당연히 그래야지. 그리고..... 아무리 네가 살이 잘 안찌는다고 해도 그건 겉으로 보기에 그런거지. 몸안엔 엄청난 지방들이 숨어있을거라고, 그러다가 진짜 병 걸려서 죽는다?"
 
"그거라면 괜찮아. 이미....."
 
"이미..?"
 
"아, 아무것도 아냐. 그것보다 이것 좀 봐, 안개꽃이야."
 
테이블위에 놓인 꽃은 그저 다른꽃들을 더 화려하고, 예쁘게 보이기위한 장식용인 안개꽃. 그런 안개꽃을 보고 세하는 안개꽃이 뭐가 그리 좋냐고 묻자 그녀는 잠시 주춤한듯 싶었지만, 이내 대답해 주었다.
 
"안개꽃 혼자만 있으며 그리 예뻐보이지 않아. 그렇지만, 다른꽃들과 같이 있으면 그 꽃들은 더욱 돋보이도록 해주지.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거든. 나로 인해서 다른이들이 더욱 돋보이면 기분 좋잖아?"
 
그녀다운 대답에 그는 피식 웃으며, 그러냐고 답했고 곧 와플을 더불어 많은 디저트가 나왔다. 그녀는 좋아라 웃으며 먼저 와플을 한입크게 베어 물고는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먹었다. 그 모습을 본 세하는 '복스럽게도 먹네' 라 생각하고는 자신 앞에 놓인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세하야."
 
"응?"
 
"너 안개꽃의 꽃말이 뭔지 알아?"
 
"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하긴, 게임폐인 이신 우리 이세하님께서 아실리가 없지. 그럼 큰맘먹고 알려줄테니 잘 들어~ 안개꽃의 꽃말은 여러가지야. 그중 내가 알고있는건 '죽음.' "
 
"죽음?"
 
"응, 지금의 나랑...... 정말 어울리지않아?"
 
"하? 야, 그딴 불길한 꽃말이 뭐가..."
 
"이세하. 이제 그만둬, 더이상 무시하지마."
 
웃우면서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목소리로 그를 부르는 유리. 그녀의 웃음이 서글퍼보이는것은 절대 착각이 아니리라..
 
"이미 눈치챘지 않아? 알수없는 위화감​ 이 널 둘러싸고 있다는걸. 그리고 그 이유도-"
 
"...마"
 
"이렇게 '꿈' 속에서까지 나타나서 미안해. 일어나면 이 꿈때문에 더 힘들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지만..... 하지만 이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넌 분명 네탓이라고 생각할거 아냐."
 
"... 하지마."
 
"​그건 내 선택이였어. 널 구하기 위한.... 그러니까, 그러니까...."
"더이상 말하지마!!!!!"
 
어느세 눈물이 맺혀있는 그를 유리는 안쓰럽게 보며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그저 자신의 선택이였을뿐이라고. 그러니 이제......
 
"이제 그만... 일어나."
 
 
 
 
 
 
 
 
 
 
 
 
 
 
"서유리!!!!"
 
그가 눈을뜨자 보이는것은 병실 천장 이였다. 그래, 그는 모든게 다시 떠올랐다.
 
정식요원으로 진급한뒤, 더욱 강해진 자신은 차원종따윈 이제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쓰러뜨리던중- 방심해버려 A급 차원종의 공격을 허용해 버렸고, 강해졌다고 자만하던 그는 결국 방어태체는 커녕 그 자리에 굳어버려 움직일수가 없었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고 난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 공격을 맞지 않았다. 그렇다고 차원종의 공격이 빗나간것은 더더욱 아니였다. 그녀석과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으니. 천천히 눈을 뜨니... 차라리 계속 눈을 감고 싶단 생각이 머리속을 지배했다. 그의 눈앞에는..... 피투성이가 되버린채,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그후의 일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유리를 품에 안고 울었었는데.......
 
그러나 세하는 개의치 않고 곧바로 병실에서 나갔고, 그 근처에는 그의 동료중 한명인 제이와 미스틸테인 그리고 이슬비 가 이었다.
 
테인은 이미 펑펑 우는 중이고, 슬비는 억지로 참고 있는듯 보였으며 제이는 그저 손으로 눈을 덮고 있었지만, 분명 그도 슬퍼하고 있을터. 그중 가장 먼저 세하를 발견한 슬비가 그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그의 뺨을 마구잡이로 때렸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그녀는 참고있던 눈물을 쏟아내며 소리쳤다.
 
"다 네탓이야! 그래서 말했잖아! 아무리 강해졌어도 자만하지 말라고, 방심하지 말라고!!!"
 
"....."
 
"살려내, 유리를 살려내란 말야!!!"
 
그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은 공허한 눈으로 근처에 노인 꽃병의 안개꽃을 하염없이 쳐다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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