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 외전 - 하얀악마 prologue
이제나는돌아서겠소 2015-01-09 3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악명 높은 테러단체의 무기 밀매 장소가 익명으로 제보된 것이다. 여태껏 종군기자로서 전쟁터를 누벼오면서 운명의 여신은 언제나 내 편에 있었고, 이번 기회는 세계에 반향을 일으킬 특종을 터뜨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사막의 롤스로이스라 불리는 내 애마,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도록 잘 부탁한다.”
내 애마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12.0 SC는 랜드로버의 최고의 시리즈인 레인지로버의 후속작으로 지금까지 나의 생명을 몇 번이나 구해준 최고의 일등공신이다.
『철컥, 부르르르릉 티... 티딕.. 텅』
“어라, 엔진에 이상이 있나?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상하군.”
『철컥, 부르르르릉』
“역시, 이래야 내 애마지.”
다시 한 번 엔진에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 온도 40도에 육박하는 찌는듯한 폭염과 ** 듯이 불어오는 모래폭풍 속에서도 내 마음은 특종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모래폭풍 때문에 앞은 잘 안보이지만, 아마 이 길로 가는 게 맞을 거야.”
익명의 제보자가 보낸 지도와 자료를 보며 내 눈은 오로지 특종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모래폭풍 한가운데를 질주하고 있는 도중 갑자기 이상한 폭음과 함께 내 시야가 뒤집히는 느낌이 들었다.
『쿠콰콰쾅』
갑자기 내 시야에 붉은 피가 장막을 치듯 서서히 흘러내렸고, 붉어지는 시야 속 터번을 두른 두 장정이 무언가 RPG 같은 무기를 메고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이 녀석, 누군진 모르겠지만 끌...”
무엇인가 소름 끼치는 뒷이야기를 미쳐 다 듣지 못하고, 내 의식은 점점 멀어져만 갔다.
<악명을 떨치는 테러단체의 기지 안>
무엇인가 부산스러운 소리와 멀리선가 들려오는 비명소리, 그리고 갑자기 뿌려지는 물벼락과 함께 나는 의식을 되찾았다.
갓 깨어난 의식과 내 몸은 동떨어진 듯했고, 손발이 자유로이 움직여지지 않았으며 왠지 몽롱한 의식 속에 내 상황은 거짓말과 같이 느껴졌다.
왠지 붉었던 시야는 다시 밝아져 있었으며 좌우를 둘러보니 위에는 하얀 전등만이 보였고, 내 손발은 내가 앉은 의자에 결박당해있었다. 내 앞에는 엄청난 위압감을 뿜는 한 아랍인이 서 있었다. 그의 한 눈은 애꾸인지 가리개로 가려져 있지만, 왠지 나를 쳐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른 한쪽 눈은 날카롭고 매서웠으며 깊은 한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일어났나?”
“.... 여긴 어디지? 당신은 누구십니까?”
“질문은 내가 한다. 너는 듣기만 해라.”
“네 이름이 여기 있는 기자증에 적혀있는 대로 미국인 길버트가 맞나?”
“아니 잠깐 여기가...”
『퍽』 갑자기 시야가 하얘지며 엄청난 통증이 물밀듯이 밀고 왔다.
“질문은 내가 한다. 길버트가 맞나?”
“...예...”
“너의 짐을 보니 우리 단체의 비밀 거래 내용이 적혀있더군. 이건 누가 보냈나?”
“그게... 그것이 익명으로 보내진 것이라 저도 잘...”
“내가 그렇게 쉽게 보이나?”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말해! 누가 보냈나?”
“정말로... 모릅니다.” “말로 해선 안 되겠군...”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나가고 새로운 두 명이 들어왔다. 그리고 악몽이 시작되었다.
몇 날 며칠이 지난 지 모르겠다. 내게 보이는 건 창문밖에 보이는 아스라이 부서지는 달빛 뿐이었고, 들리는 것이라곤 내 몸에서 나는 바람 빠지는 듯한 숨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뿐이었다.
『쾅』
그리고 굉음과 함께 굳게 닫혀있었던 지옥문이 열렸다.
“이 녀석 정말로 누구인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잘 알아듣기 힘든 이야기를 하며 나를 고문하던 두 명과 함께 처음 봤던 기이한 위압감을 가진 애꾸눈의 사나이가 고문실 안으로 들어왔다.
“오, 이런 길버트 이 두 명이 고문해도 모른다고 한다고 하니, 정말로 모르나 보군.”
“정말로 모릅니다. 정말로요... 제발 살려주세요.”
“아니, 그건 안 되겠어 길버트 트리비아니, 자네는 미국인들 그리고 우리의 계획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유니온 및 용병 놈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 내일자로 처형될 걸세.”
나는 살아남기 위해 있는 대로 머리를 쥐어짜며 이렇게 말했다.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당신들이 이 아프간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투사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진정으로 알라신을 따르고 정의를 구현한다면 저 같은 기자... 일반인을 헤쳐서는 안 됩니다...”
나는 그들이 소위 말하는 정의를 지킬 것이라는 데 실낱같은 희망을 걸며 이렇게 말했다.
“이자식이 감히 알라신을 언급하다니!”
“그만!”
“죄송합니다.”
잠시간의 침묵과 함께 애꾸눈의 사나이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보게 길버트 내가 별것 아닌 과거 얘기를 들려주지. 10년 전 라슈카르가라는 아프가니스탄의 한 마을에 한 소녀가 살았어. 그녀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갓 태어난 여동생 하나와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
그의 목소리는 왠지 즐거운 과거를 기억하듯 흥겹게 들렸다. 그러다 점점 그의 눈빛이 매우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쾅! 갑자기 요란한 폭음과 함께 라슈카르가에 보기만 해도 불길하고 강렬한 폭탄들과 함께 마을이 붕괴되기 시작했어. 그러면서 마을 주변에 있던 차원종들은 그 폭탄을 피해 마을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소녀의 가족은 폭탄과 차원종에 하나 둘 살해당하기 시작했어. 그 소녀의 어머니와 여동생은 폭발의 잔해에 파묻혀 버렸고, 그의 아버지는 그의 딸을 지키려다 왼쪽 눈을 잃고 쓰러졌고, 그 딸은 차원종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했네.
자! 내가 묻겠네, 그 소녀는 왜 죽었나?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유가 있었나? 어떻게 생각하나?“
그의 매서우며 한기까지 느껴지는 목소리에 나는 모골이 송연해졌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의 두 눈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 방안에는 한동안 정적만이 가득했다.
“자 죽기 전엔 마지막 소원도 들어준다고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게 있으면 물어보게.”
“······.”
긴 침묵 후 나는 절망하며 마지막으로 궁금한 것을 그에게 물어보았다.
“대체 당신은 누구며, 이 단체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옛날 옛적 이름은 잊어버렸네. 지금 불리는 내 이름은 올루부치이며 조직의 이름은 콰서스네.”
“다... 당신이 그 올루부치...”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뒤돌아봄도 없이 부하 두 명과 나가버렸고, 내 앞의 지옥문은 큰 굉음을 내며 닫혀버렸다.
‘하... 종군기자를 하며,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하고 언젠간 이런 일이 닥칠 수도 있을 거라고 예상을 하고, 각오한다고 했는데... 왜 나는... 이렇게... 무섭고... 한심한...’
그 생각을 끝으로 내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특종에만 목매달았던 과거의 자신을 생각하며, 그리고 운명의 여신은 언제나 내 편이었다는 한심한 생각을 하는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며...
그러다가 문득 고문실에 있던 새하얀 천장을 쳐다보게 되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동안 나는 이 지옥의 구렁텅이 위에서 오로지 새하얗게 빛나고 있는 전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정신이 나갔는지 문득 날개를 단 모습을 한 새하얀 천사 같은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새하얀 빛에... 이 소녀는 ... 설마... 하얀 천사인가...?’
『빠지직...』
그로부터 수십 분 후 갑자기 전등이 꺼지며, 방안은 순간 암흑천지로 변하였고, 새하얗던 천사는 갑자기 내 눈 앞에서 사라져버렸다.
“제발... 아무것도 더 이상 바라지 않을 테니... 그 하얀 천사를 다시 한 번만 보여줘... 불을 다시 켜줘!”
나는 밖에 있는 간수들이 고문실의 불을 껐다고 생각하고 그들에게 자비를 구하며 외쳤다.
그런데 갑자기 여기저기에서 총성과 함께 사방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대체 무슨 일이지?”
『빠가가가각... 쾅!』
갑자기 내 앞에 있던 철문이 날아갔고, 문 너머는 온통 암흑천지였다.
『티딕...』
무엇인가 철로 된 물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새하얀 섬광이 이곳저곳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앞은 새하얀 섬광, 붉은 피가 흩날리고, 견디지 못할 아비규환과 함께 지옥도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악... 아무것도 안보여...”
『타타타타타탕! 서걱! 뿌드드득』
“제발... 살려줘...”
새하얀 섬광 속에서 나를 고문하던 두 명과 알 수 없는 다른 많은 인원들의 팔다리가 붉은 액체를 휘 뿌리며 날아가고 있었고, 섬광 속에서 빛이 점등하듯 갈색 단발머리의 한 소녀가 보이기 시작했다.
‘설마... 나의 천사님이 오신 건가?’
이러한 아비규환 속에서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고 어디선가 내 마음속에서는 하얀 천사가 나에게 와 나를 구해줄 것이라고 착각 속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뒤 비명소리는 잠잠해져 갔고, 붉은 피가 얼룩지고 여러 시체가 난무한 장소가 다시 찾아온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은 나의 눈앞에 어렴풋이 보였다.
그 후 갑자기 건물 안에서는 건물위의 새하얀 전등이 다시 켜졌고, 피와 살이 난무하는 엄청난 살육의 현장 속에서 나의 새하얀 천사인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었다... 그렇다 울면서 웃고 있었다...
나는 공포와 환희로 얼룩진 얼굴로 그녀를 보다가 문득 새하얀 전등이 있던 천장을 보았고 다시 한 번 천사의 환영을 보게 되었다. 새하얀 날개를 단 천사는 새하얀 날개를 달고 나를 보며 눈물을 흘리며 소스라치게 웃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하얀... 천사...?
아니 악마?”
그녀의 모습은 하얀악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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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 우즈베키스탄 어 : 올루부치 Oluvchi(복수자) , 콰서스asos(인과응보)
필자의 말 :
클로저스의 송은이가 ‘하얀악마’라는 별칭이 아프가니스탄 내전에서 생겼다는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아쓰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편한마음으로 읽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