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차원종이 된 아이 1. 하얀 늑대 (2)
나스마유카 2015-01-06 2
Episode 1. 하얀 늑대 Part 2
2
전장에서 움직이는 것은 대부분이 요원들이었지만 군인이 섞여 있는 경우도 잦았다. 클로저 요원의 수는 언제나 부족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소수의 요원으로 다량의 차원종을 상대하는 것은 힘들다. 그러다 안 그래도 적은 요원인데 그 인원을 더 줄이는 사태가 벌어지기 쉬웠다.
차라리 군인을 희생을 해서 요원을 지키는 것이 전력을 유지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하얀 늑대 팀이 없는 전장에서나 통용되는 방법이었다. 하얀 늑대 팀은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한 명 한 명이 우수 클로저 요원들이었고, 특이 클로저 요원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이 백업 역할을 맡고 있으며, 전위는 오직 단 한 사람. 이진석이 맡고 있었다.
그런 위험한 방식을 취하는 이유라고 한다면 이진석의 힘이 너무 강해 옆에 누가 있으면 방해가 되기 때문이었다.
“전장의 모든 아군들은 들어라! 지금부터 약 5분의 시간을 주겠다. 이 전장에서 벗어나라. 안 그러면 위상력에 의한 방사능 피폭 중독과 압력에 괴로워하며 죽을 일만이 남게 될 것이다. 자, 얼른 **!”
이진석이 전장에 나서는 일은 적다. 전장에 나서는 날은 차원종과 인류의 전면전이 벌어져 있을 때뿐. 지금이 바로 그 때이기도 했다.
전투가 벌어지기 전, 이진석의 존재 때문에 후퇴훈련을 받아온 그들은 신속히 자리를 이탈해나갔다. 쫓아오는 차원종은 이진석의 손에 들린 건블레이드의 탄환이 머리를 꿰뚫고 지나가 목숨이 끊어지곤 했다.
하나 둘…, 열 이상의 차원종이 한순간에 죽어나가자 전장에 있던 차원종은 일제히 이진석을 향해 시선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들도 위험을 느낀 것이다. 퇴각하는 이들을 죽이려고 달려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것이라는 것을
“시프트.”
전장에 대부분의 인원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진석은 본인이 있던 자리에 잔상만 남긴 채 드래곤 타입의 차원종 앞으로 소리 없이 다가갔다.
“폭령검……”
진석의 건블레이드에 푸른빛을 넘어서 검푸른빛의 위상력이 모여들었다. 그것은 주변의 대기를 달아오르게 만들었고, 차원종에게 공포라는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감정을 느끼게끔 했다.
그리고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차워종을 올려 베었다.
콰아앙!
그와 동시에 건블레이드의 탄환도 폭발하여 위상력을 바깥으로 방출하였다. 방출된 범위는 좁지 않았다. 전방 약 20m. 그 안에 있는 차원종은 한순간 재가 되어 바닥에 내려앉았다.
진석은 그것으로 멈추지 않았다.
최초의 일격은 적에게 공포를, 2격은 적에게 자신을 알리었고, 3격은 적에게 죽음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었다.
“…전소.”
검푸른 화염이 춤추었다. 검이 휘둘려지는 자리에는 하늘 위로 폭풍이 치솟았다.
뜨거운 열기와 함께 그의 주변 일대는 위상력의 현현이라고 추정되는 검푸른 화염 폭풍에 내부가 어떤지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 가지 않았다. 폭풍이 걷어지고 난 자리에는 시체조차 보이지 않았고, 땅에는 검푸른 화염의 흔적이, 그리고 운석이라도 맞은 듯한 크레이터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만 나오는 게 좋지 않겠어? 지휘관.”
“크르르르. 인간. 강하군.”
전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드래곤 타입. 차원종의 지휘관 또한 이 드래곤 타입에 속했다. 하지만 튼튼한 방어를 자랑하는 듯 어깨 골격과 허리, 허벅지와 다리 부근에 노란 금속과 같은 딱딱한 갑피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거북이 등껍질과 같은 노란 방패를, 왼손에는 그가 본디 들고 있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붉은 검이 들려 있었다.
“원초는 드래곤 타입의 가디언이로군. 하지만 조금 다르겠지?”
“다르다. 나(우리)는 널 죽인다. 복수한다.”
“아직 불안전 하구만. 그래서는 날 못 이겨. 위상 집속검 제 3 단계.”
그저 대기를 태우던 검푸른 화염은 겉으로 보기에는 대상이 정해져 있지 않은 폭주 상태와 비슷했다. 하지만 그가 위상 집속검을 사용하자, 조금씩 응축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안정적인 상태에서 일정하게 화염을 뿜어내었다.
“위험하다. 하지만 싸운다. 무섭다. 그래도 싸운다.”
“그래, 날 재밌게 해봐! 하늘 베기!”
그의 검이 사선으로 그어졌다. 단순한 한 동작에 불과했지만 사선으로 그어진 일직선으로 하늘이 갈라졌다.
드래곤 가디언의 어깨 갑피가 일자로 베어져 화상을 입었다. 하지만 가디언은 자신이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 하고, 명중하지 못한 공격에 조소를 지었다.
“이게 끝인 줄 아나봐? 이 공격조차 막지 못 할 정도면 너 또한 다른 차원종과 마찬가지일 뿐이야. 잘 가, 약자.”
사선으로 쏘아올린 건블레이드를 쥔 팔은 그렇게 위협만 주고 멈춘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 동작에서 반 회전하여 가디언에게 파고들었고, 다시금 사선으로 쏘아 올려 가디언의 몸을 위 아래로 반 등분하여 베었다.
그와 동시에 분출한 검푸른 화염은 가디언을 집어삼켰다. 아마 가디언은 스스로가 어떻게 당한 것인지 알 지 못 하리라. 자신의 몸체가 공중에 뜬 것도, 반 등분 당한 것도 모른 채 재가 되어 사라졌다.
“시시하군. 기껏해야 A급 차원종. 이번 전장도 즐기지 못 했군. 화염 분쇄!”
그는 건블레이드에 남은 화염을 땅에 꽂았다. 그리고는 모든 화염을 방출해 주변의 땅에 다시금 화염 폭풍을 일으켰다.
“컥! 어, 어떻게……!”
그 폭풍에 휩싸인 것은 다름 아닌 은신에 타고난 쉐도우 타입. 쉐도우 타입은 자신의 은신이 들킨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가디언과 같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쉐도우 타입은 그 하나가 아니었다. 화염 분쇄로 하여금 뿜어져 나온 화염 폭풍에 근방의 모두가 재가 되어 흩날리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위상력을 느끼는 건 일도 아니거든. 은신을 하거든 체내 고유의 위상력부터 숨기고 했어야지.”
이미 죽고 없었지만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을 흘린 쉐도우에게 전해지지 않는 대답을 해주었다.
“전장 정리 끝. 위상력 회수.”
대기에 뿌려진 그의 위상력이 다시금 그의 건블레이드의 끝으로 모여들었다. 꽤 많이 모여 하나의 자그마한 구슬의 모습을 보이니 건블레이드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그는 그것을 하늘 위에 현현한 차원문을 향해 겨눴다.
“차원문 파괴. 클로징.”
그리고 그렇게 모인 위상력을 차원문을 향해 쏘았다. 차원문에 수직으로 관통한 위상력 발사체는 차원문과 함께 소멸하였고, 전장 외 주변에만 존재했던 푸른 하늘이 진석의 머리 위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전투 종료.”
그 말 그대로 전장의 전투는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