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2 세하와 함께 게임을 -서유리 편-

하윤슬 2015-01-04 6

임무 없는 휴일.

오전 11시. 이세하와 서유리는 어느 손님없는 카페에서 마주쳤다.

유리는 자연스럽게 세하의 앞에 앉았다.

"여기 주문이요~."

"야, 잠깐! 뭐가 이리도 자연스러운데?"

"아는 사람끼리 밖에서 만났다고 인사를 해야해? 아, 카페모카 말인데요 크림 듬뿍 넣어서 주세요."

할 말이 궁해진 세하는 오렌지 주스를 마시면서 테이블을 두드렸다.

유리는 세하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테이블을 두드렸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너 슬비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며?"

푸웁! 세하는 마시고 있던 주스를 전부 뿜어냈다.

"으아!? 뭐하는 거야 더럽게 시리."

"크허읍, 콜록, 콜록 으… 누구한테 그딴 말 들었어 지금? 어떤 자식이야 진짜! 누가 그 따위 헛소리를!"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얼굴을 붉힌 세하한테 유리는 별 감흥없이 대답했다.

"제이 아저씨."

"그 약쟁이 아저씨를 그냥!"

주먹을 부르르 떨면서 분을 삭히는 세하를 보면서 유리는 점원이 가져온 카페모카를 반겼다.

"지금도 마찬가지 아니야? 슬비 생각에 게임기도 손에 안 잡혀서 카페에 나와…."

"누굴 지금 순정소년으로 만드는 거야!? 애초에 게임기가 없는 건 스마트폰이랑 벽이 같이 부서져서 엄마한테 압수당한 거라고!"

아 그래? 유리는 힘없이 맞장구 치면서 크림이 듬뿍 들어간 카페모카를 방실방실 웃으면서 들이켰다.

"야, 너 맨날 고기먹고 단 거 그렇게 먹으면 살 찐다."

"괜찮아. 나는 먹은 게 다 가슴으로 가는 체질이거든."

정말로 먹은 게 가슴으로 간다는 것을 주장하기라도 하듯 유리는 자신의 커다란 가슴을 쭉 내밀었다.

"그 말, 유정 누나랑 슬비 앞에서는 하지마라."

유리는 순진하게 왜라고 묻는 바람에 세하는 그냥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니,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가 않는다. 눈이 시선이 자꾸만 유리의 가슴쪽으로 시선이 쏠렸기 때문이었다.

진짜 크다. 저만큼 클려면 얼마나 먹어야 되지? 소고기랑 달달한 걸 자꾸 먹더니 저렇게 된 건가? 저런 걸 받칠려면 속옷은 얼마나 커야….

"너 어딜 보는 거야?"

"으우악!? 아니야 안 봤어!"

"너 오늘 따라 이상하다. 어디 아파?"

"아니, 그게 그냥."

유리는 세하가 어디를 보고 있었느냐는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그저. 자신의 가슴 앞을 가리며.

"미리 말해 두는 건데, 내 카페모카는 한 입도 안 줄거야."

자신의 간식을 지켰다.

세하는 마음 속으로 안심했다. 이 녀석이 송은이 경정만큼 바보라서 다행이다.

잠시 말이 없기를 몇 분.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유리다.

"세하 너 말인데. 우리 도장 안 올래?"

"뭐? 난 검도 같은 건 할 줄 모르는데?"

"어차피 비슷한 무기 쓰잖아 해서 나쁠 건 없다고 보는데? 그리고 맨날 게임만 해서 건강도 별로일 것 같고. 요새 도장 다니는 사람이 없어서 네가 오면 관장님도 좋아할 걸?"
할 일도 없고 게임기도 없고. 유리의 제안은 세하에게 매력적이었다.

"알았어. 가자."

유리는 손을 슥 내밀었다.

세하는 의미를 몰라서 유리와 유리가 내민 손을 번갈아 가면서 봤다.

"뭔데?"
"원래는 1일 체험에 만원인데 손님이 없으니까 20%세일해서 받을 게 8천원이야 8천원! 이런 기회 두번 다시 없을 걸?"

…돈을 내야하는 거였냐?

세하는 오렌지 주스와 도장 체험비를 합쳐서 만 3천원을 지출했다.





"도장이냐?"

"도장인데?"

유리가 이끄는 대로 도착한 곳은 도장 같판의 페인트는 다 벗겨졌고 은은하게 나무 썩는 냄새가 풍기는 곳이었다.

이른바.

"폐가잖아!?"

"겉으로 보기에만 그렇지 시설은 최첨단이야! 들어가자고."

이거 사기 당한 거 아닐끼?

세하는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유리가 등을 미는 바람에 반강제로 도장에 들어갔다.

도장은 생각보다 넓고 깨끗했다.

"근데 어디가 최첨단인데?"

"이렇게 넓고, 이렇게 깨끗하고, 호구랑 죽도도 있겠다. 이정도면 최첨단이지."

사기 당했다!

세하는 마음 속으로 자신의 8천원을 애도했다.

대신에 좋은 기회가 생겼다.

죽도로, 합법적으로 유리의 머리를 한 대 때려줄 수 있다.

여자를 때리는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자신의 8천원을 위해, 그리고 사기(?)를 친 유리한테 복수하기 위해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럼, 거두절미하고 붙어볼까?"
"좋지!"

두 사람이 기합이 울려퍼지면서 서로 자리를 박차고 상대방을 향해 돌진했다.

10분 뒤.

세하는 유리를 단 한 대도 못 때리고 쓰러졌다.

죽도로 맞은 횟수도 50을 넘어 가면서 세는 것을 포기했다.

"너 되게 못한다."

유리의 한 마디가 세하의 심장을 쿡쿡 쑤셨다.

"그러니까 상대방의 동작을 보고 다음을 생각하면서…."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 너니까 가능하지!"

세하는 소리를 지르면서 일어났다.

유리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세하의 곁으로 다가갔다.

세하를 뒤에서 안으면서 자신의 손을 세하의 손에 겹쳤다.

윽!

세하는 등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 때문에 죽도를 놓칠 뻔 했다.

"야, 세하야 좀 똑바로 쥐어봐! 죽도도 제대로 못 쥐어서 뭘 어쩌려고?"

"그, 그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뭐?"

도장 앞에 설치된 거울에 비친 모습을 유리는 보았다.

마치 백허그를. 아니, 백허그 그 자체였다.

"어, 어어어어 어?"

유리의 얼굴이 서서히 붉어지더니.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세하를 밀쳐서 도장에 설치된 거울에 처박았다.

"이, 이건 너무, 하잖, 아"

점점 아득해지는 의식을 느끼면서 세하는 기절했다.





머리 뒤에서 따스한 것이 느껴졌다.

눈을 떠 보니 유리와 그에 앞서 유리의 가슴이 보였다.

아무래도 지금 자신은 유리의 무릎배게를 배고 있는 모양이었다.

"미, 미안 일어날게."

"아니야, 그대로 있어."

유리가 손으로 지그시 세하의 머리를 눌렀다.

유리의 가녀린 몸에서 생각할 수 없는 괴력이었다.

클로저니까 이 정도는 당연한 건가?

후우.

세하는 저항을 포기하고 다시 유리의 무릎을 뱄다.

"이거 말인데."

"응?"

"슬비한테는 말하지 말아줘. 세하, 너랑 이랬다가 슬비가 알면 화낼 텐데."

"너 아직도 그 소리야? 애초에 나랑 그 녀석 그런 사이 아니야."

"하지만 제이 아저씨가..."

"...앞으로 그 아저씨 하는 말 믿지마. 적어도 그 녀석이랑 내 사이는 내 말을 믿으라고."

"너랑 슬비,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야?"

그렇고 그런 사이란 게 뭔데?

세하는 말을 삼켰다.

대신에 다른 말을 꺼냈다.

"나는 솔직히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그냥 사람으로 둘 다 좋다고 생각해."

슬비랑 너랑 둘다 말이지.

"어, 어, 그래? 나도, 나도 좋단 말이야?"

"응."

세하는 머리를 잠시 두드리더니 집에 가야겠다면서 일어섰다.

"또 와 세하야."

다시는 안 올 거다라고 쏘아붙일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말을 삼켰다.

자신의 착각인 것일까, 아니면 석양 때문일까.

유리가 홍조를 띠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쨋든 둘 다 기분 탓일 테지만.

대충 옷을 추스르고 나설려고 했을 때 였다.

"...제이 아저씨?"

자신이 지금 본 아저씨의 모습이야말로 착각이겠지만.



다음 날.

유니온 본부에 유리와 세하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동시에 세하가 슬비와 유리한테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세하는 출근과 동시에 제이의 얼굴에 결전기를 날렸다.

얼굴을 맞은 제이의 얼굴에는 묘한 대견함이 섞여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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