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 이어 원-세하-1편

대파 2015-09-10 1

"언젠가 선택의 기로에 섰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단다. 그게 좋은 선택이든 나쁜 선택이든, 선택은 세상을 바꿀거야."         -영화<맨 오브 스틸中 조나단 켄트

 

그러니까 세하야 엄마가 하는 말 잘 들어 클로저로 활동하는 건 너에게 기회야.”


탁탁탁


세하야?”

세하는 게임기를 일부러 크게 두드리고 있었다그 누구의 소리도 듣기가 싫다는양 버튼소리를 크게 내기 위해서 있는 힘껏 내리쳤다하지만 엄마인 서지수는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었다하지만 속으로 아들을 위해서 참고 있었다하지만 한편으로 무척이나 괘씸해하였다아니 기껏 고민 상담을 해주고 대책을 주겠다는데 왜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가그냥 자기를 무시하는 건가?


세하야 어른이 말을 하면 들어야지?”

에이씨 죽어버렸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저 행동에 서지수는 화가 머리 끝까지 차 올랐다더 이상 측은한 마음 같은 건 필요 없어서 치워두고 식탁을 치면서 소리를 질렀다.


이세하 게임기 안꺼?!”


식탁이 부숴져서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바닥에는 세하가 애지중지하는 게임기가 부숴져서 지직거리고 있었다서지수의 손이 식탁에 닿는 속도보다 세하가 게임기를 던져서 식탁을 부수는 속도가 훨씬 빨랐던 것이다지수가 식탁을 보고 잠깐 당황하였지만 곧 세하를 쏘아보았다보통때 세하는 쏘아보면 지레 겁먹어서 용서를 빌었지만 이번에는 세하도 두 눈을 부릅뜨고서 자기 엄마를 쳐다보았다.


겨우… 겨우 대책이 이거에요오늘 애들이랑 싸운거 대책을 세우겠다더니 겨우 클로저 되란 거에요?”

세하야나도 네가 힘을 마음껏 써보고 싶은 마음 잘 알아 그러니까 클로저가…”

아니에요!”


세하의 고성이 집안에 울렸다지수는 자신의 아들이 낯설었다비록 게임만 해대고 미운 감정도 없잖아 있지만 항상 말하면 듣는 아이라서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생각 하였다하지만 지금 보는 세하의 얼굴은 귀찮음이나 두려움에 싸인 얼굴이 아니라 분노와 원망에 싸여서 노려보고 있었다.


하아… 엄마 저는 이 힘이 싫어요위상력 자체가 싫다고요!”

세하야 그건 네 자산이야네가 원하든 원치 않는 네 거야.”

싫어요제가 오늘 왜 싸웠는지는 아세요힘 자랑힘 자랑하려면 제가 차력사가 되겠죠도대체 엄마가 저에 대해서 아시는 게 뭐에요선생님한테서 싸웠다는 이야기만 들으셨나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수도 할 말이 없었다싸웠다는 것을 문자로만 통보 받았기 때문이다자신도 뭔지 묻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다어느 부모가 자식이 밖에서 싸우고 들어와서 자식을 탓할 사람이 어디 있는가지수의 성격 같아서는 학교에 직접 찾아가서 진상을 알려고 했지만 그럼 얼마나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까그 다음날 신문 1면에 <알파 퀸도 결국은 민폐 부모>, <교권이 붕괴의 선두 주자 서지수>가 나올 수도 있다자신은 문제가 없었다문제는 세하다안 그래도 자신의 후광에 가려서 과한 관심을 받아온 아이다하지만 그 기대만큼 마음의 상처의 골도 깊다지수는 자신의 처지에 답답해 하였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고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행동은 한층 더 조심해질 수 밖에 없었다다시금 세하를 보았다아마도 툭 쳐주면 울지 않을까?


죄송해요 엄마지금은 혼자 두세요.”

세하야!”


크게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세하가 밖으로 나갔다지수는 그 아이를 잡을 수가 없었다마치 굳기 전 점토처럼 잘못 세긴 상처가 세하를 평생 괴롭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세하는 여태 괴롭힘을 당했다그것 만으로도 충분하였다지수는 자신이 얼마나 초라해지는 느꼈다그녀는 위대하고 위대한 전사였다자신만의 방식이 있었고 그것으로 성공하였다하지만 유능한 어머니는 아니라고 느꼈다자신의 방법으로 아들이 지금의 고통을 이겨내길 원했지만 그 아이는 이세하지 서지수가 아니었다.


밤 길의 공기는 쌀쌀하였다아직 봄이 오기전이라 그런지 매서웁기는 매서워서 사람들은 이리저리 손을 싹싹 비비면서 추위를 이기려하였다그런 복잡한 손 움직임만큼이나 세하의 심경이 매우 복잡하였다물론 오늘 학교에서 싸운 이유도 있었지만 어머니가 과연 자신을 얼마나 아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힘 자랑이 아니다오히려 세하는 이 힘을 증오하였다차라리 없느니만 못했다자주 생각하지만 차라리 석봉이의 신컨과 바꾸고 싶다고 생각한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하지만 언제 어머니가 한 번이라도 자신과 위상력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준 적은 있는가언제나 TV에서 위상력과 관련된 뉴스만 나오면 미간을 찌푸리며 채널을 돌려버리고 차원종 상대로 선공을 해**다고 주장하면 파시스트가 기회를 잡으려고 하네” 이랬다가끔씩 누군가 알아보는 척하면 웃으며 받아주지만 어느 광적인 팬들이 나타나 활약상을 줄줄이 읊으며 칭송하면 끔찍한 과거가 자신을 따라온다고 싸인은 커녕 역정을 내면서 그 빌어먹을 전쟁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었나그게 아들이라고 덜 할까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오히려 자기 앞에서 위상력을 꺼낼라 치면 매부터 들었다이렇게 생각하니 세하의 기분이 더욱 않좋아졌다과연 이게 사는 것일까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앞에 나있는 도로를 걸으면서 복잡하게 달궈진 머리를 밤공기가 식혀주길 바랄 뿐이었다.


석봉이라도 부를까?”


전화기를 켜고 뚜르르 거리는 기계음이 세하의 머리를 파고 들었다아마도 석봉이랑 놀면 어째 기분이 풀릴 것 같았다.


세하야 왠일이야?”


졸려 죽겠는지 말을 더듬는 석봉이에 피식하고 세하는 애써 웃어 말한다.


석봉아피방갈래?”

안돼 나 지금 알바 중이야…”

아이 그래도 사람도 별로 없을텐데?”

모르는 소리마밤이고 낮이고 없어... 이쪽 사람들은 이 밤낮이 없어서 나도 없단말이야…”


핸드폰 넘어로 짤그랑 거리는 소링와함깨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손님들인가 보다석봉이 목소리가 다급해지더니 미안하다고하고 먼저 끊었다.


… 그럴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는거야… 그럴 수도….”


세하는 마지막 도피처까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그리고 공허함이 세하를 뒤엎고 울분이 가슴을 채웠다오른손으로 입을 가린채 조용히 울음을 삼키고서 그저 발 닿는데로 걸어갔다.

2024-10-24 22:39:0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