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는 양떼 -26-
PhantomSWAT 2015-09-06 9
*[주의] 전편이 있습니다.
전편을 보시면 이해가 더욱 잘 되실겁니다.
이 작품은 '엘세이드' 와 'PhantomSWAT' 의 합작입니다
[흩어지는 양떼 -1-]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2&n4articlesn=1436
[흩어지는 양떼 -2-]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1459
[흩어지는 양떼 -3-]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7&n4articlesn=1469
[흩어지는 양떼 -4-]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3&n4articlesn=1574
[흩어지는 양떼 -5-]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2&n4articlesn=1609
[흩어지는 양떼 -6-]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2&n4articlesn=1633
[흩어지는 양떼 -7-]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4&n4articlesn=1652
[흩어지는 양떼 -8-]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4&n4articlesn=1701
[흩어지는 양떼 -9-]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1744
[흩어지는 양떼 -15-]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2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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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돌아온것은 해가 저문지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였다.
마을에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가로등이나 조명장치를 해놓았지만 그것들을 가동시키지 않았고,
그것이 발전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는 아닐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관리가 잘 되는 태양광 발전기가 그녀가 누워있던 방 창밖으로도 잘 보였기 때문에)
아마 차원종들이 발견할 우려나 그 밖의 여러가지 이유때문에 불을 밝히지 않는 듯 했다.
그녀가 있는 방에도 촛불 하나만이 켜져 있을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세하 역시 문을 열고 들어왔을때는 그가 휴대하고 다니던 손전등을 막 혁대에 꽂아 넣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다.
"아, 아직 일어나 계셨네요?"
옆을 따라 들어온 이는 정신을 잃기 전에 보았던 얼굴 중 하나였다.
한손에 쟁반 비슷한것을 받쳐들고 왔는데, 그곳에는 빵 몇조각과 컵이 놓여 있는것을 보고 그제서야 그녀는 지금 자신이 허기가 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괜찮아요? 부상이 심해서 치료하는데 꽤나 애좀 썼어요."
희진의 미소에 소은이 보답하듯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별다른 대꾸없이 후드를 눌러쓴 그대로 짓는 미소는
상당히 무례하다고 생각했는지 소은은 약간 뒤늦게 한마디를 더 했다.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약간 장난기 어린 미소로 답하며 희진은 그녀의 침대 앞에 놓인 작은 탁자에 쟁반을 내려 놓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붕대를 꺼내 포장을 끄르고는 나직하게 말했다.
"상처부위가 커서 봉합에 애를 좀 먹었어요.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죠?"
소은은 잠시동안 말이 없다가 그녀가 붕대를 어느정도 푸르고 난 이후에야 똑같이 조용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대답했다.
"차원종에게 공격당했어요. 혼자 비를 피하기 위해 동굴에 머물렀는데, 그 동굴에서 너무 오래 있었죠."
약간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낀 그녀는 잠깐 고개를 기울이며 생각하다 재차 말을 이었다.
"내 동료들을 습격했던 차원종들이 그렇게나 집요하게 날 따라올줄은 몰랐거든요."
그녀는 비를 피하기 위한 동굴에서 어쩌면 그 거리를 이동했다면 비가 그녀의 흔적을 지워주어 추적이 따라붙지 않을것이라 생각했기에 방심했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크나큰 오산이었다는 사실이 비가 그칠무렵 기다렸다는듯 그녀에게 갑자기 **왔다.
등은 굽었지만 그만큼 더욱 사악해보이는 형체가 그녀에게 떼거지로 습격해온것은 끝에 끝까지 방심을 했던 그녀에게의 보복이었다.
석궁은 사용하지도 못한 채 그것을 등에 메고는 전통에서 화살을 빼내어 마치 세검을 다루듯 응전해 혈로를 뚫었지만,
그 과정중 그녀는 상당히 커다란 상처를 등에 입었고, 보조무기로 사용하던 피스톨까지 모조리 다 탄약을 소진해버린 후에야 간신히 추적을 뿌리칠 수 있었다.
그래도 그들은 따라올 방법을 가지고 있는것이 뻔했기에 그녀는 일부러 비로 불어난 계곡물을 힘겹게 넘었고, 그것은 추적을 뿌리치기에는 현명한 선택이었지만, 그녀의 상처에게 좋은 영향은 주지 못했기 때문에 더더욱 상처는 악화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그녀는 인기척을 느꼈고, 본능적으로 그들의 적의를 감지 하자마자 응전을 택했지만, 허리와 어깨, 손목과 다리에 난 큼직한 상처들은 그녀의 피를 상당히 많이 뺐었기에 그녀로써는 제대로 된 응전을 시작하기도 전에 전투 불능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결사의 의지로 들어올린 화살을 떨리는 손에 잡지도 못하고
떨어뜨린 그녀의 힘없는 모습은 그녀와 마두친 이들이 그녀를 생포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그래도 호전상태니까 다행이에요."
희진의 말에 소은은 고개를 까딱였다.
대답의 의미도, 긍정의 의미도 아닌 감사하다는 듯한 행동이었지만 그것은 그녀 바로 옆에 있던 희진이 간신히 알아 차릴만큼 작은 몸짓이었다.
생포되었을 당시 그녀에게 앰플의 여분은 남아있질 않았다.
보급품은 민혁과 설화가 나누어 짊어졌었고 그녀는 탄환과 식수를 배분받았기 때문에 그녀로써는 상처를
치료할 방도가 없었던 것이나 다름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 생포된것이 다행인지도 몰랐다.
세하의 얼굴에도 가만히 미소가 띄어진 것으로 보아 정말로 사태는 그러 했던 모양이었다.
지금 자신의 몸 상태는 빠르게 좋아지고 있었지만 거꾸로 말하자면, 회복앰플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아직 상처가 완전히 재생되지 않았다는것이니만큼 당시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을 것임이 뻔했다.
"자, 붕대좀 갈아야겠어요. 옷좀 걷어주실래요?"
그녀가 막 치료 받느라 갈아입혀주었을 헐렁한 셔츠를 들어 올리자 붕대로 가득 싸여진 배가 드러났다.
미라처럼 칭칭 감긴 붕대는 깔끔하게 마무리되어있어 상당히 숙련된 솜씨임을 알 수 있을만큼 세심한 부분들이 많았다.
배 부분에도 상처가 났었는지 이미 갈색으로 말라붙은 혈흔이 엿보였다.
"전 나가 있을게요."
어느새 등 돌린 채 문고리를 잡아 당기는 세하에게 희진은 그러라고 대답하고는 그녀의 옷을 걷어 올리고는 붕대를 푸르기 시작했다.
쓰라린 감촉이 그녀의 뇌를 쿡쿡 찌르는것을 느끼며 소은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고통은 상처에 익숙한 그녀가 느끼기에도 가벼운것이 아니었다.
"여기는 왜 들어온거죠?"
갑자기 묻는 희진에게 소은은 잠깐 말문이 막혔다.
방금 전 이야기 한 내용을 봐서는 왜 그녀가 이리로 들어왔는지 알법도 한 이야기었다.
의식을 잃기 전 보았던 두 아이와는 복장은 조금 달랐지만, 아직 세하와는 같은 요원복이었고, 따라서 그와 같은 동료라 생각한다면 임무 역시 같을거라 생각하는것이 자연스러울 것이었다.
"...임무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상함을 느낀 그녀의 말에서 다시 냉정함이 돌아오는것을 그녀 자신이 느끼며 소은은 얼마나 자신이 기분이 풀어져 있었는지 깨달았다.
생사를 결정짓는 고비를 넘겼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직 저 소년이 죽지 않은것을 보고 안도해서?
어떠한 이유를 붙이던 그녀가 칼날처럼 예리하게 세우던 모든 감각들이 잠깐동안이나마 풀어져 있었다는 사실은 그녀 자신에게 있어서 큰 실수로 치부될 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감이 이상함을 그녀에게 고하고 있었다. 이유 모를 기묘함이 그녀의 머릿속을 시끄럽게 울려대었다.
"꼭 알아야 하는건가요?"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소은의 붕대를 천천히 조심스럽게 푸르는 희진이 대답한 것은 조금 시간이 지난 후였다.
"아니요, 그냥...이런 바리케이트 밖에 서식하는 차원종 중에 군집행동을 하는 놈들을 실수로 자극해버린다면 아주 일이 커지게 되서 잘못하면 제2차 차원전쟁 전면전 이 벌어질 수도 있을텐데요? 물론 규모는 작겠지만..."
의외로 그녀의 말은 냉철하고도 지금껏 봐 왔던 분위기와 사뭇 다른 말투였다.
하지만 그녀의 정교한 손놀림은 붕대를 상처에 자극을 주지 않도록 계속 조심스레 떼어내는 일을 계속 하고 있었다.
"...알아요."
"그럼, 유니온 소속도 아닌 대한민국 정부의 클로저 요원이 어떻게 이곳에 들어온 건지 궁금했거든요.
그런 사실은 유니온보다 대한민국 정부쪽에서 두려워 하는 일일 것 같거든요. 제 생각으로는."
사실 그랬다.
그녀의 말은 틀린 구석이 없었다.
유니온은 결국 연합일 뿐이었다.
유니온의 평화유지군은 대 차원종의 목적으로 활동하기만도 벅찼다.
그들의 지원은 클로저 육성을 국가별로 도와주는것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만일 전 세계적으로 차원전쟁이 다시금 발발한다면 그것은 사실상 인간들에게 막대한 타격을 입힐것이 뻔했다.
물론 저번 전쟁은 아직 확고한 대비책 없이 그들에게 맞서 싸웠다지만 지금은 인간측에도
상당히 쓸만한 무기나 병력등이 준비되어있다.
그렇지만 전쟁은 물량의 빠른 소비와 생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는지의 싸움.
인간의 자원은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차원종에 비해서 너무나도 빈약할것이 뻔했다.
격퇴는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결국 격퇴뿐.
게다가 대한민국은 아직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마저 자신들 챙기기 바뻐 도와주지 못할것이 뻔한 제 2차 차원전쟁이
대한민국 본토에서만 전면전으로 일어난다면 그것은 유니온으로부터 사실상 지원받기가 매우 힘들것임이 자명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대한민국의 막대한 타격으로 이어진다는것이 불보듯 뻔했다.
그녀마저도 쉽게 유추할수 있는 이 예상론은 이미 그들을 통솔하는 정부측에서도 이미 인지하고 있을터였다.
그렇지만 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명령이 내려지지도 않았는데 동료였던 이를 구하려 왔다는것을 이 여자는 알고 있을지
소은은 문득 의구심이 들었다.
대한민국 정부의 소속이라는것은 그녀의 유니폼을 본다고 해서 알 수 있을종류는 아니었다.
세하나 다른 그의 동료들이 말했을 수 있지만, 그들은 어째서인지 작전 목적을 말하지는 않은 듯 했다.
만일 이야기 했다면 그녀가 이렇게 까지 소은에게 직접 다시 물을 필요는
없을 것이었으리라 짐작한 그녀는 잠깐 숨을 크게 들이 마셨다. 목이 조금 말랐다.
촛불이 일렁이며 사물들에 괴상한 그림자를 씌워놓았다.
"저들을 구조할 구조팀으로 투입되었죠."
희진은 그녀의 뒤에 있었기에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순간 그녀의 손놀림이 잠깐 멈칫하는것을 그녀는 눈치챘다.
무언가 알고있는것이 뻔했다.
"그런가요?"
생각컨데 세하와 그의 동료들은 이곳에 온 이유를 아직 말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어찌되었던 간에 그녀의 주 목적이자 그 아이들의 목표이기도 한 SS급 차원종의 사살이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것이 나아보였다.
마침내 붕대를 새로 다 감은듯 그녀의 손이 등에서 떨어지는 것을 느낀 소은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희진이 조심스레 붕대를 두른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원래대로 돌아온 선명해진 감각은 그녀에게 저릿한 고통을
맛보게 해주었다.
"알고 있는거 아닌가요?"
어쩌면 비꼰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만큼 낮고 가느다란 목소리였지만 그녀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그것을 알고 있기에 희진은 슬쩍 미소지었다.
"어떻게 아신거에요? 내가 너무 생각 없이 말했나요?"
억양의 변화는 없었다.
어쩌면 저 여자는 그 사실을 숨길 필요는 없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순순히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은 소은의 여러가지 추측을 더욱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었다.
왜 그녀는 처음부터 모르는 척을 한 것인가.
어투의 모순은?
세하나 다른 아이들은 어떠한 방침을 취하는 걸까.
그리고 그것에 대한 이 상황에서의 올바른 해결책은?
서늘한 기운이 한줄기 그녀의 등허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무언지는 몰랐지만 그것은 어쩌면 위험할수도 있다는 그녀의 본능의 알림인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그러한 생각들은 곧이어 들려온 말에 그 의미없는 고민을 멈추었다.
"여기는 생각보다 최신 소식에 민감해요. 그래서 저희가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거라고 생각하죠.
뭐, 일반 마을 시민들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만 전달되지만요."
"이곳에 위**송이 연결되어 있는건가요."
희진은 다시금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하지만 그것은 꼭 지켜야만 하는 비밀을 폭로하는 자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네. 일반적인 위**송정도는 나오죠. 뉴스라던지."
"그럼 제가 왜 이곳에 왔는지는 아시는건가요."
"방송에는 차원종을 추적하는 임무를 하고 있더군요. 그렇지 않나요?"
소은은 대답하지 않았다. 바리케이트 안에 거주하는 일반적인 사람들은 잘 모를지도 모르지만 차원종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사는 이들은 그 뉴스들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더욱 잘 알것이었다.
인터넷 상에서는 바리케이트 밖은 병력을 조금 무리해서 투입한다면 금세 토벌 할 수 있을만큼 저들은 나약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로 가득 차있었지만, 이쪽에서 살다보면 자연스레 그런 말은 들어갈 것이었다.
사실상 이곳에 남은 차원종은 그 거센 인류의 반격에 살아남은 이들이었다.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으며, 인간의 공격을 터득하고, 학습하며 반격을 준비했을수도 있기에 더더욱 위험했다.
하물며 그러한 상대를 요원들로 하여금 자극하게 했다가 군집행동을 하는 차원종을 건드리는 순간 잘못한다면 차원종의 지능에 따라서는 제 2차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을것이었다.
"맞아요. 그리고 짐작하다시피 그건 거짓말이고 다른 임무 때문이죠."
"극비라 알려주진 못하는거에요?"
그 말에 소은은 대답하지 않았다. 희진이 마지막까지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한바퀴 둘러 붕대를 묶은 다음 핀으로 고정시킬때까지 기다려도 그녀는 대답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긍정의 침묵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은 희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조금 쉬시고 계세요. 곧 이곳의 지도자가 되시는 분이 와서 사정을 들을거에요."
희진은 이번에는 대답을 기대하지 않고 방을 나왔다.
그녀가 방 문을 살짝 닫자 방 앞 복도 벽에 등을 대고 앉아있는 세하가 등을 떼는것을 보고 그녀는 잠깐 멈칫했다.
"붕대 다시 감으신건가요?"
그의 말에 그녀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 속 한켠에는 이제부터 말해야 할 그와 그의 동료의 처분이 성가신 가시처럼 맴돌고 있었다.
SS급 차원종의 토벌작전을 명령을 어긴 죄로써 대한민국 정부는 헌법에 의거, 단신으로 작전을 맡게 했지만,
자의인지, 타의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정부나 유니온에서 그리 하게 했는지 동료들이 그와 함께 있었다.
메스컴에 발표되지 않은 그러한 일들만 본다 하더라도 이들의 목표는 단순이 그것 하나 뿐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이들을 마을에 구속한다거나 마을에서 이들을 사살한다면 만에 하나 불이익으로 결과가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을 취하기도 어려웠다. 만일 이들이 돌아가 그들의 위치를 말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큰일이었다.
저 아이들을 믿는다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그들이 이미 당해왔던 고난의 흔적은 불신을 낳았고, 따라서 인간들의 약속만큼이나 쉽게 뒤집어지는것은 없다는 것을 그녀와 마을 사람들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머리가 복잡해지는것을 막아보려는듯 무의식적으로 머리에 손을 대고 문지르는 그녀를 보고 세하는 의아하다는듯 눈살을 약간 찌푸렸지만 곧이어 이상하게 바뀐 그녀의 분위기를 바꿔보려는듯 말을 이었다.
"아까 보니까 상처 봉합도 잘하시던데, 의사셨나요?"
막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던 희진은 그의 말에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듯 슬쩍 웃으며 대꾸했다.
"수의사였어."
그녀의 말에 세하는 한동안 대답을 하지 못한채 정말 완벽하게 황당하다는 표정과 함께 그녀를 바라보았다.
물론 상처의 봉합이야 그 역시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로써는 앰플을 더 선호하기에 상처를 꿰메는 일은 그녀의 몸에 흉을 남길수도 있기에 희진이 자신이 하겠다고 선뜻 나서자 그 곁에서 봉합을 지켜보았다.
그 솜씨 역시 예사롭지는 않았기에 물어본것이었지만, 뜻밖의 대답이었다.
"하하...장난이고, 이 마을에 있는 여자들 대부분이 그런쪽으로 교육을 받았거든.
알다시피 우리는 앰플이고 뭐고 없으니까, 치료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몇가지 되지 않아."
"아...그렇군요."
그녀의 말에 이 마을이 얼마나 힘든 시기를 겪고 왔고, 또 지금도 그런 일들을 겪고 있다는것을 어렴풋 느낀 그는 잠깐 쉬었다가 재차 말을 이었다.
"이슬비하고 서유리는 어떤가요? 그쪽 상처는 앰플로 금방 치료될것 같던데..."
사실 관통상이라고 하더라도 뼈가 부러진것은 아니기에(뼈가 부러졌어도 사실 앰플과 시간이 충분히 치료할 수는 있지만) 금방 치료가 될것이 뻔했다.
게다가 유리의 경우에는 그렇게 큰 타박상이랄것까진 없고, 찰과상과 살짝 베인 정도에 그친 부상정도였기에 소은보다는 그나마 덜할 것이었다.
앰플을 건네주었으니 둘이 제대로 처치를 했을 것이었지만, 그는 유리와 슬비의 상태를 보러 가지 않았었다.
그녀들이 안정을 취하는것도 그렇고, 이 마을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파악하기 위해 몇번 돌아다니고, 희진에게 이 숲에 대해서도 질문을 계속 했던 그로써 궁금할 법도 했었다.
"글쎄, 거의 다 회복 된것 같아.
서유리라는 아이는 아직 위상력 회복에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고. 뭐, 나야 위상력자가 아니니까 알수는 없지만."
스웨터를 입어 묘하게 부드러워보이는 어깨를 으쓱 한다음 그녀는 그와의 대화가 단절된 그 틈을 타 걸음을 옮겼다.
대화를 이만 끝낼 시간이었다.
"아, 그리고 두시간 뒤에 너희들 모두 저 신소은씨 방으로 들어가렴.
그정도는 아무 문제 없을 정도로 다 회복 되었으니까."
그녀의 멀어지는 뒷모습은 어슴푸레 비치는 여명을 가리려 **를 꾸미듯, 불조차 켜지 않은 음험한 복도의 어둠 속으로 천천히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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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하야!"
반갑다는듯 손을 살랑살랑 흔들며 다가오는 서유리와 조금 뒤처져 걸어오는 이슬비를 보고 세하는 잠깐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안도임과 동시에 막막한 심정의 표출이었다.
그들이 돌아왔기에 안도했지만, 언젠가, 아니.
곧 **올 죽음은 단지 그 혼자만이 아니라 그녀들마저 덮쳐 뺏어갈 듯 꿈속에서조차 그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
그렇기에 해야만 한다.
그는 다시 한번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것은 그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고, 그의 선에서 모든것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하고도 최선의 선택이었다.
다시 한번 마음 속에서 시커먼 무언가가 뭉클거리는것 같아 그는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그는 그리 해야만 했다.
"그런데 뭐 말할거리라도 있는건가? 왜 우리를..."
막 걸음을 뗀지 몇걸음도 채 되지 않아 말하기 시작하는 유리를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그도 희진이 가버린 이후로 줄곧 소은의 옆에서 간병하다 마중나온지라 역시 아무것도 알 턱이 없었다.
그녀들도 두시간 뒤에는 거처를 옮기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거처를 옮기는것 치고는 둘 다 지나치게 짐이 없었다.
대부분의 소지품을 마을에서 관리하겠다며 가져가바린 후로 그들은 먹을거리를 포함하여 생필품은 마을로부터 지급받고 있었다.
고작 하루정도지만, 지금껏 고생하며 가져오던 짐이 몸에서 떼어지자 이상한 기분마저 들 정도로 묘한 이질감이 들었다.
아무튼 그들이 나갈때 짐은 돌려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들의 소중한 물자를 나누어주는 마을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낀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이들 역시 물자를 풍족하게 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글쎄, 가보면 알겠지.
우리보고 나가라고 하지 않을까? 이정도면 충분히 민폐였으니까 그렇게 말한다면 우리도 속이 편할것 같은데 말이지."
슬비가 대답하자 유리 역시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 게다가 세하가 들어갔던 페가수스 팀에서 도와주러 왔다며? 정예요원들이니까 진짜 굉장할꺼야!"
정예요원이라.
세하는 한번 입에서 그 어감을 굴려보았다.
묘한 느낌이 그의 마음속에서 요동쳤다. 팀 페가수스에 있으면서 단 한번도 검은 양을 잊어버린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로써도 아마 수습요원들이 모조리 사지로 몰린 그 최악의 작전만 아니었더라면, 인정하기는 싫지만
결국 검은 양의 멤버들과 함께했던 기억은 퇴색되고 흐려져 한때의 기억과 같이 결국 흐려졌을지도 몰랐다.
물론 어쩌면 그럴지도 몰랐다는 이야기었다.
그에게 그 정도로 생각될 만큼 팀 페가수스는 나쁜 인상으로 다가오지 않았었다.
게다가 그를 구하러 온것은 반 이상이 그들의 자의에 의한 것이라는것을 듣고 난 이후에는 더욱 그러하였다.
그들은 늘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고위급 클로저들만큼 권위적이지도, 강압적이도 않았었다.
"그렇겠네."
정신이 다른 곳에 팔린 듯 대답하는 그의 말에 약간 의아하다는듯 고개를 기웃거리는 슬비를 보며 그는 피식 웃었다.
그녀가 평소부터 얼마나 정식요원에 대한 환상이 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물론 환상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폐가 있었다.
대부분이 사실인 환상은 차라리 선망이라 해야 할것이었다.
정식요원이 되기 위해 승급시험을 치르는 일부터가 아직 그녀들, 그리고 얼마 전까지의 그에게
너무나 버거운 일이었을것은 뻔한 일이었다.
차원종에 맞설 충분한 힘을 가진 이들은 어쩌면 그녀에게 있어 선망의 대상일지 몰랐다.
그 이후부터는 서로 나눌 이야기가 별로 없어 이곳에 하룻동안 머물면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서로 짧게 말하는 사이 어느새 그들은 소은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건물까지 왔다.
건물 자체는 옛날 이곳에 있던 도시의 일부를 사용한 듯 했다.
작은 상가였는지 여기저기 많은 방이 나있는 그 건물은 어쩐지 모르게 음산하게까지 보였다.
"아, 그러고보니까 나하고 슬비는 저분하고 말을 해본적이 없는데, 어색할것 같아! 어쩌지?"
묘하게 들뜬 유리의 말투는 늘 그래왔던 주변 사람을 활기차게 전염시키는 능력을 이번에 예외적으로 발휘하지 못한 듯 했다.
슬비는 침착하게, 그리고 세하는 골똘하게 무언가를 생각한 채 각각의 표정을 유지 한채로 정면만을 바라보는것을 보고 유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에게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 그리고 그것의 공포는 그들의 마음을 좀먹는듯 보였다.
"네 생각보다는 많이 말을 나눌 일이 없을거야. 과묵하시거든."
세하의 대답에 유리는 문득 그녀가 쓰고 있던 후드를 떠올렸다.
그 지나치리만큼 큰 후드는 그녀의 얼굴을 절반 넘도록 가리고 있어 얼굴을 알아** 못했었다.
비가 내린지는 시간이 흐른 뒤라 그녀가 비를 피하기 위해 모자를 썼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지만,
그 때문인지 사실 유리 역시 그녀가 어떤 인물인지 잘 유추해낼 수 없었다.
과묵하다는 말만으로는 잘 판단이 서지 않아 그녀는 잠깐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부터 말이 많은 타입이 아니었던 슬비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세하마저 답을 짧게 말하니 그녀마저도 우울해질 지경이었다.
그들은 그 이후로 별다른 말 없이 계단을 올라가 2층에 위치한 방을 찾아갔다.
세하가 앞장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슬비와 유리도 따라 들어갔다.
"왔구나."
먼저 들려오는 목소리는 놀랍게도 소은이 아니라 희진이었다.
그녀는 아마 세하가 마중나갔을때 이곳으로 돌아온 듯 했다.
들어가면 소은에게 인사를 먼저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던 슬비와 유리는 잠깐 당황하다 가볍게 목례를 했고, 그녀들을 본 희진은 웃으며 언제 가져왔는지 의자를 가리키며 그들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소은은 아직 침대에 있었지만, 누워있지는 않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은 채라 이제는 어느정도 회복이 진행된 듯 보였다.
그녀에게 눈인사를 건네자 그녀 역시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것으로 답했다.
"일단 얘기를 하려왔어.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니까, 잘 들어주기를 바래."
약간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한 희진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재차 말을 이었다.
"우선 너희들은 우리마을의 주민이 아닌 외부인의 입장에서 이곳에 머물고 있어."
그녀는 말을 꺼내는 그 순간부터 망설이던 무언가가 점점 더 커져오며 그녀를 압박해온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것은 지금껏 그녀가 해왔던 마을을 보호하기 위한 외부인을 처리하는 방법에 대한 죄책감일지도, 아니면 그녀가 이 아이들에게 느낀 일종의 친근감이나 동정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것이 어찌되었던, 그녀가 말을 꺼냄으로써 이미 방아쇠는 당겨 졌다는 사실을 희진은 알고 있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었다.
"무슨 규칙이죠?"
물어오는 슬비의 목소리에 그녀는 잠깐 마른침을 삼켰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그것은 그녀가 동요하고 있다는 증거같아 희진은 몸을 미세하게 움츠렸다.
말 해야했다.
"너희는 이곳에 들어오고 난 그 순간부터 이 마을에서 계속 살아야 한단다. 그것이 이곳의 규칙이야."
그녀는 훅 하고 숨을 들이켜는 이들의 놀란 표정을 차마 볼 수 없어 시선을 살짝 위로 올렸다.
그녀의 시선은 이제 그들 머리 뒤의 차가운 시멘트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째선지 말을 이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싫다면?"
먼저 대답한것은 소은이었다. 남아있던 존대마저도 없어진 완전한 적대에 가까운 말투는 그녀 본성의 것일까.
놀랍도록 차가워진 그녀의 말투에 희진은 그제서야 조금 가슴을 진정시켰다.
어차피 이들에게 어떠한 도움을 주고 싶다 생각한들 그것은 마을에 대한 파멸적 타격으로 이어질것이었다.
확률론으로 따질 수만은 없었다.
극소수의 확률이라도 그녀는 이미 그 확률이 낳은 최악의 상황을 겪었기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그녀의 다른 소중한 이들을 뺏어갈 뿐이었다.
"힘으로 제압당할거에요.
이 마을에는 생각보다 많은 전투인원들이 있고,
클로저로 활동하던 이들이나 이곳에서 태어나 그들에게 교육을 받고 자란 여러분 또래의 위상력자들도 있죠."
"말도 안돼요. 우린 임무때문에 이곳에 머물수가없어요!"
유리의 다급한 반박에 희진은 이를 꽉 깨물었다.
어디 임무 뿐이겠는가.
저 소녀의 말은 모순이었다.
임무야 그들이 이 마을에 정착한다면 굳이 수행할 필요가 없으며, 따라서 임무를 수행하려는 의지를 가진 이들이므로 그들은 이 마을에 체류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것은 어쩌면 그녀 역시 이들에게 말을 꺼내기 전부터 알고 있는지도 몰랐다.
"어쩔수가없어. 나도 너희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주고는 싶지만 대장인 언니의 명령이야.
너도 들었지? 마을에 외부인이 들어와서 일어나게된 참사의 기억은 마을 주민들은 너희들이 외부인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어."
희진은 정말로 이 아이들을 이곳에 묶어두고싶지않았다.
이 아이들의 소중한 사람들은 이 아이들을 얼마나 기다릴지 그 간절함을 이해할수있기때문이었다.
하지만 가치관은 절대적이었다.
그녀에게 타인의 소중한 이와 개인의 소중한 이를 선택하라면 결국 전자를 택할 것이었다.
이기적인 인간은 그녀였고, 그녀는 인간이었기에 모든 이들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 아이들 역시 이해하고 있다고 그녀는 느꼈다.
눈빛부터 이미 그들은 마을 사람들과 별로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매말라 있었다.
감정이나 인간성이 말라붙었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단지 얼마나 많은 죽음을, 생사의 고비를 보고 넘겨왔는지 알 수 있을만큼 그들의 눈은 가라앉아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눈은 이제 예상 외의 대답에 부릅떠져 있었다.
그녀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이제껏 열명 남짓의 사람들 앞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그리고 열명 모두에게 이러한 느낌을 받은적은 맹세컨데 단 한번도 없었다.
처음 이슬비라는 아이가 마을 위상력자로부터 구조되었을때부터 그녀는 이상한 동질감을 느꼈다.
십대의 나이임에도 위상력을 가진 채 사선을 넘나든다는 아이들은 마을에도 숱했다.
그들과 다른 무언가가 아이들에겐 있었다.
"...지금 당신을 제압하고 인질극을 벌인다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죠."
그녀에게 튀어나온 말은 역시 소은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어느새 어디서 났을지 모르는 막대기 하나가 들려있었다.
그녀는 방 한구석에 치워져 있는 조그만 탁자의 다리가 하나 부서져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내심 놀라웠다.
이런 일이 있을지 몰라 무기를 준비했던 것일까.
위상력자가 사용하는 물건은 무엇이든 무기가 될 수 있었다.
그들의 위상력은 물질의 강도와 경도, 더 나아가 높은 수준의 클로저라면
예리함의 정도나 연성을 높일 수도 있었기에 설사 나뭇가지라 하더라도 치명적인 물건으로 돌변할 수 있는것이었다.
"글쎄, 저라면 추천하진 않을거에요.
저는 이 마을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는 있지만, 보다시피 나정도의 치료기술을 가진 여자들은 많죠.
게다가 위상력자가 아니기때문에 아마도 저는 그다지 가치가 없을거에요. 마을의 분위기를 아신다면 어느정도 수긍하실수 있으시겠죠."
그리고 - 하고 그녀는 말을 덧붙였다.
"나라고 아무런 준비 없이 이곳으로 온 것은 아니에요.
밖에는 상당한 실력들의 사냥꾼들...그러니까 전투기능 위상력자들이 대기 중이에요.
여러분은 지금 무기가 없으니 행동을 조심하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마지막 단어는 조금 목소리를 내리 깔며 말했다.
강압적인 분위기가 효과적일것 같았다. 그녀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사냥꾼이라 불리는 위상력자들이 대기중이었다.
마을에서야 요원이라는 호칭 대신 사냥꾼이라 부르지만, 그들의 실력은 웬만한
정식요원이나 특수요원 못지 않을 것이었다.
여차하면 그들은 이 아이들을 체포-만일 여의치 않는다면 사살할것임이 뻔했다.
그녀는 그것만은 막고싶었다.
세하는 혼란스러웠다.
그들에겐 정말로 무기가 없었다.
소은이 아무리 위상력으로 저 막대기를 강화한다 하더라도 결국 그것은 나이프 그 이상의 효과를 내진 못할것이다.
위상력자들은 총으로 위상력을 불어 넣어 격발할 수 있기 때문에, 몸을 위상력으로 방어한다 하더라도 별다른
효과 없이 사살당할것이 뻔했다.
일단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하기 위해 그는 입을 열었지만, 그보다 소은이 더 빨랐다.
"차원종은 등급별로 나눠진다는거 알고계시죠.
S급차원종은 유니온 소속 정식요원 수십명이 달려들어도 잡을수있을까 말까 하는 그런 수준입니다."
조용하게 있던 소은이 대답하자 희진은 잠깐 당황한듯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네. 알죠. 그래서 정식요원들의 대거 투입이 불가능한 장소를 위해 당신같은 정예요원 팀이 생긴 것 아닌가요?"
그녀의 말에 소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저희가 이번 특수임무에서 받은 명령은 SS급 차원종을 섬멸하라는 임무였죠."
그 말에 슬비와 유리, 그리고 세하는 그녀쪽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말은 이 마을에서 어떠한 결과를 불러올지 몰랐다.
그렇기에 암묵적으로 그들은 말을 꺼내지 않았었지만 이제 그 사실을 밝히며 그녀는 말하고 이었다.
"그건...!"
"그래서, 저희는 놈을 찾기 위해 계속 돌아다녔습니다.
또, GPS는 예상범위를 지정하여 그 장소를 탐색하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탐색하던 도중 다른 포인트를 제외한 다섯군데를 조사하지 못했고, 그 다섯군데 중 하나는 이 마을로부터 불과 40km정도에 위치한 장소입니다."
실내에는 지금까지 이어져왔던 어떠한 소리보다 더욱 큰 정적이 내려 앉았다.
세하를 비롯해 모두는 금시초문이었다.
그들이 돌아다닌 곳은 GPS에서 검색된 장소중 일부였다.
다섯군데를 제외한다는 말은 나머지 열 하고도 몇군데를 모두 돌아다녔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곳에 위치한 구조물은 큰 공장이더군요. 그 부분에 SS급 차원종이 거주하고 있을것으로 생각합니다."
소은의 말에 희진은 살짝 벌어진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SS급 차원종이 이 바리케이트 밖 어딘가에 있다는 이야기는 사실 모르는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더더욱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고작 40km라면 그들이 알아차리지 못했을리가 없었다.
마을을 이동했을때 이미 차원종들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핀 다음 마을을 재 구성했기 때문에 그들이 40km 밖에 있는 그 괴물을 눈치채지 못했을리 만무했다.
"그...그걸 어떻게 확신하죠? SS급 차원종이 위치할만한 장소는 당신 말대로라면 다른 4군데가 남아있는것 아닌가요?"
자신도 모르게 음정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며 희진은 이를 악물었다.
이것은 이들의 술수일지 몰랐다. 이곳을 빠져 나가기 위해서 핑계를 대는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미 뉴스에서도 발표했듯 이세하는 SS급 차원종 사살의 형벌을 받았다.
그에게 지원이 들어왔다는것은 금시초문이었지만, 그를 돕기 위해 페가수스 팀에서 동료들이 내려왔다는 사실은 그녀의 말에 설득력을 더했다.
정예요원 팀 하나가 움직였다면 그것은 일개 중대 정식요원들을 움직이는것만큼이나 큰 전투력을 가진 인원들을 배치한다는것이나 다름없다.
만일 그들이 어떤 방법을 써서든 자신들의 동료의 행방을 찾고, 만에 하나 그들에게 복수를 한다면?
정예요원이지만 무기를 강탈당한 눈 앞의 소은이라는 요원도 이정도의 위압감을 뿜어내는데, 그들 전부가 마을을 작정하고 공격한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과장하나 보태지 않고 마을이 괴멸할 가능성도 있었다.
"다른 4군데 역시 멀어봤자 모두 80km 이내에 위치합니다.
도심지 하나를 끼고 있다는 점에서 왕래가 어렵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매우 가까운 거리죠."
"하지만...!"
희진의 다급한 말에 소은은 그녀가 말할 틈도 없이 대꾸했다.
"자극만 하지 않는다는 해결책은 없습니다.
어차피 저희 동료들은 지정된 포인트들을 돌아 다니기 때문에 결국 SS급 차원종과 교전하게 될겁니다.
그럴 경우 만일 이쪽 마을로 SS급 차원종을 유도하며 도망온다면 어떨까요.
그들은 아직 이 마을의 존재를 모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리 될지도 모릅니다.
SS급 같은 고위급 차원종은 조금씩 유도해나가며 싸우는것이 일반적인 전투 방법이라는것을 모르진 않으시겠죠."
"그건 가능성의 이야기에요. 이곳으로 도망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지 않나요!"
"그럼 저희를 놓아준다면 이곳의 위치를 고발할거라는 생각 역시 확률론일 뿐이에요."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그녀의 언변에 희진은 무언가 반박할 거리를 찾았지만 머리가 너무나 복잡했다.
이해, 손익, 더 나은 선택을 강요하는데 있어 그녀는 아직도 그런 일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그런 사실은 몰랐으니까, 일단 대장님께 말씀드리도록 할게요.
그 이후에 다시 한번 말씀드릴게요.
일단 이 사실을 아셨으니 이 주위에 배치된 병력들은 계속 여러분을 감시할거에요.
이곳에서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좋은 소식 기대하죠."
세하의 말에 희진은 잠깐 그를 처다보더니 한 손을 내밀었다.
"미안해요. 좋은 소식이 오길 바랄게요."
그녀는 세하의 손을 마주 잡고 가볍게 악수 한 뒤 문을 나갔다.
잠시 후 문이 닫히고 계단 내려가는 소리가 들려오자 가장 먼저 불안한 침묵을 깬것은 유리였다.
"어떻게 해야 하지? 우리는 이곳에 묶여 있을수는 없어!"
그녀는 도움을 바라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다른 이들 역시 그녀 이상의 뾰족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는 않는 듯 했다. 하지만 골똘히 생각에 잠긴 세하 만큼은 조금 입꼬리를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유리는 문득 그의 표정을 보면서 그가 울려고 하는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웃으려고 하는것인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 해야 했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미묘한 표정을 지은 그는 곧 다시 무표정으로 표정을 바꾸더니 말을 이었다.
"무기도 없는데, 이곳에서 빠져나가는건 위험해.
빠져 나가도 맞서 싸울 수 있는 수단이 없잖아.
일단은 쉬고 있자."
그들이 방에서 자리 잡고 몇가지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궁리하는 사이에 어느새 날은 지나갔다.
배치된 병력이라는 말은 진짜인지 한번은 슬비가 방 밖으로 나가려 문을 열자, 그녀의 발 앞을 튀기고 지나간 불꽃은 정확하게 위협을 가하려는 자의 사격임이 틀림없었다.
깨져버린 복도 포장재에서 피어오르는 푸른 불꽃을 보니 위상력이 담긴 탄환이라는 사실이 명확했다.
계속 된 토론은 정적속에 끊임없이 이어졌다.
습격하자, 달아나자...하지만 그 어떤 의논도 제대로 된 명쾌한 해결책을 내 놓지 못했다.
소은 역시 산발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조금 후에 목이 마르지 않냐고 세하가 건네준 물병에 든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상처가 덧날지도 모르니 잠깐 쉬겠다며 침대에 이불을 덮고 누워버렸다.
지금껏 상처의 고통에 잠을 설쳤다는 그녀의 말은 정말인지 조금 후 그녀는 잠에 빠져들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날은 어두워졌고, 희진은 아직 찾아 오지 않았다.
아예 숨길 생각도 없다는 듯, 밖에 내린 어둠속에서는 전술조명으로 보이는 빛들이 열댓개 이곳저곳에 흩어져 빛나고 있었다.
그들은 밤중에 경계를 게을리 할 만큼 무른 이들은 결코 아니었다.
일단은 잠을 자고 내일로 결정하자는 슬비의 말에 모두는 잠을 취하기로 했다.
이미 수없이 나눈 의견속에서 그들은 그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음을 깨달았다.
무기가 없으므로 무기를 탈환해야 하지만, 중요한 무기의 위치조차 모르니 그들이 무기를 찾는것 보다 이 마을의
'사냥꾼' 들에게 사살당하는것이 더욱 빠를 것이었다.
밤은 깊었고, 그들의 방에 남겨진 촛불 하나가 이제 곧 자신을 낳았던 초의 마지막 생명을 남긴 채 짧은 춤을 어둠속에서 추는것을 세하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 위태로울만큼 일렁이는 작은 불꽃이 왠지 모르게 그에게 거대한 존재로 다가오는듯 했다.
위로, 옆으로. 한번 올라갔다 다시 내려온다.
한번 점멸했다 이내 크게 타오르는 불규칙적인 그 불꽃의 움직임은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그들의 모습만큼이나 애처롭다.
그런 생각을 하며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었을때, 그의 옆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자?"
"아니."
대답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유리의 목소리였다.
대답은 슬비가 했다.
침대는 가장 몸이 불편한 소은이 쓰고 있었으므로, 그들은 방 옆에 위치한 투박한 장롱에서 이불 몇장을 꺼내어 그것을 침대삼아 깔고 그 위에 누워있었다.
불편했지만, 야영하던것보다는 차라리 몸은 편안했다.
"나는...꼭 돌아가고 싶어."
목소리가 어둠 속을 타고 부드럽게 그의 귓전을 휘감았다.
그 느낌을 기억하며 그는 주먹을 쥐었다. 곧 있으면 그 감정마저도 날아가버릴것만 같아 그 기억을 붙잡고만 싶었다.
그가 이 순간, 이 시간에 느낀 모든 감정을 기억하고, 그것을 간직하기 위해서 그는 잠깐 침묵했다.
뒤이어 슬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될거야."
"나...나는 동생과 엄마에게 도움을 줘야 해.
그래서...그래서 나는 이런 곳에서 있을 수는 없어.
처음에는 같이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이곳에 왔는데...세하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곳에 왔는데...이젠...! 흑..."
조그맣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SS급 차원종에게 당하는것보다 이곳에서 남는 편이 더욱 편안한 생을 살 수 있을지 몰랐다.
이번에 만일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환한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호의적인 작전이 내릴지는 의심스러웠다.
정치적으로 위험한 인물이라 판단되면 제거당할지도 몰랐다.
그들이 SS급 차원종을 격파해 여론을 크게 형성한다면 그들은 사실상 바리케이트 안이라고 하더라도 밖보다 안전하리라 장담
할수는 없었다.
아니, 어쩌면 더 교활한 방법으로 최후를 맞이할지도 몰랐다.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이야기었지만, 신빙성이 없는것도 아니었다.
유리의 말에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를 탓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가족이 있었고, 지켜야 할 사랑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을 지키기보다 그를 선택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무한한 감사를 느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이 결심한 사실을 그녀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렇다.
결국은 그가 그렇게 한다면 모든 일은 끝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 그녀가 너무나도 확실한 기회와 확신을 건넸기에 그리 다짐할 수 있었다.
그는 아까부터 자는척 숨소리를 내고 있었기에 아직 그녀들은 그가 깨어있는지 모를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들이 잠들때까지, 그는 잠들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들이 충분히 잠에 빠졌다고 생각했을 무렵, 그는 손목시계의 라이트 기능을 이용해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5시.
이제 곧이었다.
그는 유리와 슬비를 깨우지 않으려 조심하며 혁대에서 손전등을 꺼내었다.
그 강도를 가장 약하게 조절한다음 그는 불을 켜 주머니에서 종이 하나를 꺼냈다.
마을에서 필요하면 쓰라고 준 생필품의 종이수건을 조금 오려낸 것이었다.
그는 탁자 위에 몇개 굴러다니던 볼펜을 주워 그 종이에 무언가를 몇글자 쓰고는 그것을 그가 누워있던 자리의 이불에 올려놓았다.
그래, 준비는 끝났다.
그는 발걸음을 소리가 나지 않게 애쓰며 침대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죽은듯 미동조차 하지 않는 소은이 그로부터 등을 돌린채 누워있었다.
잠을 자면서도 후드를 벗지 않는다는 사실이 조금 신선했다. 남을 의식하는것일까.
그는 그녀에게 손을 조금 뻗어 그녀를 깨우려 했다.
"안자."
하지만 그의 손이 닿기도 전에 대답한 그녀는 일어나더니 이불을 조용히 걷고 일어났다.
놀라울정도로 그 동작들에 소음은 없었다.
"가실건가요."
그가 말하자 그녀는 대답없이 문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곧 문에 도달한 그녀는 그 뒤를 따라온 세하를 바라보았다.
"작별인사는?"
"했어요."
어떤 말인지 이해 한듯 그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문을 조금 열었다.
문 밖에 분명 나 있을 착탄자국은 그들의 몸에 날 일은 없을 것이었다.
최대한 조용하게 문을 닫고 그녀와 세하는 말없이 손전등을 켰다.
세하가 손전등으로 세번 껐다 켰다를 반복하자 일제히 이곳저곳에서 흩어져 있던 전술조명들이 죄다 꺼졌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는 계단을 막 내려가기 시작한 소은을 따라갔다.
계단을 다 내려와 문 밖을 나가자 서늘한 가을바람이 둘을 스쳐지나갔다.
온몸에 오한이 내달리는것을 느끼며 그는 소은을 따라갔다.
그리고 말 없는 행군이 계속되었다.
어둠 속에서 그를 주시하는 수많은 눈들이 있다고 느끼며 그는 조금 몸을 움츠렸다.
망상에 불과한 생각이 자꾸만 생각을 좀먹는것은 어쩔 수 없었다.
곧 불빛이 몇개 아른거리는 것을 발견하고 그는 아직도 아무말 없는 소은에게 물었다.
"정말로 갈거에요?"
"이곳에 온 이유는 그거였지. 망설일 필요는 없지 않니."
타이르듯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평탄했고, 세하는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목숨마저도 사지로 내던질 정도로 자신이 정말로 가치 있는 것일까.
힘이 없이 나약했다.
부담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힘을 포기했다. 그것이 얼마나 나태하고 허약한 자기 자신의 행태였는지는 그가 가장 잘
알았다.
힘 없이도 자신이 지킬 수 있는것이 있으리라 믿은것은 오산이자, 자만이었다.
그 댓가가 이것이라 생각하니 형용할수 없는 무언가가 계속 들이쳐왔다.
그것은 분노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끊임없이 온갖 잡생각들이 그를 휘감아 얽는 그 기분 나쁜 감각은 그의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모든 행동을 간섭하려는듯 쉼없이 그를 조여왔다.
형용할 수 없는 망념들이 그의 머리를 잡고 놓지 않는듯 묘한 기분이 그를 압박했다.
조금 더 걸어가자 드디어 불빛아래 서있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을 그 사람이 봤다고 생각하자 이내 불빛은 꺼졌다.
그리고는 짓쳐든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할거에요?"
의아라기보다는 확인이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것은 아니었지만, 그 말마저도 그에게 미련을 남길것만 같아 그는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깨물었다.
다짐이 아니라, 자해라고 할 수 있을만큼 그는 모질게 마음을 고쳐잡았다. 그는 그리 해야만했다.
"네."
그가 대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게 한숨쉬는 목소리는 다시 어둠속에서 그들에게 말했다.
"잠깐 불을 켜세요. 앞에 두분의 무기가 있으니까. 그리고 짐도 가져왔어요."
손전등을 키자 그들의 짐이 보였다.
건블레이드와 기다란 석궁, 그리고 가방과 전통들이 쌓여있는 곳으로 다가가 둘은 묵묵히 무장을 장비했다.
그리고 배낭에서 GPS를 꺼내 스위치를 넣자, 아직까지 배터리가 버티는지 신호음을 내며 켜지는것을 확인하고 세하는 단말기를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는 배낭을 뒤집어 위상 그레네이드 탄과 섬광탄, 그리고 피스톨 두개를 벨트에 꽃아 넣었다. 권총 두자루 모두 그의 것이 아닌, 마을 사냥꾼들이 쓸 법한 조금 연식이 오래 된 자동 권총이었다.
그래도 가장 최신식일 것이었다.
그 두개를 각각 혁대와 겨드랑이에 장비할 수 있는 홀스터에 넣고 서바이벌 나이프 한자루를 대충 칼집에 넣어 혁대에 넣은 이후에야 준비는 끝났다.
"고마워요. 희진누나."
그가 말하자 조금 이후에 약간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가 답했다.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래."
그 목소리에 담긴 감정은 진심이었을까. 그녀는 방에서 나가기 전에 세하와 악수를 하며 그에게 종이를 건넸고,
그 종이에는 인질로 두명을 남기면두명은 자신이 빠져 나갈수 있게 해줄것이며, 인질은 그들이 SS급 차원종을 사살한다면
풀어주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이었다.
잠깐 고민하던 그는 결국 소은에게 물병을 건네며 쪽지를 건네었고, 그것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그녀는 알아 차린 듯 했다.
알 수 없는 감정이 들끓는것을 느끼며 그는 발걸음을 옮겼다. 뒤따라 소은역시 움직이는것을 보고, 희진은 작게 손을 흔들었다.
"...행운을 빌어, 외부인들."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어둠 속으로 둘은 천천히 나아갔다.
그 결말을 너무나 쉽게 짐작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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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님! 외부인들이 짐과 장비가 사라졌습니다."
칠흑같은 어둠에 잠긴 다른 건물과는 다르게, 촛불이 세개 정도 켜져있는 방 안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진은 그 목소리가 마을의 간부를 책임지는 자라는 것을 알고는 침착하게 말했다.
"자세히 설명하도록."
"물품보관소에서 일하던 병사는 경비대장님께서 당직을 서주신다고 하셨답니다!
그런데 외부인들의 두명분의 무기와 짐이...!"
그런 말을 들은 수진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그녀 역시 동생의 이상한 면모를 보았었다.
그렇지만 이정도로 급진적인 일탈행동을 보일줄은 그녀 역시 짐작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벌써 수진의 차가운 이성은 그녀에게 별다른 억양의 변화 없이 지시했다.
"경비 대장을 즉시 생포하도록. 나가봐."
여성이 알겠다고 대답하며 나가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동생은 자신만큼 모질지 못하다는것을 어쩌면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만큼이나 동생을 몰아 붙였던 것인가.
이미 그녀에게 있어서 실책이란 곧 파멸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깊이 각인시켜준 사건이 있었기에
더욱 그녀는 이번의 실수가 뼈져리게 느껴졌다.
"한검."
이름을 부르자, 어느새 그녀의 뒤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원래부터 그녀의 호위는 한두명씩 따라다녔지만, 그것은 암살이나 테러같은 것을 막기 위한
대부분 고위 정치인들의 요인 경호원과는 달랐다.
그저 가장 빠르게 그녀가 내린 결단을 시행 할 수 있도록 대기하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오늘 명령을 내린 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다친 소녀를 이곳으로 끌고 온 위상력자의 이름이었다.
"두명이 빠져나갔다.
두명은 인질삼이 놔두겠다는 조건으로 희진...아니, 경비대장과 거래했을 가능성이 높다.
인질로 놔둔 두명은 보류다.
그것이 어떠했던, 자의에 따라 둘을 내보냈다는것은 용납할 수 없고, 상황을 판단컨데 그것은 막아야 한다.
너는 빠져나간 둘을 추적해 사살하도록. 정예 요원 두명이다. 가능하겠나."
완벽한 명령투의 말은 군대에서조차 전시가 아니라면 들을 수 없을만큼 정리되어있고 명확했다.
그 차가운 말에 그녀의 뒤에 서있던 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예요원 두명은 저 혼자 감당 가능할것 같습니다. 준비 후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소리없이 문쪽으로 걸어가는 남자의 기척은 놀라우리만치 조용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그가 어느정도의 경지에 다다른 위상력자인지를 암암리에 표시하는 증거이기도 했다.
혁대에 맨 쇼트소드(Short-sword) 는 정글에서 쓰는 그것만큼이나 날이 넓었고, 또 투박했다.
등에 맨 라이플은 그가 그것을 장비하고 있는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자연스러웠기에 그의 동작에 융합될만큼 친숙했다.
활동성을 고려한 하프코트 차림이었지만, 단순히 멋을 내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는것은 약간 낡고, 헤진 코트의 이곳저곳에 난 검게 그슬린 자국이 말해주고 있었다.
"외부인을 잡아와라. 만약 불복종시 사살해도 좋다."
그녀의 싸늘한 목소리가 방안에 울렸고, 이윽고 문에 다다른 사내는 조용히 목례를 하며 대답하고는 사라졌다.
일렁이는 방 안의 촛불만이 어둠 속을 검붉게 비추며 조소하듯 일렁였다.
곧 다가올 결말이 어떠한 것일지 짐작하듯, 그것은 붉은 혀를 한번 크게 날름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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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와! 늦었어요! 죄송합니다
대신 분량 많으니까 봐주세요 ㅠ
(제가 쓴건데 엘세이드님의 수정본을 받고 읽었는데 나도 모르게 독자됫다능...)
아 맞다! 보여드릴께 있어요(주섬주섬)
key님이 그려주신 페가수스팀의 프로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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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혁입니다! (군인출신답게 어깨가 ㄷㄷ)
페가수스의 리더! 설화입니다 (특정부분이 정직합니다! 아 물론 외모요 외모)
페가수스의 귀염둥이 담당! 예화 (상큼한 단발과 윙크가 잘 어울리는 그녀!)
저의 최애캐 이자 페가수스의 쿨워터 담당인 소은 (하... 이렇게 이쁘게 태어나다니... 아빠는 이제 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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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key님께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좋지못한 소식을 하나 전하게 되어 굉장히 송구스럽습니다.
흩어지는 양떼의 연재속도가 많이 느려질거같습니다.
저는 대학입시를 위한 자소서와 원서준비를 위해 굉장히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있습니다.
그리고 수능이 몇일 안남았...
으허어하어
그리고 엘세이드님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연재속도가 많이 늦을거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휴재는 안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흩어지는 양떼!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