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생전.txt
총기를들고일어난슬비 2015-01-02 11
클생은 신서울(新西亐)에 살았다. 곧장 구로(九老) 밑에 닿으면, 애드거 옆에 수습요원들이 서있고, 송은이를 향하여 공절충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스컬퀸 구매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클생은 돈도 없고 현질도 못하니 얄팍한 피로도로 발품을 팔아 파편을 모아 입에 풀칠을 했다.
하루는 마천루를 뛰러 온 30렙충이 몹시 배가 고파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퀘스트(揭水投)를 하지 않으니, 던전은 돌아 무엇합니까?"
클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공절을 완성하지 못하였소."
"그럼 반복퀘라도 못 하시나요?"
"거기까지 퀘를 깨지 않았는걸 어떻게 하겠소?"
"그럼 긴방(緊防)은 못 하시나요?"
"긴방은 레벨이 딸리는 걸 어떻게 하겠소?"
30렙충이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백화점 외부만 돌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메인퀘도 못 한다 반복퀘도 못 한다면, 하다못해 유인전이라도 못 하시나요?"
클생은 하던 파티찾기를 취소하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스컬퀸 14개를 기약했는데, 인제 7개인걸..."
하고 구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클생은 거리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GGV(地知不二)로 나가서 시중의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신서울에서 제일 부자요?"
기남(氣男)을 말해주는 이가 있어서, 클생이 곧 기남의 집을 찾아갔다. 클생은 기남을 대하여 길게 읍(揖)하고 말했다.
"내가 템이 거지같애 무얼 좀 해보려고 하니, 십억 크레딧을 뀌어 주시기 바랍니다."
기남은 "그러시오." 하고 당장 십억 크레딧을 내주었다. 클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버렸다. 기남 옆의 부활캡슐충과 초보들이 클생을 보니 거지였다. 실드는 던전에서 주운 매직실드밖에 없었고, 모듈은 내구도가 0이었으며, 퀘스트로 받은 노강 레어검을 걸치고, 아바타는 츄리닝을 입고있었다. 클생이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 이를 아시나요?"
"모르지."
"아니, 이제 하루 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십억 크레딧을 그냥 내던져버리고 계정명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기남이 말하는 것이였다.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남에게 무엇을 빌리러 오는 사람은 으레 자기 스펙을 대단히 선전하고, 강화질을 자랑하면서도 컨에는 허접한 실력이 드러나고, 변명을 중언부언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스펙은 **같지만 말이 간단하고, 현질하지 않으며,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크레딧이 없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 주면 모르되 이왕 십억 크레딧을 주는 바에 계정명은 물어 무엇하겠느냐?"
클생은 십억 크레딧을 입수하자, 다시 던전으로 들르지도 않고 바로 송은이(宋恩理)앞으로 내려갔다. 송은이는 장사충과 던전충이 마주치는 곳이요, 구로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스컬퀸의 몸체파편이며, 다른 레어 재료템들을 모조리 두 배의 값으로 사들였다. 클생이 재료템을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공절충이 공절을 못 만들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가서 클생에게 두 배의 값으로 재료를 팔았던 장사충들이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사 가게 되었다. 클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십억 크레딧으로 온갖 재료템의 값을 좌우했으니 이 게임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그는 다시 구로재료템 따위를 가지고 신강고(新强高)에 건너가서 강화된 공절, 심플앤스트롱을 죄다 사들이며 말했다.
"몇 일 지나면 게임 안의 사람들이 G타워를 가지 못하게 될 것이다."
클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공절과 심스 값이 열 배로 뛰어 올랐다.
클생은 선우란을 만나 말을 물었다.
"신서울 밖에 무과금충은 클리어 못할만한 솔플 던전이 없던가?"
"있습지요. G타워 끝부분에 용의 전초기지라고 있는데, 안드라스(安頭裸水)의 패턴이 무지막지하여, 현질안한 저스펙 무과금충은 부활캡슐이 없어 클리어를 못할 지경입니다."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자네가 만약 나를 그 곳에 데려다 준다면 함께 미쿠춤을 출걸세."
라고 말하니, 선우란이 그러기로 승낙을 했다.
드디어 오토바이를 타고 빌딩을 올라 G타워에 이르렀다. 클생은 헬기장으로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보고 실망하여 말했다.
"보이는게 오직 교복과 용숨뿐이니 무엇을 해 보겠는가? 패턴이 그지같고 잡몹에 슈아가 있으니 단지 컨실력은 올릴 수 있겠구나."
"채널 두어개에 사람이라면 다 과금충인데 대체 누구와 더불어 파티를 뛰신단 말씀이오?"
선우란의 말이었다.
"실력이 있으면 파티는 절로 구해지네. 스펙이 딸려 무시당할까 두렵지. 사람이 없는 것이야 근심할 것이 있겠나?"
이때, 벚꽃길(櫻路)에 수천의 무과금러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칩셋이나 벌어보자고 노가다를 뛰고 있었으나 좀처럼 드랍되지 않았고, 레벨 40도 되기 힘들어 배고프고 곤란한 판이었다. 허생이 신강고의 벚꽃길을 찾아가서 우두머리를 달래었다.
"4명이 던전을 돌아 칩셋이 나오면 얼마나 나오지요?"
"한 명도 안나올 때가 있습니다."
"모두 공절은 있소?"
"없소."
"아바타가 있소?"
무과금러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공절이 있고 아바타가 있는 놈이 무엇 때문에 괴롭게 벚꽃길 노가다를 한단 말이오?"
"정말 그렇다면, 왜 공절을 얻고, 현질을 하여 아바타를 사고 편하게 렙업을 하려 하지 않는가? 그럼 허접딜 소리도 안듣고 살면서 플레이의 낙(樂)이 있을 것이요, 박수충에게 쳐맞아죽어도 걱정을 않고 캡슐을 쓸텐데."
"아니,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돈이 없어 못할 뿐이지요."
클생은 웃으며 말했다.
"노가다를 뛰면서 어찌 돈을 걱정할까?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할 수 있소. 내일 우정미앞에 나와 보오. 포장된 것이 모두 9공절이니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클생이 무과금러들과 언약하고 사라지자, 무과금러들은 모두 그를 ㅁ1친놈이라고 비웃었다.
다음날 무과금러들이 우정미 앞에 나가 보았더니, 과연 클생이 삼천개의 9공절을 가지고 온 것이었다. 모두들 깜놀해서 클생앞에 줄지어 절했다.
"오직 요원님의 명령만을 따르겠소이다."
"너희들, 공절을 껴도 초공 3천이 안되면서 무슨 노가다를 하겠느냐? 인제 너희들이 g타워에 올라가려 해도, 이미 노쓸모 무기가 될터이니 갈 곳이 없다. 내가 너희들을 여기서 기다릴 것이니, 한 사람이 백만 크레딧씩 가지고 가서 엘리트 모듈 세개, 엘리트실드 여섯개를 차고 오너라."
클생의 말에 무과금러들은 모두 좋다고 흩어져갔다.
클생은 몸소 이천명이 돌 긴방과 던전을 준비하고 기다렸다. 무과금러들이 빠짐없이 모두 돌아왔다. 드디어 다들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그 긴방으로 들어갔다. 클생이 무과금러를 몽땅 쓸어가서 자게에 징징이들이 없어졌다.
그들은 유성검으로 몹을 썰고, 레일캐논으로 보스를 지졌다. 공절스펙이 온전하기 때문에 크리딜이 잘나와서 채 10분이 되지 않아 긴방을 클리어했다. 3일간의 피로도를 모조리 쓰고 나온 템은 모조리 갈갈이하거나 블랙마켓(不來馬揭)에 팔았다. 블랙마켓이라는 곳은 수수료가 템가격보다 비싼 창렬의 근원이다. 그 시장에 한창 템이 없어서 등록하고 천억 크레딧을 얻게 되었다.
클생이 탄식하면서,
"인제 나의 조그만 시험이 끝났구나."
하고, 이에 무과금러 이천 명을 모아놓고 말했다.
"내가 처음에 너희들과 이 던전에 들어올 때엔 먼저 장비를 갖추게 한 후에 따로 템과 재료를 얻고 렙업을 시키려 하였더니라, 그런데 레전이 안뜨고 수리비가 비싸니 나는 인제 여길 떠나련다. 다만 템이 나오걸랑 파티장은 f3을 누르지 않고, 누구라도 먹을 수 있도록 양보케 하여라."
남은 공절들을 모조리 갈갈이하면서,
"공절이 없으면 렙업을 못하렷다."
하고 돈 오백억 크레딧을 매니아에 똥값에 넘기며,
게임이 망하면 사갈 사람도 없어지겠지. 오백억 크레딧은 운영자도 용납할 길이 없거늘, 하물며 매니아에서랴!" 했다.
그리고 넥슨 캐쉬가 있는 자들을 골라 모조리 함께 G타워로 보내면서, "이 던전에 화근을 없애야 되지." 했다.
클생은 GGV를 돌아다니며 가난하고 렙낮은 초보들을 구제했다. 그러고도 백억 크레딧이 남았다.
"이건 기남에게 갚을 것이다."
클생이 가서 기남을 보고
"나를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기남은 놀라 말했다.
"그대의 룩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혹시 십억 크레딧을 날려먹지 않았소?"
클생이 웃으며,
"현질을 통해서 룩딸을 치는 것은 당신들 일이오. 십억 크레딧이 어찌 실력을 올리게 하겠소?"
하고, 백억 크레딧을 기남에게 내놓았다.
"내가 하루 아침의 지겨움을 견디지 못하고 스컬퀸 노가다를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십억 크레딧을을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기남은 대경해서 일어나 절하여 사양하고, 백대일 비율로 캐쉬템과 바꿔주겠노라 했다. 클생이 잔뜩 역정을 내어,
"당신은 나를 현질충으로 보는가?"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 버렸다.
기남은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클생이 구로 밑으로 가서 파티찾기를 하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한석봉이 근처에서 게임하는 것을 보고 기남이 말을 걸었다.
"저 츄리닝 아바타가 누구요?"
"클생이지요. 가난한 형편에 공절만 좋아하더니, 하루 아침에 집을 나가서 신캐릭이 나오도록 돌아오지 않으시더니 이제와서 다시 노가다를 뛰고 있지요."
기남은 비로소 그의 닉이 클생이라는 것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튼날, 기남은 크레딧을 모두 가지고 클생을 찾아가서 돌려 주려 했으나, 클생은 받지 않고 거절했다.
"내가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천억 크레딧을 버리고 백억 크레딧을 받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물약이나 떨어지지 않고 수리나 할 수 있도록 하여 주오.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왜 현질 때문에 실력을 버릴 것이오?"
기남은 본래 가면과 잘 아는 사이였다. 가면이 당시 넥슨 부사장이 되어서 기남에게 장사질에 혹시 쓸 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기남이 클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가면은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이 닉이 무엇이라 하던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소인은 그분과 상종해서 3 년이 지니도록 여태껏 닉도 모르옵이다."
"그인 이인(異人)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밤에 가면은 처리부대들도 다 물리치고 기남만 데리고 걸어서 클생을 찾아갔다.
가면은 몸둘 곳을 몰라하며 넥슨에서 호갱을 털 인재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클생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밤은 짧은데 말이 너무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무슨 직위에 있느냐?"
"부사장이오."
"그렇다면 너는 김정주의 신임받는 신하로군. 내가 김혜자같은 이를 천거하겠으니, 네가 사장께 아뢰어서 삼고 초려(三顧草廬)를 하게 할 수 있겠느냐?"
가면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제이(第二)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했다.
"나는 원래 '제이'라는 것은 모른다."
하고 클생은 외면하다가, 가면의 간청에 못 이겨 말을 이었다.
"무과금러들이 G타워의 핵노답 난이도에 빡치어, 정복솔플을 못돌겠다하니, 너는 개발자에 청하여 잡몹의 슈아를 모두 없애고, 물약값을 떨어트려 마나를 수급하게 할 수 있겠느냐?"
가면은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세상에 게임을 내놓으려면 먼저 게임성으로 많은 유저들을 모아 호감을 사지 않고서는 안 되고, 과금을 유도하려면 먼저 과금할만한 가치를 만들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지금 사상 유래가 없는 창렬한 가격으로 2성아바타를 팔아치우고 스포마저 돈받고 팔려고 했던 마당에, 유저들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는 터이다. 진실로 무료게임처럼 유저들이 과금없이도 뒤쳐지지 않도록 허용해 줄 것과, 혜자스런 싼값의 캐쉬템을 팔아치울 것을 간청하면 주주들도 반드시 장기적으로 돈이 될 것을 알고 기뻐 승낙할 것이다. 다양한 아바타를 뽑아 싼값에 팔고 룩딸을 치게 하고, 그 중 슬비는 빈유족을 노리고 또 서유리는 거유를 흔들며 유저들의 정기를 빨아먹는 한편, 게이들과 결탁하여 간지나는 아바타를 판다면 손익분기점을 넘어 적자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룩딸러만으로도 많은 돈을 얻지 못할 경우, 쓸만한 강화방지템을 백원단위에 판다면, 잘 되면 엘소드를 누를 것이고, 못 되어도 효자게임의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다."
"주주들이 모두 빠른 수익회수만을 원하는데, 누가 싼값에 좋은 캐쉬템을 팔겠습니까?"
클생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퍼블리셔라는 것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게임하나만 빨리 내놔 단타로 치고빠지기만 하다니, 이런 어리석을 데가 있느냐? 서버는 틈만나면 폭발하고 최적화는 개판에 키조작도 개발순위에서 밀려있으니 대체 무엇을 보고 게임을 하라는 말인가? 던파도 초기에는 게임성으로 사람을 모았고, 수많은 온라인 게임이 사람들을 모은 뒤 돈을 벌 생각을 했거늘 이제 고작 OBT를 하면서 그까짓 몇달의 손해를 참지 못하고, 또 장차 돈을 퍼부어줄 사람들을 매료시키는데 바빠야할 판국에 캐쉬템부터 창렬가격에 내놓기 바쁘니 이걸 딴에 영업전략이라고 한단 말이냐?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신임받는 직원이라 하겠는가? 신임받는 직원이라는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 같은 자는 공절로 목을 쑤셔야 할 것이다."
하고 인벤을 뒤지며 13강 공절을 찾아서 찌르려 했다. 가면은 놀라서 일어나 급히 선우란을 타고 도망쳐서 돌아갔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서버는 텅 비어 있고, 클생과 모든 유저들은 간 곳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