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으로 울부짖는 늑대 [2]

모유수유 2015-01-02 1


 온몸에 파스를 붙인 것인지 옷이 가리지 않은 부분마다 파스가 붙여저 있고, 하얀 더벅머리가 인상적인 전 클로저 요원 J는 그녀와의 대화를 끝마치고 난 후에 추운 추모식을 떠나, 관이 안치되어있는 장소로 들어갔다. 여러 관을 둘러다보며 그들의 인식표를 하나하나 씩 바라보고 있었다. 그중에서는 그가 대충은 알고있었던 사람도 있었고, 자신이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에겐 모르든 말든 상관 없이, 한명 한명 씩 그들에 대해 마음 속으로 묵념을 했다. 그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찾던 관들을 찾았다.

 4개의 관짝들이 그의 앞에 보였다. 다른 이들의 관짝은 그에 눈에겐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인식한 그 4개의 관들은, 전부 자신에겐 익숙했던 사람들의 관들이였다. 

 그러나 아직 마지막 하나의 관은 찾지 못했다. 분명히 존재해야할 마지막 관은 어디갔는지 알수 없었다. 당시 울프팩의 팀원들은 6명이였고, 그중에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사람은 그밖에 없으니 마지막 하나의 관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였다.

 J는 어쩔수 없이 4개의 관에 차례로 다가갔다. 인식표를 확인하고는 관짝에다 자신의 손을 얹었다. 죽어서야 들어갈 수 있는 차갑고 무거운 관에 들어간 J의 동료는, 몇주전만 해도 차원종과 싸우며 자신이 죽을날만 기다리던 시한부 인생과도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아까 보았던 그녀도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대신 그녀, 서지수 요원은 자신이 살아갈만한 인생의 중요한 것을 얻었다. 이세하라는 이름의 꼬맹이를.

 그러나 J는 얻지못했다. 오히려 잃어버린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들은 전부 여기, 이 관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였다. 차가운 시체가 되어버린 그들은, J가 신경쓰든 말든 영원히 깨어날 수 조차 없는 잠에 빠져들었다. 

 추모식 때 부터 인정하기 싫었던 그조차도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J가 원했던 삶에 대한 갈망에 이유가 사라진 것을, 그는 그녀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질투가 날 정도였다. 자신이 원하는 삶의 이유를 찾았으니까. 그는 관 옆에서 절망했다.

 "어, J요원 아닙니까?" J는 뒤를 돌아보았다. 익숙한 모습을 한 남성이 그에게 말을 건 것이다. 

 J가 예전에 봤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대신 차이점이 있다면, 안경을 썼다는 게 우스울 뿐. J는 오랜만에 그를 봐 반가울 따름이였다.  

 "오랜만이군." J가 그의 존재를 확인하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당신이 맞군요. 오랜만입니다 J요원. 서지수 요원이랑 대화하고 나서 거주처로 다시 돌아가신 줄 알았는데 말이죠."

 "...확인 할게 있어서 말이야. 적어도 옛 동료 얼굴은 보고가야지."

 "그렇군요."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안타깝게도 관 안까지는 볼 수는 없는데 말입니다."

 "그거 안타깝군. 그래도 괜찮아." J가 우습다는 듯 말했다. "죽은 사람의 얼굴은 예전에 지겹게 봤으니까 말이야. 얘네들도 똑같이 생겼겠지. 일그러졌거나, 잠자는 것처럼 평온하거나, 아니면 아예 없거나. 이런 식으로 말이야." 그리 말하고는 J는 다른 관으로 다가갔다. J는 손가락으로 인식표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피렐." J이가 중얼거리던 나지막한 목소리와는 달리 다 들릴만한 소리로 말했다. 

 "울프팩에서의 역활은 캐스터였지. 예전에 그녀의 몸에서 독이 뿜어져 나왔을때, 정말 놀라울 따름이였어." J가 눈을 가늘게 떴다. "예전에 퇴역을 결심했을때 자신 때문이였냐고 나무랐던게 예전같군. 물론, 그녀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녀의 위상력으로 만들어지는 특수한 독...다른 이들에게도 피해를 주던 것이 기억에 남긴합니다. 그녀도 그걸 자각하고서 거의 계절이 변해도 두꺼운 옷만 입고있던 것이 기억나긴 하네요."

 "훌륭한 요원이였지." J가 말했다. "적어도 울프팩에서는 말이야. 정말로 우습군...산전수전 다 겪어본 팀원들이 그 칼바크인가 뭔가하는 연구원 녀석때문에 전부 몰살 당했다니 말이야."

 "....그들은 최선을 다했을겁니다." 그가 말했다. "당신도 아시잖습니까. 예전과는 다른 상황이였고...무엇보다 그런 힘을 가진 녀석이라고는 다들 예상치 못했으니까요." 

 "David Lee." J가 말했다. "너도 잘 알잖아. 그런건 차원종인지도 모르고 정찰나섰다가 당한 타격대한테도, 지금 죽은 클로저 요원들에게 아무 위로조차 안되는 발언이라는 걸. 그리고 그런 윗사람에게 말하는 말투는 그만둬." J의 시선은 어느세 David Lee에게 놓여있었다. 차갑고 냉혹한 눈매였다.

 David Lee는 한숨을 쉬었다. 답답해서 그런 것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는 한숨을 쉬며 내린 고개를 치켜올리며, J에게 대답했다.

 "죽은 사람에게 위로가 필요하나? 난 사실을 말한거야 J. 전쟁이 끝났답시고 클로저 요원들은 훈련을 거듭하기 보단 괜찮다는 둥에 어이없는 대답이나 했었고, 결국 그들의 게으름은 칼바크 턱스를 생포할때 들어난거야." David Lee는 뒤엣 말을 강조하기 위해, 말을 잠시 끊었다.

 "자신들의 어리석음과 무능력함을 말이지. 그리고 그것은 울프팩도 마찬가지였어. 어쩌면 당신도 포함될 수 있었겠지."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원래 고인을 모시는 자리에서의 침묵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아까의 냉혹한 진실 속에서 지금의 침묵은 태풍이 지나고 난 자리와도 같았다. 마치, 쓰러진 잔해와 아무 대답없는 사람들의 고요함과도 같았다. J는 마치 동료의 사망선고를 전화기로 들었던 그때와 같은 느낌을 들었다.

 J는, 웃었다. 정신이 나간 듯이. David Lee는 그에 대한 반응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침묵만 이어갔다. J는 웃음을 멈추었다.

 "그래." J가 말했다. "사실 내가 내뺀 이유는 **같이 안 좋아진 건강상의 문제도 있지. 그러나 내가 확신한 것은, 전쟁이 끝난 후 평화 때문이였어. 다들 대책없이 놀기에 바쁘더군. 그러다가 나는 생각했지. 도망쳐야 겠다고."

 "잠시만." David Lee가 말했다. "혹시 퇴역을 위해서..." 의심하 듯 말했다. 그러나 J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아픈 것은 사실이였어. 서지수, 그 알파 퀸도 봐봐. 수천만 마리의 차원종을 때려잡았잖아. 대신 그녀가 얻은 것은 사회 생활은 물론이고 영원히 상처로 남을 일들을 보상받았지. 평화 속에서 그녀와 클로저들, 그리고 나조차도 괴물 취급을 받는 것은 사실이잖아? 그러면서 위상력을 ** 듯이 써대가며 얻은 후유증들. 그것들은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는 일이였지." J가 원망하듯 말했다.

 "...그렇다면 J요원.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게 뭐지?" David Lee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J는 안타깝게도 자신이 정말로 말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했다. 계속 쓸때없는 것들을 언급하며 David Lee에게 원망하듯 내뱉을 뿐.

 "하고 싶은 말이라..." J는 한동안 침묵했다.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결국 내뱉어야할 말들이였다. 자신이 지금 정말로 원하는 일이니까. 그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

 "녀석들과 죽어야 했어." 그가 대답했다. "난 녀석들이 죽어서 슬퍼한 것이 아니였어. 잊혀져서 슬퍼한 것이였어. 내 존재, 그 자체가 부정되는 느낌이라고..." 
 

 
2024-10-24 22:21:3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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