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세하 큐브 외전
잉여한 2015-08-30 1
콰아앙!
불꽃이 튄다.
"커헉!"
뜨겁다 온몸이 불에 타는듯한..아니 진짜 타고 있다.
먼지가 흩날리며 시야를 어지럽힌다 그 먼지 사이로 또 한번 불꽃이 들이닥치며 또 한번 자신을 거칠게 밀쳐낸다.
퍼어엉!
불꽃과 폭발이 터져나간다.
갈라진 지면에서 연속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화염들 자신의 기술인 화염 분쇄였다.
"빌어먹을!"
이대로는 자신이 당하기에 똑같이 화염분쇄로 들이닥치는 화염을 상쇄하고선 주변에 흩날리는 먼지를 겉어내며 시야를 확보했다.
먼지가 걷힌 자신의 눈앞에 있는건 자신과 똑같이 생긴 또 다른 나 정식요원이 되기위해 큐브 안에서 시험을 받고 있을 때 나타난 자신이었다.
그땐 어찌 저찌 해서 이기기는 했다만 어째서 여기에..아니 그보다 여기는 어디지?..큐브도 아니고 복구지역이나 다른 지역도 아니다.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잠깐 게임을 하다가 문득 정신을 잃고선 만나게 된게 저 녀석이었다.
"헤에? 한 눈팔 여유는 있나보네?"
내가 잠시 잡생각에 빠진 사이 내 눈앞에 들이닥친 공파탄이 또 한번 나를 가격하며 저 너머로 날아가게했다.
"크으윽..피할데도 없네.."
화르르륵!
아까부터 또 다른 나와 싸운 뒤라 주변은 꺼지지 않는 파란 불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원래라면 이미 사그라져야할 불꽃들이 몇 분째 불길을 뿜어내며 그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난 두손으로 검을 쥐어잡은채 다시 공격해오는 차원종이 되버린 또 다른 나의 공격에 대비했다.
"저번에는 운좋게 이기기는 했는데 이번엔 힘들거란건 알고 있지? 정식 요원이 되었다고 해도 차원종이 되어 강력한 힘을 얻은 나를 이기는건 무리라고?"
"..."
불꽃으로 인한 외상과 충격으로 인한 내상이 꽤나 심해 등을 돌린채 아무런 말 없이 조심스레 포션을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대체 왜 이힘을 거부하는거야? 이 힘만 있으면 널 짜증나게하는 유니온이나 귀찮게하는 동료들 전부다 죽이거나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
또 다른 나 자신은 계속되는 내 침묵에 인상을 살짝 찌푸린채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는 잠시 놓았던 검을 들었다 꽤나 검을 막 다루었는지 군데 군데 금이 가 있는게 상당히 상한 상태였다.
"뭐..나한테 죽도록 쳐맞다보면 깨닫겠지 잘 버텨봐라."
"..."
마신 물약으로 어느정도 회복이 된 난 다시 덤벼드는 또 다른 나와 전투를 벌였다.
콰아아앙!
하얀 회색빛의 유성이 떨어졌다 내 기술중 하나인 유성검을 또 다른 나인 놈이 내게 쓴것이다.
"크으윽!"
나 또한 유성을 떨어뜨려 상쇄를 시켰다.
콰아아앙!
불꽃이 춤추고 땅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하늘은 반짝거리는 수많은 유성들이 떨어져내렸고 지면은 발을 디딜틈도 없이 갈라져버린 틈 사이로 불꽃이 뿜어져나왔다.
나와 또 다른 나 자신은 정말로 죽을 힘을 다해 싸웠다 놈이 유성검을 날리면 나 또한 유성검을 날려 상쇄시키고 폭령검을 쓰면 나 또한 폭령검 혹은 쓰기전에 다른 기술로 방해를 해 스킬 시전을 멈추게 했다.
반대로 내가 결전기를 쓰려다가 놈에게 캔슬을 당해 역공을 당할 때도 있었다 그런 싸움을 수십 번 시간상으론 하루 정도의 싸움을 벌였다 아니 시간이 지나간거 같지도 않았다 마치
"멍청이 이제 네놈의 포션은 없어 피나 마나도 없고 포기하시지?"
엉망진창이 된채 바닥에 무릎을 끓은 내게 놈이 다가와 차가운 어조로 말을 했다 남은 피는 왠만한 스킬 한대만 제대로 맞아도 죽는 피 마나는 약간 남아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포션이 없었다.
"이제 인정해 내가 너보다 강하다는걸 네놈이 깍아놓은 내 피는 고작 반 뭐 솔직히 이 정도로 잘 싸울줄은 몰랐는데..하긴 포션을 더럽게 써댔으니.."
무참히 망가진 자신의 검을 다루던 또 다른 나는 푸념을 하듯이 투덜거리며 내게 말했다.
아무리 스킬을 난사해도 운좋게 공격이 통해도 제대로 된 데미지가 박히지를 않았다 큐브에서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대체 왜..
"..말 더럽게 많네.."
그런 의문은 잠시 난 또 다른 나 자신에게 밀리기 싫어서 반사적으로 시비를 걸었다.
"..너 야말로 진주제에 말이 많다?"
콱!
도발이 제대로 먹혔는지 녀석의 발이 나의 머리를 짓밟기 시작한다 기분은 더럽지만 이대로 녀석이 방심하게 만들면 그때..
"어라?..하..하하하! 그래 맞어 이게 있었지."
녀석의 손이 내 안을 파고들더니 무언가를 꺼내 집어들었다.
"미..** 내놔 **야!"
놈의 발에 짓눌려 꼼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두 팔로 어떻게든 발버둥을 쳐보았지만 힘이 빠진 두 팔은 축 늘어진채 움직이지를 않았다.
녀석은 그런 내 발버둥을 재미있다는듯이 바라보며 내게서 뺏은 그 물건을 흔들어보였다.
"아직도 게임질을 하고 있다니..그래서 네가 그 모양인거야 게임에 빠져 살면 모든게 다 편해질거라고 생각한거야? 천만에 오히려 이거 때문에 네놈의 인생이 더 막장으로 된거라고?"
"..내놔..내 놓으란 말이야!"
콰직!
놈은 대답 대신 내 품에서 앗아간 게임기를..한 손으로 박살을 내버렸다.
투두둑..
게임기가 부서지는 소리가 마치 게임기가 사람처럼 비명을 지르는것만 같았다.
부서진 게임기의 잔해는 손에서 지면으로 떨어졌고 그 중 대부분은 갈라진 지면 사이로 떨어져버렸다.
녀석은 게임이가 부서지고 나락으로 떨어진듯한 내 표정에 무척이나 즐거워하며 내 머리를 짓눌르던 발을 치우곤 귓가에 속삭였다.
"기분이 어때? 게임 폐인?"
짜증이 치밀어 오르다못해 진심으로 저 ***을 죽이고 싶다는 살의가 처음으로 생겨났다 날 죽어라 패는건 상관없다 내 인생을 모욕해도 괜찮다 다만 내 게임기를 부신건..용서 할 수가없다.
하지만 그전에 녀석에 대한 분노 대신 해야 할 일이 있었다.
"...."
콰아아앙!
난 말없이 있는 힘을 다해 검을 휘둘러 녀석을 떨어뜨리곤 앞에 떨어진 부서진 게임 잔해들을 손으로 긁어모았다.
"하..하하하! 진짜로 폐인이네? 그따위 게임기에 집착하니 네가 그 모양인거야! 하하하하!"
"...."
아무런 대답없이 남은 게임기의 잔해들을 손으로 긁어모으던 내 입가엔 뜬금없이 미소가 지어졌다.
또 다른 나는 갑자기 떠오른 내 미소에 의아해하기 시작했다.
"응? 갑자기 왜 웃고 **이야? 진짜로 **거냐?.."
"..다행이다."
미소를 지은 내 손에는 작은 게임칩 메모리 카드가 손에 쥐어져 있었다.
"넌 내가 지켜줄게."
손에 넣은 메모리 카드를 소중히 품안에 넣고는 연인에게 속삭이듯이 작게 중얼거렸다.
녀석은 그 사실을 모르는지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내가 전의를 되찾은걸 깨닫고 다시 검을 들어 내게 덤비려고 들었다.
'...기회는 한번.'
한 대만 잘못맞아도 끝 포션은 없다 기회는 단 한번
"이유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차원종이 될 생각이 없다면..그냥 이대로 죽어라."
녀석은 이번에 끝장을 보려는듯 검을 위로 올리며 폭령검 전소를 준비했다.
나 또한 동시에 두손으로 검을 들며 녀석의 결전기에 대항했다.
"끝이다!"
녀석이 함성을 외치며 폭령검을 쓰기 직전 난 똑같이 결전기를 쓰지 않고 질주를 쓰고는 녀석에게 달려들어 결전기를 쓰기 직전인 녀석의 검을 모든 힘을 다해 후려쳤다.
카카캉!
"뭐야 공격이 빗나가기라도 한거냐? 내 검을 왜 친건데? 그냥 죽어..
녀석은 갑자기 달려들더니 난데없이 자신의 검을 가격한 나의 행동에 어이 없어하며 쓰던 결전기를 시전하려고 할 때 이변이 일어났다.
쩌저적!
군데 군데 금이간 녀석의 검에 심한 균열이 생기며..그대로 부서져버렸다 내 게임기가 박살난것처럼 녀석의 검의 잔해들은 갈라진 지면으로 떨어져버렸다.
"ㅁ..뭐 갑자기 이게 뭔..
"생각의 차이지 넌 너의 힘을 맹신해서 자신의 물건을 소홀히 다루었어 그 차이야."
"빌어먹을 무기가 없다고 해도 내가 질거 같아? 한대만 맞으면!"
녀석은 질주를 시전해 내게 주먹을 내질렀다 난 가볍게 반격으로 녀석의 공격을 되돌려준후 저만치로 날려보냈다.
"전에도 말해두었지만."
저 멀리로 날아간 또 다른 나를 바라보며 난 남은 마나를 모두 모아 결전기를 준비한다.
"난 차원종따윈 되지 않아 큰 힘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차원종이 되면..
"차원종이 되면..?"
"게임을 하기 힘들어지잖아! 거리로 나가서 게임칩이나 게임기도 못사고!"
물론 게임이 차원종이 되지 않겠다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한..80프로 정도?
"..**..놈..
콰아아앙!
내 검에서 불꽃이 뿜어져나왔다 엄청난 양의 불꽃은 마치 용이 승천하는것처럼 넘실거리며 가만히 서 있는 또 다른 나 자신을 덮쳤다.
콰카아아아악!
폭령검의 영향으로 갈라진 지면에서 불꽃이 뿜어져나왔고 주변에 있는 불꽃까지 삼켜버리며 폭발을 일으켰다 운좋게도 내 쪽으로는 폭발이나 불꽃이 닿지 않아 가까스로 목숨을 유지 할 수 있었다.
폭령검이 끝난후 그 자리에 남은 건 까맣게 타버린 또 다른 나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직 살아있는지 떨리는 한 팔을 들어 날 가리키고는 무언가 한 마디를 했다.
"..후회할..거다..차원종이 되지 않고 인간이 된걸..넌 분명 네가 믿는 인간들에게 배신당할거다 그리고 너의 동료 들 또한 나와 같은..
한 마디 치곤 참으로 길다
"시끄러 너야말로 시끄럽다고."
퍼어어엉!
공파탄을 날려 까맣게 타버린 또 다른 나 자신을 완전히 박살을 내버렸다.
녀석이 죽고 타버린 재들은 바닥에 떨어지며 내가 날린 공파탄과 불꽃을 일으키며 전소를 하기 시작했다.
"후우우.."
겨우 이긴 난 갈라진 땅바닥에 주저앉으며 전투로 인한 피로인지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
"야 이세하!"
"..응?"
"아까부터 불렀는데 왜 대답이 없는거야? 빨리 복귀하라고 몇 번을 말한거야?"
리더 이슬비의 앙칼진 목소리가 내 귀를 쑤신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난 신호기에서 울리는 리더의 말에 느릿 느릿 응답을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녀석 또 다른 나와 싸운건 그냥 꿈이었던걸까?
'뭐 그래도 시원하게 패주었으니 상관은 없다만..응?'
설마하는 심정으로 품안에 있는 게임기를 들어보았다 다행히 멀쩡했다 게임칩도 그대로였고 정말로 꿈이었나보다
"다행이네 빨리 복귀하는게 좋겠지 녀석의 잔소리를 듣지 않으려면..응?"
또 한번 설마하는 심정으로 가방안에 있는 포션의 갯수를 세어보았다..없다 백여개가 넘는 포션들이 없다.
"..에..에에에? 에에에에?!"
꿈이 아니었다 보다.
그래도 게임기는 무사하니 그걸로 된거겠지?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