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저스 J의 일상-회유

외상과스트레스 2015-08-2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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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 죄송합니다. 한 번만 봐주십쇼."

먼지가 가득하고 퀴퀴한 남정네의 냄새가 진동하는 제이의 방, 그리고 그곳에 과거 알파 퀸이라 불리던 여성이 바닥에 머리를 박은 체 부들부들 거리는 있는 제이의 앞에 앉아 요염하게 다리를 꼰 체 팔짱을 끼고서 매서운 눈으로 제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뭐? 미쳤냐고?"

요염한 핑크빛 입술이 살며시 열리자 그녀가 하는 것은 자신 보다 계급이 낮던 제이에 대한 갈굼이었다. 계급이 사라진 둘이라 하지라도 과거 제이의 상관일뿐더러 연상의 존재에 더불어 애 엄마인 알파 퀸으로 써는 자신에게 한 망언이 어지간히도 기분이 나빴었던 모양이었다.

"에이... 누... 누님 장난인 거 아시잖아요... 저 두개골이 무너질 것 같은데 봐주시면 안 되나요?"

허리가 진동하듯 부들부들 떨리며 고통 속에서 신음이 섞인 제이의 간절한 부탁에도 알파 퀸은 고개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 록 고통 속에 몸을 비비적대던 제이는 바닥을 적실 정도로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방울들의 집합체 덕분에 고개가 미끄러져 그 자리에서 인간의 것이라기엔 의심이 가는 이상한 괴음을 뱉으며 넘어지고 말았다.

"꼴불견이네... 어쩜 그 어릴 때는 그렇게나 강하고 귀여웠는데 지금은 늙은이가 되어버렸어..."

넘어진 제이에게 살짝 손을 건네며 즐거운 듯한 미소를 짓는 알파 퀸 이 입을 열었다. 제이는 흐트러진 선글라스를 고쳐 쓰고는 그녀의 팔을 쳐내며 그녀를 완곡히 부정했다.

"뭐야... 모처럼 옛날 추억 좀 나게 손을 내밀어 줬더니만..."

알파 퀸은 이내 투덜거리며 입을 죽 내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제이의 입꼬리가 삐죽 거리더니 곧 무언가 실이 끊어지는 소리가 나면서 제이의 몸에서 폭주하는 위상 력의 폭풍이 느껴졌다.

제이의 몸을 중심으로 바지직 거리며 집안의 이곳저곳으로 뻗어나가는 마찰하는 전자가 빠르게 금속물질에 파고들어 날붙이를 부유 시키는 위상 력에 의한 자기장 폭풍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그에 신속히 대응하여 알파 퀸은 빠르게 백스텝을 한 뒤 제이에 대한 경계 태세를 취하며 냉정하게 상태를 지켜보던 중 만약의 경우 위상 력을 제압하기 위한 장비를 사용하기 위에 그 위에 손을 얹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수 초도 지나지 않아 위상 능력이 급속도로 소실되면서 자기장 폭풍이 말끔히 사라져 결국 집안의 금속물질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제 자리에 떨어지고 말았다.

한순간의 소란이 순식간에 끝나버리자 제이는 이내 힘을 잃고서 휘청거리는 몸을 벽에 기대며 그저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알파 퀸을 조용히 노려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옛날 추억이라고 하셨습니까... 누님."

방금 그 순간을 기점으로 제이의 눈이 묘하게 날카로워 졌다.

"윽..."

과거의 어린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랐고, 지금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 알파 퀸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었는데 과거의 일에 대해 너무 장난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후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제이의 눈은 이미 생명을 잃기 직전으로 휘청이는 맹수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띄고 있었고 방금 전의 자기장 폭풍으로 인해 이미 전신에 힘을 다 소모해버렸는지 부들부들 거리는 신체를 힘겹게 이끌어 침대 위에 풀썩 앉아 버렸다. 무언의 압박 속에 알파 퀸은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위상 폭주를 일으키고서 탈진 상태가 되어버린 제이의 병약한 모습을 보며 방금 전 너무 가볍게 과거를 언급한 자신의 언행을 후회하고 그에게 미안함 마저 느끼고 있었다.

알파 퀸이 자신을 쳐다** 못하던 수 초만에 제이는 담배 한개비를 단숨에 피워내며 재떨이에 꽁초를 비비고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하... 옛날 추억 많죠 예. 애쉬 더스트, 용족, 말렉, 도시 붕괴, 벌처스의 화학약품과 불길에 단백질이 타들어가는 더럽게 역겨운 냄새 속에서 살려달라며 비는 사람들의 목을 비틀고 찌르고 베어 죽이는 미치광이 망나니들!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누님...?"

알파 퀸은 그의 언성에 반박조차 하지 못하며 그저 오른손으로 왼팔을 강하게 부여잡은 체 그에게 고개조차 들지 못한 체 계속 제이의 말을 듣고 있을 뿐이었다.

기후의 영향으로 당분간은 비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신 서울의 하늘이었건만 제이의 분노를 가라앉히려는 이유인가, 그의 모습을 더더욱 비참하게 만들어줄 매개체인가, 어느 시점부터 신 서울에 적란운들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천천히 하늘이 잿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추위의 차디찬 바람이 신 서울의 전역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누님...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너무 지쳤어요, 저는 이곳에서 짧디 짧은 인생... 조금이라도 요양이다 하면서 가겠습니다. 그 나이에도 젊고 아름다우신 누님은 전쟁이 끝나면 아들한테 좀 잘 대해 주세요."

마음이 가라앉았는지 제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있던 상관에게 갈굼 당하던 제이의 모습은 더 이상 없었다. 굳이 설명하자면 말하고 생각하는 시체, 그 이상, 이하로는 제이의 상태를 설명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저기..."

알파 퀸은 미안함에서 라도 사과를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아 죄송이라던가 미안이라던가... 들을 맘 없습니다. 누님. 애초에 누님에게 그런 소리 들을 자격도 없고요..."

하지만 이미 마음을 굳힌 제이는 그녀의 말을 딱 잘라 부정한 뒤 완곡함을 보여주며 전 자신의 상관이 눈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이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 버렸다.

"차원 전쟁이... 끝나고... 더 이상 소년병들이 필요 없어진 줄 알았던 내가 바보였죠... 예... 나는 당했으니 다른 아이들은 같은 생활을 겪어선 안 된다... 보통은 이 반대일 텐데 말이죠, 누님. 저도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이제 와서 제가 뭘 해야 할지..."

알파 퀸은 오른팔을 굽혀 두 눈을 가린 체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제이를 안쓰럽게 내려다보며 그에 대한 걱정으로 머리가 가득 차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리고 알파 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제이의 침대 옆, 탁자 위에 올려진 약봉지였다.

내용물은 알 수 없었지만 약봉지에 네임 팬으로 커다랗게 'PTSD, 항우울증'이라고 적혀있는 것으로 보아 제이가 얼마나 정신적인 부담을 안고 살아왔는지 알파 퀸은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다.

"대충...'그 일'이후에 이럴 줄은 알았지만 이 지경일 줄이야... 하지만 [    ]... 한 번만 누나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래? 그 아이들은 강하지만 정신적으로 너무나도 어려, 성숙하지 못했기에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몰라... 그러니 네가 도와줘야 해... 꼭 네가..."

침대에 드러누워 두 눈을 가린 체 천장을 향해 있던 제이의 양볼을 잡은 체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여전히 생기조차 없는 제이의 두 눈동자였지만 눈물이 맺혀있는 알파 퀸의 누 눈동자를 보자 갑자기 심경에 변화를 느꼈는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조용히 알파 퀸을 바라보며 선글라스를 고쳐 썼다.

"하하, 누님... 뭘 이런 걸로 우십니까... 역시 저는 우는 여자는 이기기 힘든 것 같군요... 약 값도 슬슬 필요하고..."

방금 전만 해도 알파 퀸의 부탁을 철저히 무시하며 그녀를 배척하던 모습을 보였던 제이가 그녀의 눈물을 보고서 마음을 바꾸었다. 갑작스레 강렬한 푸른 섬광이 제이의 뒤 창문을 빠르게 지나가며 수 초 뒤에 거대한 천둥소리를 일으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오후 5시의 푸른 하늘이 잿빛으로 물들었고 푸른 섬광의 번개들이 그 힘을 땅을 향해 뻗혀 나가며 굵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번개가 끊임없이 번쩍이는 섬광을 등진 제이는 유독 어둡게 보이고 있었다.

몇 초가 지나기가 무섭게 차단기가 내려가며 방 전체의 빛이 단숨에 사라져 버렸고 완벽한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것은 천둥과 굵은 빗방울이 하늘에서 무차별로 쏟아지는 소리뿐이었다. 멈출 줄 모른 체 계속해서 쏟아지는 비를 등진 제이의 어둠에 알파 퀸의 가슴속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깊고도 어두운, 제이의 부정적인 모습 전부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강한 위상 력의 영향으로 다른 사람의 사정도 알 수 있었던 것인가, 아니면 그저 제이의 얼굴에 나는 불행하다가 쓰여있었기 때문이었나 제이의 마음을 느낀 이유는 그녀 자신도 몰랐지만 그의 슬픔을 가슴속에 느끼자 가슴이 요동치며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자신이 옆에 있었음에도 그런 일을 겪었다니, 울프 팩이 해체된 이후 그가 무슨 삶을 살아왔는지 마저 완벽하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머릿속에 그림과 같이 한 장 한 장 들어오는 심상의 이미지를 통해서 거의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미안해."

"누님이 미안할 거 없습니다. 다음 세대들만이라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면 그걸로 되는 거예요."

제이는 단호하게 말한 뒤 다시 삐뚤어진 선글라스를 고쳐 쓰고서 알파 퀸에게 조용히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꺼진 불들이 자동으로 돌아오며 어둡던 방안에 환한 전열 구의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빛바랜 잿빛의 어두운 세상 속에 색이 입혀진 모습 속에서의 제이의 얼굴은 방금 전과는 다른 긍정적인 면모를 취하고 있었기에 알파 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알파 퀸은 이것으로 제이의 위상 력은 완전히 망가진 상태에 짧지만 폭주까지 하는 안 좋은 방향에 몸 이곳저곳이 망가지고 약과 기호품이 없으면 살지도 못할 정도로 찌들어버렸다는 것을 보다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아. 약 먹을 시간이 되었네요. 그런고로 누님 안녕히 가십쇼~"

제이가 약봉지 속에 손을 넣어 꺼낸 것은 수 가지색이 들어간 십여 종의 정체불명의 알약과 노란색 앰풀 한 개였다. 다른 약의 경우 뭐라고 말할 수 없었지만 노랜 색 앰풀 속 내용물 만은 알파 퀸은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T라는 검은색 마킹이 되어있는 노란 액상물질이 들어있는 40 ml 용량의 앰풀, 그것의 이름을 알파 퀸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잠깐... 설마... 그거 '위상 안정제'...?"

"흠, 잘 아시네요 누님."

위상 안정제, 차원 쟁의 중반기 즈음에 벌처스와 유니온의 합작으로서 개발된 약품으로 몸 안의 위상 유전자를 제어할 수 없는 사람들의 위상 력을 강제적으로 안정시키는 약품들을 칵테일 한 약물이다. 차원 전쟁 당시 정신병으로 인해 미치광이가 되어버린 클로저들과 위상 능력 전쟁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투여하던 약품으로 일반 시민들이 두통약이나 우울증 치료제를 구하는 것과는 다른, 클로저들이 이 약을 먹는 경우 복용자는 사실상 이미 말종이라고 생각해두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는 소리마저 퍼질 정도로 위험지정 대상의 외에는 배급조차 하지 않는 약품이었으며 이것을 지금 알파 퀸의 눈앞에서 제이가 복용하고 있었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그저 약을 먹는 이 행위 하나만으로 알파 퀸은 제이의 몸 상태에 대한 심각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동생처럼 대하던 아이가 이 정도로 망가진 어른이 되어버리자 알파 퀸의 가슴이 탁 막히는 아픔이 찡하게 느껴져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결국 고개를 돌린체 제이의 시선을 피한체 알파 퀸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마 내일 바로 배치가 될 거야...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했어... 그리고 너무 고마워."

알파 퀸은 조용히 신체를 파장과 같이 일그러 트리며 위상이동을 이용해 순식간에 제이의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하... 정말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 할 말만 하시는 누님이라니까..."

한순간에 말동무조차 사라져 버린 허무뿐인 방, 제이는 약물을 복용한 뒤 앰풀과 찢어진 약봉지를 쓰레기통에 살며시 집어넣은 뒤 타박타박 걸어가며 냉장고의 문을 천천히 열었다. 자석이 빠지는 감각과 함께 부드럽게 열린 냉장고의 안에는 술과 유제품, 그리고 해골 그림 투성이의 약품들이 한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눈에 들어오던 것은 5 L의 생리식염수와 50여 개의 진공포장상태의 주사기, 그리고 생리식염수의 옆에 존재하는 '스테로이드&위상안정제'라고 한글로 당당하게 적혀져 있는 800 ml의 투명한 약품 병. 제이는 그것 들을 몇 분간 쳐다보며 깊은 생각 속에 잠겼다.



작가멍멍-여러분이 아는 클저랑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작가가 심각한 클알못입니다.-제이는 굴려야 제맛
2024-10-24 22:38:3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