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저스- J의 시점 1화

외상과스트레스 2015-08-24 1

찌르릉 찌르릉 울리는 자명종 시계의 알람 소리에 귀가 아파 결국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몸을 움직이며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어깨결림이 도진 탓인지 두 팔을 마루에 대고서 힘으로 몸을 일으킬 생각이였지만 누군가 봤다면 비웃음을 살 정도로 꼴사납게 제자리에서 자빠지고 말았다.


보기 좋게 벽에 헤드샷, 잠을 확실하게 깨워주는 통각, 청각의 알람에 정신이 번쩍 뜨이자마자 아픈 뒤통수를 오른손으로 문지르며 왼손으로는 알람을 끄며 퍽이나 상쾌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커튼을 열어젖히자마자 몸을 태울 듯 들어오는 신 서울의 뜨거운 햇빛은 방안의 수많은 먼지를 비추어 마치 샹들리에와 다운라이트의 연회장을 연상케 하는 묘한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딱 지금이라고 생각이 들자마자 생각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이 병든 몸뚱이를 정신력 하나만으로 강제로 이끌며 저벅저벅 걸어가 테이블 위에서 지갑과 함께 굴러다니는 담뱃갑안에서 담배 한 까치를 꺼내 입에 물고서 천천히 걸어와 주홍의 햇빛을 두 눈으로 직시하며 아주 미약해졌지만 모처럼이니 체내에서 위상력을 발휘해내 작은 스파크를 반복적으로 일으켜 담배의 끝에 겨우겨우 불을 붙일 수 있었다.


몸이 말이 아니지만 이 녀석이 없으면 더더욱 말이 아닐 거다. 몸도 정신도. 아침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뜨겁고 매캐한 이 연기 한 모금, 애연가들에게 이런 분위기 아래에서의 담배는 정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라 자부할 수 있었다. 한 까치만으로는 내 메마른 목을 축일 수 없었다. 딱 하 나만, 정확히 하나만 더 피우면 상쾌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윽."


하지만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하던가. 청색 테두리의 담뱃갑의 안에서 흔들리는 것은 라이터 한 개뿐이었다.


"아아... 밖에 나갔다가 누님만 안 만나면 바랄게 없겠다."


결국 귀찮지만 외출을 하게 생겼다. 재수 없게도 아침에 두 개비 점심에 두 개비 저녁에 두 개비가 내 신조이지만 아무래도 언젠가 한번 개수를 착각해서 홀수 개를 피웠던 모양이다. 기억력 마저 점점 가물가물 해지는지 서서히 걱정마저 되기 시작된다.


버텨라 내 몸, 더 이상 소년병이 사용되지 않는 날을 보기 전까지는 죽을 수 없어.


몸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 흡연 중과 외출 준비를 할 때의 몸의 거부반응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진다. 마치 내가 움직이는 것을 거부하는 듯이, 내 몸이면서 내 말을 안 듣는 듯한 이 불쾌함.


하지만 결국 옷을 환복하는 데는 성공했다. 이런 사소한 것에도 대단함이 느껴지자 반대로 나 자신에게 점점 자괴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도어록이 열리자마자 살며시 문을 연 뒤 고개만 쓱 내밀어 좌우를 살펴보았다. 다행이다. 그 사람은 여기 없어.


안전하다는 것을 확신하자 몸이 조금은 홀가분해졌다. 이참에 당분간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이 사 오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여 층을 내려가는 동안에 나는 그동안 쌓인 문자들을 읽고 있었다.


유니온에서 4개


스팸 17개


알파 퀸에게서 2개의 문자와 4번의 전화. 알파... 알파 퀸? 잠깐?


나도 모르게 침이 꿀꺽 삼켜진다. 이건 죽는다. 분명 빨리 답신하지 않으면 살해당한다.

삐질삐질 흘러내리는 땀을 손등으로 훔치며 엘리베이터가 1층을 가리키며 문이 열리는 순간 바로 전화를 걸었다.


최초의 문자가 2일 전인 것을 감안한다면 아마 오늘이 재수가 없다면 제삿날이 될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뚜르르 뚜르르 거리는 송 신음이 오늘따라 유난히 내 생명의 작별소리로 들린다. 화만 안 나있기를 간절히 빌며 안절부절못하는 몸을 이끌며 인근 편의점을 향해 걸어갔다.


'왜 전화 안 받아?'


연결된 것 같다. 그리고 상당히 낮 아인 목소리를 통해 지금 누님의 기분이 안 좋은 것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누... 누님 그게 제가 이틀 정도 기절해버려서... 지병인 저혈압 때문에..."


'저번에는 고혈압 이번에는 저혈압?'


"아... 누님 제 몸 어떠신지 누님도 잘 아시잖아요. 아 아저씨 디플 두 보루 주세요... 하... 한 보루 주세요."


밖의 생활을 자주 안한 다지만 담배 가격 너무 올랐다. ** 기호품이 이렇게 비싸면 사람들 등골 후려먹겠다는 거야 뭐야...


'흠... 그 보다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조금 늦어버렸나 봐... 그래서 다른것을 좀 부탁하려고.'


뭔가 불안한 느낌이 잔뜩 느껴진다.


"그게 뭔데요?"


'너를 대장으로 내 아들 세하를 포함 세 명의 어린 클로저들의 배치를 요구하려고 했는데 말이지... 너무 늦어서 말이야. 담당 자는 이미 생겼고 그 아이들의 보호자 역할을 해주었으면 해.'


한 순간 몸이 움찔거리며 움직임을 멈췄다. 제정신인가? 목숨이 언제 털릴지도 모르는 차원 종들과의 전장에 아이들을, 그것도 자기 아들을 투입 시키겠다는 건가? 내가 노망이 든 건가? 아니면 시대가 패악스럽게 변한 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의 부탁을 맞고 말았다.


"예? 누님 그거 너무 막 나가시는 것 같은데. 딱 한 번만 막말 써도 될까요? 미쳤어요? 자기 아들을 전선으로 내보낸 다고요?"


'나도 알고는 있지만 부탁할 사람이 없어. 애초에 다 죽어버렸는걸.'


"아..."


지갑... 지갑을 놓고 왔다. 어째서 흡연은 꼬박꼬박 하면서 지갑은 이렇게 놓고 다니는지...


"아저씨 죄송해요 다음번..."


결제되었다.


검은색 바탕을 베이스로 금색 테두리와 중앙에 붉은색의 유니온 씰이 박힌 카드, 내 담뱃값을 결제해준 사람은 절대적으로 유니온에 관련되어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간부 정도의 사람은 시커먼 정장에 새하얀 와이셔츠, 푸른색의 넥타이를 맨 장신의 여성이였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새카만 장발이지만 여기저기가 솟아오른 사자머리, 정수리의 물음표 모양의 바보 털, 긴 속눈썹과 특유의 홍조를 띤 볼, 그리고 하늘색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윤회 고리의 눈동자.


"이걸로 부탁해도 될까?"


"하...누님 결국 오셨네요."


나와 함께 전설로 불리던 울프팩의 여 대원이자. 개인적으로는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차원종과의 전투를 수차례나 승리로 뒤바꾼 클로저들의 여제, 발키리와도 같은 존재. 그리고 울프팩의 멤버였던 나에게는 상관과도 같은, 누나와도 같던 존재,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부분을 어필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과거의 나는 더 이상 어디에도 없으니 더 이상 그녀에게 대해 생각 할 필요는 없었다.


"일단... 자리를 좀 옮기죠."


** 이놈의 입이 문제야.




작가말:다음편부터는 본편이니 3인칭 시점으로 쓰겠습니다.


왈왈컹컹으르르릉-제이는 굴려야 제맛입니다.


이제2주일된 클알못이니 자비좀 주세요

2024-10-24 22:38:3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