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으로 울부짖는 늑대 [1]
모유수유 2015-01-01 1
바람이 여러 사람의 몸을 지나가며 거칠게 움직인다. 바람은 춥고 시려운 날씨와 함께 매우 고통스럽게 파고들었고, 몇몇은 그 추위에 몸을 덜덜 떨고있었다. 그러나 추위는 그들의 의사는 상관없에 매우 강하게 바람을 일으키며 그들을 매우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그런 추위 속에도 멀쩡히 서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에 추위를 느끼지 않던 한 남자는 뒤늦게 온 자신을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파에 둘러 쌓여 숨이 막힐 지경이였기 때문이였다.
총성이 울린다. 물론 전쟁에 관한 총성은 아니다. 묵념에 대한 총성인 예포였다. 몇몇 관계자들은 이미 고개를 숙여 침묵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옛 동지에 대한 그리움과 더 이상 ** 못한다는 충격이 느껴짐에 따라오는 감정일 것이다. 물론 그 충격은 이미 퇴역한 사람도 매우 가슴 아프게 만드는 일이였다. 그러나 그는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자신이 퇴역하지 않았다면, 그가 보고있는 커다란 바위에 정교하게 다듬어진 자신의 이름이 세겨졌을 테니까. 어쩌면 이름보단 이니셜이 세겨졌을 지도 모른다.
아무도 자신을 모르니까, 그리 생각하면 그는 정말로 자신이 쓸쓸한 존재라고 느껴졌다. 정신이 나간 과학자 덕분에 자신을 알고 있던 친한 동료들 마저 전사자 명단인 저 바위에 세겨졌으니까. 순간 그는 자신이 잊혀졌단 것에 대한 슬픔인지, 아니면 동료에 대한 슬픔인지 헷갈렸다. 그의 마음속은 그런 생각으로 복잡했다. 자신이 그들을 진심으로 위로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잊혀졌다고 그들에게 분노를 하러 온 것인지.
그는 시신이 보관 되어있는 관 몇개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관들이 이쪽까지 이동하고 내려놓아 지는 동안 총성과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는 계속 되었다. 언론 매체는 좋아라 찍어될 광경이였다. 워낙 전쟁 끝에 잠잠해진 이야깃 거리들 중 매우 흥미롭고 충격적인 사건일 것이니까. 그들의 상황으로 따져서는 매우 좋은 일인 사건이니까. 아니, 이번 년도에 이만큼 훌륭한 사건도 없을 것이다.
커다란 관짝들이 전부 전사자들의 명단이 조각되어 있는 바위 앞으로 모여졌다. 그 사이사이에는 몇몇 관중들과 그외 전사자들의 관계자들이 있었고, 그들 보다 더 앞에는 예포를 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외 각진 모양으로 둘러쌓여있는 반 오각형 모양의 바위 앞에는 관 말고 하나가 더 있었는데, 바로 연설대였다. 그곳에서 연설하는 사람은 분명 유니온 총지부장일 것이다. 그는 그리 추측하고 연설대에서 나올 사람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다른 사람이 나왔다. 짧은 단발에 칠흑같은 단발이 흩날리고, 얼굴에 칼에 베인 듯한 커다란 흉터가 인상적인 여성이였다. 그도 그녀를 본적이 있었다. 자그마치 몇년 안된 차원 전쟁에서 말이다. 그때 차원종을 백단위로 혼자서 파괴시키는 모습의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여인이였다. 그러나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로 그는 자신이 알던 여인이 맞는지 잠시 고민해야 했다.
예전에 보왔던 당당함과는 다른 슬픈 감정이 그녀의 눈에 서려있었다. 흉악한 흉터와는 다르게 소녀 같은 모습이 그에겐 매우 낮설게 다가왔다. 물론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자리라지만,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게 매우 신기했다.
그녀가 연설대에 올라갔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는 듯 살짝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침묵을 깰 그녀의 입은 점점 풀리고 있었고, 마침내 그녀는 입을 열었다. 입을 열때까지 모두들 슬픔에 잠겨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몇몇 사람들은 그녀의 존재를 눈치 채고서 수근 거렸고, 기자들은 기사거리에 대한 만족스러운 인물 까지 나타나 마음에 들어했다.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습니다." 그녀가 침묵 속에서 말했다. "많은 일들이 우리를 덮쳐왔습니다. 파도처럼 몰려온 그 일들은 평범한 일상을 추구하던 많은 이들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였고, 이 충격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라져 갔습니다. 그러나 그 충격은 우리 모두를 죽이지는 못했고, 남겨진 사람들은 이 일을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결국 많은 클로저 요원들과 대 연합군의 군인들이 그들을 죽여나갔고, 사건의 여파로 보호받지 못한 주민들은 서로간의 불신감을 얻어가며 서로의 생존을 위하여 약탈을, 살인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용서받지 못할 자들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우리가 원망해야할 적들이 있으니까요. 그 당시에 싸우고, 살려 했던 사람들은 모두 어쩔수 없는 행위에 대해 슬픔을 머금고 행해야만 했던 일들일 것이였을 겁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의 눈에 보이는 모든 이들은 슬픔에 잠겨있거나, 이 사태에 대한 기사를 쓰기위해 처절한 몸부림, 그리고 많은 죽음을 보았던 그들이기에 가질 수 있는 무덤덤함이 보였다.
"우리는 결국 평화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끝이 아닙니다. 평화는 언제까지고 유지될 수 없습니다. 이런 사태가 바로 그런 일일 것입니다. 이 일은 그저 앞으로 일어날, 또 다른 사건에 대한 **점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제 충격만 받을 수 없습니다. 평화 속에서 주워지는 편안함과 안락감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충격에 대해 대비해야만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 사건과 함께 일어날 앞으로의 일은 충격의 여파가 점점 쎄질지도, 어쩌면 점점 약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견뎌내야만 합니다."
그때였다. 그는 그녀가 약간 억한 목소리로 말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슬픔을 호소하고 싶으나 그것을 억제할려고 하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가 너무 가냘픈 나머지, 그녀가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다. 그는 그 호소감에 슬픈 감정이 배가 되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마치 이 추운 바람 처럼, 슬픈 감정이 자신의 몸을 쑤셔왔다.
"전사자들에 대한 묵념과, 그들이 자신과 우리를 위해 희생했다는 것을 여기에 있는 분들이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박수 갈채가 들려왔다. 물론 자신들과 그녀를 위한 위로의 박수였다. 자신의 가족과 친구를 잃었다는 슬픔은 그 누구라도 없얘주지 못했다. 그들이 죽은 순간 자신은 혼자가 되니까, 정작 자신은 살아남았지만 죽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제 자신을 기억해줄 사람은 없으니까. 그나마 죽은 사람들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서로 서로를 위로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도 마찬가지로, 박수 갈채에 끼어들었다. 군인들은 거수경례를 하고서, 이로써 이 사건에 대한 전사자 추모식은 끝이 났다.
몇몇 사람들은 추위 속에서도 계속 추모식에 머물러 있었다. 그외 유니온 관계자들은 차후 정리를 위해, 또는 친목을 위해 여러 예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곳에서 그는 잠시 예기할 사람이 있는지 둘러보았다. 그러나 딱히 그렇다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아까부터 앉아있던 추모식에 안치되어 있는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였다. 그리고 그는 거친 추위 속에서 멍하게 전사자들이 적힌 바위를 뚫어져라 쳐다보고만 있었다.
"잠시 앉아도 될까요."
혼자서 거의 가만히 있던 그는 누군가의 속삭임에 살짝 놀랐다. 귓가에 들려왔던 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어떤 여인이였다. 단지 익숙하게 보이는 여인, 자신이 알던 예전과는 다른 여인이 자신에게 속삭이며 말했다. 그리고, 그는 대답했다.
"마음대로. 알파 퀸." 알파 퀸은 그녀의 별명이였다. 그외에 대량학살의 마녀라거나, 차원종의 재앙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녔고, 지금도 그러했다. 그녀는 멋쩍이게 웃고는 그의 옆에 앉았다.
추위 속에서 그녀는 그와 함께 말없이 숨만 내쉬고 있었다. 숨을 내쉬면 입에서 나오는 하얗게 반투명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그런 침묵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는 어차피 그녀가 그에게 보이는 저 앞에 관계자들 처럼 추모식에서 수다 떨러온 자들이 아닌, 그저 서로 위로 좀 받자는 의미로서 다가왔다는 걸 눈치챘으니까. 그리고 그녀도 꾀나 말을 아끼는 편이다. 아니, 말을 아끼기 보단 말을 거는 사람이 없고, 그녀도 말을 걸지 않는 무뚝뚝한 성격이니 그러할 것이다. 물론, 그도 그렇지만.
"요원님도 누굴 잃었나보죠, 이 추모식에서 이리 멍하니 있게?" 그녀가 선뜻 물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알고 있다는 것에 나름 고마움과 신기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치.." 그는 버릇처럼 뺀질거리며 말할려다가, 말을 멈추었다. 그녀는 그가 왜 말을 멈추었는지 궁금해 했고, 그는 잠시 헛기침을 하다 대답했다. "예." 무뚝뚝하게.
"그렇군요. 그렇다면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군요."
그녀는 살짝 웃었다. 그 웃음에 그는 아까부터 들었던 위화감을 얻었다. 그리고 아까의 말을 듣고서 깨달았다. 그녀도 이 일때문에 잃은게 있던 것일까? 자신과 같은 처지라고 했으니까, 그녀도 자신의 동료중에 한명을 잃은 것일지도 몰랐다. 그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녀가 잃은게 도대체 무엇이길레 이리 슬퍼할까. 예전에 죽었던 동료들을 보면서 슬퍼했어도, 무뚝뚝하게 보일려 노력하던 그 냉정한 자태는 어디가고 말이다. 그래서 그는 물어도 괜찮을지 않을지 생각을 넘겨두고,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동료라도 잃었나보죠?" 그는 먼저 그리 질문했다. "그렇다면 저와 똑같은 경우일텐데 말이죠."
"네.." 그녀가 씁쓸한 듯 대답했다. "죽을때까지 영원히 함께해야 했던 동료를 말이죠. 좋은 친구였는데, 그리 죽어버리니 안타까워요. 그에게도, 그 녀석에 아이에게도."
"아이라고요?"
"네, 그 녀석에게 아이가 있었죠. 그 아이 어머니, 그러니까 아내는 출산 후에 병원에 화재가 나서 죽었다고 하더군요. 기적적으로 아이는 살아 남았지만요. 그래서 그 녀석에겐 그 아이가 전부라고 저에게 가끔씩 아이 자랑을 하더군요. 저야 녀석이 자랑하는 걸 보니 아내에 대한 슬픔은 이제 진정됬구나 하며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또 한편으론 그런 그 녀석이 질투가 나더라고요. 전 아이를 못 낳으니까요."
그녀는 추억에 젖은 듯 말하다가 갑자기 터뜨린 자신의 상황에, 그는 잠시 적잖은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물론, 몇초도 체 지나지 않아 진정됬지만 말이다. 몸을 심하게 굴리고, 싸웠으니까 그에 대한 후유증은 가지각색 일테니까. 어떤 사람은 PTSD에 걸려 자살하거나, 어떤 사람은 팔 한쪽을 잃어버리기도 했으니까,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자신에게 걸려있는 병만 해도 여러가지나 있으니까. 그녀에 몸 건강에 대해 그는 나름 '그럴 만도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여러 일들이 겹치면서, 저에 대한 공포감이나 흉터로 인해 범죄자로도 착각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사랑은 고사하고, 아무도 다가올려 하지도 않지요. 저를 전장에서 보았던 사람이라면 더더욱...저에 대한 결혼 문제도 나름 심각하게 생각할만 하더라고요. 거기다 아기까지 못 낳은다는데. 어떤 부모랑 남자 녀석들이 좋다고 받아드리겠어요. 단지..."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는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는 걸 알수 있었다. 그녀는 울음과 함께 나오는 소리를 내지 않을려고 끅끅 거렸다. 아예 고개를 숙여버렸다. 그는 난감한 상황에 당황했다. 그리고 그녀랑 그녀가 언급하던 그 녀석이랑 무슨 관계였는지 대충은 알 수 있었다. 그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그녀의 눈물을 닦을게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나마 자신이 코트에 썩혀두고 있던 휴지 쪼가리를 발견했다. 못마땅하지만, 그나마 이런 것 밖에 없던 그는 그녀에게 휴지를 내보였다.
"이걸로 닦아요."
"끅...끄..감...끅.." 울음을 멈추느라 그녀는 말할세도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이런 인간적인 감정이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그리고 자신의 그런 감정에 혐오감을 느꼈다. 결국 보면, 그녀도 사실 보면 위상력만 있을 뿐이지, 다른 사람들과 별다른 게 없는 일반인일 뿐이였다. 차원종을 때려잡는다. 그건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한 일일 뿐이다.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PTSD랑 수만가지 후유증에 고생하고 있다. 그녀도 그 병사들 중 하나일 뿐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싸우기 위해서 살아온 사람이란 것이다.
그녀의 울음 소리는 점차 멈추었다. 눈가에 묻은 눈물은 추위로 얼어붙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도, 그도 전부 가만히 침묵을 유지했다. 장시간의 휴식 시간이라고 치면 될 것 같았다. 그동안에 침묵은, 아까 보았던 추모식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물론, 엄숙한 분위기가 아니기에 그런 거겠지만, 그 분위기가 사라지니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어 그런 듯 싶었다.
"아이, 아이는 어쩔겁니까?" 무덤덤하지만, 그도 나름 호기심을 억누르려 노력하고 있었다.
"제가 키울거에요. 저도 요원님 처럼 퇴역하고 그 아이에 어머니로 살아가고 싶더라고요. 이제..."
"...이제?" 그가 말했다.
".....이제 다 지쳤거든요. 그냥, 모든게 전부 허무해요. 내가 지킬려 했던 건 그저 행복일 뿐이였는데...다 사라지고 나니까요. 그래도, 아직 지켜줄 만한 아이가 있으니까." 그녀가 내뱉 듯 말했다. 그는 그녀를 보면서 살짝 웃었다. 자신과 똑같은 생각이였기 때문이였다.
"그렇군요. 잘 생각하셨어요. 저야 워낙에 아픈 몸이니 퇴역한거지만, 건강 만큼 중요한 건 없지요. 이 일을 조금만 더 할려 했다면 지금 저 멀리 관짝에 있을 제 동료들과 같은 꼴이 날 듯 싶군요." 그가 말했다. "아주 작살이 난 체로요."
"아, 그나저나. 아이의 이름은 뭡니까?" 그가 궁금하 듯 물었다. 아까 그 말에 내심 웃고있던 그녀는 자신을 좋아했던 남자가 남긴 아이의 이름을 말했다.
"세하요, 이세하. 어떻게 된게 지 아버지랑 매우 닮았더라고요. 내성적이라고 해야하나?" 그녀는 허탈한 웃음 지어냈다. 그러자 주머니에서 익숙한 노랫 소리가 들렸다. 그녀에게 휴대폰으로 연락온 호출이였다.
"이제 가봐야겠네요. 덕분에 조금 시원하네요, J요원." 그녀는 J에게 인사를 하고서,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녀는 쓸쓸하고 추운 추모식에서 사라져갔다. J는 그녀가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아직 자신에게 남은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도 일어서더니, 그제서야 추모식에서 사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