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이 클로저라니?! 2화 오해
최대777글자 2015-08-13 2
라면, 만두, 새우볶음 등등. 이것들의 공통점은? ... 바로 냉동식품이라는 것. 단언컨대 이 세상 최고의 발명품을 선택하라면 나는 냉동식품을 껴안고 외칠 거다.
“냉동식품이 최고야아아!!!!!!!!”
라고, 하지만 난 지금 편의점에 있으니 그런 쪽팔린 짓을 할 수 없다. 그저 바구니에 담아갈 뿐... 속으로 냉동식품을 찬양하며 진열대 위에 얹혀진 물건들과 음식들을 차례차례 스캔했다.
‘...? 불x볶음면? 이건 뭐지?’
진열대에 떡하니 서서 정체불명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지금까지 본 적 없던 녀석이 내 앞에 등장했다. 표면에 불을 뿜고 있는 닭이 그려져 있는 게 인상적이다.
‘한 번 먹어볼까?’
가벼운 마음으로 그 불x볶음면을 바구니에 넣은 것을... 난 약 한 시간 후에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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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가세요~”
귀찮음이 한가득 담긴 아르바이트생의 고정멘트를 뒤로 하고 편의점을 나왔다. 편의점을 나오자 천천히 저물고 있는 석양의 붉은 빛이 길을 비추기 시작했다. 석양이 비추는 길 위에는 사람이 별로 돌아다니고 있지 않았다. 아무리 주말이라도 평소 이 시간대라면 사람들 수십명이 돌아다니는 게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정오쯤에 강남역 앞에서 차원종들이 출연했던 것 때문인가...(1화 참조)’
지금은 완벽하게 처리 되었고 차원문 억제기까지 설치하여 문제될 것도 없지만 인간이란 본디 기우(杞憂)하는 존재라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준비하고, 대책을 세워도 완벽이란 없으니 기우라고 할 것도 없을지 모르지만.
‘왠지 나 지금 꽤 멋진 말을 한 것 같아...’
속으로 우월감에 빠져보며 길을 걷는데 내 앞으로 약 20m, 젊은 나이의 풋풋한 여대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커다란 봉지에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은 양의 빵을 넣고 걸어가고 있는 게 보였다.
‘.........허허.’
빵의 양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새어나왔다.
‘그나저나 데이비드가 마련해준 곳이... 이쪽이었던가?’
아까도 한 번 갔다가 왔지만 아파트가 있던 장소가 제대로 기억나질 않아 품속에서 데이비드가 줬던 종이를 꺼내어 확인한 후 주머니에 넣고 종이에 쓰여 있던 아파트를 향해 계속해서 걸어가는데...
“...?”
어째서인지 내가 빵을 들고 걸어가는 여자의 뒤를 쫓아가는 듯한 구도가 되어 버렸다. 그녀가 코너를 돌 때마다 어째서인지 나도 코너를 돌아야 했고 신경쓰여서 당분간 멈춰설 때는 나도 멈춰서게 되었다. 여자도 슬슬 나를 의식했는지 몇 번씩 뒤를 돌아보기 시작한다.
‘이러면 완전히 오해받을 텐데... 어쩔 수 없지.’
조금 번거롭기는 해도 이럴 때에는 남자인 내가 오해받지 않기 위해서 삥 돌아서 가야 한다. 사실상 나는 아무런 악의 없이 내 갈곳을 갔을 뿐이지만 만약 저 여자가 신고하면 나는 그 순간 죄인이 되어버린다.
‘이쪽길로... 엉?’
바로 샛길로 들어가자 매우 험상궂고 덩치가 커다란 개가 보였다. 다행히도 자고 있었지만 한 번 숨을 들이킬 때마다 그르르륵, 하는 매우 거슬리고 무서운 소리가 났다. 바로 그 옆을 보니 ‘개 조심’이라는 팻말도 쓰여 있었다.
“워우... 이럴 때에는 조용히...”
라고 내 의지가 담긴 말을 작게 중얼거리며 뒤로 물러섰으나 곧바로 내 밟이 땅에 떨어져 있던 바나나껍질을 밟아버렸다.
“우째서?! 이런 곳에 식상하게 바나나껍질이...!”
나는 그대로 뒤로 넘어졌고 나를 넘어뜨린 바나나껍질은 날아가서 개의 머리에 안착했다. 바나나껍질의 기분나쁜 촉감을 느낀 개는 잠에서 깨어났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안녕?”
“컹컹컹컹컹!!!!!!!!!!”
내 반가운 인사를 무시하고 목숨을 건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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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일..... 오해 안 받자고 내가 이 고생까지 해야 하냐고...”
겨우 개를 따돌려내고 한탄섞인 말을 중얼거렸다. 사실 입장이 반대였으면 내가 굳이 이렇게 고생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내가 길을 가는데 그 여자가 자꾸 따라오는 입장이었으면? 나는 신경쓰지 않고 그저 내 길을 갔을 것이다.
‘이게 바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박혀 있는 차별의식이라는 말이지. 거기다가 누군가가 실수를 했다 하더라도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서 인식이 달라진다. 예를 들자면...’
여자가 남자 화장실에 실수로 들어간 경우,
“아, 실수... 죄송합니다...”
라고 한 다음에 바로 나가면 별 일 없지만... 반대의 경우,
“아, 실...”
“꺄아아아!!!!! **애애애!!!!”
라고 말하면서 바로 죽도록 때려패며 경찰에 신고당한 후, 인생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물론 그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어디까지나 인식이 다르다는 걸 알려주기 위한 예다. 그리고 이건 한 양성평등 주의자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이다.
“야, 나 조금 무서운데... 남자인 네가 도로쪽으로 걸으면 안 돼?”
나 같으면 여자에게 이런 부탁을 받는다면 곧바로 들어줄 것이다. 헌데 그 녀석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남자도 차에 치이면 죽어...”
...이 이야기를 통해 내가 뭘 전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쓸데없는 생각으로 머리를 채우며 터덜터덜 걸어가다보니 어느새 데이비드가 준 종이에 적혀 있던 아파트에 도착했다.
“...하아... 벌써부터 고생길이 열리는 기분이 드는군...?!”
아파트의 안에 들어가자 천천히 문이 닫혀가는 엘리베이터가 보여 본능적으로 빠르게 달려가서 팔을 뻗었다. 내가 뻗은 팔은 거의 닫혔던 엘리베이터의 문 사이에 딱 들어맞았고 다행히도 문이 열렸다.
“휴우, 다행이... 어?”
“...어라?”
문이 전부 열렸을 때 안에 이미 들어 있던 사람이 보였다. 자칫하면 넘쳐서 쏟아질 정도로 많은 양의 빵이 담긴 봉지를 들고 있는, 다름 아닌 아까 그 여자였다.
“...너 뭐야!!!!!!!!!”
“그러는 그쪽이야말로 뭐하는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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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아파트에 사는 거였을 뿐이었구만...”
엘리베이터의 안에서 만난 후, 약간의 대화를 통해 오해는 풀렸다.
“어... 잠깐만, 이름이 뭐라고 했었지?”
“서.유.리. 라니까요... 그러는 오빠는 이름이 뭐예요?”
그 말에 당분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내 뇌가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나에게 맞지 않는 칭호가 들려왔기 때문일까, 내가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도 당분간 기억해내지 못했다.
“...저기요?”
“자자자자자자잠깐만, 내가 방금 무슨 소리를 들었더라?”
“이름이 뭐냐고요.”
“아아... 이...”
‘...아차.’
순간 크나큰 실수를 저지를 뻔했다. 여기서 본명을 얘기해버린다면 데이비드의 계획은 물론이고 이 아이까지 심문을 받아 피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신을 똑바로 차린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강수현’이야. 그리고 오빠라니... 난 40대먹은 아저씨라고.”
“진짜요?! 제가 아는 사람은 맨날 자기를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는 주제에 행동이나 외모나 완전 아저씬데...”
“...넌 남의 마음을 이해하는 법을 조금 배울 필요가 있어 보이는 구나... 딱 봐도 대학생인 것 같은데 그러면 나중에 눈치 못 봐서 크게 당한다.”
진심으로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었다.
“저 아직 고등학생인데...”
“...그러냐.”
‘요즘 애들은 발육이 참...’
거기다가 얼굴까지 예쁘니 아마 예전의 나였으면 무슨 수를 써서든 꼬셨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쓰레기였구나, 그때의 나...’
그러니 지금 이 꼴이 난 거라고 생각하니까 정말로 후회된다. 젊음이라는 것을 믿고 너무 나댄 것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역시 젊음이란 어린 아이들에게 주기 너무나도 아까운 선물이다.
“...아저씨?”
나 치고는 꽤나 진지한 생각을 하고 있던 중에 여자아이가 나를 불렀다.
“그렇다고 바로 아저씨라 부르기냐, 왜?”
“원래 엘리베이터가 이렇게 느렸나요?”
그러고보니 엘리베이터가 어째 원하는 층에 한참동안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엄청 느리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기는커녕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나는 곧바로 버튼을 보았다.
“...버튼을 안 누르니 엘리베이터가 못 움직이지...”
“아, 안 눌렀었구나!”
“허이구... 몇 층이야?”
“x층이요.”
그 말에 버튼을 누르고 순간 움찔했다. 내가 가려는 곳과 같은 층이다. 그대로 다른 버튼을 누르지 않고 손을 떼자 서유리도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설마 아저씨 진짜로 미행하고 계시는 건...”
“그런 거 절대로 아니거든.”
“저 아무리 이 빵들 때문에 양 손이 자유롭지 못하더라도 제압할 자신은 있...”
“글쎄 아니라니까. 그것보다 빵은 왜 그렇게 많이 들고 다니는 거야?”
그러다가 눈에 띈 빵쪽으로 자연스럽게 화제를 전환했다. 사실, 아까부터 자꾸 신경쓰였고 눈에 거슬리는 존재였다.
“아, 이건 동생들 줄 거예요!”
“호오~ 동생들이 꽤 많나봐?”
“그렇게 많은 건 아닌데 성장기라 많이 먹더라구요~”
정말 단순하다. 이 아이, 진짜로 단순하다. 화제를 조금 돌린 정도로 의심과 오해들이 싹 사라져버렸다. 격퇴할 자신이 있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진짜로 단순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아이, 크게 될... 아니, 위험한 아이다. 여러 의미로.
“아 참, 그것보다 이... 불x볶음면인지 뭔지 말이야.”
“아, 그거...”
“이거 맛있을까? 본 적이 없고 눈에 띄어서 사기는 했는데...”
“맛있어요.”
“그렇구나.”
짧은 대답에 그대로 수긍하며 열리고 있는 문을 통해서 엘리베이터를 나왔다.
“그럼 이만.”
“안녕히가세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집문을 열쇠로 연 후에 들어갔다.
“...바로 드러누우면 귀찮다고 밥도 안 만들 테니까 먼저 이 불x볶음면인지 뭔지부터 얼른 요리해볼까.”
그대로 뚜껑에 적혀 있는 대로 불x볶음면을 요리한지 3분, 소스까지 비비자 마치 닭의 피를 부은 것처럼 붉은색의 면발이 매우 위협적인 향기를 뿜어낸다.
“...그래도 아까 맛있다고 했으니 먹어볼까.”
그런데 내가 아까 말하지 않았나?
‘자...잠깐...’
가벼운 마음으로 불x볶음면을 바구니에 넣었던 걸... 한 이쯤에서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된다고.
‘엄청 맵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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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그러고보니 아까 그 아저씨...”
‘내가 아는 누구랑 엄청나게 닮았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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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그러고보니 아까 그 애..."
'지난번에 데이비드가 보여준 서류에 있던 그 애 아닌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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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대777글자입니다. 이번에는 글을 올리는 게 매우 늦어졌는데요...(자그마치 하루) 사실 개학해서 그렇습니다. 거기다가 스트레스가 중첩되서인지 장염까지 겹쳐가지고... 당분간만 좀 천천히 해도... 될까요?는 장난입니다. 아무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