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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베렙 2015-08-12 0

창문 사이로 비쳐오는 밝은 태양빛과 참새들의 합창소리가 들려와 잠이 깬다.

소파에서 부스스 일어난 핑크빛 머리의 여자아이는 잠시 멍하니 어제 있었던 일을 생각한다. 

그녀는 그렇게 멍하니 생각하다 끈적해진 몸에 불쾌감을 느껴 씻기 위해 욕실 안으로 들어간다.

 

어느새 목욕을 마치고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나오는 소녀는 자연스럽게 소파 위

아무데나 나뒹굴고 있는 핸드폰을 들어 툭툭 만지기 시작한다.

 

그녀는 일단 먼저 날짜와 시각을 찾는다.

현재. 재해복구는 모두 끝나 이제는 할 일이 없어진 

검은양 팀에게 휴가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은양 팀 5분의 4는 학생의 신분이었기 때문에 

휴가기간이 평일에 있을 경우에는 학교에 나갔다 와야 했다.

 

현재 시각은 7시.

지각은 8시 이후부터이니. 아직 시간은 널널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이정도 시간이었으면 같은 팀인 게임 폐인 남자애에게서 게임 초대 카톡이 세네개는 왔어야 정상인 시간대이다.

그러고 보니. 어제 톡을 보내 놓은 것도 읽지 않았다.

게임에 빠졌으면 빠졌지 톡을 무시할 애가 아닌데.

 

그녀는 굉장히 바빴나 보다 하고 얼렁뚱땅 넘기고는 교복으로 갈아입고 나갈 채비를 하였다.

아침도 든든히 먹은 후 나가려던 찰나 핸드폰이 울려 무슨 일인가 하고 잠금화면을 풀어 확인하였다.

전화가 왔다.

 

" 여보세요? "

 

[ 여보세요? 슬비야. 너 지금 어디야? ]

 

" 난 지금 집인데. "

 

[ 그래? 잘됐다! 학교 같이가자. 세하는 전화를 안받고.

같이 갈 사람이 너밖에 없어. ]

 

" 그래. "

 

[ 좋았어. 내가 너희 집으로 갈게~ ]

 

그렇게 말하고선 전화가 끊겼다. 

마음 속으로 이세하는 아직도 자는 건가 라고 생각하고 잠시 소파에 앉아 기다리자라고 생각한 지가 방금인데.

벌써 초인종이 울렸다. 왜 이렇게 빨라?

 

"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어? "

 

" 헤헤. 사실 너희 아파트 앞에서 전화했었거든. "

 

그래서 그랬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다시 짐을 챙겨들고 문을 나서 학교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은 우리의 얼굴을 장난기넘치는 아이처럼 간지럽히고 사라졌다.

우리는 그 느낌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었다.

그러나.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섞인 이상한 느낌은 볼을 스쳐지나가며 우리에게 속삭였다.

 

위험하다고.

 

그러나. 따뜻한 바람에 그 속삭임은 휘날리듯 

사라져갔고. 우리는 간지러운 느낌과 불쾌감만을 느끼고 학교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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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그 느낌은 잊으려 해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느낌은 아직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그 사내는 하얀. 마치 모든 색깔을 버린 듯 새하얀 손을 멍하니 쳐다보는듯 하였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알 수가 없었다.

그 사내의 얼굴을 무심하게 가린 가면은 기분좋은

사람도 울적하게 만들 정도로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새파랗게 빛나고 있는 하늘의 느낌은 어땠었을까.

매일 맞아보던 하늘이었는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는 자기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 느낌이 그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그는 어떤 건물 옥상 한복판에 드러누워 계속해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때. 그녀들을 스치고 떠났었던 바람이 그의 윤기나는 푸른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지나갔다.

그는 그때 느꼈다. 시작되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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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된 일일까. 갑작스러워 잘 돌아가지 않는

 뇌를 열심히 굴리며 그녀는 생각했다.

 

" 왜 학교에 다시 차원종이 나타난 거지? "

 

그는 분홍빛을 휘감은 단검을 차원종한테 그대로 박아버리며 생각했다. 

단검에 제대로 박힌 그 괴물은 이상한 색을 띄는 체액을 흩뿌리며 쓰러졌다.

그러나 아직 더더욱 많은 수의 동족들이 흥분하며 그르륵거렸다.

 

그때 반짝이는 검광으로 차원종들을 베어넘기던 아이는잠시 방심한 듯 날아오던 크리자리드 슈터의 화살에 

스치었고. 나는 슈터의 머리를 단검으로 날려버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 괜찮아? "

 

" 응. 약간 스친 것 뿐이야. "

 

그러나 스쳤더라도 꽤 깊게 난 상처에서는 핏방울이 스멀스멀 올라오며 하얀 교복 위에 핏자국을 남겼다.

 

" 이럴 때 이세하는 결석이라니. "

 

정말 이상했다. 우리가 도착했던 때부터 수업이 시작될 때까지 그 아이를

기다려보았건만 그 아이는 아무 말도 없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 도대체 왜 안나온 걸까? "

 

" ....아픈 걸까? "

 

그때였다. 유리가 나를 밀쳤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나는 뒤로 나자빠졌고.

내가 있던 자리에는 파란 불꽃덩어리가 날아왔다.

그리고. 파란 불꽃덩어리가 날아왔던 곳에선.

그가 서있었다.

 

" ....세하야? "

 

" ...이세하? 지금 뭐하는 거야. 아니....꼴이 그게 뭐야? "

 

그는 이상했다.

그의 두 눈에서는 생기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고.

그의 목에는 이상하게 생긴 초커가 씌워져 있었다.

그의 옷은 여기저기 시뻘건 색으로 변색되어 마치 피가 스며든 듯 보였다.

그의 검은 시커멓게 변색되어 있었고. 우리를 향해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 불태워 주마. 모조리. ]

 

" 무슨....?! "

 

그는 빠르게 우리에게 다가와 멱살을 붙들려 했지만 우리는 빠르게 피했다.

 그러나 그는 바로 자세를 바꿔 푸르게 빛나는 불꽃덩이를 우리에게 난사하였다.

 

" 이게 뭐하는 거야,이세하! "

 

이름을 부르고 멈추라고 말해 보았지만 그는 뭐라도 홀린 듯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검은 격렬히 내 단검을 뚫고 맹렬히 들어오고 있었다.

내 두 단검은 열심히 막아보았지만. 계속해서 짓쳐 들어오는 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검과 나의 얼굴 사이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갑자기 검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윽고 쾅 하는 파괴음이 귓가를 울리고 먼지가 일어났다. 

먼지가 걷힌 그 자리에는 이세하의 몸이 쓰러져 나뒹굴고 있었고. 목을 밟고 서있는 누군가가 보였다.

그의 얼굴에는 무척 슬픈 표정을 지은 가면이 있어 그의 표정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푸르게 빛나는 그의 머리칼은 마치 서슬퍼런 날처럼 보여 잘 다가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의 두 손에 쥐어진 두 자루의 검은 꽤나 길어 보였지만 그는 아무 문제 없는듯 마치 수족처럼 부리고 있었다.

 

" 뭐야...이 느낌.... "

 

" ....엄청난 위상력......그것도....차원종의.... "

 

그것보다도 더욱 불안한 것은 그에게서 느껴지는 미칠듯 넘쳐나는 차원종의 위상력이었다.

스멀스멀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아주 진하게 느껴지는 그 위상력은 아주 불길해서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이었다.

 

" ....어쨌든, 세하를 놔줘요! "

 

" .....이 자식을 아직도 너희 동료라고 생각하는 거냐. "

 

" ....동료가 아니라면 뭐라고 생각해야 하죠? "

 

" 글쎄다. "

 

그렇게 말을 나눌 때. 세하가 일어서기 시작하였다.

그의 눈에는 증오와 복수심만이 서려 있었고.

더이상 우리가 알던 세하가 아닌 것 같았다.

 

" 거기 서서 똑바로 지켜보도록. "

 

그렇게 말하고는 뒤돌아 세하를 똑바로 마주한 그의 분위기는 처음보다 더욱 깊어져 발은 절로 뒷걸음질이 터져나왔다. 

이윽고 세하의 몸이 뒤쪽으로 붕 뜨기 시작하고. 몸에 푸른 빛이 모이더니 그대로 그에게 낙하하기 시작하였다.

 

이세하의 결전기. 유성검.

 

그러나. 그 자리에 그 가면 쓴 사내는 없었다.

주위를 살펴봤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다. 허공에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혜성검. "

 

 

이윽고 금빛의 충격파가 일대를 덮쳤고.

 

충격에 휘말린 우리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깨어났을 때엔 주변에 우리 말곤 아무도 없었다.

2024-10-24 22:38:0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