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꿈과 현실 -3- (完)

작가지망생 2014-12-31 3

그렇게 약 10시간 정도를 멍하니 보냈다. 점심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을 무렵에는 어제 이 곳에 발령받은 신입 클로저 요원들이 또 한 번 들이닥쳤다.


"으아, 배고파 죽겠네! 오늘 오후에 긴급 수색 임무가 있다면서?"
"응. 후딱 밥 먹고 준비하래."
"쓰읍, 날씨도 꿀꿀한데 기분까지 잡치게 만드네. 보통 수색 임무는 정식 요원들이 하는 거 아니야? 우린 아직 견습이라고?"
"일손이 부족하다니까 어쩔 수 없잖아~."


어제 유난히 깝죽거리던 뻗친 머리의 남학생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털어놓으며 판마대의 상품을 집었다 놨다 한다. 저런식으로 물건을 헤집어놓으면 나중에 정리할 때 귀찮아지는데..., 하여간 제 물건 아니라고 마음대로 하는 녀석들이 꼭 있다.


"손님. 물건 안 사실거면 너무 어지럽히시면 안 돼요."
"아아, 알았어요~. 어차피 나중에 다 정리할거잖아요? 할 일도 없어보이는 아르바이트생한테 일 좀 만들어주는건데 거 팍팍하시네."


표면적으로는 할 일이 없어보이는 일은 맞다. 편의점은 손이 많이 가는 자잘한 일이 많을 뿐이지, 눈에 확 띌 정도로 힘든 일이 많은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인이 그것을 가지고 뭐라고 할 자격은 없다.


"손님이 일부러 일을 만들어주신다고 해서 저도 월급을 더 받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불필요한 행동은 그만해주시고 사실 물건만 골라주세요."


참다 못 한 내가 한마디 하자 뻗친 머리의 소년이 힐끔 이 쪽을 돌아본다. 주위에 서있던 다른 학생들도 깬다~, 같은 표정이었다. 안다. 아르바이트생이라면 얌전히 손님이 원하는대로 해주면 될 뿐인 일개 '아마추어' 지. 애초에 위치가 다르다는 건 이 쪽이 가장 잘 알고있다고.


"거 인생 참 피곤하게 사시네~."


과자와 빵을 적당히 집어와 계산대 위로 휙 집어던지며 뻗친 머리 소년이 나를 노려본다. 시선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지금의 나는 다섯 번 정도 죽지 않았을까? 뭐, 클로저 요원씩이나 되는 사람이니 일반인에게 피해를 입힐 수는 없겠지만.


"그거 알아요? 그 쪽이 이렇게 편하게 일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게 다 누구 덕분인지?"


뭐야, 자기자랑 시간인가. 나는 자랑할만한게 게임 밖에 없는데.


"손님이 클로저 요원인 건 알고있지만, 그것과 이건 별개의......"
"아니죠~! 그 쪽은 힘 없고 나약한 민간인, 이 쪽은 힘이 있고 강인한 능력자! 딱 봐도 차이가 확 느껴지지 않아요? 우리같은 사

람들이 목숨을 걸고 이 세상을, 지금 그 쪽이 일하고 있는 이 일대를 지켜나가고 있는거라고요. 저기, 차원종을 본 적은 있어요? 녀석들이랑 싸워봤어요? 우린 매일 목숨걸고 착실하게 일하거든요? 그런데 고작 이딴 상품 좀 헤집어놨다고 해서!"


쾅! 영화의 CG 처리가 된 것 처럼 푸른 기운이 서린 주먹이 계산대 위를 세게 내려친다. 계산대의 중앙이 쩌적하고 갈라지고, 빵과 과자의 내용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너무 팍팍하게 굴지말자는거예요. 그 쪽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도 힘들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살고있거든요? 하긴, 이런 곳에서 알바나 하며 사는 가련한 인생이니 뭘 알기야 하겠느냐마는, 그 하류 인생이라도 전부 포함해서 우리 같은 능력자들이 지켜주고 있다는 걸 잊지말아줬으면 좋겠네요."


그 말을 끝으로 휙 돌아선 뻗친 머리 소년이 말없이 가게를 나선다. 그 뒤를 따라 다른 학생들도 우르르 가게를 빠져나간다. 나는 그저 멍하니 박살난 계산대 위를 바라보았다.


"......아무도 지켜달라고 부탁한 적은 없다고."


지키는 것도, 지켜지는 것도, 결국 어느 한 쪽이 부탁해서, 그 부탁을 들어줘서 그런 것이 아니다. 지키고 싶은 녀석들은 멋대로 지켜서 '히어로' 가 되었을 뿐이고, 그런 녀석들에게 멋대로 지켜져버린 이들은 그저 힘없는 '일반인' 이 되었을 뿐이다. 단지 그 뿐이다.


그런데 저 오만불손한 태도는 대체 뭔가? 본인이 기껏 힘들여 자신들같은 일반인들을 지켜주고 있으니 거기에 감사할 줄 알라는 노골적인 태도이다. 물론 감사하기야 하다. 누군가가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인데, 거기에 굳이 나서서 목숨까지 내걸고 있으니까. 훌륭한 일이다.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건데?


"멋대로 남을 지키는 사람이 되면 자기가 왕이라도 되었다고 생각하는건가, 그 바보 자식은......"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 다만 개개인이 살아가는 삶 자체가 불공평할 뿐이다. 그 뻗친 머리 소년도, 나도 똑같이 평등한 한 명의 인간이다. 그리고 불공평한 삶을 각자 부여받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뻗친 머리 소년은 '힘' 과 '지위', '명예', '재력' 을 얻었다. 거기에는 분명한 리스크도 있었지만 그것을 상회할 정도의 메리트도 확실히 있었다. 반면 나는 그 무엇도 얻지 못 했다. 그저 남들이 멋대로 지켜주고 있는 세상의 울타리 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해나가고 있을 뿐. 리스크도, 메리트도 없는 지극히 노말한 삶이다.


자신이 왕이라도 된 양 착각한 녀석이 멋대로 어지럽힌 가게를 청소하며, 신세한탄 조차도 마음놓고 할 수 없는 그런 가련한 인생인 것이다.


작은 빗자루로 카운터 위에 널부러진 내용물들을 쓸어담고 있던 나는 문득 밖을 바라보았다. 플랫폼의 주위에 높게 쳐진 벽 위로는 우중충한 희색빛 하늘이 보였다. 곧 비라도 한 바탕 쏟아질 분위기였다. 비가 쏟아지면 왠지 쉬고싶어하는 경찰들이 편의점을 자주 찾아온다. 조금 더 귀찮은 오후를 보내게 되겠지.


"이제 됐어."


이제 충분하다. 불공평한 삶을 살아가는 것에는 납득하고 있지만, 평등하지도 못 한 인간으로써 존재하는 것은 더이상 참을 수 없다.


나는 'Close' 팻말을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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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늦은 저녁. 이미 폐허가 되어버린 '제한구역' 의 모 백화점 앞에는 두 명의 사람과, 사람이었던 자가 서로를 마주보고 서있었다.


"자네가 올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
"저는 제가 가지 않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요."
"그것 또한 무의식중에 '브레이크' 를 걸어버린 탓이겠지. 자네는 늦든 빠르든 결국 이 쪽으로 오게 될 운명이었어."


칼바크 턱스가 손에 쥐고있는 자그마한 쇠구슬 같은 것을 굴리며 말한다. 운명이느니 뭐니, 그런 오컬트적인 말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일단 엄청 노력해서 게임을 잘하게 된 것이다. 타고날 때 부터 게임을 잘 할 운명 같은 것은 아니었다. 아닐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은 '운명' 이라는 말을 그다지 믿지 않지. 왜 그럴거라 생각하나?"
"장담을 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닌가요? 애초에 확증이 없으니까."
"하지만 정답은 주어져있지. 예를 들어볼까? 인간들이 자신들의 발전을 위해 끝없이 지구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그렇게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걷고 있지. 그렇다면 정답은 '인류의 멸망' 이라고 이미 정해져있는 셈이잖나. 당연히 처음 부터 그럴 운명은 아니었겠지. 원초적 본능에 따라 짐승처럼 살아가기만 한다면 이 세계는 운석 충돌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그 답이 나올 리가 없으니까."

"적자 생존에서 패배한다, 라는 루트도 있지 않나요?"
"인간들은 강해. 머리를 쓸 줄 알게 되어 약해지기 전 까지만 해도 확실히 강했다고. 마치 바퀴벌레처럼...인간은 절대로 적자생존에서 패배할 수가 없는 무적의 종족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왜......"
"말했잖나. 머리를 쓸 줄 알게되면서부터 인간들은 한없이 약해졌다고."


빗줄기가 거세게 쏟아져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칼바크 턱스는 그리 말한다. 마치 과거의 향수를 느끼듯이.


"이 세계는 바뀔 필요가 있어. 원초적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들로 이 세계는 '정화' 되어야 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아니, 자네도 그렇게 생각했기에 이 곳으로 온 것이겠지!!"


뭐, 부정은 하지 않겠다. 확실히 특정 부분에선 그럴 필요성을 느끼긴 했다.


"하지만 원초적 본능이라고 해도 말이죠, 결국 불공평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선 그것 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 해요. 절 좀 보세요. 이런 약한 몸뚱아리에 매일매일 피곤함에 절어 다크써클이 기분나쁠 정도로 축 쳐져있잖아요. 이런 제가 원초적 본능에 따른다고 해서 뭐가 바뀌는데요?"


나는 칼바크 턱스에게 '현실' 을 내비친다. 나의 현실을. 이것을 보고 과연 그는 무어라 대답할까? 너라도 노력만 한다면 '힘' 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잖나. 나는 자네처럼 감정이란 감정을 전부 억누르고 사는 부류에 대해 가장 잘 알고있다고. 자네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았던 '힘'. 내가 줄 수도 있네만?"
"...줄 수 있다고요?"
"하핫! 역시 이런 얘기는 조금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군? 좋아좋아, 마음에 들어. 자네는 보면 볼 수록 참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정말이지 마음에 들어!"


눈매는 전혀 웃고있지 않았지만, 호쾌하게 웃어젖힌 그는 순식간에 나의 면전까지 다가왔다. 그러고는 갑자기 나의 힘만 주면 쉽게 부러질듯한 가는 팔목을 잡아챘다.


"자네에게 보여주도록 하지."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머리 끝 부터 무언가에 의해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눈 앞이 빙글빙글 회전하며 시야 속에 남아있던 풍경의 잔상이 사라지고, 순식간에 낯선 풍경으로 뒤바뀐다.


갑작스럽게 흔들리는 중심 탓에 어렵사리 몸을 움직여 자세를 바로 잡는다. 내가 디디고선 지면은 여기저기 부서진 콘크리트 잔해가 아니었다. 진득진득하고 미끌거리는 바닥이었다. 힐끔 아래를 내려다보니 취객이 비틀비틀 돌아다니다 한웅큼 토해낸 토사물 같은 것이 바닥 전체에 고르게 깔려있었다.


"여긴......?"

"이 백화점의 옥상이지. 자네의 '힘' 을 증명하기 위해서 게스트를 부른 참이거든. 뭐, 게스트들이 반갑게 맞아주지 못 하는 건 양해해줬으면 하는 군."


칼바크 턱스가 가리키는 곳에는 한 무리의 소년 소녀들이 쓰러져 비를 맞고 있었다. 잠을 자려면 집에가서 잘 것이지 왜 이런 곳에서 궁상맞게스리.....


"왜 클로저 요원들이 여기에......"
"하! 이런 풋내기들이 클로저 요원들이라고? 아니지, 아니야. 이것들은 그저 자신이 일반인에 비해 조금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우쭐해하는 녀석들에 지나지 않아. 원초적 본능따위는 싸그리 무시해버리고 답답한 규율에나 얽메여 사는, 진짜 가련한 인생들이지."


학생들이 쓰러져 있는 곳으로 다가간 칼바크 턱스는 축 쳐진 여학생 한 명의 목을 한 손으로 가볍게 잡아올렸다. 그러고는 반대쪽 손을 그녀의 이마위에 가져간다. 그 일현의 행동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무언가' 를 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이 녀석들에겐 차원종들과는 반대되는 개념의 힘을 가지고 있지. 차원종들이 지닌 힘은 차원의 경계, 그 자체를 깨부수는 것으로 다른 차원에 간섭할 수 있는 '차원간섭력'. 반면 이 풋내 나는 녀석들이 가지고 있는 힘은 차원에서 끌어온 순수한 에너지를 자신의 육체로 매개체를 삼아 발산하는 '차원위상력'. 차원종의 힘은 철저한 파괴, 즉 원초적 본능에 따르는 힘이지만, 이 녀석들이 다루는 힘은 무언가에 얽메여 그 진의를 제대로 발휘하지도 못 하는 반푼이 같은 힘이다!"


소녀의 이마에 가져다댄 손에는 그녀에게서 뽑혀져나오는 푸른 빛을 띠는 기운이 점차 모여들었다. 그것은 이내 순수한 형태의 작은 결정이 되어 칼바크 턱스의 손에 쥐여졌다.


"고작 이런걸로 평등함조차도 평등하지 않게된다니, 그건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푸른 빛이 감도는 예쁜 결정을 자신의 눈 앞에서 흔들어보이며 시덥잖다는 어조로 내뱉는다.


"이 '힘' 은 이런 어중이떠중이들에게 있어선 안 되는거야. 바로 우리들, '힘' 을 갈구하고, 욕망에 충실하고, 원초적 본능에 따르는 생태계의 파수꾼들에게 어울리는 물건이지!!"


내 손을 잡아채고는 손바닥 위에 그 결정을 떨어뜨린다. 겉보기에는 매우 차가워보였지만, 손바닥 위에 느껴지는 것은 한없이 뜨겁고 정열적인 온기였다. 나는 그것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고작 이런 것 때문에.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힘' 이란 건 어울리는 사람에게 있어야 그 가치가 최고조로 발하는 법이죠."


내 의견에 칼바크 턱스는 희열에 찬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그것은 분명 과거의 내가 동경해왔던 존재들에게 보냈던 것과 같지 않을까.


"하지만 전 정직하게 살고싶거든요."


꽉 움켜쥔 푸른 빛의 결정을 휙 던져보낸다. 그 결정은 허공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부드럽게 날아가 소녀의 몸 위로 떨어진다.

그러더니 잠시 후 밝은 빛을 발하며 그녀의 몸 속으로 스르르 빨려들어갔다.


"......이게 무슨 짓이지? 설마 내 성의를 거절하겠다는건가?"
"요즘 같은 세상은 흉흉해서 모르는 사람이 사탕 같은 걸 준다고 해서 따라가는 건 애도 안 하는 짓이거든요. 전 사탕 안 좋아하고."
"이해할 수가 없군. 나는 자네를 잘 알아. 자네 같은 부류의 인간은......."
"아무도 나에 대해서는 몰라요."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치밀어오르는 말이다. 전부 이해하고 있다느니, 너의 기분은 잘 알겠다느니. 하나같이 사탕발림과도 같은 거짓말이 아닌가? 그런 말을 듣는 것은 '그 날' 이후로는 더는 사절이다.


"차원전쟁."
"!"
"약 10년 전에 일어난 그 차원전쟁에선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죠. 차원종들과 위상 능력자들, 그리고 아무런 힘이 없는 일반인들도 가세하여 일어난 거대한 싸움이었으니까."
"......설마."
"그 싸움에는 분명 얻은 것 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을거에요. 일부는 말이죠."


얻은 것과 잃은 것. 나는 얼마나 얻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잃었는지의 정확한 수치 같은 것은 잘 모른다. 내게 있어선 전부와도 같았던 것이 사라졌고, 결코 바라지도 않았던 것을 얻게 되었으니까.


"그럴리가...그럴리가 없...하지만, 너는! 너는 그저 단순한 인간이었을......!"
"아까 말했었죠. 저는 정직한 삶을 살고싶다고."


오랜 생활 게임만 해오느라 손가락은 한없이 가늘었지만, 그만큼 현란한 동작이 가능하다. 나는 천천히 오른 손을 들어올린다. 그 손 안에 담겨있는 것은 어린 시절, 히어로 전대물을 보며 키워왔던 나의 작은 꿈. 하지만 태어났을 때 부터 가지지 못 했던 '불공평' 이었다.


차원전쟁. 그것은 나의 전부였던 가족과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이 '힘' 으로 맞바꾸어 주었다.


"원래부터 가지고 있지도 않았던 '남의' 물건. 이걸 이용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거든요. 제 '힘' 으로 제가 원하는 삶을 살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그리고 그건, 분명 저 아이들도 마찬가지겠죠. 자신들이 태어났을 때 부터 가지고 있었던 '힘' 이니까."
"나를 속였군!!!"
"이 쪽은 처음부터 그런 얘기는 신경쓰지도 않았다고요. 좋을대로 떠들어놓고 이제와서 상처받았어, 같은 태도로 말해봐야 설득력 없으니까요."


나의 오른 손 위에 모인 강렬한 빛줄기는 하나의 거대한 구체가 된다. 나의 의지에 따라, 나의 '힘' 이 그 곳에 집중되어 지금 이 곳에 현현한 것이다. 강하게 바라왔건만, 결코 원하지 않은 형태로 얻어야만 했던 박살난 꿈이.


"A급 위험인물, 칼바크 턱스."
"?!"
"잠꼬대는 잠이나 자면서 하는게 좋아요."


나는 문자 그대로 '힘' 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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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속보입니다. A급 위험인물로 지명수배가 내려진 차원종의 편에 가담하였던 자, 칼바크 턱스가 6월 20일 경. 신논현역에서 남쪽으로 500m 가량 떨어진 '제한구역' 에 위치한 XX백화점에서 체포되었습니다. 현재 그는 의식불명의 중태라고 하며, 그를 잡아들인 것은 7명의 견습 클로저 요원들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클로저스 기관에서는......


"심심하네."
"그럼 나랑 같이 게임이나 하자!"
"오오, 세하구나. 어서 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다말고 가게 안으로 갑작스럽게 난입한 손님을 맞이한다. 흑발의 더벅머리에 스타일리쉬한 검은 조끼를 착용하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소년. 나와 마찬가지로 게임에 미쳐 살아가는 녀석이다.


"크, 내가 좀 더 일찍 이 곳에 파견되었더라면 그런 허약한 녀석은 내가 잡았을지도 모르는데!"
"아아, 지금 뉴스에서 나오고 있어. 칼바크 턱스인지 뭔지 하는 녀석이 잡혔다면서?"
"그래. 나보다 먼저 파견되었던 견습 녀석들이 그 자식을 운 좋게 잡아서 바로 정식 요원으로 승급했다지 뭐야? 뭐, 나야 게임만 할 수 있으면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원래는 손님을 카운터 안으로 들이면 안 되지만, 난생 처음 사귄 친구이니 만큼 내 옆 자리에 특별히 앉을 수 있게 허락해주었다.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게임기를 두들기는 그 모습이 매우 친근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신논현역도 슬슬 안정화 되어갈거라던데, 석봉이 너도 슬슬 바빠지는 것 아니야?"
"그 때는 적당히 'Close' 팻말 걸어두면 돼."
"뭐야, 그거. 땡땡이?"
"난 로봇이 아니야. 로봇처럼 죽을 정도로 일해왔지만 본질은 인간이니 제대로 쉬어줘야지~."


쉬든 안 쉬든 게임은 계속 하겠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친구도 사귀었고, '스트레스' 도 해소했으니까. 나는 지금의 삶에 충분히 만족한다.


"욕심이 과해서야 탈만 날 뿐이지."
"음? 뭐라고?"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내 아이템 은근슬쩍 가로채고 있지 않아?"
"이런, 들켰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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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리되어있는 문장들은 게시글 내에서 사용할 수 없는 금칙어인 것 같습니다. 제보받고 급하게 수정하였습니다.

(**은 콘.돔으로 하였습니다. 피임기구라고 하면 이상해보여서)

2024-10-24 22:21:3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