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프트 1장 "두 가지 의미로 비현실 적 만남"
Rayder환 2015-08-10 3
비축분 써버리기! 생각보다 공홈의 언어 사용 조건이 빡빡하군요
Chapter 1 - 두 가지 의미로 비현실적 만남
‘크다’
세하의 머릿속에서 든 생각이었다. 물론 그의 앞에선 트룹은 단순히 크기만 큰 것이 아니다, 크기가 클수록 당연히 그만큼의 근력을 보장받는다는 건 그런 시스템에 익숙하기 그지없는 소년에게 있어선 위협으로 다가왔다.
-탕탕탕!-
뒤에서 유리가 쏜 페이즈 건이 트룹의 얼굴을 정확히 명중하자 녀석은 마치 따갑다는 듯 손을 휘둘러 막아 내려다 이내 괴성과 함께 앞으로 질주했다.
-쿵쿵쿵!-
2미터가 넘는 거대한 크기의 몬스터가 손에 묵직한 흉기를 든 채 달려오는 그 모습은 마치 중갑돌격병을 연상케 했다. 소년과 소녀는 지체 없이 바닥을 차고 뛰어 올랐다.
-쿵쿵쿵!! 쾅!-
돌진하던 트룹은 목표를 잃었지만 멈출 생각은 없었고 그것은 그대로 스케빈저 몇 마리를 쳐내버리며 한 고층 빌딩을 들이 받았다.
“그르륵!”
녀석은 자신이 목표를 놓쳤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듯 몸을 돌려 화가 난 것 같은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녀석의 뒤로 몰려드는 작은 스케빈저들에게 바닥으로 착지한 세하와 유리는 그대로 두 자루의 검과 한 자루의 권총을 겨눴다.
“시간을 끌어야 돼, 수가 너무 많아”
세하가 앞으로 건블레이드를 겨눈 채 눈만 움직여 유리를 보며 말하자 유리도 마찬가지로 세하를 보며 대답한다.
“대체 어떻게? 좋은 수라도 있어?”
“그냥 버티기로는 우리가 지쳐, 이럴 때 게임에선 보통 치고 빠지는 전략을 사용한다고”
아직 두 훈련생의 경험으로는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들에게는 모든 전술 중 가장 으뜸인 ‘도망’이라는 선택지가 남아 있었지만……
-팟!-
그러기에도 이 훈련생들은 너무 혈기왕성했다.
-탕탕탕! 쾅!-
앞서 덤벼든 세하와 그 뒤에서 유리가 페이즈 건으로 트룹에게 달려가는 세하를 엄호한다.
“그아아앙!”
페이즈 건에 귀찮은 듯 다시 괴성을 지르는 트룹에게 달려든 세하가 건블레이드를 휘두르자 큰 폭발과 함께 거대한 트룹이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크르륵!”
트룹을 날려버리기 위해 크게 건블레이드를 휘두른 세하의 뒤로 작은 체구에 걸맞게끔 날렵한 움직임으로 스케빈저가 세하의 위에서 무기를 휘두르며 뛰어 내렸지만 뒤에서 엄호 중이던 유리가 쏜 탄환에 그대로 튕겨져 날아갔다.
“나이스!”
거기에 한눈을 판 것이 큰 실수였다.
“크아아앙!”
세하가 건블레이드로 튕겨낸 트룹이 바닥에서 벌떡 일어서며 괴성과 함께 손에 들린 둔기를 앞으로 힘껏 던졌던 것이다.
-부우우웅!-
살벌한 파공음과 함께 날아간 트룹의 둔기를 세하가 눈치 챘을 땐 이미 늦었다.
-빠악!!-
“크악!”
세하는 그대로 날아오는 거대한 둔기에 오른쪽 옆구리를 맞아 그대로 뒤로 튕겨졌다.
“세하야!”
-콱!-
유리가 날아오는 세하를 받아냈지만 그 바람에 트룹과 스케빈저들이 그 둘을 포위 할 시간을 내주고 말았다.
“이런……”
세하를 부축한 채 일어난 유리는 어느새 던졌던 무기를 다시 주워 손에 든 채 그녀와 세하를 좁게 포위하고 있는 트룹과 스케빈저에 혀를 찼다.
사이킥 무브는 사용 할 수 없다. 그 외 다른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떡하지……”
상황은 너무나도 좋지 않았다. 부축하고 있는 세하는 의식은 있었지만 타격받은 옆구리에서 피가 흐르는 것으로 보아 분명 크게 다쳤다. 정확하게 얼마만큼의 부상을 입었는지는 몰라도 현재 상황에서 세하는 분명히 전투력 논외다.
“크아아앙!!!”
포위를 형성한 차원종들은 자신들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고 신이 난 채 거대한 트룹의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트룹은 포식하기를 원하는 부하들의 애원을 무시 한 채 유리를 향해 자신의 커다란 둔기를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유리의 페이즈건에 여간 열 받았던 트룹은 명백하게 전투력이 차이나는 데도 도망가지 않고 자신들에게 덤벼든 가소로운 애송이들을 향해 짜증이 가득 실린 듯 신경질 적으로 둔기를 내려쳤다.
-파아아아앗!-
그 순간 훈련생들의 뒤에서 강렬한 빛이 생겨났다.
“크아아!!”
갑작스럽게 생겨난 빛으로 인해 트룹은 둔기를 내려치려다 말고 자신의 눈을 가렸고 그건 주위의 스케빈저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것이었다.
“기회야 간다, 세하!”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유리에게는 완벽한 찬스였다. 빛은 훈련생의 뒤에서 발생했고 당연히 유리는 앞의 차원종들과는 달리 안구에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다. 비록 짧은 틈이겠지만 몸이 날렵한 그녀에게는 문제 될 것이 없다.
-파앗!-
세하를 어께로 부축한 채 만일을 대비해 모으고 있던 위상력을 다리에 실어 바닥을 찬 유리는 그대로 수십 미터를 날아올라 바로 앞 빌딩의 깨진 유리창으로 안전하게 착지했다.
“대체…… 방금 빛은 뭐였지?”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세하가 유리가 가진 의문점을 받았다.
“슬비나 아니면 테인이 아닐까?”
“이제 괜찮아?”
자신의 부축을 풀며 비틀거리는 세하를 향해 유리가 말하자 세하는 “이제 괜찮아, 땡큐”라며 활기차게 대답한다.
“그나저나 정확히 뭐였는지 봐둬야 하겠는데……”
반쯤 의식이 없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느낄 수 있었던 강렬한 빛과 거기에서 뿜어져 나온 엄청난 힘은 분명히 굉장했다. 반쯤 날아갔었던 의식이 말끔하게 깨어버릴 만큼 깔끔하고 정갈한 힘은 그에게 그만큼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소년은 그대로 자신이 실려 들어온 깨진 유리창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뭐해 세하? 이틈에 얼른 민간인을 찾아야 한다구~”
사무실로 보이는 건물에서 나갈 수 있는 수단을 찾던 유리는 세하가 깨진 창 측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자 그를 재촉했다.
“……돼”
“뭐?”
동료 훈련생에게 다가선 유리는 뭔가 있을 수 없는 것을 본 것 같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세하에게 되물었고 그에 세하는 자신들이 위기에 처했던 장소를 향해 왼손 검지를 뻗었다.
“이건 말도 안 돼! 유리야! 저거 보여!?”
허둥지둥하는 세하의 모습에 유리는 그의 손가락을 따라 자신이 뛰어 오른 아래를 내려다 봤다. 거리는 꽤 멀었지만 위상능력자인 그녀의 눈에는 굳이 그녀가 위상능력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잘 보이는 커다란 붉은 색의 차원종 트룹과 그 앞에 선 그보다 약간 더 큰 금색의 갑옷 같은 것을 입고 있는 또 다른 차원종이었다.
새로운 차원종은 그 덩치가 엄청나게 컸다. 하지만 그 크다는 것의 의미는 앞에 선 다른 차원종인 트룹과는 달리 체구보다는 키가 큰 것으로 굉장히 날렵해 보이는 거구다. 다른 몇몇의 차원종들 마냥 입이 없었으며 눈에서는 현기에 가까운 푸른색 안광이 뿜어져 나와 보는 이들을 위압감에 잠기게 만들었다. 다리는 역관절의 형태로 매우 튼튼하고 또한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고속이동이 가능하게 되어 있으며 마치 레게머리를 한 것 같은 머리카락 같은 것이 온몸을 감싸고 있는 금색 장신구로 장식되어있었다. 방금 차원문에서 나온 듯 한 이 새로운 차원종은 자신의 앞에서 씩씩거리며 머리 위로 둔기를 들어 올리는 트룹을 향해 4개짜리인 손가락을 펼쳐 멈추라는 듯 제지했다.
“우와…… 세하야 느껴져? 저 차원종 엄청나게 강해……”
유리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말은 유쾌하게 하고는 있지만 그녀는 분명히 지금 풀이 죽어있다. 저런 것과 싸우라면 제대로 싸우기도 전에 겁먹을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내뱉은 감상에 세하는 고개를 젓는다.
“저건…… 차원종이 아니야”
“뭐라구? 저게 차원종이 아니야? 그럼 대체 뭔데???”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 말하는 유리를 향해 세하는 설명을 하려다가 그만뒀다. 자신의 감각은 저것이 분명히 차원종이 아니며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어떠한 ‘존재’라는 것을 맹렬히 외치고 있었지만 조금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세하가 생각하고 있던 것은 현실에서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존하는 가전제품 중 가장 최첨단의 물건 안에서만 존재 할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설명 할 수는 없어, 하지만 분명히 저건 차원종이 아니야, 나는 그렇게 생각해”
소년 훈련생은 자신의 직감이 옳다고 느꼈다. 솔직히 아무리 말도 안 돼는 일이라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비슷한 걸 떠나서 그냥 아예 똑같은 것을 대면해버리면 믿을 수밖에 없게 되어버리니까
물론 그것이 확신이 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
페서낙스는 지금 당황했다. 분명히 자신은 차원도약의 좌표를 알맞게 설정했고 그 계산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애당초 테란조차도 전문적으로 기술을 배우면 직접 두뇌로 계산 할 수 있는 그런 공정을 우월한 프로토스, 그것도 그들 중 과학 기술력에 전문적으로 특화된 퓨리낙스 부족이 틀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페서낙스 본인은 부족 중에서도 특이하게 과학기술 보다는 직접 전투에 나서는 기사단이 되기를 희망했었지만 부족의 이름을 따서 지은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그에게는 과학자와 기술자로서의 자질은 넘쳐나고도 남았다.
“크아아아앙!”
그런데 왜 자신의 눈앞에는 748살이라는 엄청나게 기나긴 시간 동안 살아오면서도 처음 보는 그리고 전혀 듣지도 못했던 생명체가 매우 화난 듯 한 몸짓으로 커다란 무기를 내려찍을 듯 치켜들고 있는가?
“크르르릉!!!”
하지만 의문도 잠시다, 그의 앞에선 ‘새로운 생명체’는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고 페서낙스를 향해 무거운 둔기를 휘두르기 직전이었다.
“잠깐!”
그는 곧장 오른손을 들어 손바닥을 펼치며 앞에 선 생명체를 저지했다. 앞에 선 덩치 큰 생명체는 그의 말에 잠깐 움찔 하더니 다시 한 번 “크아아앙!!!”이라는 괴성을 지르며 페서낙스를 향해 그 무기를 내려쳤다. 생명체의 마음속에서 자신에 대한 다소 간의 공포와 분노를 느낀 페서낙스는 무기가 휘둘러지기도 전에 이미 오른쪽으로 몸을 빼냈고 그러면서도 생명체를 진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잠깐 멈추게!”
하지만 생명체는 그의 의사를 따를 생각 따윈 전혀 없어 보였고 곧장 내려친 둔기를 그대로 옆으로 빠진 페서낙스를 향해 휘둘렀다. 페서낙스는 거기에서 생명체의 ‘잔인함’과 ‘난폭성’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젤나가에 의해 지적인 능력을 극도로 강화하여 진화한 프로토스라고는 해도 그 뿌리는 엄연한 전사다. 페서낙스 본인도 그런 자신의 전사적 기질을 자각했기 때문에 종족을 위해 봉사하는 방법을 더 재능이 출중한 과학기술이 아닌 둔하기 그지없는 사이오닉을 가진 기사단을 희망했었고 그러기 위해서 아낌없는 노력을 다해 지금에 이른 뼛속 골수 끝까지 타고난 전사였다. 그런 그에게 상대의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잔인함과 난폭성은 그의 호승심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상대가 지적인 생명체가 아닌 파괴를 위주로 하는 종족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기엔 충분했다.
-부우우웅!!!-
페서낙스는 그대로 휘둘러진 거대한 둔기를 커다란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공중으로 가볍게 텀블링 하며 피해냈고 그에 생명체 즉 트룹은 계속해서 둔기를 휘둘렀다. 페서낙스는 그것을 계속해서 가볍게 피해내며 마지막으로 생명체에게 경고를 해주는 걸 잊지 않았다.
“계속 된 적대적 반응은 그대에게 해가 될 걸세! 난 마지막으로 분명히 경고했네!”
하지만 트룹은 페서낙스의 진심어린 경고를 무시하듯 다시 한 번 더 옆으로 둔기를 휘둘렀고 페서낙스는 가볍게 도약해 트룹이 들고 있는 둔기 위에 그대로 착지했다.
-콰앙!-
비록 아무리 트룹이 차원종 중에서 강한 힘을 소유하고는 있다지만 휘둘러진 둔기 위에 중력과 함께 내려앉은 233Kg에 달하는 엄청난 무게를 감당하는 건 불가능했고 둔기는 페서낙스의 발밑에 깔린 채 그대로 바닥으로 처박혔다.
“크아앙!?”
물론 이 순간 트룹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 트룹의 머릿속으로는 노장의 강렬한 음색이 울려퍼졌다.
“나는 분명히 기회를 줬었네! 하지만 그대의 뜻이 그러하다면 어쩔 수 없지……”
자신의 무기를 바닥에 처박은 채 그대로 몸을 곧추세우고 있는 페서낙스를 보며 트룹은 뭔가 잘 못되어 감을 직감했지만 그 판단은 이미 늦었다.
-콰앙!-
페서낙스의 오른다리가 그대로 차올려지며 트룹의 얼굴을 걷어찼고 거구의 트룹은 그대로 뒤로 나가 떨어졌다.
“크르륵?”
강렬한 만큼 빠른 페서낙스의 발차기에 트룹이 튕겨지듯 나가떨어지자 주위의 스케빈저들은 뭔가 잘 못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쾅!-
물론 트룹보다 늦게 그것을 깨달은 크케빈저도 당연히 똑같은 꼴을 당해야만했다.
“쿠엑!”
페서낙스는 한 걸음 앞으로 내딛으며 마치 공을 차듯 자신보다 매우 작은 크기의 스케빈저를 왼발로 걷어차 앞에 선 빌딩 2층으로 처박아버린 뒤 그제 서야 자신을 향해 전투를 준비하는 나머지 스케빈저들을 향해 섰다.
“좋다! 어디 덤벼 보거라! 하지만 퓨리낙스 부족의 광전사를 우습게** 않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혼내주려는 페서낙스의 계획(?)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스케빈저들의 위에서부터 내려 떨어지는 강렬한 에너지 덩어리에 먼저 시선이 꽂혔기 때문이다.
“하앗!”
푸른색 불꽃과 함께 바닥에 내리꽂힌 ‘에너지 덩어리’에게 시선을 돌린 페서낙스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거대한 검을 털어내듯 휘두르는 건 그의 눈에는 어디를 어떻게 보든……
테란이었기 때문이었다.
--------------------------------------------------------------------
‘으으! 세하 녀석! 갑자기 뛰어 내릴게 뭐람!’
유리는 속으로 불평을 하며 뛰어내린 세하를 따라 빌딩 밑으로 뛰어내렸다. 여담으로 위상력을 각성한지 얼마 되지 않은 그녀는 가끔씩 이런 초인적인 어떤 일을 할 때면 자신이 위상능력자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실감하곤 했다.
“야! 갑자기 뛰어내리면 어떻게! 아직 차원종들 남아 있잖아?”
유리는 바닥에 내려서자마자 먼저 내려와 기습으로 스케빈저 한 무리를 해치운 세하를 닦달한다.
“아, 미안 도저히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어……”
소녀의 핀잔에 소년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기껏 탈출했더니 위험지역으로 다시 돌아온 모양새니까 야단맞아도 할 수 없다. 게다가……
-스윽-
훈련생들의 앞에는 미지의 생명체(적어도 유리에게는 차원종으로 취급되는)가 서있었다.
“우와! 위에서 볼 때보다 더 커!”
유리는 세하의 옆에 나란히 서서 새로운 생명체와 대면한다. 생명체 페서낙스의 양 눈은 아주 약간의 당황과 함께 앞에 선 두 명의 테란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저, 저기요?”
페서낙스는 자신을 부른 검은 머리카락 검은 눈의 소년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제 예상이 맞는지 확실하지 않아서 그런데 딱 한마디만 할게요.”
소년은 페서낙스가 주로 알고 있는 테란의 언어인 영어가 아닌 다른 테란의 말을 구사하고 있었지만 어차피 텔레파시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프로토스인 페서낙스에게 있어선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고 그는 소년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페서낙스가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것을 알게 된 세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더듬거리며 한 마디를 내뱉었다.
“엔… 타로 테사다르……?”
소년이 내뱉은 말에 테사다르의 안광과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이들은 분명히 자신들이 알고 있는 테란이 맞고 여기는 어딘가 다른 행성임에 분명했다. 방금 전 것들은 행성 토착 생명체이고
하지만 그는 다른 곳에 사고를 전개하기 전에 프로토스 연장자로서의 예의를 지키기로 했다. 아무래도 소년의 인사를 들었으니 대답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는 몸을 숙여 자신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소년의 얼굴 앞으로 고개를 쓱 내밀었다. 빛나는 두 눈으로 소년의 복장을 위아래로 유심히 살펴본 페서낙스는 자신이 알고 있던 테란의 복장과는 전혀 달랐지만 소년이 확실한 테란이라는 것을 부정 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페서낙스의 기억 속에서 테란은 확실히 용맹했다. 저돌적이었고 그리고 저력 있었다. 진화 할대로 진화해버려 이미 한계까지 진화해버린 자신들 프로토스와는 달리 그들은 아직도 한참을 더 진화해가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서낙스는 종족의 위기 때 고향 행성에서 자신들을 도와준 테란의 용맹함과 그 엄청난 행동력에서 이들의 미래가 무척이나 밝다는 것을 충분히 깨달았었다.
그는 자신이 얼굴을 들이밀자 다소 놀란 듯 허리를 뒤로 뺀 테란의 소년이 했던 것 마냥 인사를 건넸다.
“엔 타로 아둔…… 어린 테란이여”
그리고 입으로 전해지는 육성이 아닌 자신의 머릿속으로 울려지듯 퍼지는 페서낙스의 연륜 있는 중후한 목소리에 세하는 ‘정말정말정말로’ 자신이 ‘만약에’라고 생각했던 것이 현실이 되었다는 점에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물론 페서낙스는 소년이 느끼고 있는 혼란스러움을 쉽게 느끼고 있었기에 그 반응을 이해했지만 옆에 서있던 유리는 자신만이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내심 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