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제비의 비상 01편
YUNESU 2015-08-10 0
"**…."
지명수배가 된 지, 2년 째. 내 주변을 가득히 채운 특경대들이 나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다.
"큭?! 쿨럭?! 커헉?!?!"
설상가상으로 이 몸뚱아리의 한계까지 다가왔는지 각혈까지 하기 시작했다.
"***…."
손에 묻은 붉은 핏덩이를 버리고 입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닦은 나는 피를 토하느라 놔버린 쿠크리를 다시 주워들었다.
"안죽어…."
궁지에 몰린 상황 속에서도, 목숨에 한계가 온 상황 속에서도 심장만큼은 살겠다는 듯이 거센 박동을 멈추지 않았다.
"안죽는다고!!"
**개라고 불리는 이런 나라도 내 목숨이 얼마 안남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도.
"누가!!"
누가봐도 목숨이 사라질 상황 속에서 몸부림치기 위해 내가 가진 위상력을 전부 쿠크리에 실었다.
"이딴 곳에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살기 위해 무수한 총구를 향해 달려나갔다.
"뒈질까보냐아아아아아아아!!!!"
머릿속에선 자꾸 그리웠던 사람들이 지나갔으나 지금은 목숨이 중요하다.
죽는다면 그들을 떠올리는 것도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내 적이여야 할 특경대 녀석들은 하나, 둘 씩 총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응?"
순간적으로 힘이 빠진 나는 그들과의 거리를 5m정도 남겨두고서 멈춰섰다. 저들을 지휘하는 것 같은 무뚝뚝하게 생긴 남자와 전장에는 어울리지 않아보일 정도로 가련해보이는 외모를 가진 여자가 그들 사이에서 걸어나왔다.
"무슨 속셈이지? 날 잡으러 온 거 아닌가?"
"물론 널 잡으러 온 게 맞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 여자는 성큼성큼 걸어오기 시작했다. 내 앞까지 도달한 여자를 걱정하는 것 같은 남자가 말했다.
"경정님! 위험합니다!"
"괜찮아! 아무리 능력자라고 해도 그 애들과 다를 바 없으니까. 그리고 너 나랑 같은 계급이잖아! 채민우!"
내 앞에 선 여자는 시답지않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지만 그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담긴 떨림이 없었다.
"괜찮겠어? 나를 앞에 두고서?"
"응 뭐가?"
"당장이라도 너의 사지를 분해해버릴 수 있는 녀석을 앞에 두고서 시답잖은 대화를 하지 말란 말야!!"
손에 쥔 쿠크리로 여자를 찔러 죽이기 위해서 움직였으나 물흐르는듯한 동작에 무력화된 나는 어느세인가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전직 용병을 앝**말라구."
"고작 경찰따위가…."
분노에 치를 떠는 나를 앞에 두고서 손을 터는 여자는 가벼운 투로 말했다.
"내가 이래뵈도 용병시절엔 하얀 악마라고 불렸던 몸이야, 조심하는게 좋아."
뭐든지 태평하고 느슨하게 처리할 것 같은 이 여자가 그 하얀 악마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쳇…."
"아무튼 그런 내가 이런 너에게 전달할 말이 있으니까 따라와."
전의를 잃어버린 나를 내려다보던 여자가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으나 그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뭐하는거야?"
"부축받아본 적이 없는거야?"
깔본 느낌이 든 나는 화를 내려고 했으나 이 여자는 바닥을 짚고있던 내 손을 잡고서 나를 일으켜 세워줬다.
"이런게 부축이야."
"……."
"왜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어서 이거 놔!!"
나는 내 손을 아직까지도 잡고있던 여자의 손을 쳐냈다. 머리를 긁적거리기 시작한 여자는 기지개를 한 번 키더니 나를 데리고서 어떤 승합차 앞까지 왔다. 승합차 안은 개조되어있었는지 작전지시용 기기가 있었으나 이건 내가 탈 것이 아니라면서 구경하고 있던 내 등을 떠밀었다. 다른 하얀색 승합차에 나를 태운 여자는 운전석에 앉아있던 자신의 부하를 시켜서 어떤 장소로 향했다. 나에 대한 악의나 적의가 없어보였기에 쿠크리는 등 뒤에 장비했으나 경계심을 줄일 수가 없었기에 두 손은 쿠크리 곁에 두었다.
어떤 해안가에 도착한 나는 일단 여자의 지시대로 승합차에서 내렸다.
"빌어먹게 크네…."
마침 정박해 있던 배는 나와는 전혀 관계없어보이는, 행복한 삶을 살고있는 녀석들이 탈 법한 커다란 배였다. 여자는 꺼리낌없이 그 배에 승선하다가 안따라가는 나를 보고서 말했다.
"뭐해? 이거 너가 타야하는거야."
"응?"
나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초대형 배가 내가 타야하는 배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게다가 그 말이 진실인 것인지 여자는 올라가던 계단도 내려오더니 나를 등떠밀었다.
"내가 알아서 걸을테니까 밀지마!"
등떠밀던 여자의 손길을 뒤돌아서 쳐낸 나는 계단을 성큼성큼 밟으면서 올라갔다. 도중에 피를 뿜을 뻔했으나 이빨을 꽉 깨물면서 참아냈다. 다 올라온 배의 갑판 위에는 검은양 자식들이 입고있던 복장을 한 유니온의 요원들이 버티고 서있었다.
"이런 **!! 역시 함정이였잖아!!"
꼬리뼈 부근에 장비해둔 쿠크리를 뽑아든 나는 요원들을 향해서 칼날을 겨눴으나 뒤에서 오던 여자가 나를 말렸다.
"아니야! 이 사람들은 너를 죽이려고 온 사람들이 아니라고!"
뒤에서 끌어안으면서 나를 말린 여자의 말을 듣고서 그들을 살펴보자 그들의 손에는 무기라고 할 것들이 들려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분홍 머리 사이드 테일을 한 노력바보가 싸우는 방식에선 무기는 부가적인 수단으로 쓰는 것을 본 나로써는 도저히 안심할 수 없었다.
"전 요원들은 이 자리에서 멀어지도록."
"알겠습니다, 본부장님."
경례를 나눈 요원들과 본부장이라고 불린 안경 쓴 미남이 서로 반대대는 방향을 향했다. 나에게 다가온 본부장이라는 남자는 내 앞에 도달했으나 나는 역시나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만나서 반갑네, 나타. 아까 듣다싶이 유니온의 본부장을 맡고있는 데이비드 리라고 한다네."
남자가 내민 손을 이해할 수 없던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 뒤에 있던 여자는 자신을 데이비드 리라고 소개한 남자를 향해서 경례를 했으며 그의 등 뒤에선 검은 옷을 입은 녀석들이 걸어왔다.
검은 머리의 남녀.
분홍 머리의 여자.
아이보리 머리의 남자아이.
흰 머리의 남자.
그들과 함께 걸어오는 긴 생머리를 가진 갈색 머리의 여자가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당연히 반가울리 없는 그 얼굴들을 보자마자 나는 꼬리뼈 부근에 장비해둔 쿠크리를 뽑아들었다.
"나를 불러드린 이유가 저자식들과 싸우게하려는 거냐?"
"응?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자네는 저들과 싸우지 않을 것이네."
"뭐라고?"
나에게 내민 손을 주머니에 도로 집어넣은 데이비드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 말 자체를 이해할 수 없던 나는 일단 자세를 풀기로 했다. 멀찍이서 살펴본 바로는 그들에 손에도 무기는 들려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본부장님, 이슬비 외 4인, 검은양팀 지금 도착했습니다."
본부장앞에 도착한 그들, [검은양] 팀은 본부장을 향해서 경례를 했고 본부장은 경례를 풀라는 듯이 됐다는 손짓을 했다. 그와중에 혈통만 믿고 나대는 놈은 어떤 기계를 가지고서 시선을 땔 줄 몰랐기에 노력바보에게 얻어터져서 기분은 좋았다.
"응? 너 나타아니냐?"
"나타라고?!"
기계를 바라보던 검은 머리의 남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는 적의가 담겨있었우나 지금의 자신이 불리하단 것을 깨달은 그는 나에게서 조금 거리를 두었다.
"그리 경계하지 않아도 괜찮다네. 송은이 경정, 그들을 데려와주게."
"안불러도 올 생각이였어, 데이비드."
어디선가 들어본 짜증나는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이 목소리는….
"꼰대냐? 하! 용케 살아있었네?"
"네녀석이야말로 그런 말할 시간이 있는걸 보니 수명이 다하지 않았나보군."
"당연하지…, 내가 누군…! 큭!? 커헉?!"
여태까지 참아왔으나 살아있었다는 안도감에 정신력이 약해졌다. 그때문에 참아왔던 마지막 순간이 앞당겨졌다.
"이런 젠, 쿨럭! 커헉!! 커헉!!"
"검은양! 지금 당장 의무실로 나타를 이송하게! 어서!!"
"내가 하지."
여태까지 나를 도구 취급해왔던 꼰대가 나를 등에 업고서 의무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많은 양의 피를 흘리다못해 옷까지 젖어버린 나는 의식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 안죽어…. 안죽을꺼야…."
"그래, 넌 아직 죽기는 이르다. 그러니 버텨!"
내 목숨을 여태까지 도구 취급해오던 곤대녀석의 말에는 정말로 걱정하는듯한 분위기가 담겨있었다.
"젠……장……."
온 몸에 힘이 빠진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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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들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새하얀 천장이였다.
"여긴…."
"정신이 드셨나요? 나타님?"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그 목소리는 삶의 의지가 없다싶이 했던 목소리가 아니였다.
"레비아냐…?"
"네, 저도 데이비드 님의 호의에 이곳으로 오게 되었어요."
"그자식…, 쓸 데없는 짓을…."
"아직 몸을 움직이시면 안돼요, 수술의 후유증을 모르기 때문에 며칠간 누워계셔야해요."
"수술?"
그제서야 주변을 살펴볼 여력이 생긴 나는 눈동자를 움직여서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가장 처음 느껴진 것은.
"위상력이… 안느껴져!"
"지, 진정━━"
"━━이게 진정할 일이야?! 내, 내 힘이 사라졌다고!! 이게 진정할 일이냔 말야!!"
"그렇게 안했으면 넌 이미 저세상 사람이였어."
날뛰던 날 말리려던 레비아를 내치고서 달려나가려고 했으나 그 뒤에서 내 어깨를 잡은 꼰대가 말했다.
"넌 강제 주입형 위상능력자이다. 그리고 그 부작용은 너도 알다싶이 극단적인 수명단축이지."
"나도 알아!! 그래도 그 힘은!! 그 힘은 내 것이란 말야!! 내게서 힘을 빼았으면━━"
길길히 날뛰던 날 막은 것은 꼰대 녀석의 둔탁한 주먹이였다. 1m정도 날아간 나는 그제서야 내가 수술을 받았다는 자각이 생겼고 수술자국인 복부의 상처가 덧났 것 같았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내 멱살을 잡은 꼰대가 나를 들어올리면서 말했다.
"잘 들어, 나타. 그 상태로 계속 됐으면 넌 오늘 안에 죽을 목숨이였어."
"나도 안다고! 내 몸은 내가 잘 안단말야!"
"그래서 더더욱 그런 것이다, 넌 아직 죽으면 안돼."
날 한 손으로 들어올렸던 꼰대는 나를 내려놓더니 영문 모를 말을 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진심으로 이상하게 여긴 나는 복부의 고통마저도 잊어버린 채, 꼰대에게 물어보았다. 꼰대는 대답했다.
"넌 아직 그렇게 갈구하던 자유를 손에 넣지 못했잖아?"
"꼰대 주제에 잘도 말해주잖아."
그래, 그래서 더더욱 필요한 것이다. 힘이!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힘이!! 날 보던 꼰대는 내 눈빛을 보자 정면을 똑바로 바라보더니 갑자기 소리쳤다.
"벌처스 처리부대, [늑대개] 팀의 대장인 내가 명령하겠다! 오늘 부로 [늑대개] 팀을 해체하겠다!"
"뭐라고?!"
갑작스러운 선언에 놀란 나는 레비아를 바라보았으나 알고있었는지 놀라는 기색이 보이질 않았다. 꼰대는 그런 폭탄 선언을 날리고서 나와 레비아를 보고서 따라오라는 말을 했다. 또 어떤 폭탄선언을 하려고 따라오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 이득이 됐던 일이기에 따라가보기로 했다. 어떤 방에 도착한 꼰대는 문을열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다들 모여있었군."
"아아, 어서 들어오게. 마침 시작하려던 참이였다네."
꼰대를 따라서 안으로 들어간 나는 짜증나는 얼굴들을 보았다. 나를 경계하는 놈들도 있었고 근처에 있던 여자를 끌어안은 꼬맹이도 있었으나 나를 한 번 보고서 본부장이라던 데이비드에게 말하는 남자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불러모은거야, 형?"
"별건 아니야."
나는 근처에 있던 벽에 기댔고 방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둘러본 본부장은 입을 열었다.
"지금부로 검은양 팀을 해체하겠다."
"네?! 으아아아!! 보스전이였는데!!!"
"형! 그게 무슨 소리야!"
"아저씨, 저희 잘린거예요?"
"안돼!! 철밥통이!!!"
"본부장님, 너무 성급하신 것 아닌가요?"
그 와중에 침착한 노력바보가 말했으나 간단히 넘어가버렸다. 꼰대와 같은 폭탄 선언을 한 본부장은 또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새로운 팀을 창설하겠다. 팀 명은 [흰제비], 팀원은 전 검은양 팀원과 늑대개 팀원들로 구성하겠다."
완전히 넋을 잃어버린건지, 검은양 팀 녀석들은 멍한 시선으로 본부장을 바라보았으나 그 말은 나도 의외였기에 꼰대에게 물어보았다.
"이봐, 꼰대. 저게 무슨 소리야? [흰제비]라니?"
"말 그대로다. 우리는 유니온의 서울 본부장이 된 '데이비드 리'에게 고용된거다."
저게 무슨 소리인지 몰랐기에 나는 당사자인 본부장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게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설명을 해주실까? 본부장?"
"간단하네. 내가 전 유니온 본부장이였던 남자를 고발하고 실각시킨 다음, 그를 댜신해서 그 자리에 올라선 내가 자네들에게 씌워진 누명을 모두 풀어준 것이지. 그리고 지금 상황은 내가 자네들을 고용해서 일거리를 줬을 뿐이네."
정말로 요점만 집어버린 그 설명에 뭔가 짜증이 올라왔다.
"난 누구의 도움도 안받아! 난 내 힘만으로 자유를 손에 넣을 거란 말야! 쓸 데 없는 짓을━━"
"━━그 쓸 데 없는 짓을 한 남자가 너의 목숨을 구해줬는데도 그러나?"
뒤에서 조용히 말한 꼰대가 내 말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지금 너의 목에 있어야할 뭔가가 느껴지나?"
꼰대에 말에 자동적으로 반응한 나는 몇 년간 나를 괴롭히던 차원압 발생 초커가 채워진 목을 만져보았다.
"없어…, 목걸이가…."
"내가 해제했지, 고마워하라고."
어디선가 들어보던 목소리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최보나였나?"
"오오, 아직도 기억하다니. 유리만큼의 단세포 덩물은 아니였나봐?"
"잠깐?! 말이 너무 심한거 아냐?!"
"어? 누나, 그런거 아니였어요?"
"으아아앙!! 슬비야!! 테인이가 날 바보 취급했어어어!!"
"잠?! 유리야!! 어디 만지는 거야! 떨어져!"
저것들이 지금 뭔 생쑈를 하는 건지 모르겠던 나는 본부장에게 물어보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를 팀에 넣어도 쓸모가 없을텐데?"
"잘 알고 있지. 하지만 [흰제비]는 차원종과 싸우는게 주 목적이 아니라네."
알아먹지 못하는 소리를 지껄인 본부장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이 [흰제비] 팀의 주 목적은 팀원들 간의 조화, 친화력 상승이고 전투는 부주류이지."
"이봐, 꼰대! 이게 뭔 소리야!"
"2년 간의 방랑 생활때문에 언어체계에 이상이 생긴건가?"
꼰대의 반응과 레비아가 내보인 반응을 보아하니 이들은 알고있었던 모양이다.
"저도 여기와서 먼저 듣긴했지만…."
"왜 그러나? 이건 너가 원하던 자유가 아닌가?"
다른 두 명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나는 진심으로 소리쳤다.
"아니야!! 이건…, 내가 원하던 자유가 아니야!! 내가 원한 자유는 남의 손으로 이룬 것이 아니라고!!"
"그럼 그 2년 간, 넌 뭘 한거지? 자유를 손에 넣었나? 살기위해서 도망쳤던 그게?"
꼰대의 말엔 반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난 나만의 힘으로 죽을 고비를 넘겨왔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서!
"**!!"
"나타━━"
문을 박차고 나온 나는 레비아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 달리고 달려서 도착한 병실에서 내 무기를 찾아냈다.
"나타님!"
"오지마!!"
급하게 나를 뒤따라온 것인지 숨을 가쁘게 몰아쉬던 레비아는 나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쿠크리를 겨누는 나에게선 확실한 동정심이 내비쳤지만 난 그런 눈빛을 바란게 아니다.
"그럼 덤벼라, 날 꺾고서 이 병원에서 당당히 나간다면 나도 너에게서 손을 놓지."
레비아의 어깨위에 손을 올려놓고 물러나게 한 녀석은 꼰대였다. 나는 여태까지 벼르고 벼르던 일이 굴러들어와서 즐거웠으나 나에게 싸움을 걸어온 녀석 치고는 손이 가벼워보였다.
"이봐, 무기는 어쨌어!!"
"지금의 너를 상대로 무기와 위상력을 쓰는 것은 쫄보나 하는 짓이니 맨 손으로만 상대해주겠다."
"나를 깔보는거냐!!"
"단, 내가 너를 이겼을 경우, 군말하지 않고 데이비드의 말에 따르도록."
이기면 내가 원하던 자유가 오지만 지는 순간, 저녀석들의 명령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레비아와 꼰대 녀석을 따라온 사람들 중에는 데이비드라는 인간도 있었고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했지만 꼰대 녀석이 그를 말렸다.
"그래…, 지금의 내게선 위상력따윈 느껴지지 않아…. 그래도 내가 여태까지 싸웠던 경험들이 어디로 간게 아니란 말이야아아아!!"
내 손안에 들려있는 쿠크리를 있는 힘껏 쥐었다.
"레비아,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보호막을 쳐라. 이건 우리들만의 일이다."
"예, 예!"
지금 이 방에는 나를 두려워하는 간호사들과 나를 막으려는 레비아, 꼰대, 그리고 짜증을 유발시키는 평화로움에 찌들었던 [검은양] 팀의 팀 원들이였다. 나는 내 목적인 꼰대만을 시야에 두고서 다른 것들은 전부 시야에서 지워버렸다. 꼰대, 트레이너를 죽일 생각으로 돌진한 나는 있는 힘껏, 쿠크리를 휘둘렀으나 여태까지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크헉?!"
간단히 피해버린 트레이너가 날린 주먹 한 방이 내 정신을 일깨웠다. 그대로 벽까지 날아간 나는 수술로 인한 상처가 다시 덧난 것을 느꼈다. 뺨과 복부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몸부림치던 나는 꼰대의 말을, 내가 무기를 휘두르고 나서야 눈치챈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그 경험이 어디로 가진 않았지. 다만, 너의 모든 전투 경험에서 위상력이 빠지는 일은 전혀 없었다. 그 실험실에서의 일에서 마저도."
"…크으으윽…, **…, **…, ***…."
내가 지금 나뒹굴고 있는 곳에서 피웅덩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간호사들은 저녀석의 덧난 상처의 치료를 부탁하지."
내게 다가온 꼰대가 나에게서 무기를 가져감과 동시에 나를 병실 침대에 던져눕혔다. 나는 그 뒤로 고통을 견디다 못해 의식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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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일어나셨나요?"
가장 처음 들려온 목소리는 G타워에서 홍시연에게 이용당했던….
"캐롤리엘…, 이였나…."
"와우, 2년이나 지났는데 기억하고 계시군요."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몸을 움직였으나 다른 목소리가 나를 말렸다.
"아직 움직이시면 안돼요! 만일 움직이신다면 제가 당신의 정신을 지배하는 수가 있어요!"
"넌…, 오세린이였나?"
"네! 절 알아봐주시는군요!"
잊을리가 없다. 기억을 소거당한 상태에서도 나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준 사람을 어찌 잊겠는가…. 잠깐….
"너! 기억이 소거됐었잖아!"
"요 2년 간, 제가 놀고만 있었는줄 아세요?"
금발 롤빵머리의 여자가 나를 주시하면서 말했다. 하기야, 자신의 기억에 공백이 있단 것에 눈치챈 사람들 중, 하나였기에 가능했던 연구가 있었을 것이며 나에게도 말한 적이 있다. 분명히 그 약의 개발에 성공해서 떠올렸을 것이다.
"잠깐만! 그럼…?! 크으으으윽…! 크아아아아악…!!"
큰소리를 냈기에 복부에 절로 힘이 들어가서 상처가 덧날뻔했다. 하지만 고통은 그대로였기에 배를 부여잡고 침대 위에서 버둥거렸다.
"그러니까 말했잖아요!"
"그래…, 이제야 내가 싫어하던 나약함이 사라졌군…."
"다 당신 덕분이예요…, 그런 상황속에서도 굴하지않고 살아오신 모습 덕분에 저도 변하겠다고 마음먹었거든요."
그 모습에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뿌듯함'이란 감정을 느꼈다.
"밖에 계신 분들, 이제 들어와주시겠어요?"
롤빵 머리의 목소리에 문이 열렸고 내가 누워있던 병실로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너…, 너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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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뛰려던 나타를 철권제제로 잠재워버린 트레이너는 모두를 이끌고서 나타의 병실에서 나갔다.
"예전부터 그랬던 기억이 있었지만 설마 이정도일 줄은 몰랐어."
"어차피 시설에서 자라왔고 그 나이에 산전수전을 다 겪었으니 말로 해선 알아들을리가 없단 결정 하에 내린 것이다. 그리고 그건 우리 팀이 겪을 마지막 일이지. 그 마지막 일을 대장으로써 처리하는게 뭐가 나쁘지?"
트레이너는 전 [울프팩] 팀의 관리요원이였던 데이비드에게 말했다. 말로 하려했던 데이비드의 방법이 실패했으니 남은 것은 트레이너의 방식뿐이였기에 할 말은 없었다.
"그래도 형이 그렇게 매정하게 애를 칠 줄은 몰랐는걸? 예전 같았으면 훈계 수준에서 그쳤을 일이였잖아?"
"너가 나이를 먹으면서 성장한 만큼, 나도 그 때, 그 성격을 가질거란 생각은 하지마라, 제이."
예전의 같은 팀 원이였던 제이에게서 지적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도 인간이고 겪어왔던 일들이 일이다보니 변할 수 밖에 없었다. 확실히 예전의 그였다면 잘 구슬려서 막았을테지만 그런 류의 인간에겐 말이 통하지 않다는 것을 살아오면서 겪은 그였기에 내린 결단이였다. 나타가 뛰쳐나왔던 그 방에 다시 들어간 그들은 자기들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게임을 하고 있는 이세하.
그런 그의 곁에서 이어폰을 낀 채, 드라마를 보는 이슬비.
자신들이 타고 있는 크루즈에 있던 편의점에서 사온 군것질 거리들을 먹고있는 서유리와 미스틸테인.
소파에 누워서 잠깐의 낮잠을 청하는 제이.
그런 모습이 익숙하지 않던 레비아도 어느세인가 자연스럽게 그들 속에 녹아들 수 있게 되었다. 크루즈에 도착한 뒤로 멘탈케어를 받은 레비아도 정신적 안정을 되찾았기에 폭주의 위험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지금은 그들과 함께 같은 팀원이라는 자각도 생긴 것인지 서유리와 미스틸테인과 함께 군것질거리를 먹고 있다.
전체적인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고있는 트레이너는 생각했다.
예전부터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풍경이 이루어졌다.
팔짱을 끼고서 벽에 등을 기대던 트레이너는 팔짱을 풀고서 데이비드에게 다가갔다.
"리, 지금 이 자리에서 당신의 호의에 감사함을 표하지."
데이비드에게 고개숙인 트레이너를 본 모두가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데이비드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예전부터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지금 그것을 이룬 것뿐이라네, 나에게 감사할 필요는 없어. 자네도 즐기지 그러나? 비록 타인의 힘으로 얻어낸 것이지만 손에 넣은 자유를."
데이비드의 행동을 보고서 살짝 코웃음을 흘린 트레이너는 자신의 목에 있어야 했던 초커를 만지려고 했으나 그것이 없단 것을 깨닫고서 목으로 가져가던 손을 내려놓았다. 모두가 즐겁게 자신들만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울 무렵, 고급스러운 나무문이 벌컥 열리더니 새하얀 환자복을 입은 푸른 머리의 소년이 들어왔다.
"…그래서…, 내릴 명령이 뭔데? 꼰대."
방에 들어온 나타를 보던 트레이너는 자연스럽게, 언제나 같은 어조로 말했다.
"깨어났나, 나타?"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여태까지 담고있지 않던 다정함이 조금 묻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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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잡소리
전 분명히 나타 구원 팬픽을 쓰고 있었습니다, 네.
근데 일이 점점 커지네요?
나타가 늑대개로 커지고
커지더니 전체가 되고 아주 그냥.
네, 뭐… 여태까지 겜만하다가 나타 스토리 보고서 짜증내고 레비아 스토리 보고서 ㅂㄷㅂㄷ거리다 못해 썼습니다. 단편이 점점 길어질 것 같은 예감.
비속어 필터... 으앙
PS. 기왕 올린거 명예의 전당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