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단편] 애쉬와 더스트 behind story

하늘열번보기 2014-12-31 3

 

 

정식요원 포상휴가 단 1일 밖에 안 되는 휴가였지만 세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왜냐하면 차원종이라는 놈들은 휴가라는 단어를 몰랐고 툭하면 튀어나와 쉴 틈이 없었으니까. 1일이 아니라 몇 시간 몇 분이었어도 세하는 휴가를 즐겁게 지낼 자신도 있었다.

 

 

유리나 슬비는 ‘또 게임하러 가겠지’ 라는 눈빛을 보내왔지만 세하는 이번만큼은 생각이 달랐다. 세하는 pc방이 아닌 집으로 향했다.

 

 

“안녕, 엄마.”

 

 

세하 앞에 선 한 명의 사람. ‘이세연’ 차원 전쟁을 완전히 종결시킨 전설 같은 여자였지만 지금은 앞치마와 부엌칼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어쩔 수 없는 주부였다.

 

 

“어머, 어서 오렴! 설마 지금 입은 옷이 정식요원 복이니?”

 

 

“응, 미리 주더라구. 멋있지?”

 

 

“그립네. 엄마도 비슷한 옷을 입고 싸웠는데. 세월 참 빠르네. 우리 세하도 정식요원이 되고!”

 

 

세하는 머리를 박박 긁어대는 엄마의 손을 치워버렸다. 그 후 집에서는 파티가 열렸다. 비록 사람은 세하와 엄마뿐이었지만 세하는 오랜만에 같이 하는 식사라 기분은 좋았다.

 

 

“근데 집에는 무슨 일이니? 오늘은 석봉이 안 만나는 거니?”

 

 

“아, 석봉이는 구로에 있어. 아직 일하는 중이라 부르기도 뭐해서.”

 

 

“그래? 그런데 기쁘네. 휴가 나오자마자 엄마를 보러 오고? 오랜만에 같이 게임하고 싶어서 온 거니? 엄마 아직 실력 좋단다. 매일 연습하고 있고.”

 

 

“뭐……그것도 있고.”

 

 

세하는 엄마를 보다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는 그곳을 보았다. 식탁에 조그마한 액자가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는 한 명의 남자. 즉, 세하의 아버지가 있었다.

 

 

“아빠가 이 모습을 보면 좋아했을 거야……우리 세하를 낳았을 때도 그 복장 입은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으니까.”

 

 

“그랬어?”

 

 

“그렇고 말구. 정말 그립구나. 그 사람.”

 

 

세하는 헛기침을 했다.

 

 

“저기 엄마.”

 

 

“응?”

 

 

“지금 이걸 물어봐도 될까 모르겠는데 물어봐도 될까?”

 

 

“그럼! 물어보렴.”

 

 

세하는 말했다.

 

 

“애쉬와 더스트라는 이름을 알아?”

 

 

엄마는 숟가락을 놓쳤다.

 

 

“뭐라고?”

 

 

“애쉬와 더스트. 알아?”

 

 

“대체 그걸 어디서 들었니?”

 

 

“왜 그렇게 창백해?”

  

“말해!”

  

세하는 깜짝 놀랐다. 괜히 물어본 것 같았다. 세하는 엄마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붙임성 좋고 아무리 심각한 일이라도 웃으면서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걸.

  

하지만 지금의 엄마는 낯설었다. 이름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만났어. 작전 중에.”

  

“세상에…….말도 안 돼. 왜 하필 너에게…….”

  

엄마는 일어서더니 잠시 몸을 가누지 못 했다. 그리고는 안방으로 가더니 하나의 봉투를 가져왔다. 세하는 비슷한 걸 본 기억이 있었다. 검은 양으로 파견되기 전 전투방식을 배워두라면서 사건 기록을 보여준 적이 있었기에.

  

하지만 지금 가져온 건 붉은색 봉투였다. 세하가 전에 물어봤을 때는 기밀이라면서 절대 보여주지 않았고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파일이었다.

  

“애쉬와 더스트…… 난 그 아이들을 알아.”

  

“만난 적 있어?”

  

“당연하지……. 내가 그 아이들하고 처음으로 싸웠는걸.”

  

▶♤♠◀

  

싸웠다고? 언제?

 

 

차원 전쟁이 거의 막바지에 들었을 때였지. 엄마는 하나의 사건을 맡게 되었단다.

  

사건?

  

하나의 폭발 사건이었어. 한 연구원이 휘말린 사건이었지. 사실 그렇게 위험한 사건이 아니었어.

  

연구원?

  

칼바크 턱스. 애쉬와 더스트를 알면 그 사람도 알고 있겠구나.

  

알지…….

  

난 그 사람을 구하는 임무를 맡았어.

  

2012년 7월 12일

  

[모든 특경대, 모든 특경대는 수신하라, 신서울 외각 쪽에서 정체불명의 폭발이 감지되었다. 수색조를 파견중이다.]

 

 

[델타 6-1 거기로 가는 중이다. 용의자는 확인 되었나?]

  

[용의자는 칼바크 턱스로 판명되었다. 반복한다. 용의자는 칼바크 턱스다. 현재 부상을 입은 상태로 있을 가능성이 있다.]

  

신 서울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건 언제나 아름다웠다. 세연은 항상 시간이 남았을 때마다 전망대 위에 올라가 풍경을 보고는 했다.

  

[듣고 있나? 세연.]

  

“듣고 있어. 또 소란스러워 진 것 같네?”

  

[설마 또 게임기를 돌리고 있나? 어른이 된 만큼 끊지 그래?]

  

“우리 아들을 이기기 전까지는 그만 못 두지.”

  

[그럼 집으로 가지 그러나? 이제 곧 아들 생일이지 않나.]

  

“일은 해야지 데이비드. 네가 항상 말했잖아.”

  

[무리하라고는 하지 않았네만. 자동차라도 하나 보내줄까?]

  

“됐어. 풍경이나 보면서 갈게.”

  

세연은 몇 발자국 물러 난 다음 곧바로 공중으로 점프했다. 그녀의 사이킥 무브는 어마어마한 위상력과 비례했다. 한번 점프하면 못 가는 곳이 없었다. 게다가 등에 달린 망토로(슈퍼맨 같다고 아들이 직접 달아준 거였다.) 활공과 착지도 수월했다.

  

[그거 기억하나? 얼마 전에 시민에게 민원 들어온 거 말이야.]

  

“한 아이가 나보고 귀신같다고 한 거?”

  

[한번쯤은 알록달록한 옷 좀 입어** 그러나.]

  

“난 블랙이 좋아.”

  

[너의 취향은 정말 못 알아주겠군.]

  

“폭발이 있었던 곳은 어디야?”

  

[뒷산 쪽이네. 내비게이션에 입력해뒀다네]

  

“언제나 수고가 많네.”

  

[밤낮으로 싸우는 너보단 낫지. J도 그렇게 열심히 하지는 않았는데.]

  

“아, 맞다. 은퇴식이 있었지? 이 일이 끝나면 한번 참석은 생각해봐야겠어.”

  

[먼저 아들의 생일부터 챙기는 게 어때?]

  

“흠.”

  

뒷산이 보이자마자 세연은 망토를 접었다. 한 고목의 나뭇가지에 착지한 그녀의 모습은 정말 귀신을 연상케 했다. 저 멀리에서 폭발의 흔적이 보였다. 밤인지라 폭발로 붙은 화재가 멀리서도 보였다.

  

“칼바크가 저기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아?”

  

[저번에 그 사람 연설 기억하나?]

  

“차원문 어쩌구 한 거? 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어. 복잡하고 어렵고 나 그런 거 싫어하는 거 잘 알잖아.”

  

[그거랑 관련이 있는 걸로 보이네. 조심해, 이번 일로 칼바크가 무슨 일을 벌였는지 모르니까.]

  

“아, 그런 말 좀 안 하면 안 될까? 클리셰 같잖아.”

  

[대체 클리셰가 뭐냐? 군사용어인가?]

  

“관두자.”

  

세연은 아래를 보았다. 산으로 들어가기 전 이미 많은 특경대 차량을 보았다. 이미 특경대가 안에 있다는 뜻이었다.

 

 

나뭇가지에서 내려오는 순간 특경대가 보였다. 아니 특경단원이었다. 홀로 어디론가 도망치는 모습이었다.

  

“저건?”

  

스캐빈저였다. 어째서 이곳에 C급이 있는 건지 생각해볼 시간이 없었다. 중요한 건 특경단원이 쫒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경대가 어떻게 됐는지는 안 봐도 뻔했다.

  

세연은 부메랑 두 개를 손에 쥐었다. 작은 칼처럼 생긴 부메랑은 스캐빈저를 향해 호를 그리며 날아 들어갔다. 동시에 세연은 스캐빈저를 향해 고속 낙하했다.

  

부메랑이 스캐빈저에게 부딪치는 순간 스캐빈저는 잠시 흐트러졌다. 작은 부메랑이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위상력은 어마어마해 충격은 컸다. 그 흐트러짐을 놓치지 않고 세연은 발을 모아 스캐빈저를 차버렸다.

  

특경단원은 순간 다른 차원종이 나타난 줄 알고 놀라 넘어져버렸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고맙습니다! 당신에게 도움을 받을 줄은 몰랐지 말입니다!”

  

“다른 특경 단원은 어떻게 됐지?”

  

“모르겠지 말입니다! 갑자기 한 명이 미쳐 날뛰기 시작하더니만 다 같이 서로를 공격하다 차원종까지 나타나는 바람에…….”

  

“서로를 공격했다고?”

  

“아무래도 세뇌 같았지 말입니다. 현장에 가서 제 동료들도 구해주심 안되겠습니까?”

  

“그러려고 했어. 당신은 이 산을 내려가.”

  

특경 단원은 경례를 한번 하고는 등을 보이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세연은 사태가 심각해지는 걸 느꼈다.

 

 

“데이비드, 혹시 칼바크가 최면술을 쓸 줄 알던가?”

 

 

[장난하나? 그 사람은 비 위상력자라고 독자적으로 최면을 배웠다면 모를까.]

 

 

“왠지 이거 나쁘게 돌아가는데. 그러니까 그 말을 하지 말래도.”

 

 

[내 탓으로 돌리지는 말라고. 칼바크 턱스의 신상 정보를 보았는데 아무래도 갖가지 종교를 믿는 것 같군. 하지만 그런 믿음가지고 사람을 조종할 수 있을까?]

 

 

“그러지는 않을 걸. 그런 사람들은 항상 문 앞에서 대기만하는 족속들이라고. 항상 아들이랑 게임할 때마다 방해를 한다니까.”

 

 

[이봐, 이런 이야기는 칼바크를 체포하고 하서 하자고.]

 

 

“그럴까.”

  

▶♤♠◀

  

산 속에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연구소는 이미 제 구실을 하기 힘들어보였다. 세연은 데이비드 말에 따라 초기 진화를 하고 있었다. 불이 산에 붙으면 모든 배상은 유니온이 해야 한다면서.

 

 

초기 진화를 끝내고 연구소 주변을 둘러보았다. 연구소 안은 완전히 망가져 있었고 주변에는 괴상한 물질과 알 수 없는 물건들의 파편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 이건 칼바크 혼자서 낸 일이 아니야.”

  

[그렇게 보이나?]

  

“칼바크는 보이지 않고, 후에 온 특경대는 서로를 공격하다 자멸했어. 그것만으로 설명이 되잖아?”

  

[한번 조사해** 그래. 얼마 전에 준 조사장비 가지고 있지 않나?]

  

“해볼 참이야.”

  

세연은 한 선글라스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겉으로 보면 그냥 멋쟁이용 선글라스 같았지만 안을 보면 말이 달라진다. 클로저들이 사용하는 모든 조사장비를 안에 집어넣은 특수 선글라스였다.

  

선글라스를 끼자 현장이 훤히 보였다. 엑스레이 단면을 보듯 건물 안과 발자국들이 한눈에 보였다.

  

먼저 연구소로 이어지는 다섯 명 분의 발자국. 이건 특경대의 발자국이었다. 발자국의 흐트러짐으로 보아 조종당하기 시작한 건 연구소 안이었다.

  

폭발의 시초였던 연구소 안. 이곳에 칼바크 턱스가 있었다.

  

구석 자리에 있는 책상 밑에는 칼바크의 머리카락과 함께 찢어진 옷자락이 있었다. 무언가 에게 숨으려고 했다.

  

왜 숨었지? 특경대가 무서워서? 그럴 거면 책상 말고 다른 곳에 숨었을 텐데. 뭔가 긴박했던 모양이었다.

  

폭발의 시초였던 기계가 있는 책상은 그을림과 함께 부서져 있었다. 그때, 선글라스가 무언가를 잡아냈다.

  

두 명의 위상력 흔적과 발자국. 세연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선글라스를 몇 번 쳐보기도 했다. 발자국은 어른 것이 아니었다. 길게 잡아야 18살 정도였다. 하지만 나타난 위상력은 세연과 맞먹을 것 같았다.

  

어째서 현장에 어린아이 흔적이 있는 거지?

  

이때 특경대가 안으로 들어 왔다. 이 둘은 특경대를 세뇌시켜 서로 자멸하게 만들었다. 나타난 위상력을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왜 직접 죽이지 않았던 걸까? 그건 알 수 없었다. 이 상황을 즐겼을지도 모른다. 그 후 이 둘은 상황이 끝난 걸로 알았지만 아직 한 명이 남아 있다는 걸 몰랐다.

  

칼바크 턱스. 발자국의 흐트러짐으로 보아 둘 중 한명이 칼바크에게 습격당했다. 하지만 사라진 건 오히려 칼바크의 흔적이었다.

  

칼바크 턱스가 진 것이다. 그것도 어린아이 두 명에게. 그러고 나서 그 둘의 위상력은 하늘로 사라졌다. 사이킥 무브를 쓴 것 같았다.

  

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었던 걸까? 칼바크 턱스를 인질로 잡고 어디로 향한 거지? 그가 꼭 필요했던 걸까? 왜 다른 특경 대원처럼 죽이지 않았던 걸까?

  

“유니온 연구소…….”

  

칼바크 턱스 개인 연구소. 비록 지금은 주인이 퇴출당해 버려져있지만 아직 남아 있었다. 칼바크 턱스가 이루어낸 차원문에 대한 정보와 발명은 유용했기 때문에…….

  

그 안으로 들어가려면 A급 공무원에 보안 카드, 또는 칼바크 턱스만이 알고 있는 비밀번호가 필요했다. 그래서 칼바크를 살려둔 것이었다.

  

이 둘이 향한 곳은 칼바크 턱스의 개인 연구소였다.

  

“데이비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위상력 보여?”

  

[흠, 이렇게 강한 위상력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군. 차원종인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둘이 칼바크를 인질로 잡았어.”

  

[칼바크가 능력을 가졌을 거라는 예상은 성립이 안 되는 건가? 워낙 기괴한 기계를 만들어서 말이지.]

  

“이미 두 사람의 흔적을 발견했어. 칼바크가 이미 누군가를 소환해냈어.”

  

[소환이라…… 너 다운 표현법이군.]

  

“난 진지한데.”

  

[으음, 미안하군. 하지만 긴장 말게. 너는 어떤 괴물이라도 상대했잖나.]

  

“그래, 히어로는 지면 안 되지.”

  

세연은 사이킥 무브를 쓰면서 내심 불안해졌다. 세하에게 먼저 연락을 돌려야할까? 오늘 안에 돌아오지 못할 지도 모르니 먼저 자라고…….

  

▶♤♠◀

  

유니온 연구소는 평범해보였다. 하지만 세연은 속지 않았다. 연구소 안에는 이미 강한 위상력이 차 있었다. 선글라스를 끼지 않아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입구 안으로 들어서자 위상력은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복도를 깊숙이 들어가자 연구원이 한 명 있었다.

  

“계속 내 앞에 있어……계속 날 할퀴고 있어……난 원하지도 않는데 계속 원하게 돼!”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세연은 그 연구원의 목을 약하게 쳐 기절시켰다.

  

“이래서 야근을 없애야 한다니까.”

  

[난장판이군. 특경대에게 연락을 할까?]

  

“안 돼, 그랬다간 희생자가 더 많이 발생할 걸. 이건 내가 끝내야 해.”

  

[무리하지는 말라고, 위험하면 곧바로 연락할 테니까 알아두고.]

  

“그럴 필요는 없어.”

  

[계획이라도 있는 거야?]

  

세연은 연구소까지 오면서 계획이라는 걸 세워보려고도 했었다. 상대는 두 명. 위상력이 얼마나 강할지 상상하지도 못 하고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지도 몰랐다. 그래서 결국…….

  

“정문으로 갈 거야.”

  

[너답다.]

  

복도를 가면 갈수록 방금 보았던 연구원처럼 이상해진 사람들이 많아졌다. 세연이 이들을 모두 기절시킨 다음 위치를 데이비드에게 알렸다. 좋은 정신과 의사를 찾으면 적어도 일상으로는 돌아갈 수는 있을 거다.

  

칼바크 턱스의 개인 연구실을 찾는 건 쉬웠다. 위상력만 따라가면 그만이었으니까. 손에는 이미 나이프가 쥐어져 있었고 선글라스는 끼고 있었다. 이걸로 기습에는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었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앞에는…….

  

“응?”

  

과자를 먹고 있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세연은 순간 상황을 파악하는데 애를 먹었다. 남자아이는 입에 붙은 부스러기를 치운 다음 과자봉지를 던져버렸다.

  

“뭐야, 아직 인간이 남아있었나?”

  

“넌 누구야. 왜 여기에 있지?”

  

“‘넌’이라고 말해주지 말아줘

  

‘너희’라고.

  

세연은 곧바로 반응했다. 옆에서 습격해오는 공격. 준비해둔 나이프로 공격을 저 멀리 튕겨버리고는 습격자를 남자아이 쪽으로 밀어버렸다.

  

“아야, 아파라. 넌 초면에 그렇게 거칠게 하고 싶니?”

  

이번에는 여자아이였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둘 다 흰색 머리를 하고 있었고 인간이라고 생각 할 수 없는 깨끗한 피부와 보라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눈 주변에는 날카로운 화장, 그리고 천이 길게 늘어져 있는 특유의 복장까지.

  

남자아이는 세연을 보았다.

  

“더스트……저 위상력을 봐. 다른 사람과는 완전히 달라.”

  

“그러게, 하지만 난 마음에 안 들어. 확 찢어버리고 싶다.”

  

“난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버렸어. 더스트. 아무래도 난 저 여자를 가져야겠어.”

  

“그래? 어쩔 수 없네. 오랜만에 우리 애쉬를 위해서 힘 좀 써 볼까나?”

  

세연은 둘이 습격하는 동시에 뒤로 점프했다. 그리고 권총을 꺼내더니 그 둘 사이로 발사했다. 총알이 바닥에 박히는 걸 둘은 보았다.

  

“꺄아! 자기 무기도 제대로 못 다루는 거야? 김빠지잖아?”

  

“한번 가까이에서 보시지.”

  

둘은 뒤로 돌아 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총알은 한 번 더 터졌다. 수많은 와이어들. 그것은 그 둘을 잠시 동안 묶는 데는 충분했다. 세연은 나이프를 던져 그 둘에게 꽂아 넣었다.

  

하지만 둘은 데미지가 전혀 없는 것 같았고 무심하게 보면서 와이어를 푸는 동시에 가슴에 박힌 나이프를 뽑아냈다.

  

“잔재주 부리기는……만약 내 손에 들어오면 우선 그 빈약한 가슴부터 찢어버릴 테야.”

  

“하지만 누나…… 우리에게 칼을 꽂을 정도로 교묘한 움직임이었어. 그리고 빨랐고, 그건 칭찬해줄만 하잖아?”

  

세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나라니? 저 둘이 남매란 말이야?

  

“확실히 우리 애쉬가 반할 만 하구나. 비록 취향은 아니지만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해.”

  

세연은 고개를 저었다. 의문을 품을 때가 아니었다.

  

“칼바크 턱스는 어디에 있지?”

  

“어머, 칼바크 턱스라면 그 남자 아니야? 애쉬.”

  

“왠지 오늘 밤은 그 사람을 찾는 인간이 많군. 걱정 말라고, 여기에 있으니까.”

  

애쉬는 의자에 묶여 있는 칼바크를 세연에게 보여주었다. 더스트는 칼바크 입에 붙어 있는 테이프를 때어냈다.

  

“이 **놈들! 이 일을 저지르고 유니온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너희들은 죽은 모습이야! 죽었다고!”

  

“칼바크씨! 그렇게 도발하시면…….”

  

이미 늦었다. 더스트는 이미 손톱을 세우고 있었다.

  

“어디서……인형 주제……말을……그렇게 거칠게 해!!!!”

  

“아아아아악!!!”

  

더스트의 손톱이 칼바크의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세연이 막으려고 했지만 애쉬가 손가락으로 총 모습을 만들더니 검지에서 불꽃이 나왔다.

  

“미안하군. 우리 누나가 원래 이런 스타일이라서 말이야. 놀랬다면 사과하지.”

  

또다, 또 애쉬는 더스트를 누나라고 불렀다. 세연은 물었다.

  

“너희들……대체 어디서 온 놈들이야.”

  

“미안하지만 그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겠군. 하지만 우리가 너희 인간에게 적대적인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라는 것쯤은 밝혀두지.”

  

“차원종? 너희들이 차원종이라고?”

  

더스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차원종? 작명 센스 정말 없다.”

  

“인간계에서는 우리를 그렇게 부르는 것 같군. 확실히 더럽고 의미 없는 이름이야.”

  

“다음에는 우리를 ‘이름 없는 군단’으로 부르란 말이야. 알았어?”

  

“그딴 건 상관없어. 난 칼바크를 돌려받으러 온 것뿐이야.”

  

애쉬는 후후 웃었다.

 

 

“그렇게는 안 돼지. 칼바크 턱스는 의외로 우리의 정보를 많이 알고 있어. 이런 인간을 돌려주는 건 손해가 너무 클 것 같아서 말이야.”

  

더스트는 칼바크를 끌어안았다.

  

“게다가 난 이 사람이 취향이란 말이야. 그러니 못 줘. 돌아가.”

  

“못 준다면 힘을 써서라도 뺏을 테다.”

  

세연의 나이프가 빛나자 더스트도 손톱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애쉬는 그 둘을 막아세웠다.

  

그때였다. 창문에 많은 사이렌 불빛이 보였다. 애쉬와 더스트가 바깥을 보자 수많은 특경대 대원들이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모든 코어를 버리고 정문으로 천천히 나와라!!”

  

애쉬가 고개를 저었다.

 

 

“이거, 실망인 걸?”

 

 

“데이비드…….”

 

 

“하지만 이렇다고 널 포기한 건 아니야. 곧 다시 보자고.”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재미는 있었어. 바이바이~.”

 

 

애쉬와 더스트 뒤에 붉은색에 별 모양 포탈이 열리더니 더스트가 칼바크를 먼저 발로 차 보낸 다음 둘이 사이좋게 손을 잡더니 포탈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

  

세연은 특경대에게 약간의 심문을 받고 풀려났다. 그리고 유니온에게 보고를 했지만 ** 소리라면서 은퇴할 시기가 왔다고 꾸중만 놓을 뿐이었다.

  

하지만 세연은 아직도 생생했다. 애쉬와 더스트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

  

“당신이 이렇게 약속을 쉽게 어기는 줄 몰랐어. 데이비드 리.”

  

[미안하군, 하지만 난 네가 죽기 바라지 않아.]

  

“누가 죽는다고 그래.”

  

[그래, 저번에 죽었던 요원도 그렇게 말했지. 근데 그거 아나? 그 사람도 자네와 같은 한 여자아이가 있었다고! 지금은 고아가 돼서 클로져 조기양성에 쳐 박혀갔다고! 알아?!]

  

“진정해. 나도 모르는 게 아니야.”

  

[모르긴. 이봐, 네가 죽으면 이세하는 고아가 될 거라고. 지금 자기의 아버지도 죽은 마당에 너까지 잃으면 어떻게 되겠어? 유

니온이 그 아이를 보살펴 줄 거라고 생각하나?]

  

세연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럼 이제 이 일에서 빠져. 정예 클로져 요원들이 나서서 해결할 거야. 이제 집으로 가라. 세하는 지금도 너를 기다리고 있다고.]

  

세연도 세하가 보고 싶었다. 특히 이런 상황이 있고 난 후에는 더욱 더. 이미 손에는 더스트의 공격을 막으면서 생긴 상처가 있었고 몸도 정신도 힘든 상태였다. 차원 전쟁에 나섰을 때도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오히려 이 상황보다 전쟁이 나았다.

 

 

하지만 세연은 말했다.

 

 

“데이비드, 내 소원이 뭔지 알아?”

 

 

[뭔데?]

 

 

“아무 일도 없는 세상에서 세하랑 같이 게임하는 거야. 장르는 대전 액션으로. 그리고 내가 자주 쓰는 캐릭터로 이기는 거야. 전기를 사용하는 캐릭터인데 피니시 기술은 심장에 직접 쇼크를 줘서 펑! KO시키는 거지.”

 

 

[갑자기 그런 이야기는 왜 하는 거지?]

 

 

“애쉬와 더스트는 지금까지 나왔던 차원종과는 달라. 만약 이 둘이 바깥으로 나온다면 어떻게 되겠어.”

 

 

[이 세상은 종말을 고하겠지. 하지만 막을 거야.]

 

 

“아니, 그 둘은 어떻게든 다시 돌아올 거야. 다시, 또 다시. 지금의 차원종이 그랬듯이.”

 

 

[…….]

 

 

세연은 말했다.

 

 

“세하가 커서 그런 괴물을 다시 보게 할 수 없어. 우리 시대에서 끝내야 돼. 반드시.”

 

 

[……하아 알겠네. 하지만 간다면 특경대와 같이 가야돼. 이것이 조건이야.]

 

 

“글쎄, 과연 할 수 있는 게 있을까나?”

 

 

[‘위상 반전탄’을 써보자고 원래는 최고 비상령에 쓰이는 게다가 가격이 한발에 무려 위상 관통탄의 10배지만…….]

 

 

“얼씨구.”

 

 

[지금 그런 거 따질 여력이 없잖아. 안 그래?]

 

 

“그래, 돈 아껴봤자 뭐에 쓰니.”

 

 

[이제…….]

 

 

잠시 무전기가 먹통이 되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온 도시가 정전이 되면서 세계가 깜깜해졌다. 세연은 몸에 정전기가 도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전자펄스인가?

 

 

전기는 다시 돌아왔고 무전기도 돌아왔다.

 

 

“무슨 일이야?”

 

 

[추적중이다…… 이런 일 났군. 바로 가야겠는걸!]

 

 

“애쉬와 더스트야?”

 

 

[위치는 시간의 광장 근처에 있는 고급호텔이군. 먼저 갈건가?]

 

 

세연은 이미 사이킥 무브로 날아간 참이었다.

 

 

[뻔한 걸 물어봤나. 나도 참 주책없군.]

 

 

▶♤♠◀

 

텔이 보이자마자 강한 위상력이 느껴졌다. 애쉬와 더스트가 확실했다. 하지만 또 다른 느낌이 있었는데 몸이 반응할 정도로 느껴지는 강한 정전기였다.

 

 

지금까지 많은 차원종을 상대했던 세연인지라 상황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호텔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데이비드, 내 말 들려?”

 

 

무전기도 먹통이었다. 하지만 이미 호텔 밑층에는 특경대가 깔려있었다. 이걸로 애쉬와 더스트는 포위됐다. 세연은 창문을 깨고 중간층으로 진입했다.

  

세연은 우선 정전기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무전을 복구시켜야 효율적으로 애쉬와 더스트를 몰아세울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감각만으로 정전기를 따라가는 데는 애를 좀 먹었지만 근원지는 찾을 수 있었다. 정전기는 대형 식당에서부터 이어져왔다. 식당 문을 열자 굳게 서 있는 남자가 한 명 있었다.

 

 

“칼바크씨?”

 

 

칼바크 턱스였다. 하지만 연구복이었던 복장이 어느 새 양복으로 바뀌었고 얼굴에 있는 상처는 붕대로 감아놓은 상태였다.

 

 

“오, 왔군. 이야기는 이미 들었지.”

 

 

“무사하셨군요. 특경대가 밑에 있으니 대피하세요.”

 

 

칼바크 턱스는 머리를 부여잡고 웃었다.

 

 

“크후훗, 미안하지만 거절하지.”

 

 

세연은 순간이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칼바크 턱스에게 정전기가 이어져 있다는 것을.

 

 

“칼바크씨.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일이라니. 당치도 않은 소리군. 잠깐 사이에 나는 깨달음을 얻었네.”

 

 

“깨달음?”

 

 

“주인님께서 내게 계약을 권하시더군. 처음에는 무섭고 떨렸지만 겪고 나니 그럴 필요가 없어지더군.”

 

 

“애쉬와 더스트에게 붙었다는 이야기입니까?”

 

 

“눈치가 빠르군. 주인님은 최대한 너를 막으려고 지시했네. 비록 깨달음을 얻기 전에는 동경의 대상이었지만……너무 원망하지 말게.”

 

 

세연은 칼바크가 전투태세를 갖추자마자 손에 몰래 쥐어두었던 연막탄을 터트렸다. 순식간에 식당 안은 연기로 가득해졌고 연기가 사라진 후에는 세연은 그 자리에 없었다.

 

 

칼바크는 뒤에서 무언가가 날아오는 걸 느끼고 정전기로 튕겨냈다. 나이프 하나가 바닥에 툭 떨어져 꽂혔다.

 

 

“진심으로 나오지 않을 건가?”

 

“난 언제나 진심이지.”

 

나이프 끝에는 와이어가 달려 있었다. 세연이 와이퍼를 끌어당기자 몸은 순식간에 칼바크 근처로 당겨졌다. 그대로 주먹이 칼바크의 안면에 강타했다. 칼바크는 세연을 쫒았지만 이미 사라진 후였다.

 

 

식당 안은 불빛이 적어 주변 곳곳이 어두웠다. 어두운 곳에서 날아오는 나이프. 맞으면 그대로 대미지가 가고 튕겨내면 기습이 들어왔다.

  

칼바크는 전기로 최대한 세연을 맞추려고 했지만 속도가 워낙 빨라 계속 놓치고 말았고 돌아오는 건 등 쪽으로 날아오는 발차기뿐이었다.

  

칼바크는 신음을 흘렸다.

  

“대단하군.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군.”

  

세연은 다시 한 번 기습을 시도했다. 하지만 칼바크는 방어태세를 갖추지 않고 양손을 모았다.

  

“새여……떨어져라!!!”

  

칼바크가 양 팔을 펼치는 순간 강한 전자펄스가 주변을 맴돌았다. 세연은 방향을 바꾸려고 했지만 이미 몸은 날아가고 있었고 그대로 전자펄스를 받고 말았다.

  

“너를 처치하면 주인님은 내게 더 큰 공을 내리시겠지. 너무 탓하지는 말게.”

  

“탓하긴…….”

  

세연은 그대로 그 동안 박힌 칼에 연결 된 수많은 와이어를 힘껏 당겼다. 그대로 칼들이 돌아오면서 칼바크를 지나쳤다. 와이어는 당겨지면서 칼바크의 손과 발, 몸통을 철저하게 묶어댔다. 게다가 와이어는 방금 전 칼바크가 쏜 전자펄스 때문에 전기가 맴돌고 있었다.

  

칼바크는 움직일 수 없었고 세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대로 어퍼컷. 망토가 힘껏 펄럭이면서 칼바크의 턱에 주먹이 힘껏 강타했다.

  

세연은 망토를 정리했다.

  

“기술 쓰는 법을 너무 모르잖아. 그러면 바로 카운터 맞고 KO라고.”

  

[무전이 돌아오자마자 하는 소리가 그거라니. 정말 너답군.]

  

“어머, 듣고 있었어?”

  

[그럴 시간이 없다고, 애쉬와 더스트는 옥상에 있어. 이미 특경대가 주변을 포위했어. 빨리 가보는 게 어때.]

  

“남은 특경대가 있으면 여기에 있는 칼바크부터 체포하라고 해. 내가 잡았어.”

  

[그는 무사한가?]

  

“내가 보기에는……. 하지만 이제 인간이 아닌 것 같았어. 그 둘과 무슨 계약 같은 걸 했어.”

  

[계약? **,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군.]

  

“나도 그래.”

  

세연은 식당의 창문을 통해 옥상을 보았다. 밤은 깜깜했지만 고요하기만 했다. 이제 저 옥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판에.

  

“직접 물어보면 알겠지.”

  

▶♤♠◀

 

 

하루 동안 이렇게 많은 사이킥 무브를 쓴 적이 없었다. 체력적으로 지쳐있었고 정신도 끝부분을 잡고 있었다.

 

 

세연은 옥상에 사뿐히 착지했다.

 

 

애쉬와 더스트가 그곳에 있었다. 옥상에 감도는 강한 바람과 함께 애쉬의 천이, 더스트의 치맛자락이 흔들렸다.

 

 

“꽤나 일찍도 왔군. 기다리고 있었어.”

 

 

“뭐야? 칼바크를 벌써 처리한 거야? 기대는 안했지만 이건 심한걸.”

 

 

세연은 바람에 흔들리는 망토를 바로잡았다.

 

 

“이제 너희들의 장난은 끝났어.”

 

 

“누나, 봤어? 정말 완벽해. 완벽한 위상력과 파워야……나와 섞이면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해.”

 

 

세연은 공격 태세를 갖췄지만 애쉬는 거두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우리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어때?”

 

 

“허튼 수작 부리지마. 이미 특경대가 와있다고. 너희들은 도망칠 수 없어. 만일 도망쳐도 내가 끝까지 추적할 거야. 추적해서 몇 년이 걸린다고 해도 너희를 끝낼 거야.”

 

 

“하하하……그렇게 나와야 우리도 재미있어지지. 그럼 한번 놀아볼까?”

 

 

애쉬와 더스트는 손을 권총 모양으로 만들더니 세연을 향했다. 그대로 불꽃을 내뿜기 시작했지만 세연은 재빠른 몸놀림으로 모두 피해냈다.

  

그리고 애쉬와 더스트 사이로 뛰어들었다. 애쉬를 향해 발 걸기를 시도했고 먹혀들자 바로 팔꿈치로 가슴을 내려찍었다. 애쉬가 주춤하는 사이 더스트가 공격하려고 했지만 바로 팔을 잡아 막은 다음 그대로 바닥에 내팽개쳤다.

  

애쉬와 더스트는 뒤로 물러났다.

  

“정말 대단해……우리 둘이 붙었는데도 이렇게 강하다니.”

  

“그래, 실력은 인정해주겠어. 나도 이제 너에게 흥미가 가는 걸?”

  

세연은 끝내려고 했다. 모든 위상력을 한 나이프에 담아냈다. 애쉬와 더스트는 순간 기세에 눌리는 것을 느꼈고 방어태세를 취했다. 푸른빛으로 빛나는 나이프는 그대로 애쉬와 더스트에게 던져졌다.

  

나이프는 주변에 있는 바람을 일그러트리면서 날아갔다. 애쉬와 더스트는 힘을 합쳐 나이프를 막아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애쉬와 더스트는 날아갔고 세연은 그 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본 애쉬는 환호를 질렀다.

  

“멋져……아주 멋져……이렇게 갖고 싶은 인간이 있다니.”

  

“포기해! 다 끝났어.”

  

“아직 이야……우리를 막기 전에는 그만두지 않는다고 했지? 우리도 이제 널 갖기 전에는 멈추지 않을 거야.”

  

애쉬와 더스트는 손을 다시 총 모양으로 만들다가 이상함을 느끼자 하늘을 보았다. 세연도 보자 하늘은 푸른빛으로 감돌고 있었다.

  

“위상 반전탄…….”

  

“또 무슨 술책을 부린 건가?”

  

그때였다. 허공을 울리는 총소리. 세연은 그 소리를 알았다. 위상 관통탄의 총성이었다. 그것도 대구경. A급 이상도 먹히는 대구경 위상 관통탄이었다.

  

그 탄은 애쉬에게로 향했다.

  

“애쉬!!!!”

  

탄에 맞자마자 애쉬는 쓰러졌다. 위상 반전탄에 효과와 함께 방심한 틈을 타 들어온 탄을 방어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데미지는 확실하게 들어가 버렸다.

  

“괜찮아 애쉬? 버틸 만 해?”

  

쓰러진 애쉬를 향해 더스트는 몇 번이나 절규해댔다. 그 모습을 본 세연은 중얼거렸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모든 코어를 버려라! 반복한다, 모든 코어를 버려라!”

  

특경대의 헬기였다. 강한 라이트는 애쉬와 더스트를 향하고 있었다. 어느 새 헬기는 주변을 빈틈없이 메우고 있었고 중기관총을 무장으로 달고 있었다.

  

그때였다. 순간 엄청난 위상력이 근처에서 느껴졌다.

  

더스트였다.

  

“헬기 후퇴시켜 데이비드!”

  

“용서 못 해!!!”

  

더스트는 헬기를 향해 불꽃을 내뿜었다. 세연에게 날렸던 불꽃하고는 차원이 다른 파괴력이었다. 헬기 하나가 파괴되자 주변에 헬기도 영향을 받아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나 둘 씩 추락하는 도중 방향을 잃은 헬기가 옥상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더스트와 세연은 몸을 피했지만 애쉬는 미처 그러지 못했다.

  

헬기는 폭발했다. 폭발 폭풍과 함께 애쉬의 몸이 붕 떴고 그대로 옥상 밑으로 추락했다.

  

“애쉬!!!”

  

더스트는 그대로 애쉬를 향해 몸을 던졌다. 손을 뻗었고 애쉬도 흐린 눈빛으로 손을 뻗었다. 손이 닿지 않자 더스트는 힘껏 손을 더 뻗었지만 닿지 않았다. 어린아이 팔 길이로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하지만 어른은 달랐다.

  

세연은 애쉬를 잡았다.

  

“꽉 잡아!”

  

세연은 애쉬와 더스트를 끌어안았고 허공을 향해 나이프를 날렸다. 나이프는 창문에 걸렸고 와이어는 세연과 연결되어 있었다. 속도가 줄긴 했지만 그 뒤가 문제였다. 반동을 생각하지 못 한지라 몸은 건물 외벽으로 향했다.

  

“안 돼 안 돼 안 돼!”

  

그대로 부딪쳐버리고는 와이어도 놓쳐버렸다. 땅으로 추락했지만 그때는 이미 속도가 느려진 상태에다가 거리도 멀지 않았다. 하지만 충격은 확실했다.

  

세연은 일어나자마자 애쉬를 확인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느껴지는 위상력이 너무나도 약해져 있었다.

  

“애쉬! 일어나봐! 제발…….”

  

더스트가 애쉬를 흔들어보았지만 일어나지 않았다. 세연도 애쉬를 살펴보았다. 단지 기절한 것뿐이었지만 데미지가 너무 컸다. 위상 반전탄과 관통탄을 동시에 맞은 것이 원인이었다.

  

세연은 머리를 굴렸다. 무슨 방법이 있을 텐데…….

  

“아무 일도 없는 세상에서 세하랑 같이 게임하는 거야. 장르는 대전 액션으로. 그리고 내가 자주 쓰는 캐릭터로 이기는 거야. 전기를 사용하는 캐릭터인데 피니시 기술은 심장에 직접 쇼크를 줘서 펑! KO시키는 거지.”

  

“누나, 봤어? 정말 완벽해. 완벽한 위상력과 파워야……나와 섞이면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해.”

 

 

세연은 생각을 끝마쳤다. 양 손에 위상력을 집중시키자 손 전체에 푸른빛이 감돌았다. 애쉬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더스트가 애쉬를 끌어안으면서 외쳤다.

  

“저리 가! 더 이상 오지 마!”

  

“지금 애쉬는 위상력이 너무 약해져있어. 이대로라면 몸 안에 남아있는 데미지가 그대로 들어갈 거야.”

  

“뭐?”

  

“내가 알아서 할게. 물러나 있어.”

  

세연은 애쉬 앞에 자리 잡았지만 망설여졌다. 대체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지금 차원종과 협력하는 건가? 오, 세상에 이게 만약 알려지면 공공의 적이 될 게 뻔할텐데.

  

하지만 세연은 이미 진심이었다. 애쉬에게 위상력을 불어넣자 주변 공기가 잠시 요동쳤다. 동시에 세연은 이제까지 느껴** 못 한 고통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쌓인 데미지가 돌아오고 있었다.

  

애쉬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한 방 더 불어넣었다. 그럴 때마다 고통이 느껴졌지만 세연은 일어날 때까지 위상력을 불어넣었다. 더스트는 그 광경을 손톱을 물어뜯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몇 번 하자 애쉬는 급한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애쉬! 괜찮아?”

  

“으……응. 어떻게 된 거야?”

  

정신 차린 애쉬는 곧 세연이 쓰러져 있는 걸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서 느껴지는 위상력. 곧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차렸다.

  

“너……대체 뭐야? 왜 나를 구한 거야?”

  

애쉬는 검지를 쓰러진 세연의 이마에 대면서 말했다.

  

“오해하는 것 같아서 말해 주지. 난 너를 유린하고 죽일 거였어! 그리고 우리 누나에게 던져서 한 조각도 남김없이 찢을 계획이었다고! 몸 안에 있는 위상력도, 영혼도 무참하게 말이야!”

  

“그러겠지.”

  

“근데 왜 나를 구한 거야? 그렇게 자기를 몰아세울 정도로 가치가 있었던 건가?”

  

“그 전에 나도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

  

세연은 애쉬와 더스트에게 물었다.

  

“너희들 대체 어떻게 남매 사이를 알지?”

  

“뭐?”

  

“너희들은 차원종이야. 난 그리고 수많은 차원종을 봐왔어. 모두들 잔혹하고 인간성이라고는 없는 짐승들이었지. 그런데 너희들은 달라. 배고픔도 알고, 쾌락을 느낄 줄도 알고, 화나는 것도 알아. 소중한 사람이 다치면 절규도 할 줄도 알았잖아. 근데 그런 너희들이 정말 차원종이야?”

  

“그래서? 우리는 인간형이야. 우리 차원에는 그런 유형도 많다고.”

  

“훗, 그래. 그럴 수도 있어. 그런데 마지막으로 하나 알려줄까?”

  

“말해봐.”

  

세연은 거의 대자로 누우면서 말했다.

  

“난 언제나 차원종이 끔찍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되는 데로 처단해왔지. 그이도 그런 짐승들에게 잃었고 우리 아들에게도 그런 생물은 **도 못 하게 해. 그런데 이번 일로

  

너희를 순간 인간으로 보게 되었어. 난 그런 건 못 죽이겠어.“

  

애쉬와 더스트는 당분간 아무 말도 없었다. 세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눈을 감았다.

  

“이제 끝이구나. 너희들 마음대로 해. 찢어내든 유린하든 마음대로 해. 각오하고 있어.”

  

“그래, 지금이면 너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애쉬는 손을 거두었다.

  

“관두겠어. 재미도 없고 이러면 보람도 없거든.”

  

“나도 재미없어. 정말 넌 재미없게 만드는 데 소질이 있구나.”

  

애쉬와 더스트는 붉은 빛에 포탈로 들어가면서 마지막으로 세연을 보았다. 누가 보면 길거리에 그대로 죽어버린 줄 알 것 같았다.

  

그런 세연을 보고 애쉬와 더스트는 말했다.

  

“좀 휴가를 가지도록 하지. 오늘은 서로 많이 다친 것 같거든. 게다가 그때가 되면 너도 다시 재미있어지겠지. 언젠간 다시 보자고.”

  

“그때 동안 안녕이다! 흥.”

  

2020년 4월 29일

  

세하는 당분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엄마는 파일을 정리하면서 말했다.

  

“그 사건이 있는 뒤로 엄마는 당분간 현장에 나가지도 못 했어. 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힘들었거든.

  

“혹시 후회하지 않아?”

  

“뭐를?”

  

“애쉬 구해준 거 말이야. 후회해?”

  

엄마는 시선을 저 멀리 허공으로 향했다.

  

“사실, 아직 그때 했던 내 행동이 이해가 가질 않아. 그런데 어쩐지 후회는 느껴지지 않아.”

  

세하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으음……이제 나 나가볼게. 석봉이가 나를 찾는 것 같아.”

  

“그래? 다녀오렴.”

  

세하가 나가는 소리를 듣자 엄마는 베란다의 커튼을 걷어냈다. 평화로운 도시 풍경을 보면서 손등에 난 흉터자국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너희들도 지금 그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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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벤트를 너무 늦게 봤군요... 완성시키기 못 할줄 알았는데 기어코 완성시켰네요. 게임을 하다가 애쉬와 더스트가 세하의 엄마를 아는 것 같아서 무슨 사연이 있을까 싶어 끄적여보았습니다.

 

 엄청 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문제점과 지적할 게 있으시면 댓글로 부탁드려요. 수고하셨습니다!

2024-10-24 22:21:3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