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Before The Story -上-

누리 2014-12-30 0

살짝 깁니다. 시간이 많으신 분들에게 추천













이것은――내가 '알파 원'이라 불리기 전의 이야기.



내가 '혜준'이라 불렸을 때의 이야기.



이것은――우리가 팀 '알파'였을 때의 이야기.













"――간다아아앗! 마무리이이이!"

나는 내 몸에 깃든 무언가의 '힘'을 내가 자주 요리할 때 쓰던 식칼에 담아, 눈 앞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괴물――차원종을 찔렀다.

"나이스, 쭌!"

"좋아! 보스는 쓰려뜨렸으니, 예린이랑 준혁이는 빨리 생존자를 수색해! 아영이는 일로 와서 혜준이의 무기검진을 부탁할게!"

"네!"

"오케이, 맡겨두라고!"

"알았어!"

"이예이!"

리더――이세현의 명령에 짧게 대답하며, 난 거의 망가져버린 검을 아영이라 불린 소녀에게 맡겼다.

"와아, 또 이 지경으로 만든 거예요!? 식칼을 쓸 때부터 예상하긴 했지만……이만큼 파손되면 한 번 수리할 때마다 돈 엄청나게 깨진단 말이에요!"

"어쩔수가 없다구. 지금 내 '위상력'을 버틸 수 있을 만한 무기가 없단 말이야. 차라리 아까처럼 식칼같은 걸 쓸까? 힘이 좀 들긴 해도 튼튼한데."

"말이 돼는 소릴 하세요! 겨우 식칼 하나로 자신의 몸을 지키겠다는 거에요!? 어쨌든, 무기값은 혜준언니 월급에서 빠질 줄 아세욧!"

김아영. 위상력을 받고 나서부터 천부적인 기계에 대한 재능을 깨우친 아이. 실제로, 무기에 대한 해석력은, 우리 팀원 중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기계공을 합해도 탑에 들 수 있다고 본다.나보다 겨우 2살 어린 녀석이지만, 나한테 엄청 곰살맞게 군다. 물론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팀원들에게도 그러는 걸 보면 천성이 그런 거겠지.

"너무해……이번 달, 적자나게 생겼다구……."

"그렇게 무기를 많이 뿌셔먹으니깐 그렇죠! 과자도 아니고!"

아영이의 말대로, 이미 이번 달만 열 번 정도는 고친 것 같다. 한 번 고칠 때마다 월급의 7퍼센트씩 깎아먹으니깐……우울해졌다. 아무리 공무원 취급이라 해도, 너무 비싼 거 아니야……?

"대장! 여기 생존자 두 명 발견! 그쪽으로 보낼게!"

"기다려!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준혁이라 불린 남자가 아직 준비가 덜 된 이세현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사람들을 보낸다.

"좀 천천히 하자고! 뭐가 그렇게 의욕이 넘쳐?"

"하지만! 이것만 끝나면 난 평화로운 휴가를 떠날 수 있다고! 월차 써서 겨우 얻은 행복을 가로막은 게 누군데!"

"너, 지난 번에 한번 빠지고, 술마시러 갔었잖아!"

"그건 그거! 이건 이거! 간만에 빨리 끝내고 가겠다는데, 뭐가 잘못됀거냐, 아앙?!"

"자, 자. 오빠들, 그만들 싸우시고? 곧있으면 해가 질것 같으니깐, 빨리 찾자구요? 쭌! 너도 손 비었으면 와서 리더좀 도와주라!"

잠시 지켜보고 있던 내게 이예린이 말했다.

"알았어. 그럼, 아영아, 부탁할게?"

"우우, 알았다구요."

마지못해 위상력을 꺼내는 아영이를 등지고 이세현의 옆으로 가서 구조준비를 돕는다.

"도와줄 거 있어?"

"아, 혜준아. 마침 잘왔어. 여기, 이 천좀 똑같은 크기로 잘라주라."

"오케이."

난 아까 차원종을 찌른 식칼을 꺼내들었다.

"몇등분?"

"음……일단 5등분."

대답 대신 난 위상력을 담아 식칼을 휘둘렀고, 금방 천을 세로로 5조각 냈다.

"응. 훌륭한데? 차라리 저런 무기보다 식칼을 쓰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음……역시 그렇죠? 다들 그렇게 말하는데, 아영이만 꼭 저렇다니깐."

"아영이 나름대로 네가 걱정되서 그런 거겠지. 자, 슬슬 돌아와!"

이세현은 뒤를 돌아서 생존자 수색에 몰두한 두 사람을 부른다.

"일단 난 한 명 더 찾았어!"

"난 두 명! 곧 보낼게!"

준혁과 예린, 두 사람이 경쟁하듯 사람들을 데리고 걸어온다.

"세현 오빠, 이걸로 끝이에요?"

"뭐, 그런 것 같네. 그나저나 천이 약간 부족한걸……준혁아. 미안하지만 짐좀 들어줄래? 5등분보단 4등분을 할 걸 그랬네."

"뭐, 그정도라면야 맡겨두라고."

"쭌 언니."

어느 순간에 내 등 뒤에 선 아영이가 말을 건낸다.

"무기는 다 고쳤어?"

"네. 어디보자……무지** 차원의 티끌 1kg, 각각 차원의 수정 25개씩 해서 50만원 되시겠습니다~."

"……네가 카드로 긁어가라. 됐냐? 이 사채야?"

"에헤헤, 하지만 저도 먹고 살아야죠~오늘은 그나마 파손이 덜해서 편했어요~."

"어휴……오늘은 굶어야 할지도……."

"자, 철수 준비 끝났어. 거기 두 사람도 뭔가 하나씩 짊어지시지?"

뒤에서 이세현이 제일 무거워보이는 남자를 업으면서 말한다.

"오오, 리더 오빠, 멋있다! 제일 무거운 걸 들고!"

"흥, 저런 녀석보단, 내 능력이 더 도움이 된다고!"

"저런 중증 환자같으니. 그렇게 후배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냐, 이 소아성**야?"

"웃기지 마! 내가 어딜 봐서 소아성**야!"

"흥, 아영이한테 잘 보이고 싶은 거 모를 줄 알아? 시끄럽고 빨리 이것들이나 옮기시지?!"

침고로 아영이의 키는 대략 150cm정도. 그 말을 들은 아영이가 시무룩해졌다.

"예린아, 사람을 물건취급하면 어떻게 해?"

"앗, 실수실수~."

"저거저거, 리더한테 꼬리치는 것 좀 보……아악!"

"흥!"

예린이 신고있는 힐로 준혁의 발을 콱 밟아버렸다. 준혁은 상당히 아픈 듯, 치료용 포션을 신발 위에 뿌렸다.

"그럼, 준혁아. 부탁할게."

"아아, 맡기라구."

준혁의 능력은――한 마디로 말하자면 '부상(浮上)'. 처음에는 한 개가 고작이었지만, 지금은 최대 세 개까지 1톤 이내의 모든 물체를 들어올릴 수 있다.

"으쌰."

준혁은 눈 앞에 상처를 치료하고 나서 붕대로 감은 생존자들 중 무거워보이는 세 명을 들었다. 나는 그 옆에 있는 30대 여성을 들었고, 아영이는 싫다는 표정으로 이번 전투로 챙긴 차원종들의 시체가 담긴 가방을 들었다.

"모두 준비는 끝났지? 그럼 나가자?"

"오케이."

"알겠습니다."

"라저~"

"응."

각인각색의 대답이 끝난 후, 우리는 다 무너져가는 구로역의 백화점에서 철수했다.







"으으~땀차……목욕하고 싶다아아~!"

"조금만 참아. 지금 이세현이 임무 보고하러 갔으니까."

손부터 씻은 후에 방에 들아와 침대에서 기지개를 펴며 말하는 아영이에게 대답해주고, 나는 무기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또, 또 시작이다. 그놈의 무기손질, 그만하면 안돼냐?"

"안돼요. 무기는 제 2의 자신이니까, 소중히 다루지 않으면."

질린 듯이 말을 걸어오는 준혁에게, 나는 눈길을 주지 않고 덤덤하게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쭌 언니는 한 달에 십수개씩 무기를 부러뜨려먹죠."

"……미안하다, 진짜."

"그나저나 세현 오빠는 언제 오려나……."

"지금 오지."

"우왓! 깜짝이야!"

불현듯 말하는 예린의 등 뒤에서 갑자기 세현이 나타났다.

"오빠! 그거 그만하라고 했잖아요! 간떨어지는 줄 알았네!"

예린이 원망스럽다는 눈빛으로 세현을 쳐다본다.

"후후, 갑자기 나를 찾길래. 어쨌든 보고하고 왔어. 우리 말고 다른 팀들은 성수대교로 갔다나 봐. 원래는 우리가 갈 구역이었는데 말이지."

"흠……성수대교요?"

성수대교는 차원종의 공격으로 인해 얼마 남지 않은 멀쩡한 시설물 중 하나다. 그 다리가 있어서 보급을 편하게 할 수 있으니, 아마 엄청나게 중요하게 여기고 있겠지.

"응. 그래서 앞으로 며칠간은 쉴 수 있을 것 같아. 나중에 새로운 임무를 전달할거라나."

"그럼 앞으로 3일 정도는 자유라는 거네요? 쭌 언니! 목욕하러 가요!"

"음……좀 귀찮은데."

어차피 하루 쯤 안씻는다고 해도 죽진 않는다.

"빼지 말구 같이 가요! 예린 언니도!"

"알았어, 알았어. 애도 아니고, 그렇게 굴면 남자한테 인기 없다?"

"남자같은 건 필요 없어요! 난 돈만 있으면 돼!"

이거 참 위험한 가치관인데……딱히 걱정 안 해도 되겠지.

"그럼, 남자들? 우린 목욕하러 갈게요?"

"아아, 갔다 오라구."

"으으, 그 동안 뭐하고 있지……."

웃는 얼굴로 우릴 배웅하는 세현과 책상에 엎드려서 칭얼대기 시작하는 준혁을 뒤로 둔 채, 우리는 유니온 본부에서 몇 개 없는 목욕탕을 들어갔다.





"꺄아아~물이다아아~"

"미끄러우니깐 달리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괜찮아요, 언니! 이정도론 끄떡도 안하니까!"

목욕탕에 들어가자 마자, 뜨거운 물을 향해 달려가는 아영이. 그런 아영이를 향해 질책을 날렸지만, 전혀 듣는 기색이 아니다.

"포기 해. 어디 한 두 번이야? 제가 다쳐보면 알겠지."

"그렇지만……."

난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아영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러다 팔이 부러지기라도 한다면……내 무기는 누가 고쳐?"

"……너 의외로 엄청 타산적이구나……."

하지만 아영이밖에 내 무길 만질 수 있는 사람이 없단 말이야.

"언니들도 어서 들어와요! 꺄하하!"

"아뜨! 야! 물 뿌리지 말랬지!"

"아하하! 예린이 언니 화났다!"

"이익, 이게!?"

오랜만에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끼다 보니,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내 몸을 감싸던 수건을 벗고 탕 안으로 들어갔다.

"아아, 몸이 풀린다아아……."

"너 벌써 늙었냐? 이거 엄청 뜨거운데……."

"으으, 요새 싸우기만 해서 그런가? 죽을 때가 됐나봐."

"그런데 말이에요, 쭌 언니."

갑자기 아영이가 진지한 얼굴로 나에게 묻는다.

"애는 남자아이에요?, 여자아이에요?"

"푸웁!"

입에 아무것도 담지 않았는데, 무심코 뿜어버렸다. 이미 넉다운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아영아? 왜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하지마안~언니가 리더오빠한테 고백한 지 이 주일 째잖아요? 슬슬 소식이 올 때가 된 것 같아서……."

비록 서술하지는 않았지만……고백했다. 아니, 해버렸다. 정확히 지난 2주 전에 술김에 고백했다. 우리 리더에게. 즉, 이세현에게. 두 번 말하지만, 술김이다! 제정신이 아니었어!

"그, 그게 무슨 소리인지 난 모르겠네?"

분명 난 아무에게도 말해주지 않았는데……?

"웃기지 마. 너, 지난 연휴에 다같이 놀러 갈 때 둘이 엄청 서먹했잖아. 그래서 우린 한 줄 알았는데?"

"하, 하다니……뭘……?"

"음양합일."

"푸우우우웁!"

말했다! 말했어! 괜찮은 거냐, 이거? 검열당하는 거 아니야? 위험해! 뭔가 엄청나게 위험한 단어야!

"그, 그, 그, 고백 하, 하, 한 건 사, 사실이지만? 난 그런 짓은 안했으니까?"

사실 고백했다는 거 말곤 아무런 기억도 없다. 옷은 제대로 걸치고 있었으니 안했……겠지?

"흐음……진짜로 안했어?"

"안했어!"

아마도.

"그럼, 확 해버려. 넌 내가 봐도 예쁘니까 한번에 넘어올 것 같은데."

"맞아요, 언니! 고백만 하고 2주일 째 서먹서먹한 건 좀 그렇잖아요? 팍팍 해버려요!"

아영아. 넌 그런 말을 쓰면 안되지 않을까.

반짝이는 눈들로 나를 바라보는 이예린과 아영이. 얘넨 왜 이렇게 남의 연애사에 관심이 많은 건지…….

"하, 하지마안……. 내가 고백했지마안…… 그, 그건 술김이었고…… 내가 하자고 하기도 뭐하고……."

보드카가 나쁜 거다, 보드카가. 여러분은 술 하지 마세요.

우물쭈물대는 나를 보며, 내 앞의 두 여자들은 계속 날 밀어붙였다.

"하지만! 이세현은 쑥맥이잖아! 네가 밀어붙이지 않으면 네가 질린 줄 알걸? 콱 잡아내야 한다고!"

"그래요, 언니! 지금 언니는 여자력이 철철 넘치니까요! 오늘 밤에 확 저질러 버려요!"

"으, 으으으……."

확실히 평소의 나를 아는 사람들은 지금의 얼굴이 새빨개진 나를 보며 새로워 하겠지만…….

"나, 먼저 나갈게!"

"오오, 고백하러 가는 건가!"

"힘내세요오~"

시끄러, 이 여편내들아!







"아, 혜준아. 다 씻었어?"

옷을 다 갈아입고 돌아가는 길에 하필이면 아까부터 그 사람을 만났다. 실수했다. 더 멀리 돌아갔어야 하는 건데.

"응. 준혁 오빠는?"

나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쓰면서, 세현에게 물었다.

"오랜만에 신직업 나왔다고, 게임 돌리러 간댔어."

"하여간 쾌락주의자 같으니라고……."

3일이나 휴식기간을 주는 거면, 당분간은 쉬는 게 좋을텐데. 아마 아까까지 트레이닝을 하다 갔겠지.

"뭐, 그럼 같이 걸을까? 마침 할 이야기도 있고."

"……응."

난 마지못해 그 제안을 받아버렸고, 결국 근처의 공원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밖으로 나왔을 때에는, 이미 4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

"……."

그리고 아까부터 10분 간 걷고 있었는데, 아무런 말이 없다. 솔직히 불편하다. 지난 번에 이렇고 그런일이 있어서 그런지, 둘만 있을 때에는 한 걸음 한 걸음의 부담감이 장난아니다.

"혜준아."

"네?"

그러던 와중에 이세현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곁눈질로 이세현의 얼굴을 보니 상당히 진지한 얼굴이다. ……서, 설마 헤어지자고 하는 건 아니겠지?

"결혼하자."

"네."

음?

방금 뭐라고?

아니, 방금 내가 뭐라고 했지?

"결정이 꽤나 빠른걸……."

이세현도 상당히 놀란 눈치다.

"이 말 하려고 3일동안 끙끙 앓았는데 말이지……말을 하지 못한 내가 후회스럽네. 그냥 쉽게쉽게 할걸."

아니, 잠깐만 좀 기다려 봐. 뭐라고? 아니, 이해가 가지 않는데, 뭐라고?

"저기, 세현 오빠――내가 잘못 들은게 아닌지 확실히 다시 말해 주……."

"결혼하자."

꺄아아아아아!? 고백받았다?! 프러포즈? 아니, 이건 청혼이잖아!? 어, 어떻게 하지?! 왓 슈드 아이 두?! 도시요카?!

"아, 아으으……."

"어라? 너 얼굴에 열이 언청난데. 괜찮아?"

"가, 가까이 오지 마세횻!"

아으, 당황해서 그런지 혀를 씹어버렸다.

웃지 마! 아프단 말이야! 이게 무슨 꼴이야…….

눈물을 글썽이며 살짝 고개를 숙인 나를 이세현은 가만히 안아주었다……가 아니라?!

"오, 오, 오빠? 지금 뭐하시는 것인지?!"

"미안해."

뜬금없이 사과받았다.

"내가 요즘 많이 서운해진 것 같아서. 고백은 네가 했는데, 내가 다가가질 못한 것 같아."

이세현은 잠시 말을 끊고 계속 말했다.

"그러니깐, 결혼하자. 더이상 소원해지지 않게."

"아, 아으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진 몰라도, 널 책임져 줄 형편은 되니까 말이야."

얼굴이 새빨개져서 품에 계속 안겨있는 나를 이세현은 그저 계속 안아줄 뿐이었다.

"……요……."

"응?"

난 개미가 기어들어갈 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헤어지자고 말할 줄 알았어요."

이세현이 약간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전혀 아니라고. 오히려 매일 널 볼때마다 엔돌핀이 도는 것 같은걸."

"……."

이세현은, 잘 보이진 않았지만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완벽한 네 절반이 되어줄게."

"……여러모로, 잘부탁드립니다……그러니까――."

아까부터 떨어지려고 했지만, 이세현은 날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이세현을 살짝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 저기, 오빠? 슬슬 떨어지는게……."

"싫어."

이세현은 장난기가 가득한 웃음으로 말했다.

"네 절반은 이제부터 내 거니까. 저기 있는 사람들로부터 내가 지켜야 하지 않겠어?"

이세현이 턱짓으로 가리키자, 그곳엔――

"어라, 들켰어요?"

"에이, 이제 막 즐거워지려던 참인데."

"결혼 축하해?"

나머지 멤버 세 명이 나와있었다.

"아, 아으으으으으으으!?"

"내 능력을 자꾸 잊는 것 같은데, 내 능력중에는 '공간 파악'도 있거든? 아까부터 계속 신경쓰였다구."

새빨개진(아마도) 얼굴을 가리는 날 슬며시 놓아주며, 이세현이 말했다.

"아하하? 그래도 두근두근하니 재미있었어요! 리더 오빠도 꽤나 대담한 구석이 있네요~"

"그럼, 청첩장부터 돌릴꺼야? 아니면, 혼인신고부터?"

"네가 이런 말을 할때도 다 있네. 꽤나 다시봤다."

"그, 그만! 그만해요!"

이미 내 라이프는 제로야!

"그래, 이 이야기는 그만 하자."

갑자기 이세현이 진지한 목소리가 되더니 말한다.

"적어도, 우리가 할(?!) 곳은 우리가 정……."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이세현, 당신마저!

"아하하, 역시 쭌 언니는 놀리는 재미가 쏠쏠하다니까요."

"김아영! 너 이리 안와!?"

"꺄아아~살려주세요오~아하하~!"

"쟤넨 사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뭐, 좋다면 좋은거고, 나쁘다면 나쁜거겠지."

그렇게, 특별했던 하루는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만 갔다.









그리고 곧바로, 우린 결혼식……은 아니지만, 혼인 신고서를 제출하고 왔다. 결혼식은……나중에 해야지.

돌아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야, 유부녀! 잘 갔다왔냐?"

"유부녀라고 부르지 마!"

"부럽네~청춘이라서~"

"으으, 이게 진짜!"

나를 놀리고 도망가는 이예린을 쫓으려다가 지쳐서, 그냥 나는 이세현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왜 그냥 왔어? 좀 더 놀지."

"이게 어딜 봐서 놀고 오는 걸로 보이는 거죠?"

우리 남편은 설마 난시인건가?

"뭐, 그건 그렇고, 중요한 사안이 있어."

"네? 뭔데요? 긴급 출동 명령이에요?"

사뭇 진지한 모습에 잠시 긴장했다. 그리고 들려온 말은――

"애는 몇 명이 좋아?"

"……네?"

"난 일단, 남자아이 하나 여자아이 하나 낳고 싶은데."

"아, 아니. 그건 좀 이르지 않을……."

"무슨 소리야! 혼인 신고를 했으니, 오늘 밤 당장 애를 만들어야……."

"꺄아아!?"

이 사람, 아무리 그래도 이딴 소리를!?

"아니, 하지만 생각해 봐. 요즘 상황을 보면 오늘이 마지막 휴일일 수도 있다구. 오늘 안 만들면 다음 기회는 달 단위가 아니라 년 단위로 걸릴지도 모른다고."

"그, 그렇긴 하지만……."

화, 확실히 오늘이 지나면 언제 또 휴일을 맞을 지 모른다. 지난번엔 다같이 휴일달라고 징징대서 겨우 얻었었으니깐.

"그러니까, 낳자?"

"아으으으으으!?"

새빨개진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고 그 자리에 넘어지듯 앉았다. 그리고 함께 주저앉아버린 내 멘탈은, 이미 회복 불능이다.

"그리고……."

"……?"

잠시 이세현은 어두운 낯빛이 되더니 말한다.

"우린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

……갑자기 진지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러니까 난 빨리 가르쳐주고 싶어, 우리 아이들에게."

"……뭘요?"

"그야 당연히. 우리가 겪은 모든 일들을 전부."

"……혹시 무슨 일 있었어요?"

"응? 무슨 소리야?"

이세현은 태연하게 되묻는다. 역시 리더의 소양이랄까. 빈틈 같은 건 주지 않는다.

"제가 오빠 일을 모를 것 같아요?"

"……네가 알면, 힘들어할 것 같아서 그래."

"상관 없어요."

난 이세현을 당당히 바라보며 말한다.

"부부는 일심동체니깐!"

"……여기선 뭔가 맞지 않는 것 같지만 말이지."

내 모습에, 이세현은 한숨을 쉬며 말한다.

"……이번에 S급 차원종이 출현했다고 해."

……S급?

"그건……듣도 보도 못한 랭크인데요."

"그래. 5명의 요원들이 죽어가면서 간신히 돌려보내는 데에는 성공했대."

"……어디 요원이요?"

"'뮤' 소속 요원들이야. 딱 적당한 수준의 랭커들이지."

우리들이 속해있는 조직인 유니온은 랭크에 따라 팀을 나눈다. 우리들은 그중에서도 최상 랭커들인 '알파'. 전부 요원 내 현 최상위 랭크인 AAA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뮤'는……아마 중간쯤에 있었을 것이다. 아마 AAA급 1명, AA급 3명과 A급 2명으로 이루어졌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요원들이 죽어서까지 쓰러뜨리지도 못하다니…….

"이번이 우리의 마지막 싸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겨우 그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한 거예요?"

아무리 S급이라고 해도……차원종은 차원종이다. '뮤'라면 몰라도 우리 '알파'는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험은 들어놔야지. 내 평생의 꿈인데."

이세현은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네요."

난 잠시 뜸을 들이고 말했다.

"보험 하나 쯤은 들어도 괜찮겠죠?"

미소를 띄우고 이세현을 살짝 올려다보며 말한다.

"……!"

이세현은 짐짓 놀란 눈치로 날 놀리듯이 말한다.

"이야……이거 한 방 먹었는걸. 너도 그런 표정을 지을 줄 아는 구나?"

지금 당장 누군가 나에게 거울을 던져줘봐.

"에잇. 뭐예요, 그 말투는."

"아야아야, 항복, 항복. 아하하하!"

난 우선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이세현의 팔을 살짝 꼬집었다.

"어머어머어머어머, 세상에……."

"우와, 이건 좀……."

"흠, 나도 좀 부끄러운걸."

뒤에 있던 세 사람이 어느새 나와서 얼굴을 붉히고 있……뭐?

"……어?"

"이야~쭌 언니가 그런 소릴 할 줄도 아네요."

"아, 아니. 이건, 그러니까, 그게……!"

부끄러움에 얼굴이 잘 익은 홍시보다 빨개진 것을 느끼며, 난 횡설수설했다. 그리고 이세현이 입을 연다.

"어디부터 들었어?"

"음……S랭크 차원종 때문에 '뮤' 요원들이 괴멸했다는 것 부터? 놀리고 싶었는데……앞의 서론이 너무 침침하니 말이지. 아영아.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래?"

"네~좋아요! 준혁 오빠도 같이 가죠!"

"흠, 날 끌고 가는걸 보면 내가 사는 건가?"

"당연하지. 그리고~"

이예린이 당연하다는 듯이 우릴 뒤돌아보며 말했다

"세현 오빠! 저 녀석 오늘 하면 즉빵이니까요~"

"야! 이예린! 네가 그걸 어떻게 알……!"

난 아무에게도 가르쳐 준 적 없는데!?

"아. 알고 있었지만. 고마워."

아니, 언제부터 다들 그걸 알고 있는 건데!?

"그야 사랑하는 사람의 일인데 모르면 괜찮겠어? 네가 신경질적이 되는 날들을 계산해서 간략적으로 날짜를 세고 있었거든."

"으, 으으으으으읏?!"

이세현의 충격반응에 내 뇌가 잠시 멈춘 것 같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이윽고 세 사람의 모습이 사라졌고, 남은 건 정적에 휩싸인 공원 속 우리들 뿐이었다.

"그럼."

이세현이 말을 먼저 꺼냈다.

"어디가 좋을까?"

그리고, 나는 웃으며 화답했다.

"어디든지 상관 있어요?"

난 최대한 무심을 가정하며 말했다.

"……오늘, 네 새로운 일면을 많이 보는 것 같아……."

"에잇, 모처럼 서비스인데, 어디든지 가자구요!"

내 얼굴에 드러나버린 부끄러움을 감추려고 애쓰며, 나는 이세현의 팔을 잡아끌었다.







"으음……."

누군가가 쓰다듬는 손길에 기분이 좋아져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 버렸다.

"어라, 깼어?"

날 쓰다듬은 장본인은 내가 천천히 눈을 뜨자, 미안하다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네……지금 몇 시에요……?"

"음……9시 23분이네."

"으으……벌써 시간이 이렇게……."

"졸릴텐데, 더 자는게 어때?"

"아니요……충분히 잔 것 같아요……."

확실히 새벽 4시 정도에 잠이 들었으니 5시간은 잔 샘이다.

"잘 잤어요?"

"아아, 물론이지."

내 질문에 내 남편――이세현은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렇게 쉴 수 있는 것도 얼마 안남았나……."

"뭐, 그런 셈이죠……. 저 먼저 씻으러 나갈게요?"

"맘 편히 써도 돼. 어차피 내 방이니까."

그렇다. 난 어젯밤 9시에 들어와서, 이세현의 방에서 자고 간 것이었다.

……그냥 자기만 한 건 아니지만.

난 더러워진(!) 몸을 물로 씻고, 머리를 말린 후 이세현의 침대 위에 앉았다.

그러자, 이세현이 자신의 수건과 옷을 들고 목욕탕으로 들어가다가, 불현듯 뒤돌아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아이의 이름은 뭘로 지을까. 어제 잠들기 전부터 계속 생각했던 건데."

"으음……당신 이름이랑 비슷하게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그럴까? 흐음……일단 씻고 나올게."

"네.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 말을 하며, 난 어제 제대로 탐방하지 못한, 이세현의 방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

수색을 시작하자 마자, 난 누가 봐도 '나, 소중한 책이야!'라고 주장하는 무언가를 찾아냈다.

"……! 헤에……."

그것은 이세현의 앨범집이었다. 난 제일 앞페이지부터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이세현의 사진을 하나하나 스캔하기 시작했다.

"……? 아, 앨범집인가."

"……!"

갑자기 등 뒤에서 나타난 이세현에게 깜짝 놀라며, 난 지난번에 이예린이 말했던 걸 실감하게 되었다.

"더 봐도 괜찮죠?"

"당연하지."

그렇게 말하며, 내 옆에 앉는 이세현.

"이 분은 누구에요?"

"우리 엄마. 예쁘지?"

이렇개 말하는 이세현은 상당히 팔불출로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사진을 보니 그 말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네요……아름다우세요."

"뭐, '차원접합' 때 돌아가셨지만."

"……."

'차원접합'.

우리가 처음 '위상력'이라는 것을 깨우쳤던 때.

순식간에 지구의 인구를 감폭시켜버린 때.

그의 부모와 마찬가지로, 내 부모님도 돌아가버리신 때.

"……?"

갑자기 이세현이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

깜짝 놀란 눈을 하더니, 곧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다.

"……임무……에요?"

"……응."

그 목소리는 한없이 낮고, 한없이 검었다.

"……그럼, 갈까?"

"……네."

우리 둘은 말 없이 그의 방에서 나왔다.







"오~두 사람 다 새로운 역사를 잘……왜 그래?"

방을 나오고 걷자마자, 준혁을 만날 수 있었다. 준혁은 장난치듯이 말을 걸었다가, 심각한 분위기에 잠시 움츠렸다.

"……모두를 모아줘."

"……알았어."

준혁은 무슨 일인지 눈치를 챘는지,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다른 사람들을 부르러 갔다.

"……우린, 먼저 가있자."

"네……."

그렇게, 우울한 목소리로 우리는 우리들의 회의실로 들어갔다.







"……임무……에요?"

"……."

천천히 들어오는 아영이와 이예린. 둘의 목소리는 이미 상황을 예견한 듯, 가라앉아 있었다.

"……아직 임무가 뭔진 모르겠어. 지금부터 확인할게."

""""…….""""

이세현이 컴퓨터를 키고 나서, 천천히 임무를 확인하기 시작했고, 담담히 임무의 내용을 고했다.

"우리의 임무는……그나마 다행히도, 강남의 대형 위상력 억제기를 지키는 거야. 아마도 그 근처에 새로운 대형 억제기를 만드려나봐."

"……그것 뿐이에요?"

아영이가 믿기지 않는단 표정으로 물었다.

"응. 그것 뿐이야. ……하지만……."

이세현은 잠시 말을 끊고,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다시 말을 시작했다.

"……지난 S급 차원종이 나타난 위치의 근처에 위치해 있는 곳이야. 심지어, 그 주변 억제기는 왠만한 건 전부 부서진 데다가, 남은 억제기 중 이곳을 제외하고는 전부 소형 규모야."

"……한마디로, S급 차원종이 그쪽으로 올 것이다?"

"……아마도."

그 한 마디에, 우리들은 착 가라앉아 버렸다.

"임무는, 조금 있다가 12시에 출발이야. 다들 준비하고 있어."

"……조금 빠르네요. 그렇게 긴박한 건가요?"

"응……보고에 따르면, 1시 쯤에 거대한 차원의 균열이 완성될 거래. 그 전에, 그곳에 가서 지켜야 하는 거고."

"후……."

비록,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준혁의 한숨이 우리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이세현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군인같은 말투로 말했다.

"……잠시 후, 정문에서 모인다. 우리들은 현재 인류 최강, 차원종 따위에게 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

""""네!""""

우린 짧게 대답하고, 각자의 방으로 가서 짐을 챙겼다.

딱히 말하자면, 난 챙길 짐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비상시를 위한 음식들, 물, 그리고 무기들을 챙기고 그것들을 손질하다 보니, 2시간 정도가 남았다.

할 짓이 없어서, 난 다른 사람들의 방을 찾아가 보았다.









작전 시작 1시간 54분 전.



"아영아."

"아, 언니!"

우선 먼저 아영이의 방을 가 보았다. 위치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방에 들어와보는 것은 처음이다.

"짐은 다 챙기셨어요?"

"응. 넌 아직 멀었나보네."

"네……무기를 함부러 쓰시는 어떤 분을 위해서 챙길게 많단 말이죠~"

"……미안하다, 그래."

실제로 아영이의 가방을 보니, 사적인 물품은 하나도 없고, 차원의 결정 같은 것들만 잔뜩 있었다. ……아마 전부 내 무기를 손질하기 위한거겠지.

"음~이걸로 끝! 언니, 저희 다른 방에도 가봐요!"

"음……일단 이예린의, 방을 가볼까?"

"네에~"

그렇게 아영이와 난, 두 번째 방문자인 이예린의 방으로 가보았다.









작전 시작 1시간 23분 전.



이예린의 방은 A동에 사는 우리와는 달리 C동에 살고 있는 데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해서 시간이 좀 걸리고 말았다. 그렇게 우린 이예린의 방의 노크를 했고, 곧 방의 주인이 밖으로 나왔다.

"어머, 왠일이야?"

"심심해서요~구경하러 왔어요~"

"뭐, 나도 거의 짐 다 싸서 구경할 건 없을텐데."

"뭐……그래 보이네."

이미 우리가 왔을 땐, 이예린은 짐을 거의 다 싸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어라?"

난 짐 중에 어울리지 않는 단 하나의 물건――책을 꺼냈다.

"아, 아앗! 그건!"

이예린이 당최 보여주지 않는 당황한 목소리를 냈지만, 이미 난 그 책을 열어버린 후였다.

"……일기장?"

그 책은 어린 아이의 글씨로 삐뚤빼뚤 쓰인 하나의 일기장이었다. 몇 장을 넘겨보자, 날짜의 단위가 1주일로 된 것 같았다.

"누구 거예요?"

"……내 남동생."

"어? 남동생이 있었어요?"

"우린 처음 듣는데……."

왠만큼 정보 수집에 능숙한 나도 모른다는 걸 보면 아마, 이세현의 정보망에도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뭐, 당연하지. 차원 접합 때, 주웠거든."

""…….""

"뭐, 동정하는 마음은 감사히 받을게."

"……착한 아이야?"

"날 조금 대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지만……착하다고 생각해, 나는."

"……그래."

이 대화를 여기서 끝내기로 결심하고, 나와 아영이는 절대로 가기 싫다는 이예린을 끌고, 강제로 준혁의 방으로 갔다.







작전 시작 47분 전.






방에 갔더니, 아무도 없어서 대충 갈만한 곳을 찾았더니, 준혁은 트레이닝 방에 있었다. 트레이닝은 한 번 시작하면 끝날 때 까진 나올 수 없는 구조라서, 우린 조금을 더 기다려야 했다.








작전 시작 34분 전.



"무슨 일이야? 이렇게 떼로 몰려다니고."

트레이닝이 끝난 후, 웃옷을 벗고 수건을 걸치며 물을 마신 다음 준혁이 물었다.

"아니……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녀볼까, 해서요."

"난 죽어도 오기 싫다고 했는데……."

"에이~그래도 제일 열심히 찾은 건 예린 언니잖아요~"

"아, 아니거든!? 누가 이 녀석을 열심히 찾았대?!"

"뭐……가끔은 그런 것도 좋겠지."

수건으로 대충 몸을 닦은 후에, 준혁은 자신의 방으로 우리들을 데려갔다.(물론 짐은 준혁의 능력으로 띄운 다음 우릴 따라오고 있었다.)

"뭐……볼 건 없지만서도. 난 씻을테니까 조금만 기다려라."

"맘대로 하셔."

이예린이 약간 투덜댄 다음, 준혁의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준혁은 그런 이예린을 잠시 보고선 욕실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자, 그럼 또 수색 들어가야죠!"

"……남자 물건을 만지는 건 좀……."

"나도 패스. 저런 녀석의 물건을 만진다니, 생각만 해도 싫어."

"부우~그럼 나 혼자 찾을 거다~"

그렇게 말하며 아영이는 준혁의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앨범 겟!"

준혁의 사진이 들어있는 앨범을 구해냈다.

"흐음……이게 준혁 오빠의 사진이구나."

"……상당히 지금 이미지랑은 거리가 머네."

"다들 그렇게 싫댔으면서, 잘만 보고 있네요."

찾는건 귀찮지만, 보는건 다르니까.

"그러게. 이 때의 절반만 닮았어도……."

그 말을 한 이예린을, 나와 아영이는 동시에 바라봤다.

"뭐. 왜. 그냥 그랬으면 더 나았을 거라고."

"……뭐, 그러겠지."

"……저렇게 말하는 사람도 그렇고 납득하는 사람도 그렇고……그나저나, 아기 때 사진은 없네요?"

"그건, 내가 고아출신이기 때문이지."

준혁이 옷을 다 갈아입고,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면서 나왔다.

"……고아……요?"

"그래. 어릴 때, 그러니까 내가 대략 5살 때 쯤에 고아원에서 버려졌다더라고. 그나마 버려진 지 2일 만에 입양이 되었어. 그래서 그런지, 나에겐 5살보다 어릴 적의 사진은 없지."

준혁은 상당히 담담하게 말했지만, 우린 아마도 그 말에 담긴 슬픔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준혁은 시계를 힐끗 보더니,

"……11시 48분이네. 갈 시간이야."

"""……."""

우리는 말 없이 일어서서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한 순간이라도, 더 많은 풍경을 새기기 위해.

더 이상, 후회하지 않기 위해.









작전 시작 1분 전.



"……모두, 짐은 잘 챙겼어?"

아슬아슬하게 도착하자 우릴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릴 보자마자 이세현은 이렇게 우리에게 물었고, 우린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했다.

"저기……이 분은……?"

이예린이 옆에 있는 금발 남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 안녕하세요. 전 여러분을 운반하기 위해서 파견된 쥰이라고 합니다."

"'운반'……?"

"중간에 들리는 단어 하나가 거슬려서 눈썹을 찌뿌리자, 쥰 이란 사람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아,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한국말은 아직도 익숙하지가 않아서……."

"아니요. 신경쓰진 않아요."

"……자, 시간이야. 가자."

아까부터 시계를 확인하던 이세현이 우리에게 말했고, 우린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 쥰이란 사람은 자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 이 지구에 몇 없는 '텔레포트'계 능력을 가지고 있지요, 그렇지만 한 번에 전이하는 건 어려워서……좀 멀미가 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럼 3초 세고 가시겠습니다."

쥰이란 사람이 말하고 나서, 우린 짐을 잡은 손에 힘을 줄 수 밖에 없었다.

"3."

잔인한 카운트가 점점 떨어지고,

"2."

우리들은,

"1."

우리'들'의 마지막 격전지가 될 곳으로,

"0."

――――전이되었다.





킁...너무 길어졌는데? 이정도 되면 나도 읽기가 싫은데...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꼬...?
2024-10-24 22:21:3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