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X알파퀸]곰모양의 조각품
마법소녀리리컬나노하 2015-08-06 4
"저놈이 마지막이지?"
알파퀸이라 불리우는 클로저, 서지수는 의욕을 불태우며 가장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갔다. 직후 남은 제이와 트레이너도 그녀를 뒤따라 차원종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ㅡ
"꺄아아아아아!!!"
제이와 트레이너가 도착하기도 전에 한참을 앞서나갔던 서지수의 비명이 들렸다. 오랜 시간 팀 울프팩에서 활동하면서 단 한 번도 낸적이 없던 비명이었던데다 제이와 트레이너는 그녀의 상식을 초월한 강함을 알고 있었기에 그 비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치챘다. 그녀가 비명을 지를 정도의 차원종이라면 세계의 종속이 걸린 문제로 발전할 것이였기에 제이와 트레이너는 뜀박질에 한층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목격한 것은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참담한 광경이었다.
─다른 의미로 참담했지만...
"누님? 지금 뭐하시는...."
제이는 차원종을 향해 눈을 빛내고 있는 서지수에게 물었다. 트레이너는 서지수를 바라보며 여러 감정이 뒤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앞에 있던 것은 차원종이였다. 그것도 꽤나 거구를 가진. 지구상의 동물에 비유하자면 소라게를 닮은 그 차원종은 등에 소라껍질을 지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과 몹시 유사한 모양의 거대한 무지개 빛 광채를 뿜어내는 보석 덩어리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아마 아까의 비명은 정도를 넘은 기쁨과 희열로부터 유발된 것이리라.
"저기 말이야.... 저거 잡아서 기르자!!"
한동안 차원종으로부터 시선을 땔 줄을 모르던 서지수는 말했고 나머지 두 명의 남자는 경악했다.
"뭐?!"
"예에??"
얼핏봐도 A급은 되는 차원종이다. 그것을 잡아다 기르자니 아무리 알파퀸이라도, 아무리 그녀의 강함이 상식을 벗어났더라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이와 트레이너에게 저것을 통제할 힘이 없는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들 같은 오버 A랭크의 클로저보다 그 아래 B급 이하의 클로저가 훨씬 많았다. 그들에겐 저 차원종 한 마리 만으로 재앙인 것이다. 아마 본부에 대려가기만 해도 막대한 사상자가 생길 것은 물론이고 그 전에 저지 당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러한 일이 발생한다면, 알파퀸 서지수가 맘에 들어 대려온 보석 덩어리.... 아니 차원종을 멋대로 죽여버린다면 대학살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아군에 의한 대학살이.
"응? 응? 죽이지 말고 생포하자."
"안되요. 절대 안됩니다."
서지수의 부탁에도 제이는 차갑게 거절했다 .하지만 서지수는 그에 굴하지 않고 트레이너 쪽으로 몸을 돌리며 설득.... 아니 앙탈을 섞은 막무가내의 조르기에 들어갔다.
"하아....."
그 모습을 보며 제이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쩔쩔매는 트레이너와 계속 밀어붙이는 서지수를 뒤로 하고 보석이 박힌 차원종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크르르르ㅡ
아름다운 겉모습과는 다르게 차원종은 소름끼치는-보통 사람이 들었을때- 울음소리를 내었고 제이는 무시하며 차원종을 마주봤다.
차원종의 거대한 앞 발이 제이를 향해 날아들었지만 거의 영거리에 위치한 제이의 공격이 더 빨랐다.
"후읍!!"
숨을 크게 들이쉬며 제이는 정권을 내질렀다. 음속 아니 그 이상을 돌파한 것은 아닐까 할 정도의 굉음과 충격파가 터져나오고 제이의 정권이 차원종의 머리에 작렬했다.
쩍, 하는 소리와 동시에 단단한 차원종의 표피에는 균열이 일었고 유리깨지듯 간단하게 산산조각 났다. 물론 차원종의 몸의 일부였던 보석도 완전히 분쇠되어 지면에 흩뿌려졌다.
"아...."
짧은 목소리가 제이의 후방에서 들려왔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제이와 차원종의 잔해를 번갈아보던 서지수는 인상을 팍 쓰더니 제이로부터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을 보며 제이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꼭지가 돌아서 힘을 안 휘두르는게 어디인가? 만약 그랬다면 울프팩팀은 괴멸이다.
"어어, 누님? 설마 삐졌어요??"
"됬어. 너랑 다시는 말 안할거야."
팔짱을 낀채 '흥!'을 연발하는 그 모습은 영락없는 삐진 소녀의 모습이였다. 모두가 경외시하는 전설적인 클로저가 보이는 추태에 다른 사람들이라면 쇼크를 느끼겠지만 같은 팀원인 제이와 트레이너는 그녀의 이런 모습들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으며, 대처법도 어느 정도는 숙지하고 있었다.
제이는 한동안 서지수를 따라다니며 사과하고 또 사과했다. 하지만 토라진 것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제이도 몸을 돌렸고 차원종의 잔해쪽으로 걸어갔다.
예상보다 빠른 포기에 서지수도 자신이 너무 심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아주 잠깐이였다. 살짝 불안한 눈길을 제이한테 준 서지수는 다시 고개를 돌렸고 원래의 토라진 모습으로 돌아갔다.
"흐음....."
차원종 잔해 앞에 도착한 제이는 숨을 내쉬며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곧 보석 가루가 흩어진 곳에 손을 뻗으며 몸의 힘을 컨트롤했다.
"헛!"
짧은 기합과 동시에 제이는 손에 위상력을 집중시켰고 마법처럼 떠오른 가루들은 한 대 뭉쳐 주먹만한 보석으로 변했다. 차원종의 등에 박혀있을때보단 그 아름다움이 덜했지만 제이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보석 덩어리를 한손에 쥔 제이는 반대쪽 손가락은 보석 덩어리를 향해 뻗었다. 뻗은 검지가 은은한 금빛에 감싸이고 제이는 그 손가락을 보석 덩어리에 이리저리 긁고 문지르며 보석을 가공해나갔다.
"이거면 되려나...."
얼마 지나지 않아 투박한 겉모습을 가졌던 보석 덩어리는 무지개 빛 광채를 내뿜는 아름다운 곰 모양의 보석 조각품으로 변해있었다.이런 쓸모없는 일에 방대한 위상력을 낭비한 것은 제이 본인도 아깝다고 느꼈지만 그것보다 알파퀸 서지수와의 사이가 악화되는 것이 배로 귀찮고 힘든 일이였다.
제이는 그 조각품을 들고 서지수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손가락으로 어깨를 툭툭 치며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다.
"왜? 너랑 말 안할거라고 했지."
제이는 '그러면서 대답하는 것은 무슨 경우냐.'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곧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까 일은 미안하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이거. 아까 그 차원종 대신이라 하기에는 뭐하지만.... 사과의 선물입니다."
제이는 드디어 자신을 돌아본 서지수를 보며 '반쯤 성공했다!!'라고 속으로 외쳤다.
"이건....."
서지수는 다행이 조각품에 관심을 보였다.아니 관심을 보인 정도가 아니라 아까 그 차원종을 처음 봤을때 처럼 눈을 빛냈다.
"이거 직접 만든거야?"
그녀의 질문에 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주는거야??"
"예, 아까 그렇다고 말했....!?"
푹신한 감촉이 가슴 언저리에서 느껴졌다.겨울에 느끼기 힘든 온기가 온 몸을 감싸고 제이는 그녀, 서지수의 돌발 행동에 얼굴을 붉혔다.
"고마워!!!"
"누, 누님??"
그것은 포옹이였다.서지수의 입장에선 별 생각없이 고마움에서 나온 행동이였겠지만 제이에게는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귓가에서 들려오는 서지수의 목소리가 앵앵거리는 소리로 밖엔 안들릴 정도로 제이의 정신은 이미 먼 곳으로 향해버렸다.
"으...윽"
가까스로 제정신을 되찾은 제이는 서지수를 때어놓으며 말했다.
"이걸로 화 풀린거죠?"
"응! 이건 평생 보물로 간직할게!!"
그녀가 짓는 미소에 제이는 또다시 움찔했지만 이내 돌아가자고 제이는 손짓하며 앞장섰다.
"하아,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누님이라니까...."
제이는 중얼거렸고 서지수는 트레이너에게 이것저것을 떠들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