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하의 죽음 [부제 : 군단의 주인] 2
SHOTKY 2015-08-04 5
" 허억 - "
애쉬가 긴 한숨을 내쉬며 주저앉았다. 무려 이틀 동안이나 쉬지않고 힘을 소모한 탓에 이미 그의 몸엔 물 한방울 만한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더스트 역시 인상을 쓰며 쓰러졌다. 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세하의 몸은 어느 차원종 보다 뛰어나게 재구성 됬었다. 아마도 정신을 차리려면 수 일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었다.
아직도 꿈에서 헤메이는 이세하를 깨우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 엄청나군.. 이정도로 힘을 쏟아부운건 살면서 처음이야.. "
애쉬의 힘없는 중얼거림에 더스트가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많은 시간을 살아왔지만 이틀이나 쉬지않고 그들의 힘을 소모한적은 없었기 때문에 남매는 매우 힘들어했다. 이제 새로 만들어진 이세하의 몸을 가지고 자신들의 거처로 돌아가야 했다.애쉬는 쳐놓은 고유의 위상결계를 풀었다. 이정도로 힘이 약해진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노출된다는 건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만
이곳은 차원에서도 오직 남매들만이 아는 곳이었기 때문에 별로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그가 결계를 물리자마자 이질적인 느낌이 눈깜짝할새에 다가왔다. 자신들과 같은 차원종이었지만 ' 종류 ' 가 달랐다. 애쉬는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인간류의 차원종에게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 너.. 용족이군.. "
그러자 용족이라고 불린 사내는 입가에 만연하게 미소를 띄었다. 애쉬를 바라보는 그의 눈은 사냥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번뜩였다.
" 소문으로 들었다. 너희 남매들 덕분에 나의 형제들이 ' 멸족 ' 했다고 말이야 "
그의 말에 애쉬가 지지않겠다는듯 이죽거렸다.
" 흥, 소문이 아니라서 어쩌나.. 실제로 네놈의 종족은 인간에게 전멸당했지, 멍청한 아스타로트 녀석의 반란에 대한 응당한 대가였을뿐이다. "
" 물론 군단에 대한 배반은 어리석은 짓이지,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런 일을 묵과하고 넘어갈 만큼 용족은 종족애가 얉진 않아서 말이지 "
상대가 공격할 의향을 들어내자 애쉬는 뒷걸음질 치며 더스트에게 말했다.
" 누나 , 일단 이세하를 데리고 거점으로 돌아가 여긴 내가 맡겠어 "
하지만 힘의 대부분을 소모한 애쉬를 혼자 남겨둔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남매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단 한번이라도서로 떨어져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애쉬가 이렇게 단호하다는건 그의 말을 따르는게 옳다는 것이었다.그가 함께하려고 했다면 더스트와 같이 공격을 선언했겠지만 애쉬는 더스트에게 후퇴를 부탁했다.
남매는 남매의 선택을 따른다.
더스트는 이세하를 들고 애쉬를 한 번 쳐다본뒤 그대로 뒤로 달려갔다. 위상이동 조차 쓸 수 없을 만큼 둘은 위상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 호오 , 그 유명한 남매가 함께 하지 않는다니 , 이러면 재미가 없는데.. "
" 잘 안다는듯이 지껄이는구나 , 버러지같은 용족놈아 .. 하지만 이상하군 분명히 군단내에 용족은 모두.."
애쉬의 의문을 끊는 그의 발차기가 애쉬의 옆구리를 향해 날아왔다. 애쉬는 뒤로 공중제비를 해 피했지만 이미 상대방은 그의 위로 뛰어올라 소환된 검으로 애쉬의 복부를 정확히 찍어내렸다.
" 커헉 ! "
애쉬는 피를 한움큼 토해내며 그대로 바닥에 칼과 함께 처박혀버렸다. 용족이 자신의 무구를 소환할수 있다는 건 곧 ' 왕 ' 이라는 뜻이었다. 왕이라니. 절대로 있을수없는 일이었다. 마지막 왕 맘바는 그저 힘없이 인간 클로저의 손에 스러졌다.근데 또 왕이있다니, 애초에 멸족한 종족에게서 나올 수 없는 답이었다.
" 너... 대체.. "
" 마지막이니 가르쳐주지 , 그거 아나 ? 원래 군단의 주인은 용족이었고 용족의 왕은 ' 쌍두[䨇頭] ' 라는 걸 말이다. "
하지만, 쌍두는 말 그대로 군단의 초창기 시절의 얘기였다. 확실히 그 때 군단의 패자는 용족이었고 용왕은 두 개로 나뉘어 존재했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알 수없는 어떤 이유로 용족은 군단에서 급격히 입지를 잃게되었고 초대의 쌍두가 사라진 후로 쭈욱 용족의 왕은 하나였다.
" 그렇다면 네가.. 최초의.. "
" 지금은 무명이지 , 수많은 시간이 흐르는동안 나는 종족에게 개입할 수 없었다. 그게 나에게 내려진 운명이었지만, 이제 그 종족은 멸망하고 사라졌지. 그래서 내가 지금 할 수있는건 복수뿐이지만 이런 힘없는 꼬맹이를 상대로라니 "
과연, 그가 그 전설의 용왕이라고 한다면 남매의 힘을 합치지 않는 이상 대적 할 수없는 상대였다. 애쉬는 자신의 파단이 옳다고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최소한 남매 중 하나는 살아남은 것이다.
" 큭큭.. 그래.. 이제 그래서 왕위라도 탈환하러 오셨나보군, 하지만 절대로 성공 못할거야.. "
애쉬는 새로 태어난 이세하를 생각하며 이죽거렸다. 그는 이제 흥미가 사라진듯 애쉬를 무미건조하게 내려다보았다.
" 뭐, 그럴까 생각중이긴한데 말이야, 지금 군단은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지 5개로 나뉘어진 종족이 합쳐지지 않고 자기자신들만을 위해 움직이니깐 말이야, 아 이제 4개지만 .. 하지만 용은 언제나 그것들을 하나루 어우르는 ' 패자[覇自] ' 여야만 하지 "
그리고 그는 애쉬에게서 그의 칼을 거두어들였다.
" 이렇게라도 이야기 한적은 엄청나게 오랜만이군, 그럼 거두어가지 , 너무 외로워하지말아라.. 곧 네 하나 남은 남매도 뒤를 따르게 해줄테니까"
다시 한 번 그의 손에 쥔 칼날이 힘차고 비정하게 피빛의 궤적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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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는 울다 지쳐 쓰러진 전 알파퀸 서지수에게 담요를 덮어주며 덤덤하게 의자에 앉았다. 이세하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듯이 유니온 본부로 쳐들어온 서지수는 단번에 그녀를 제지하는 10명의 정예요원을 단 한번의 ' 위상력 개방 ' 으로 날려버렸다. 전선에서 물러난지 오래됬지만서도 그때의 괴물같은 힘은 여전히 건재하다는듯 위상력차단합금으로 된 건물의 벽에 금까지 내는 위용을 떨쳐보였다.
이세하의 죽음에 데이비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DAWN ' 이라는 유니온의 위에 존재하는 국가기밀의 상위집단에선 이세하를 소환할 것을 유니온에 명령했다. 그리고 그에게 부여된 임무는 BB- 4407 에 들어가 존재하는 모든 차원종의 소멸이었다.
BB - 4407 은 유니온이 가지고 있는 차원좌표중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었다. 다른곳과는 달리 스스로가 돌연변이 차원종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곳이었고 그것들은 알려진 차원 5종족에 속하지 않는 놈들이었다. 하지만 자의를 가지지 않은 대신 충만한 살의를 가졌고 최소가 B급 차원종과 맞먹는 괴물같은 놈들이었다.
그런곳에 이제 갓 정식요원이 된 이세하에게 그것도 아무런 지원도없이 그곳에 혼자들어가라는 건 자살하라는 것과 다름이없는 말이었다.
" 개소리 하지마! "
하지만 돌아온것은 ' 알파퀸의 아들이라면 가능하다 ' 라는 허무맹랑한 답변뿐이었다.
데이비드는 계속해서 거칠게 항의했지만 결국 그에게 돌아온 것은 유니온 국장직위의 해제였다. 이렇게 해서라도 그들은 이세하를 그곳으로 보내려고했다. 정작 이세하 본인만이 그 사실을 모른채 모두에게 속아가며 차원접속기로 향했다. 하지만 강제로 강금된 데이비드가 할 수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죽음으로 걸어들어가는 이세하를 생각하며 속으로 절규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이 사실을 알게된다면 뭐라고 할까.. 분명히 원망하겠지
그리고 데이비드가 풀려난건 이세하의 죽음 직후였다. 그는 국장에서 몇 단계나 아래인 요원으로 재배치 되었다.
그것은 그도 자신들의 우리안에 놓아두고 관리하겠다는 명백한 의미였다.
국장이라는 허울좋은 직위에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이 그렇게 원망스러울수가 없었다. 동경하는 여자의 아이조차 지켜줄수가 없다니.그리고 그녀가 자신앞에 섰을때 그는 단 한마디도 할 수없는 벙어리가 되었다. 유니온에 이세하를 들인것도 데이비드였다.
알파퀸의 은퇴와 동시에 유니온의 전력급감을 걱정한 데이비드가 차기 그녀의 후계자로 점찍은 건 다름아닌 그녀의 7살난 아들이었다. 위상력은 역시 그녀의 아들답게 풍부했다.서지수는 내심 이세하가 클로저가 되는것을 못마땅해했지만 데이비드가 간곡히 부탁하고 부탁해서 결국엔 들어주게 된것이었다.
무조건 적으로 이세하의 목숨을 우선시 할 것 이라는 조건하에였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사라졌다고 여겼던 ' DAWN ' 의 존재로 인해 그녀의 보물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데이비드는 서지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 알 수 없이 까마득한 상층부에선 모종의 일을 꾸며내고 있으며 그것의 첫 희생자가 이세하가 됬다는 사실을..
물론 세하의 복수를 해야했지만 갈길이 너무나도 멀었다. 서지수가 그 대단한 알파퀸이라곤 했지만 이미 은퇴한 기량의 그녀 단 한명으론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시 한 번 차원전쟁의 그때처럼 천천히 탑을 쌓아가야 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