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군 xx리 그녀. - 2
짜증나는원시적공격이군 2015-08-03 0
부엌에 불이 켜져있었다.
때가 끼어 누렇게 변색된 형광등에서 칙칙한 불빛이 밥상을 비췃다.
작은 양철밥상 위에 조촐한 반찬과 따끈따끈한 밥 두공기가 놓여져 있었다.
소녀는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있었다. 김치 몇조각과 동x참치캔 재료를 알수 없는
이상한 음식 몇개가 전부인 상을 임금님 수랏상같이 느끼고 있었다.
몸집이 작은 여자는 소식을 하는지 조금씩 반찬을 집어 밥 조금 담아
천천히 상을 비웠다. 양이 줄긴 했지만 소녀에 비하면 안먹는 수준이었다.
"그건 먹지마."
"앗, 네에.."
작은 손이 상처투성이인 손을 제지했다. 정체를 알수 없는 장조림에 간 젓가락이 멈춰섰다.
손의 주인은 놀란듯 정신없이 먹던 식성을 조금 자중하곤 동그래진 눈으로 잠깐 여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여자는 한없이 영혼없는 표정으로 깨작깨작 방금 제지한 반찬을 집어먹고 있었다.
조그만 고기가 들어간 작은 입이 조그맣게 우물거렸다. 소녀는 다시 젓가락질을 시작했다.
제지당한 탓에 다소 속도가 느린 편이었지만 여전히 건너편에 앉아있는 여자에 비해
빠른 속력으로 밥을 들이켰다. 어느세 밥그릇과 몇몇개의 반찬 그릇이 깨끗히 비워졌다.
싱크대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양철 밥상은 곱게 정리되 냉장고 옆에 기데어 있었다.
조금 작은 몸집의 여자가 싱크대 앞에 서 있었다. 이따금 몸을 살짝 움직이는걸로 보아 설거지
거리를 정리하고 있는게 분명했다. 소녀는 저 여자가 꺼내준 응급처치함에서 구급 약품을 꺼내
몸에 난 상처들을 메우고 있었다. 밴드가 하나둘씩 붙은 몸은 어느세 깨끗해져 있었다.
생생한 갈색 눈이 말없이 싱크대 앞에 서있는 작은 그림자를 향해 움직였다. 칙칙한 빛에 낮게
깔린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 여자는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지 말없이 할일을 하고 있었다.
"저.."
소녀가 나지막히 작은 그림자에게 말했다.
"..왜."
작은 그림자가 그릇을 찬장에 정리하며 대답했다.
"고마...워요.."
너무도 태연하게 말하는 여자의 태도에 주눅이 들었는지 목소리엔 망설임이 가득했다.
"..어. 그리고, 그거 다쓰면 TV 아래 찬장 보이지? 거기다 넣어놔."
"앗, 네, 네에..."
남색 머리가 퍼뜩 찰랑거렸다. 이곳저곳 밴드가 붙은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TV 아래 찬장엔 빨간색
플라스틱 케이스의 비디오 테이프들이 아무렇게 놓여져 있었다. 자주 보는지 먼지는 끼어있지 않았다.
사용한 구급약품 상자는 딱히 넣어놓데가 보이지 않아 대충 비디오 테이프 옆에 구겨넣었다.
어떻게 공간이 남긴 했는지 보기와는 다르게 상자는 슥 하고 끼워맞춰져 있듯이 들어갓다.
여자는 설거지를 끝냇는지 소녀의 뒤편에 위치한 소파에 앉고 있었다. 손에는 새 맥주와 리모컨이
들려져 있었다. TV 앞에 서있던 소녀가 재빨리 자리를 비켜줬다. 여자는 신경쓰지 않는듯
리모컨을 들어 스위치를 눌렀다. 자잘한 전자음과 함께 밝게 빛나는 화면이 생생한 갈색 눈과 죽어가는
검정색 눈에 비춰졌다. 사각형 틀 안에선 대머리 청년이 검정 세단을 몰고 정신없이 달리고 있었다.
작은 손이 머뭇거리고 있는 소녀에게 손짓했다. 그리곤 소파를 손가락질 하며 무언가를 말하듯 움직였다.
잠깐 그것의 의미를 생각하던 소녀는 쑥쓰럽게 걸어와 작은 여자 옆에 앉았다. 검정 머리를 길게 풀어
트린 그녀가 말없이 사각형 화면을 보고있는게 생생하게 보였다. 작고 통통한 얼굴은 꽤 귀여웠고
굳게 닫은 입술은 고양이 입술같이 앙증맞았다. 죽어가는 검정 눈이나 새치가 듬성듬성 난 머리는
외모를 죽이긴 했지만, 지금의 자신보단 훨씬 앳되고 꾸민다면 훨씬 귀여운 생김새였다.
작은 팔이 소녀의 앞을 가로질렀다. 깜짝 놀란 남색 머리가 퍼뜩 뛰어오르며 검정색 새치머리로
고개를 돌렸다. 작은 팔의 끝에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손이 보였다. 그것은 소녀의 옆에 놓여져 있는
팝콘을 가리키고 있었다. 꾹 다물고 있던 고양이 입술이 소녀에게 지시했다. 소녀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옆의 팝콘을 집어 어느세 지시하고 있던 손가락을 코딱지 파는데 쓰고 있는 여자의
눈치를 보며 조금씩 집어먹었다. 팝콘은 CGX에서 자주 먹던 달콤한 맛이었다.
팝콘이 담긴 종이바구니가 어느세 손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공간을 만들었다. 정신없이 세단을
몰던 대머리 남자는 어느세 묘하게 ** 복장을 입은 쌍권총 여전사와 싸우고 있었다. 몸집이
작은 여자는 작은 화면에서 나오는 요란한 장면들을 정말 재미없다는듯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옆에 앉은 남색 머리 소녀는 몹시 어색한 공기를 한시간이 다되도록 참고 있던것이 너무 답답했다.
여자의 표정에서 따분함이 묻어나오는걸 기회로 삼은 소녀는 뭐라도 대화를 나눠보기 위해
적당한 주제를 꺼내 옆에 앉은 새치머리에게 입을 열었다. 의외로 대화는 매끄럽게 진행됬다.
그녀는 차원종이 제일 처음 모습을 드러낸 시점 이전부터 이곳에 살고 있었고, 아버지와 같이
밭을 일구며 생활하고 있었다. 차원종이 마을에 침입해 마을 주민들이 대피한 이후로도
자신의 아버지와 같이 농성을 하고 있던 그녀는 특경대의 만류와 지원이 끊긴 뒤로 급습한
차원종 무리에 의해 집과 아버지를 잃고 실의에 빠진채 지금까지 삶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럼..지금까지..라고 하는건.."
"15년은 넘었지, 아버지 쉬실 자리도 얼마전에야 마련했다."
"...많이...외로우셨을것 같아요."
"아버지 가신 뒤로는 거울도 안보고 살았어, 꼴뵈기도 싫고."
"아, 아니에요!...저..어, 언니?...완전 젊어보이고 이쁘신걸요!"
"...어여 자, 늦었다."
작은 체구의 여자가 질렸다는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푹 쉼과 동시에 소파에서 일어낫다. 영화는
어느세 끝나 크레딧 화면으로 바뀌며 흰색 글씨들을 올리고 있었다. 소녀는 당황했다.
지금까지 나눈 대화에 너무 건방지고 실례되는 말이 있었는지 곱씹으며 뒤늦게 들었던
이야기를 정리했다. 생각중에 허둥지둥하는 손짓이 몹시 안쓰러워보였다. 몸집이 작은
여자는 그러거나 말거나 리모컨을 조작해 TV를 끄고는 허벅지를 긁으며 방문을 열었다.
작게 하품을 하는 입이 기운빠지게 축 늘어졌다. 뻐꾸기 시계는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방문이 닫히려던 찰나 한창 생각중이며 파닥거리던 소녀가 재빨리 덩치가 약간 작은 여자의
손목을 붙잡았다. 갈색의 생기넘치는 눈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다 죽어가는 검정색 동공이
힘없이 자신보다 머리 두개는 더 큰 소녀를 올려다봤다. 탁한 동공에 다급한 소녀의 얼굴이 담겻다.
"저, 저어!.."
"또 왜.."
"어..저 그게...저어..!"
"...빨리말해, 나 내일 바뻐.."
"어, 언니..?...아니, 그..어, 어떻게 부르면 좋을까요!?"
"...'아저씨'라고 해...난 또 뭔가했네.."
소녀의 다급함을 전혀 개의치 않는지 여자의 방문은 기운없이 닫혔다.
"...아저씨?.."
현관에 홀로 남겨진 소녀는 고개를 갸우뚱 저었다.
1편 :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2&n4articlesn=4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