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개 팬픽 ② 의지

TV중독 2015-08-02 0

※ 팬픽 작성자가 나타와 레비아를 생성해서 플레이해본 경험이 없으므로, 두 명을 포함한 캐릭터간의 호칭이나 말투에서 좀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나머지 3명의 팀원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으므로 자작 설정을 사용.
※ 게임과는 좀 시스템이 달라서, 던전에 입장한다고 입장이 닫히지 않습니다.



차원압 8단계의 트룹 돌격대장은 역시 레비아라 해도 쉬운 상대는 아니었기에, 투기장의 동쪽에서 트룹 돌격대장을 쓰러뜨린 뒤, 레비아는 조금 숨을 몰아쉬며, 쉬고 있었다.

그 때, 나타가 걸어왔다. 더 이상의 차원종은 없기에 누가 더 들어올 필요가 없는, 인간인 나타로서는 오는 것만으로 몸 상태를 악화시키는 장소에. 레비아는 반가움뿐만이 아닌 의아함을 동시에 느끼며, 나타를 돌아보았다.

"나타 님……? 어째서 여기에……?"

그런 나타는, 레비아에게 조금 짜증나는 말투로 말했다. 자신의 말이 어떻게 들릴지는 미처 생각지 못한 상태로.

"차원종 계집애, 망할 꼰대가 널 처분하라더군."

나타의 의도와는 달리, 레비아에게 그 말이 어떻게 들렸는지, 나타는 몰랐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레비아는……

"……. ……네."
"?"

힘을 억누르고 슬픈 표정을 지으며, 나타로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대답을 한 뒤에,

오른손으로 왼팔을 잡고 스스로 뜯어낸 뒤,
오른손을 오른쪽 어깨에 갖다대고 그녀의 「뱀」을 사용해서, 오른팔 역시 끊어내어 버렸다.

"뭐!? 야, 너 지금 뭐하는……!"
"악, 아윽…… 괜……찮아요."
"……!?"

놀라는 나타를 보고, 레비아는 애써 힘을 억눌러가며 각오를 다지고 말을 이었다.

"이걸로, 제가 제가 아니게 되더라도, 나타 님을 죽이게 되는 일은 없을 거에요.
그럼, 어서 절…… 처분해 주세요."

그제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나타는, 얼굴에 떠오르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런 표정을 한 채로, 레비아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고, 그런 나타를 보고 죽음을 각오한 레비아의 바로 앞에 서서……

체력이 저하된 자신이 위상력을 쓰지 않고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실어서, 오른손으로 레비아의 뺨을 후려쳤다.

"……!?"
"야 차원종 계집애, 요즘 기억 소거 장치는 차원종 기억도 지우는 모양이지? 세상 참 좋아졌어?"
"네……?"

두 팔이 잘려나간 아픔보다도, 얼얼한 뺨보다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나타의 분노에 당황한 레비아에게, 나타는 아까 트레이너에게 분노했던 것보다도 더 크게 화를 내며, 생각나는 모든 말을, 거르지도 않고 생각나는 대로 전부 쏟아부었다.

"내가 구로역에서부터 쭉 말 안 했냐? 살려는 의지를 가지라고! 발버둥치라고! 우는 소리 집어치우라고 말했잖아! 그 말들은 다 귓등으로 듣고 흘렸냐!? 이제 와서 하는 소리가 그냥 죽어드리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반항할지도 모르니 반항도 못 하게 팔병/신이 되어서 죽어드리겠습니다? 누가 그러라던!?"
"그, 그렇지만, 방금 나타 님이……"
"차원종 언어는 어떤지 몰라도 이 망할 한국말은 끝까지 안 들으면 안 되거든? 내가 언제 그 망할 꼰대 명령대로 널 처분하겠다고 했어!? 잘 들어! 난 지금 널 데리고 여기서 돌아가려고 온 거라고, 레비아!"
"……!"

그러고 보면, 확실히 나타는 트레이너가 자신을 처분하라고 했다고 했지만, 그건 구해주겠다는 의미는 아니어도, 도망칠 시간을 주겠다는 의미 정도는 되었을 수도 있는데…… 왜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을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죄책감 때문에? 나타의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데도 처분이라는 단어 하나에 결국 살려는 의지를 포기했기 때문에? 그게 지금 이런 결과를 만든 건가? 자신을 살려 보내려는 나타를 도와주지 못하게 된다는, 아니 오히려 자신뿐만 아니라 나타까지 생명이 위험해진다는 최악의 결과를?
그걸 깨달은 레비아는, 그제서야 자신의 바보같은 선택을 진심으로 후회하고, 나타에게 있는 힘껏 사과했다.

"죄송해요, 나타 님……! 정말 죄송해요……!"
"하, 됐고, 얼른 팔이나 재생시켜. 차원종이니까, 그 헤카톤케일이 만든 너니까, 그 정도는 가능하지? 빨리 안 하면, 우리 둘 다 죽을 거다."

그렇게 나타는 두 팔이 잘려나간 상태의 레비아를, 한 손으로 등을, 다른 한 손으로 두 오금을 받쳐 들어 올리고, 투기장 서쪽…… 플레인게이트와 연결되어 있는 위치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나타를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레비아는, 문득 한 가지를 깨닫고, 그 고통에도 아랑곳없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제 이름, 불러주셨네요."
"……하?"
"처음으로 절, 레비아라고 불러주셨네요."
"……!"

순간 얼굴이 붉어지면서도 계속 달리는 나타는, 어떻게든 그 실수를 만회하려고 말했다.

"야, 그건 실수야! 상황이 상황이라, 나도 모르게……!"
"앞으로도 레비아라고 불러주세요."
"……!"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불러주세요, 나타 님."

하지만, 레비아는 그 실수를 계속하기를 요구했다. 나타에게 처음으로 레비아라고 불린 것에 용기를 내어, 레비아 역시 처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복종해야 할 인간인 나타의 의견에 정반대되는 자신만의 의견을 처음으로 입 밖으로 내어 요구해왔다.

그걸 잘 아는 나타로서는, 역시 그건 거절할 수 없었다. 어쩌란 건가. 지금 여기서 거절하면, 몇백, 몇천 년을 더 살더라도, 레비아에게 이런 기회는 다시는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그 때는 자신은 이미 레비아의 옆에 없을텐데?

"……칫. 알았어, 그래 몇 번이라도 레비아라고 불러줄테니까, 얼른 팔이나 고쳐, 차…… 아니 레비아."
"네, 나타 님!"
"이거 참, 습관이 되어버려서, 망할……."

그리고, 기나긴 「순록의 투기장」의 반대쪽 끝까지, 두 사람은 계속 달렸다. 어떻게든 여기서 나가서, 악착같이 살아남기 위해서.
2024-10-24 22:37:3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