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불법거주자들 [完]
바넬로피 2014-12-29 4
클로저스 UCC 제 1회 공모전 출품작.
<불법거주자들.>
“위상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그건, 환상일 뿐이다.”
-클로저가 되고 싶었던 소년.
벌써, 몇 십 년이나 지난 옛날이야기ㅡ.
모든 사람들이 위험을 피해 도망칠 때, 위험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린 유화와 유설은 그들을 보며 꿈을 키웠다. 유화와 유설 눈에는 그들이 바로 영웅이었다. 악의 무리와 맞서 싸우는 정의의 영웅들.
활발하고, 욱하는 성격 때문에 곧 잘 어디선가 다치고 들어오는 유화와 달리 안에서 활동하는 걸 좋아하는 유설은 내성적이고,고분고분했다. 둘은 언제나 함께 다녔기에 자신보다 서로를 더 잘 알았다. 공부는 못했지만, 운동을 잘하는 유화. 공부는 잘하지만 운동을 못하는 유설. 유화와 유설은 자신에 부족한 점을 서로를 의지해 메워갔다.
두사람은 일과를 끝낸 뒤 늘 집 앞에 있는 공터에서 훈련을 했다. 숟가락을 손 안대고 구부리는 연습을 하고,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을 띄우는 연습을 하고, 물을 얼음으로 바꾸는 연습을 하고, 나무를 태우는 연습을 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유화와 유설은 훈련을 성공하지 못했다. 숟가락은 구부러지지 않고, 나뭇잎은 뜨지 않으며, 물은 얼음으로 바뀌지 않고, 나무는 타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화와 유설은 포기하지 않는다. 유화가 몇 번이나 숟가락을 집어 던지고 해도 유설은 떨어진 숟가락을 주워 유화의 손에 쥐어준다.
포기하지 마.
분며으 오늘 훈련으로 우린 강해졌어.
유설의 조곤조곤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 보면 유화는 정말로 자신이 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둘은 어디에서나 이런 모습이었다. 유화가 화를 내고, 날뛰면 늘 유설이 유화를 달래고, 진정시킨다.
너는 화나고, 짜증나지도 않아?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소용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
이 날도 마찬가지로 숟가락을 집어던진 유화가 숟가락을 주우러간 유설에게 묻는다.
이 누나는 네가 대신 화내주고, 짜증내주니까 괜찮아.
어른들 눈에는 쓰잘데기 없는 일, 무의미한 일로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아. 무의미 하지 않아. 소용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 증거로. 이거 봐, 난 오늘도 강해졌어! 넌 어때?
유설은 양팔을 크게 벌리며 유화를 쳐다본다.
바보, 내가 먼저 태어났거든.
그리고 오빤 너보다 두 배는 강해졌어.
유화의 말에 유설은 크게 깔깔 거린다. 평소 입을 가리고 웃던 유설이 소리쳐 웃자 유화는 ᄁᆞᆷ짝 놀랐다. 아무도 뛰어 놀지 않는 공터에서 오직 유설의 웃음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한참을 웃던 유설은 유화에게 오른손을 내민다. ** 손가락을 들고 있다.
약속해. 우리는 반드시 클로저가 되는 거야.
둘이서 한 팀으로 차원종들로부터 수많은 사람들을 구하는 거야.
모든 차원종이 우리의 이름을 들으면 벌벌 떨게,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이름을 들으면 안심할 수 있게.
그런 최강의 팀이 되는 거야.
유설은 눈을 감고 있다. 마치 자신들이 클로저가 돼서 사람들을 구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마냥. 유설의 입에 살며시 미소가 걸친다. 유화도 오른손을 내민다. 유설의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걸친다.
응, 반드시 클로저가 돼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자!
그 뒤로도 둘은 날마다 공터에 나와 훈련을 했다. 유화는 더 이상 숟가락을 던지지 않았다. 대신 늘 훈련이 끝날 때마다 나는 강해질 거야, 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 어떤 차원종이든 자신이 무찌를 수 있도록.
ㅡ벌써, 몇 십 년이나 지난 옛날이야기.
아직 유화의 곁에 유설이 있던 시절의 이야기.
☆★☆
“유니온에서 나왔습니다. 여기서 나가주셔야 합니다.”
김유정은 신분증을 보이며 갈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뒤로 넘겼다. 청년은 유니온이라는 말을 듣자 인상을 찌푸렸다. 오른쪽 눈가에 커다란 흉터가 있어 험악해 보이는 인상이 더 험악해졌다. 유정은 자신이 무섭다고 느끼는 걸 최대한 숨기려고 노력해**만 유정의 다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싫다면?”
“네, 그러면 최대한 빨리 나가 주세……. 네? 네?”
유정은 유니온의 신분증을 보여주면 당연히 협력을 할 줄 알았는데 청년이 예상치 못한 대답을 하자 얼빠진 소리를 냈다. 청년은 유정을 내려다보며 다시 한 번 말했다.
“싫다고.”
“……”
“할 말이 없으면 이만 여기서 나가주겠어? 유니온 직원 씨.”
“저, 잠시 만요! 지금 이 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 줄 알고는 계신가요?”
청년의 말에 대답한 건 다름 아닌 유정의 뒤에서 멀뚱히 서있던 이슬비였다. 청년은 슬비를 한 번 훑어보더니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런 초등학생도 클로저인거냐…….”
“초, 초등학생이 아니에요! 고등학생이라구요! 아,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요! 그보다 이 곳은 정말로 위험해요. 차원종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커요. 빨리 대피하지 않으면 다치실 수 도 있으세요. 저희 클로저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이러는 거니 협력 부탁드리겠습니다.”
새빨개진 얼굴로 슬비는 청년을 올려다 본다.
“그래서?”
“네, 협력 감사합니다. 차원종 때문에 위험하니 얼른 나가주세……네? 네?”
또 다시 청년의 예상치 못한 대답에 이번에는 슬비가 얼빠진 소리를 냈다. 청년은 어리를 숙여 슬비의 눈을 보며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엄지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노인, 남자, 여자, 아이 관계없이 모두 구질구질한 모습이었다. 그들 중 몇몇은 김유정과 이슬비를 두려운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나하면 청년과 같이 적대적으로 노려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뭐? 시민들의 안전? 웃기지마. 너희 클로저는 시민들의 안전을 지크는 게 일이 아니고, 차원종을 죽이는 게 일이야. 차원종이 높으신 양반들의 재산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게 일이라고. 그 일을 하다 우연찮게 덤으로 시민들이 구해지는 거지. 그 반대는 없어.”
“잠깐만요!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유정이 다급하게 끼어들었지만 청년은 말을 멈추지 않는다.
“뒤에 있는 저 사람들 보여? 그래. 너희 말대로 차원종을 피해 여기서 나간다고 치자. 그러면 그 다음엔? 어쩔 건데? 여기 있는 사람들 알다시피 여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야. 왜 따듯한 자신의 집을 내버려두고 여기서 살고 있는지 생각 해봤어? 여기서 나가면 이 사람들은 어디서 자야 되지? 어디서 밥을 먹어야 하지?”
“그, 그건…….”
“여기 있는 사람들도 집도 있었고, 가족도 있었어. 근대 차원전쟁으로 집을 잃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야. 우리가 불법거주자가 된 건 너희 빌어먹을 클로저놈들과 군인 녀석들 탓이다! 네놈들이 차원종들과 싸우다 전부 부셔먹지만 않았어도! 그런데도 정부는 나 몰라라 하며 지원은 없지, 아무도 도와주려하지 않지. 오히려 불법거주자라고 손가락질 하면서 이마저도 빼앗아 가려고? 밖에서 추위에 떨며, 배고픔에 떨며 죽을 바에는 그나마 배도 채우고, 그나마! 따듯한 여기서 우리의 집을 지키다 죽겠어.”
“당신!!!”
유정은 청년의 멱살을 잡아챘다. 청년의 험악한 인상에 다리를 떨고 있었다는 일은 전부 잊어버렸는지 원망가득 한 눈으로 청년을 노려봤다.
“유니온 직원이 시민 멱살 잡아도 되는 거야? ‘유니온 직원, 불법거주자를 내쫓기 위해 무력 사용’ 같은 제목의 기사가 나와도 괜찮은 건가?”
청년은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유정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며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내렸다.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은 쥐고 있던 걸 잃어버리자 유정의 손바닥을 깊게 파고들었다.
“더 이상 할 말 없으면 여기서 당장 나가.”
유정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슬비의 손을 잡고 백화점을 나갔다.
“유화씨 정말 괜찮을까요?”
유정과 슬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유화 뒤에서 숨죽여 있던 거주자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유화는 금세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활짝 웃었다.
“당연히 괜찮죠. 유니온 녀석들이 하는 얘기는 언제나 거짓말뿐이니까요. 그리고 만약 사실이라 해도, 구로역에는 위상력 억제기를 실은 지하철들이 돌아다니니 차원종이 나타나봤다 E급 정도 일거에요. 그 정도는 저희끼리 충분히 무찌를 수 있어요.”
“암, 암. 유화 대장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뭔 걱정이 그리 많아!”
“여보! 주책없게 대장이 뭐에요!”
“우리를 이끌어 주니까 대장이지. 뭐가 주책없다는 거야 이 여편네가!”
“아빠 말이 맞아! 유화 형은 대장이야!”
중년 부부 가족의 대화 덕택인지 백화점 내 무거웠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밝아졌다. 유화 역시 그들과 함께 웃으며 떠들었다. 하지만 시선은 어째선지 어린 클로저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나간 유리문 족을 향해 있다.
160cm도 안되어 보이던 핑크머리의 작은 미소녀. 초등학생이라 말하자, 고등학생이라고 얼굴을 붉히며 말하던 소녀의 모습이 어째선지 지워지지가 않는다.
태양이 지쳐 고개를 떨어뜨릴 무렵, 유화는 백화점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걷고 있었다. 한 때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넘쳐흐르던 백화점은 성한 데가 없었다. 유리창이 깨진 곳도 있고, 바닥이 움푹 파인 곳도 있다. 무엇보다 모든 에스컬레이터가 무너져 내렸다. 백화점 내부는 차원전쟁당시 얼마나 치열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비상계단도 무너져 내린 데가 많아 한 층, 한층 오르락내리락하려면 백화점을 돌고 돌아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유화가 발걸음을 멈췄을 때에는 달빛이 유리창을 통해 들어와 백화점을 밝히고 있었다. 유화의 앞에는 나무 작대기 두 개를 교차시켜 만든 십자가가 바닥에 박혀있다. 십자가 근처 밑바닥에는 여기자기 흠이 파여 있다. 나무 십자가를 콘크리트 바닥에 고정시키기 위해 몹시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휴와가 십자가를 보며 목례를 하려는 순간 뒤 쪽에서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게, 동생의 무덤인가?”
음침하고 갈라진 목소리. 칠판을 긁는 듯한 목소리에 유화는 흠칫 몸을 떤다. 고개를 천천히 뒤로 돌리자 거기에는 오른쪽 눈을 제외한 모든 얼굴을 검은 붕대로 감은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 붕대 남자의 시뻘건 눈이 유화를 쳐다본다.
“당신 누구야? 못 보던 얼굴인데…….”
“밉지 않은가? 증오하지 않는가?”
붕대의 남자는 유화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말만 계속 내뱉는다. 기분 나쁜 목소리인건 분명하지만 어째서인지 계속 듣게 된다.
“여동생을 죽데 내버려둔 클로저들이 밉지 않은가? 증오스럽지 않은가?”
“마치 자신들이 영웅인 마냥 행동하는 꼴이 위선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뚫린 입이라고 차원종으로부터 시민들을 지키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이자 사명이라고 언제나 외치고 다니는 클로저들은 위선자다.”
“그들은 자신보다 강한 차원종과 조우했을 때 꼬리를 말고 바로 도망친다. 그리고는 숨어버리지. 나중에 해명을 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클로저의 수가 워낙 적으니 함부로 모험을 할 수 없다는 등 지껄이지. 그건 네가 더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 이름은 칼바크 턱스. 나를 도와라, 부와명예 그리고 복수ᄁᆞ지 그 어떤 것이라도 네 놈 손에 쥐어주마.”
칼바크 턱스의 말은 유화가 늘 생각하고 있던 말이었다. 유화의 갈색 눈동자가 흔들린다.
☆★☆
중학교 여름방학 장마 끝날 무렵, 오랜만에 비가 그치고, 햇볕이 화창했다. 유화와 유설은 부모님과 같이 백화점을 가기 위해 자동차에 몸을 싫었다. 길고 긴 장마가 끝나서 일까, 햇볕이 화창해서 일까, 아님 오랜만에 가족들이 다 함께 나들이를 해서일까. 그날따라 유화와 유설은 들떠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예상치도 못한 그때 악몽은 시작 되었다.
‘반복해서 알려드립니다. 지금 백화점 내에 다수의 차원종이 출현하였습니다. 손님 여러분들은 백화점 내 직원에 인솔에 따라 대피 해주시기 바랍니다.’
방송이 울려 퍼졌을 때 주위는 이미 차원종들로 가측 차 있었다.
피난하지 못한 손님들로 가득 찬 백화점, 지금도 충분히 많다고 느껴지지만 그런 감상은 신경 쓰지 않는지 일그러진 공간에서 쉴 새 없이 우수수 차원종들이 쏟아져 나온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구로 한 복판에 차원종이 출현할 가능성은 5%도 안됐을 것이다. 그러나 상식은 이미 깨진지 오래. 텔레비전에서 보던 차원종들이 망설임 없이 사람들을 죽여 나간다.
‘클로저와 군인들은 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지만 클로저와 군인은 나타나지 않는다.
클로저수와 군인이 오지 않는다. 그들이 구해주기를 기다리고만 있으면 늦는다. 유화는 직감적으로 그리 생각했다. 유화는 유설의 손을 잡고 피난하고 있는 사람들의 반대 방향으로 달려간다. 유설은 유화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했지만 제제를 가하지 않는다. 그저 유화가 이끄는 대로 다리를 움직였다. 바로 그때, 백화점 회전문을 향해 달려가던 사람들 앞에 절망이 나타났다. 스컬 스니퍼. 양 손이 낫같이 되어있는 높은 급의 차원종이 회전문 앞을 가로 막는다. 스컬 스니퍼를 본 사람이 급히 다리를 멈추지만 뒤에서 밀고 오는 사람들 때문에 멈추지 못하고 계속해서 앞으로 밀려난다. 스컬 스니퍼는 손을 높이 쳐들어 횡으로 긋는다.
피가 솟구치고, 비명이 하늘을 꿰뚫는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다. 사람들은 오직 출구만 보고 달려간다. 위험에서 탈출 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문이 개미지옥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스컬 스니퍼는 회전문으로 달리는 단 한명의 사람 조차 놓치지 않는다.
“오, 오빠!!!”“뒤 돌아** 마! 괜찮아! 지금 중 클로저들이 출동 했을…….”
유화는 도중에 하던 말을 멈췄다.
어째 서지. 어째서 울리지 않은 거지.
평소라면 제일 먼저 들렸어야 할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유화의 머리로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 할 수 없었다.
“...울리지 않았어.”
“뭐가?”
“울리지 않았다고! 차원종 출현 경보가!!!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유화는 유설에게 답을 묻는다. 유화의 손을 잡고 있는 유설의 손에 힘이 가득 들어간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다만 그 상황을 믿고 싶지 않을 뿐이다. 유설는 말을 아낀다. 입 밖으로 내면 자신이 생각한 최악의 상황이 확정 될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유설은 입을 연다.
“아, 아직 모르는 거야. 차, 차원종이 출현 했다는 걸…….”
의사가 환자 가족들에게 사망 선고를 하듯 유설은 단정한다.
“클, 클로저나 군인은 오지 않아.”
유화의 동공이 팽창한다. 유설의 손을 쥐고 있던 손이 바르르 떨린다. 의사에게 매달리는 유가족들 같이 유화는 원하는 답을 듣기 위해 유설에게 매달린다.
“어째서! 경보가 울리지 않아도 구로 내 백화점에 차원종들의 위상력이 나타났다는 정도는 알고 있을 거 아냐!”
“아냐, 그래도 오지 않아! 여기가 차원종들로부터 가장 안전한 구로여서야! 기계적 문제라고 생각 할 확률이 높단 말이야!!!”
그러나 의사는 유가족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
유설은 직접 입으로 내뱉고서 느꼈다.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인지. 달리는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꼭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빠진다.
“누르러 가자.”
“...뭐?!”
“우리가 경보를 울리러 가자고! 이제 그 방법 밖에 없어! 아무것도 안하고 여기서 죽을 수 없어! 어릴 때 약속했잖아 클로저가 되자고. 비록 지금은 둘 다 아직 위상력이 각성하지 않았지만 각성하지 않은 채로도 사람들을 구할 수 있어. 차원종을 쓰러트린다는 말도 안 돼는 일이 아니야. 손만 있으면 할 수 있어! 사람들을 구할 수 있어! 그저 버튼만 누르면 돼!”
유설의 동그란 눈이 크게 떠졌다. 자신을 이끌고 달리고 있는 유화의 뒷모습을 쳐다본다. ** 짓이라는 걸 유설 또한 알고 있다. 성공할 확률이 매우 적을 거라는 것 역시 알고 있다. 경보를 울려도 클로저들과 군인들이 도착할 때까지 차원종에게 도망치면서 버티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지금 당장 다른 출구를 찾아 도망치는 게 둘 중에 한명이라도 살 확률이 높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다. 그래도 유설은 유화에게 말한다.
“아마 관제실에 있을 거야. 거기로 가면 경보를 울릴 수 있을 거야. 나도 정확하게 어디 있는지 몰라 하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관제실이야!”
유화와 유설은 자신들이 어떻게 관제실까지 도착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도망치고, 넘어지고, 일어서는 걸 반복하며 차원종들의 눈을 피해 관제실만을 목표로 힘겹게 달려왔다. 여기저기 찢어진 옷들과 먼지투성이 모습은 둘이 얼마나 힘들게 관제실까지 도착했는지 보여준다.
“도, 도착 했다.”
떨리는 유화의 목소리.
“응, 어서 경보 버튼을 찾자.”
대답할 기력도 없는지 유설은 할 말만 하고 입을 닫는다. 기계 판에는 수많은 버튼이 나열되어 있다. 유화와 유설은 마구잡이로 버튼을 누르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다. 둘은 숨을 죽인다. 식은땀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다. 버튼을 누르는 손들이 더 빨라진다. 이윽고 유설의 손은 멈추지만 유화의 손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울려! 울리라고!!!”
“유화야...”
절규와도 같은 유화의 외침. 경보는 울리지 않고 버튼 누르는 소리만이 달칵, 달칵하고 울린다.
“유화야...”
“괜찮아, 분명 울릴 거야. 괜찮아.”
“유화야...”
“정말 괜찮다니까 그러네. 반드시 울릴거야.”
“유화야...도…….”
경보가 온 백화점 내 울려 퍼진다. 유설의 목소리가 묻힌다. 평소 같으면 귀를 찌르는 한 날카로운 소리에 인상을 찡그렸을테지만 오늘만은 그 소리에 유화는 미소를 짓는다.
“울렸어! 유설! 우리가 해냈다고…….”
고개를 돌린 유화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유화의 눈에 들어 온건 유설의 배였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유설의 배를 뚫고 나온 거대한 검이었다. 피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검이 붉은 건지 모르겠지만 검붉은 검이 유설의 배를 관통해 있었다. 유설의 뒤로는 두 개의 거대한 뿔. 마치 악마의 형상을 하고 있는 스컬 나이트가 무표정하게 유화와 유설을 내려다본다.
“......어?”
“...바, 바보 오빠. 도망쳐.”
명징했던 유설의 눈이 흐려진다. 유설은 피를 토하며 힘겹게 말한다. 유화는 움직이지 않는다. 이미 모든 사고가 멈춰있다. 스컬 나이트는 검을 빼고 다시 한 번 유설을 찌른다. 유설의 피가 유화의 얼굴에 튄다.
“오빠 도망쳐!!!”
혼신을 다한 유설의 외침. 그제야 유화가 움직인다. 허나 유설의 바람과 달리 유화는 스컬 나이트를 향해 정면으로 주먹을 쥐고 달려든다.
부탁이야. 여태까지 노력했잖아. 열심히 했잖아. 비가 오던 눈이 오던 한 번도 훈련을 쉬었던 적 없잖아. 단 한번이라도 좋아. 더 이상 위상력을 못써도 좋아. 각성 안해도 좋아. 그러니 지금 한 번만 저녀석을 구할 힘을 줘. 신이든 악마든 뭐든 부탁할게.
유화는 기도하듯 쥔 주먹을 휘두른다. 그런 바람을 신은, 악마는 비웃는다. 주먹은 닿지 않는다. 유설을, 여동생을 찌른 차원종에게 닿지 않는다. 스컬 나이트가 유화를 향해 검을 휘두르자 유설이 유화를 향해 날아간다. 유화는 날아오는 유설에게 부딪쳐 넘어지면서 기계에 머리를 찧는다.
유화의 눈에는 스컬 나이트가 여러 마리로 보인다. 땅이 움직인다. 천장이 가라앉는다. 중심을 잡기 힘든 상황에서 유화는 기어코 일어서지만 몸은 의지를 따르지 못한다. 스컬 나이트가 유화를 내려치려는 순간 유화는 휘청 인다. 유화를 가르려 했던 검은 오른 쪽 눈 근처를 스쳐 지나간다. 스컬 나이트가 이어 연격을 하려는 순간 검은 제복의 남자가 유화 앞에 선다.
“도착했습니다. 스컬 나이트와 조우! 생존자 중학생 둘. 그 중 남학생은 여학생에 비해 경상입니다. 하지만 남학생 역시 가까스로 숨이 붙어 있는 거 같습니다. 여학생은…….”
“……네, 죄송하지만 혼자서는 둘 다 데리고 스컬 나이트에게 도망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스컬 나이트의 검을 막고 있는 제복의 남자는 계속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대답을 구한다.
“.......네. 알겠습니다.”
남자는 결심을 한 듯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는 뒤를 돌아보고 유화를 들쳐 엎는다.
“어, 어이 뭐하는 거야!”
유화는 남자의 등을 주먹으로 치며 외친다. 아직까지 충격이 가시지 않아 주먹엔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남자는 이를 악물고 달린다. 스컬 나이트가 검을 휘두르지만 어째선지 맞지 않는다.
“내려 놔!!! 이 자식아!!! 저기 내 동생이 있다고! 아직 살아 있단 말이야!!!”
남자가는 유화의 절규어린 목소리를 무시한다.
“부, 부탁이야. 제발 내 동생을 구해줘요…….”
유화는 급기야 눈물을 흘린다. 그래도 남자는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좀 더 빠르게 스컬 나이트에게 멀어진다. 스컬 나이트와의 거리가 점점 벌어진다.
“저 곳에 설이가 있어!!! 내 동생이 아직 저기 있다고!!!”
유화는 계속해서 울부짖는다. 목소리가 갈라져 쉰 소리를 내도 계속해서 울부짖는다.
출입구 앞에 남자가 도착했을 때는 클로저들과 군인들이 거의 모든 차원종들을 섬멸한 후 였다.
“수고 했다. 뒤는 나한테 맡겨.”
허리까지 내려온 흑단과도 같은 검은 머리카락. 눈처럼 흰 피부. 한눈에 봐도 미인이라고 느낄만한 여성이 말한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여성의 손에 게임기가 쥐어져있다. 여성은 남자의 얼굴을 쳐다**도 않고 오로지 게임기의 화면을 쳐다본다.
“죄송합니다. 뒤는 부탁드리겠습니다.”
여성은 게임기를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인 남자의 머리를 여성은 쓰다듬으며 지나간다. 남자는 조심스레 유화를 내려놓는다. 유화의 눈은 붉게 충혈 되어 있었고, 들리지도 않을 목소리로 미안해를 쉴 새 없이 말한다. 남자는 떨리는 유화의 손을 잡아 주는 일 밖에 하지 못했다.
그 뒤 유화가 정신을 차렸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건 처음 보는 하얀 천장이었다. 몸 이곳저곳에는 붕대가 감아져 있었다. 혼자 병실에 있던 유화를 배려했던 것인지 라디오가 흘러나온다.
‘두 중학생의 용기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그 중 한 명은 그 자리에서 즉사, 다른 한명은 유니온 소속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합니다. 용감한 두 명의 학생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어떤 말도 유화의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유화는 라디오에 흘러나온 사망자들의 이름을 듣고 울다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
“만약 내가 거절하면? 죽일 건가?”
유화는 칼바크 턱스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칼바크 턱스는 낮게 웃는다.
“그럴 리가. 선택하는 건 네 자유다.”
칼바크는 손에 쥐고 있던 가방을 유설의 무덤 앞에 내려놓는다.
“만약 생각이 있다면 이 가방을 구 구로역 어딘가에 숨겨 놓기만 하면 된다. 그럼 다음에 다시 볼 일이 있었으면 좋겠군.”
검은 연기가 칼바크 턱스를 뒤덮는다. 연기가 사라짐과 동시에 칼바크 모습 또한 사라졌다. 유화는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멍한 표정을 짓다 머뭇거리며 칼바크가 두고 간 가방에 손을 얹는다.
칼바크와 만남이 있던 후, 백화점 내에서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 칼바크는 유화뿐아니라 백화점 내부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방을 건네줬는지 칼바크 말을 듣는다와 듣지 않는다의 두 그룹이 형성되었다. 두 그룹은 계속해서 끝나지 않는 토론을 벌였고 중간에 낀 유화는 진땀 흘리기 바빴다.
겨우 양측 사이에서 벗어난 유화는 백화점 밖에 있는 휴식터 정좌에 드러누웠다. 휴식터는 주위에 괴리감이 느껴지는 조선풍이었다. 말끔했던 돌 포장길은 이곳저곳 깨져 울퉁불퉁했고, 윤기가 흘렀던 소나무 기둥들은 갈라져있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과 내리쬐는 햇살은 마치 가족과 함께 백화점에 갔던 날과 비슷하다. 눈을 감고 있으면 그날로 돌아갔다고 착각을 느낄 정도다.
“저기, 안녕하세요.”
낯익은 목소리에 유화는 눈을 뜬다. 눈앞에 핑크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려 살랑살랑 춤을 추고 있었다. 유화가 뭐라 말하기 전 슬비가 입을 연다.
“지난번에 죄송했습니다.”
안 그래도 작은 슬비가 허리를 숙이자 한층 더 작아 보인다. 유화는 황급히 자세를 가다듬는다.
“돌아가서 생각해보니 제 생각이 짧았다는 걸 알았어요. 죄송합니다.”
정면에서 사과를 해오자 유화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아무 말도 없자 슬비는 조심스레 허리를 들었다.
“이걸로는 부족한가요...?”
씁쓸한 목소리에 유화는 정신을 차린다. 슬비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다. 빨리 대답을 안 해주면 금방이라도 울먹일 거 같기에 유화는 재빨리 대답한다.
“아니, 그런게 아니야. 그냥 당황해서 그래.”
“당황이요? 어째서요?”
“사과하러 온다고는 생각조차 안하고 있었어.”
“....? 그런가요?”
“응, 보통 자신이 잘못해도 인정하기 싫어하니까.”
슬비는 생긋하고 천사처럼 웃는다.
유화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유화의 얼굴이 화악하고 달아오른다.
“처음 봤을 때는 험악하게 보이셨는데. 좋으신 분이셨군요.”
굴러가는 방울 소리 같이 달콤한 목소리.
“옆에 앉아도 될까요?”
작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는 슬비를 보며 유화는 아이돌 같다고 생각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 거지……’
그 후에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유화의 표정은 초췌해져있다. 옆에서는 이슬비가 멈춤 없이 ‘사랑과 차원전쟁’ 드라마 얘기를 계속하고 있다. 1화부터 시작해서 벌써 14화 째임에도 목도 마르지 않은 건지 꾀꼬리처럼 달콤하고, 화려하고, 통통 튀는 목소리로 조잘거린다. 화수가 한 화씩 늘 때마다 유화가 늙어지는 게 눈에 띄게 보였다. 22화가 끝날 즈음에 슬비의 핸드폰이 울렸다. 슬비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
“뭐라구요?! 정말이세요?! 네, 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출동 하겠습니다. 마침 백화점 앞이에요.”
사랑과 차원전쟁을 얘기할 때와는 사뭇 다른 진지한 목소리였다. 슬비는 정좌에서 벌떡 일어났다.
“죄송해요. 뒷이야기는 나중에 해야 될 거 같네요. 지금 급히 가봐야 해요.”
슬비는 달려가다 유화를 보며 소리쳤다.
“구 구로역에서 최대한 멀리 도망치세요! 구 구로역 곳곳에서 대량의 차원종이 나타났다는 전화였어요!”
☆★☆
구로역에서 도망치라는 슬비의 말과는 다르게 유화는 백화점 안을 달리고 있었다.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어렸을 적부터 이런 류의 예감은 꽤나 잘 들어맞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백화점 안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이었다. 말없이 항상 웃고만 계시던 할머니, 늘 투닥거리면서 염장을 질러대는 중년 부부. 자신을 잘 따르던 중년 부부의 어린 아들 등 많이 정든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씩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유화는 이를 악물고 자신들이 자고 지냈던 공간으로 내달린다. 도착 했을 때 가장먼저 느낀 감정은 안도감이었다. 자신의 감이 틀렸다는 사실에 기쁜 감정마저 든다.
“다행이다. 그럼 어서 여기서 나가볼까.”
“...유화 대장이야?”
밖으로 나가려던 유화의 다리가 멈췄다. 유화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간다. 유화의 시선 끝에는 아이가 떨고 있었다.
“너 여기서 뭐하는 거야! 부모님은 어디 가셨어!”
“그치만 엄마가 여기 있으라고 했는걸! 엄마랑 아빠는 다른 사람들이 가방 두러 가는 걸 막으로 간다고 했어.”
“가방?!”
그렇다. 가방이다.
유화의 머릿속에서 퍼즐이 하나, 둘씩 맞춰졌다.
구로역 이곳저곳에 가방에 숨겨 놓으라고 백화점 사람들에게 건네준 칼바크 턱스.
구로역 이곳저곳에 차원종이 나타났으니 도망치라고 말한 어린 클로저.
모든 게 이어졌다. 가방에서 차원종이 나온다니 믿기 힘든 상상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유화의 머리에선 연관성이 있다고 답을 내놨다.
유화는 제정신을 차린다. 왜 이제야 알아차렸던 걸까. 왜 칼바크 턱스의 얘기를 어린 클로저에 하지 않았던 걸까.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이 없다. 당장 백화점에서 나가야된다. 서둘러서. 지금. 당장.
ㅡ지진이 난것처럼 백화점 천장이 흔들린다.
유화는 아이의 손을 낚아채듯 잡고는 달린다. 아무 사정도 모르는 아이는 헐레벌떡 유화 뒤를 따라간다.
흔들린 위치는 알고 있다. 유설의 무덤이다. 어째서 가방을 그 자리에 그대로 놔둔 것일까. 이제와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ㅡ차원종 출현 경보음이 울린다.
다행히 권총정도는 가지고 있다. 저번에 벌처스 한기남이란 사람한테 구입한 물건이다. 그러고 보니 권총을 쓸 때 주의사항을 알려줬던 거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이가 넘어져 울고 있는데도 무작정 손을 잡고 달린다. 아이는 울면서 따라온다.
ㅡ경보음이 멈추자마자 차원종의 포효소리가 들린다.
품안에 있던 권총을 더듬는다. 손을 잡고 있지 않는 손으로 권총을 뽑아든다. 안전장치를 해제해야 하는데 그 동작이 되지 않는다. 손이 벌벌 떨려서 말을 듣지 않는다. 곧바로 온몸을 감싸는 두려움과 초조함으로 숨을 쉴 수조차 없어진다.
ㅡ두 개의 거대한 뿔. 오른 손은 검으로, 왼 손은 방패 모양으로 되어 있는 익숙한 차원종. 스컬 나이트가 눈앞에 나타난다.
진정해. 괜찮아. 아직 괜찮아. 침을 삼킨다. 식도로 타고 넘어간 침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아직 스컬 나이트는 자신들을 ** 못했다. 이대로 조심스레 숨죽이며 지나가기만 하면 된다. 그때 아이가 더 큰 소리로 운다. 스컬 나이트의 고개가 돌아간다. 바로 직후 스컬 나이트는 검을 찌른다. 이제 틀렸어. 적어도 아이만이라도. 유화는 아이를 힘껏 민다. 끔찍한 고통이 온 몸에 전해진다. 그래도 괜찮다. 아이는 무사하니까. 유화는 큰 소리로 외친다.
“달려!!!!!!”
놀란 아이는 그대로 출입구를 향해 달린다. 스컬 나이트가 아이에게 반응 한다. 유화는 스컬 나이트를 놓치지 않는다. 쥐고 있던 권총을 스컬 나이트 머리에 겨눈다.
ㅡ짐승의 포효와도 같은 총성이 백화점에 울려 퍼진다.
그 직후 또 한 번 엄청난 고통이 퍼진다. 방아쇠를 당기고 나서야 생각이 났다. 벌처스의 무기들은 클로저를 위해 만들어지는 물품이 많다고. 평범한 권총과 다르게 일반인이 사용할거라면 어깨 두 쪽은 내줄 각오를 하라고. 뭐 이제 아무래도 좋다. 그래도 꽤나 효과가 있었는지 스컬 나이트는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다. 이걸로 아이는 구했다. 유화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사라지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유화의 시야에는 똑똑히 보였다.
ㅡ스컬 스니퍼가 도약하는 모습을.
어째서 차원종이 한 마리라고 생각한 거지. 어째서. 유화는 스컬 스니퍼를 향해 손을 뻗는다. 허나 닿지 않는다. 스컬 나이트에 검에 꽂혀 있는 유화는 움직일 수 없다. 또다 설화 때와 별 다르지 않는 상황. 무력감에 유화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부탁이야. 번개든. 불이든. 얼음이든. 아무래도 좋아. 착각이여도 좋아 단 한번만 나가줘. 허나 이번에도 신과 악마는 유화를 비웃는다.
ㅡ으아아아아!!!
큰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스컬 스니퍼가 착지 하는 순간 두 개의 단검이 스컬 스니퍼를 꿰뚫는다. 스컬 나이프는 그대로 쓰러진다.
160cm도 안되어 보이던 핑크머리의 작은 미소녀. 초등학생이라 말하자, 고등학생이라고 얼굴을 붉히며 말하던 소녀. 제복 왼쪽 팔에 검은양 마크가 새겨져있는 클로저. 유화는 살며시 웃는다.
“아아, 사랑과 차원전쟁 뒷내용 듣고 싶었는데…….”
☆★☆
“아, 슬비야 편지 왔어! 그때 불법거주자들한테 온 편지야!”
유정은 슬비에게 편지를 건넸다.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강한 클로저님께.
저는 오늘도 유니온에 속해 있는 병원에 있습니다.
가끔 창가에 앉아 노래를 하는 참새를 보면 제 옆에서 사랑과 차원전쟁 드라마 얘기를 즐겁게 하던 클로저님이 떠오르더군요.
서론은 이쯤하면 되었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자면 칼바크 턱스란 자가 저희에게 가방을 건네줬습니다. 돈을 주겠다고, 밖에서 살집을 주겠다. 그 말에 많은 사람들이 유혹 당했던 거 같습니다.
사람들 모두 자기 잘못을 알고 늘 사죄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많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쳤습니다.
이 죄를 다 갚으려면 얼마나 걸릴지는 모릅니다. 그래도 저희는 죄를 갚아 나가려고 합니다. 김유정 관리요원의 청으로 선천가 되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ps 혼자 사랑과 차원전쟁 드라마를 보니 이야기 할 상대가 없어 심심합니다. 나중에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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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바넬로피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내용은 구로역 불법거주자들 퀘스트를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오리지널 캐릭터인 유화와 유설이 등장합니다.
또 게임 설정에서는 백화점은 클로저들의 임시거처였지만 소설에서는 전쟁터로 사용했습니다.
이벤트를 너무 늦게 알아 주말동안 몰아서 썼습니다. 덕분에 피로도를 다 쓰지 못했네요 ㅠㅠ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좋겠습니다.